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9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0화
4. 진짜 생존(1)
“피, 피…… 피야! 피!!!”
반장이 당황하자 몇몇 아이들이 뒤따라왔다.
“뭐, 뭐야, 미친!”
“체육 왜 저래?”
“피, 피야?!”
“칼에 찔린 거야? 괴한 습격 뭐 이런 거야?”
“어떡해!?”
먼저 간 아이들이 소란스러워지자, 다른 아이들도 하나둘 따라서 간다. 무슨 구경거리라도 난 듯 빙글 둘러선다.
“야. 119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
“어. 안 그래도 부르고 있어. 부반장 넌 얼른 가서 양호쌤 좀.”
“아, 알았어.”
부반장이라 불린 여자아이가 빠르게 교내 쪽으로 뛰어간다.
“와씨…… 피 뭐냐?”
“어, 어떡해…….”
“이거 뭐야? 어? 경찰도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
“살아는 있어?”
학생들이 겁에 질려 호들갑을 떨고 있었고.
와중에 그나마 태연한 무리는 백준수 무리뿐이었다.
“병신 쫄보 새끼들.”
앞잡이 역할인 김우중이 가장 먼저 한소리 했고. 백준수는 기지개를 켜며 윤소희의 어깨를 당겨왔다.
“우리. 이 틈에 잠깐 나갈까?”
“어……? 무슨 소리야. 갑자기.”
“이거 이제 곧 난리 날 거 아냐. 그사이에 우리 나간다고 학교에서 제대로 알겠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사 줄게.”
“아…….”
윤소희는 갑작스러운 제안에 어리둥절했으나, 자신의 친구들의 돌아가는 고개를 보고는 끄덕였다.
“아. 그래. 개이득이네. 이 틈에 나가면.”
“뭐야. 둘이 나가서 뭐 하게. 같이 가.”
무리의 다른 아이들도 낀다며 키득거렸다.
“와. 백준수 머리 존나 좋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
“내가 은근히 좀 돌아.”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윤소희를 데리고 교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던 중, 가장 멀리 서 있던 아몬드와 마주쳤다.
그의 입장에선 김주혁이다.
“……?”
백준수