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9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9화
3. 좀비 스쿨(3)
툭. 툭.
김우중이 한 대 제대로 때리려는 듯 목을 꺾는다.
“크. 김주혁 담당일찐.”
“가라 김우중!”
옆에 놈들은 뭐가 재밌다고 실실 웃고 있다.
지들 딴에는 무서워 보이려고, 쿨해 보이려고 저러는 것 같은데.
-으 내 손발 ㅋㅋㅋㅋㅋ
-애새끼들이 센 척은 ㅋㅋㅋ
-손발 학살자 김우중
-급식 시절 지금 보니 진짜 토 나오넼ㅋㅋㅋ
-오글 ㅠ
오그라든다.
아몬드도 공감했다.
내가 다 낯이 뜨거워질 정도로 창피하다.
‘진짜 애쓰네.’
애쓰는 게 보이니까.
자기 친구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돋보이려고, 어떻게든 별것도 아닌 그 계급을 지켜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게 보이니까.
그 방법으로 가장 빠르고 쉬운 방식인, 김주혁이라는 이 캐릭터를 괴롭히는 걸 선택한 절망적인 인생이라는 게 보이니까.
이런 놈에겐 장난으로라도 한 대도 내어주고 싶지 않다.
“흐아아아아아!”
김우중이 광대 같은 소리를 내며 전속력으로 달려온다.
훙!
다시 한번 허공을 젓는 주먹.
공포, 매우 배고픔, 피곤함, 이 3개의 상태가 겹쳐져 상당히 느릿한 몸짓이지만 아몬드는 어찌 됐든 또 피한 것이다.
“와! 또 피했어!”
“김주혁 뭐냐? 약이라도 빨았나?”
김우중 패거리 아이들이 이번엔 아몬드에게 감탄한다.
김우중의 눈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그래. 녀석에겐 관심을 빼앗기는 것만큼 무섭고 열받는 건 없을 거다.
심지어 관심을 받는 대상이 자기가 항상 제일 아래라고 생각했던 김주혁이라면 더욱더.
“야. 이 꽉 물어.”
뚜두둑.
김우중이 목을 꺾으며 다시 온다.
띵!
[경고! 공포 상태가 지속되면 ‘패닉’에 걸립니다.]경고음이 울린다.
패닉이 걸린다라. 아몬드는 일단 무시했다. 그는 다시 김우중의 주먹에 시선을 집중했다.
후웅!
김우중의 주먹은 또 귓가만 살짝 스치며 빗나간다.
“에이~ 김우중 다 죽었네~”
“소싯적 김우중이 아녀~”
푸하하하.
무슨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보는 듯 웃는 놈들.
-인생 20년도 안 산 새끼들이 ‘소싯적’ ㅋㅋㅋㅋㅋ
-소싯적이 언제야 정자 시절이냐?ㅋㅋㅋㅋ
-어우. 손발이 다 없어질 것 같아요 ㅠㅠ
-다 죽었네 ㅇㅈㄹ 엌ㅋㅋㅋㅋ
-좀비 나오면 너네 다 아몬드한테 뒤지긴 할 거야 ^^
“씨발! 피하지 말랬지! 이 새끼 너 이리와!”
김우중은 멱살을 잡으려는 듯 손을 뻗었다. 아예 붙잡고 패려는 것이다.
하나, 멱살이라고 못 피하란 법은 없다.
쉭!
간발의 차이로 김우중의 손가락은 공기나 쥐게 된다.
[공포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었습니다.]그러나, 피할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현재 ‘패닉’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움직임이 멈춥니다.]‘엥?’
아몬드는 움직임이 뚝 멈춰 버린 자신의 몸을 내려보며 황당해했다.
‘이렇게까지…….’
이렇게까지 몸이 지배받다니. 아무래도 이 게임의 메인 요소가 이 ‘상태’인 것 같다.
그때였다.
[띠리리띠리리띠~리]수업 시작 종이 울린다.
“아~ 한문이네.”
무리에서 가장 뒤. 누군가의 책상 위에 앉아 있던 백준수가 기지개를 켠다.
“한문 평소엔 호구여도 빡돌면 미쳐날뛴다. 앉자.”
백준수가 그리 말하자, 김우중과 그 외 패거리들은 모두 자기 자리에 착석했다.
그 후.
쿵.
뒷문이 격하게 열리며 급하게 빵을 사 온 무리도 들어온다.
“하아. 겨우 왔다.”
“소시지 빵 맨날 없어. 어우…….”
“채연아. 나 베개 좀.”
드르르륵.
앞문이 열리고, 한문 교사가 들어온다.
“크흠.”
한문 교사는 아직도 멀뚱히 서 있는 아몬드를 보고는 안경을 한번 번뜩인다.
“친구야. 너 왜 서 있지?”
“아. 죄송합니다. 잠시…….”
아몬드는 얼른 다시 자리에 앉았고.
‘상황은 일단 지나갔나 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수업을 관람한다.
한문 교사는 등산복을 입고 네모난 안경 쓴 중년 남성이었다. 목소리가 참 졸린.
“에…… 그러니까…… 이렇게 외우면 편해요…… 작을 소에…….”
-전생에 푸린들만 선생 하나 ㅋㅋㅋㅋ
-미친 또 졸려
-감긴다~ 감긴다~
아이들이 하나둘 쓰러진다.
이 수업은 대놓고 자는 수업인 모양이다.
자지 않은 아이들은 다른 문제집을 풀고 있다.
수능에서 한문은 쓸모없으니.
-고증 미쳤넼ㅋㅋㅋㅋ
-수학 문제집 푸는 거 진짜 존똑ㄷㄷ
-와 ㅋㅋㅋㅋ
이 정도까지 구현했다는 게 놀라울 뿐이지, 이 광경 자체는 놀라울 게 없다.
“달 월 자가 옆에 붙으면 에…… 이런 모양이…….”
교사는 칠판에 서, 아무도 듣지 않는 수업을 주절거린다.
마치 1인 연극 같다. 아무도 없는 극장에서 펼쳐지는.
스스슷.
화면이 어두워지고, 점차 한문 수업 소리도 멀어져간다.
‘어?’
아무래도 잠이 드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피곤함] 상태가 계속 떠 있었다.
* * *
잠시 후.
‘……뭐야.’
아몬드는 조금 당황했다.
‘채팅창도 안 보여?’
잠잘 땐 채팅창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니면 진짜로 잠이 들기라도 했단 건가? 소리도 안 들린다.
“……아.”
내 목소리는 들린다.
그리고…….
“……아아아!”
뭔 소리가 들려오는데.
“일어나아아아아아!”
누군가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거였다.
벌떡!
그제야 눈이 번쩍 떠졌다.
‘드디어?’
좀비가 등장했구나. 올 것이 왔구나…… 라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아이들이 박장대소하는 소리가 들리고.
“아~ 나 이 새끼야. 쉬는 시간까지 다 자면 어떡해?”
김우중의 목소리가 얹어진다.
“쉬는 시간엔 놀고. 수업 시간에 자야지. 어때. 깨워줘서 고맙지?”
하아.
절로 나오는 한숨.
‘뭐야…… 지겹지도 않나. 저 새끼들.’
아몬드는 자신의 학교엔 이런 놈들이 없었던 걸 다행으로 여기며 몸을 일으킨다.
-아 김우중 저 새낀 진짜 죽이고 싶네
-어우 시발
-누가 현상금 좀 걸자 ㅋㅋㅋㅋ
-좃마난 쉑이 ㅅㅂ……
시청자들도 꽤나 몰입했는지, 처음엔 웃으면서 보다가 이젠 상당히 분노 중이다.
물론 눈앞의 김우중은 히죽거리면서 웃고 있다.
근데…… 저 웃음 어디선가 많이 봤던 것이다.
주혁과 상현이 아성에서 많이 보여주고 다니던 그 미소.
한마디로 억지 미소다.
놈은 여유로운 척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신의 표정을 관리하는 거다.
“야. 김주혁. 다음 시간 체육이다.”
“……?”
툭.
김우중이 씩 웃으며 체육복을 던진다.
체육 시간이라고 체육복을 챙겨 줄 리는 없을 텐데.
‘……으.’
역시나, 땀 냄새가 진동하는 체육복이다.
“내 거 빌려줄게. 좋지?”
그렇게 말하며 아마 김주혁의 사물함으로 보이는 것을 열어 새 체육복을 꺼내 든다.
“이거 내가 입고.”
푸하하하하.
또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아~ 김우중. 존나 착해~! 그래도 지 걸 주네.”
윤소희가 배꼽을 잡는다.
“그러게. 발가벗기진 않네.”
“소희보단 당연히 착하지.”
옆에 두 시녀도 거든다.
그는 일단 저들을 기억하기로 한다.
‘첫째, 윤소희.’
처음 아몬드의 싸대기를 날리려 했던 여학생이다. 백준수랑 찰싹 붙어있는 걸 보면 여자 친구 같다.
늘 시녀 둘을 끼고 다닌다.
‘다음은 백준수.’
백준수는 늘 가장 뒤에 서서 상황을 관조한다. 키도 가장 크고 계급도 제일 높아 보이는 게, 이 무리의 우두머리 같았다.
아마 백준수 덕에 윤소희가 김우중을 막 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몬드는 가장 앞장서서 김주혁을 괴롭힌 놈을 본다.
‘김우중.’
아직도 신나게 억지 미소를 짓고 있는 김우중이다.
놈은 이 패거리에서 아무래도 앞잡이, 행동대장 비스무리한 역할 같다.
“체육 시간이다! 여자들은 4반으로! 남자들은 여기서 갈아입고! 3, 4반 같이 운동장 우측에 모인다!”
반장으로 보이는 학생이 쩌렁쩌렁하게 외친다.
여자아이들이 반을 이동한다.
윤소희도 이만 이동하려 했으나 백준수가 끌어당긴다.
“소희야. 우린 화장실 가서 따로 갈아입을까?”
“아. 백준수. 미쳤어? 학교에서 왜 그래.”
“우리 어차피 알 거 다 아는데. 응?”
“참 내.”
윤소희는 그래도 싫다며 4반으로 간다. 백준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실실 웃는다.
-아몬드 님. 미션 걸겠습니다.
-일단 백준수가 암살 1순위 맞죠? 예?
-저 둘부터 매달고 시작합시다.
띠링!
[미션 등록!]미션이 등록됐다. 아까 채팅에서 말한 시청자가 진짜로 걸었나 보다.
[백준수 & 윤소희 사살.] [10만 원]아몬드는 마이크를 방송 채널로 돌린다.
“여러분 아무리 그래도 학생들을 죽이라뇨. 여기 그런 방 아닙니다.”
띠링!
또 미션이 걸린다.
[김우중 쥐어패기] [30만 원]30만 원?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인다.
“음…… 뭐, 패는 건 가능하죠.”
-줘패깈ㅋㅋㅋ 분노가 느껴지누
-???: 패다가 죽으면 그건 제 탓 아닙니다?!
-30만 원이 컷이다 들었제?
[견과류통번역과수석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진정한 견과류단은 이렇게 이해합니다: 아하! 패는 게 30이면 죽이는 건 한 100이면 되겠구나!]“그런 방 아닙니다.”
-그런 방ㅋㅋㅋㅋㅋ
-이야 100으로 올려보즈아아아아!
-백준수 ♥ 윤소희 (저승에서) FOREVER
-지옥 가즈아아!
시청자들은 이미 걸린 미션에 추가금을 마구 얹어대기 시작했고.
[백준수 & 윤소희 사살.] [11만 원]“아니. 그러니까…….”
띠링.
[23만 원]미션금은 급속도로 불어났다.
한 번에 10만 원씩 얹는 큰손들이 들어오기 시작해서다.
[48만 원]순식간에 50만 원에 가까운 돈이 모인다.
-작은 힘이라도 보탭니다…….
-ㅋㅋㅋㅋ미친 화력
-엌ㅋㅋ 이 정도냐고.
거기에, 누군가 통 크게 한 방 넣었다.
두둥!
[수줍은 여포 님이 무려 100만 원을 미션금에 추가하셨습니다!] [사람 살리는 일에 뺄 수 없지요.]100만원 단위가 얹어져 버린다.
-크 수포자
-수포자가 또 학교에 빠질 수 없지 ㅋㅋ 암 ㅋㅋㅋ
-사람 죽이는 일 아님? 왜 반대로 말함?ㅋㅋㅋㅋㅋㅋ
-할 땐 한다! 수포!
-백준수가 그렇게 미웠냐!ㅋㅋㅋㅋ
-사람 죽이는 일이자나 이 새끼얔ㅋㅋㅋ
[백준수 & 윤소희 사살.] [148만 원]무려 150만 원에 가까운 미션금이 걸린다.
아몬드는 곧바로 태세를 전환한다.
“놈들에게 지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엌ㅋㅋㅋㅋㅋㅋ
-150만 원짜리 지옥행 티켓이다 커플새끼들아!
-두당 75만 원짜리 목숨이었군 ㅋㅋㅋ
-크! 이 집 흥정 잘하네!
[오잉?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그런 방 아니라면서요!ㅋㅋㅋㅋㅋ]누군가 아몬드의 신념을 지적하였으나.
“그런 게임인 걸 어떡해요.”
칼 같은 대답으로 마무리했다.
-반응속도 도랏누ㅋㅋㅋㅋ
-돈 앞에선 청산유수
-토크쇼 한번 갔다 오더니, 혓바닥 피지컬도 올랐네
* * *
체육 시간.
이론 수업을 하는 날을 제외하곤 운동장에 번호대로 서서 체육 선생님을 기다려야 한다.
“김주혁. 너 12번이잖아. 여기다.”
반장이 아몬드에게 삿대질을 한다.
짜증이 섞인 동작이다.
“아. 더워 죽겠네.”
그러고 보니 여긴 여름이다.
반장은 안경에 묻은 땀을 닦아내며 다른 아이들을 불러온다.
“야. 줄 서! 또 뛸 거야?!”
반장의 고함에 장난을 치던 아이들이 하나둘 줄을 서는데.
푸하하하하!
저 뒤쪽에선 아직 줄에 서지 않은 백준수와 그 무리들이 떠들고 있다.
“……후.”
반장은 그냥 한숨만 내쉬고는 별말은 하지 못한다.
“저 자식들…… 줄 안 서다가 또 단체로 혼나는데…….”
휘이이이이이이!
그때였다. 체육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
후다닥!
아이들이 너 나 할 거 없이 순식간에 제 자리에 서버린다.
-와 ㅋㅋㅋㅋ 고증
-체육 패션 뭔데 ㅋㅋㅋㅋ
-고인물 포스 ㄷㄷ
체육 교사는 등장부터 범상치 않았다. 일단 패션 센스가 가관.
새빨간 티셔츠와 반바지는 한 150미터 정도 떨어진 여기서도 눈에 확 띈다.
거기에 쉴새 없이 불어대는 호루라기.
휘이이이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계속 호루라기를 불어댄다.
“줄 서!”
“야! 들어와! 얼른!
“아. 체육 화난 것 같은데.”
아마 아이들이 줄을 똑바로 안 서서 뭐라 하는 것 같다.
휘이이이이!
휘이이이!
줄을 얼추 다 선 후에도, 호루라기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하 씨…… 줄 제대로 서 있으라니까.”
반장은 그게 백준수 무리가 줄을 제대로 서지 못해서라 생각했다.
“야. 근데 체육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왜 저렇게 걸어.”
“뭐 들고 오나?”
“또 뭐 이상한 거 시키는 거 아냐?”
아이들은 체육 교사가 이상하다면서 웅성거린다.
휘이이── 픽!
호루라기 소리가 멈췄다.
그와 동시에 체육 교사가 쓰러졌다.
“……?”
잠시의 침묵.
사람이 넘어지는 걸 많이 봐왔지만, 기절하듯 쓰러지는 건 얘기가 다르다.
거친 시멘트 바닥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건,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니까.
“뭐, 뭐야……?”
“왜 저래?”
웅성대는 아이들.
“반장! 네가 가 봐!”
백준수 무리가 뒤쪽에서 반장을 밀어냈다.
“아…… 아씨…….”
“뭐? 아씨? 아 씨 뭐?”
“아, 아냐. 갈게.”
백준수의 눈길을 피해 체육 교사에게 다가가는 반장.
“선생님. 괜찮으세요? 양호쌤 부를까요?”
반장은 갑자기 코를 찌르는 악취에 인상을 쓴다.
“욱……!”
이게 뭐지? 반장은 자신이 제대로 본 게 맞는지, 안경을 고쳐 쓰며 돌아본다.
그제야 알았다. 체육 교사의 빨간 운동복이 사실은 흰색이었다는 걸.
“피…… 피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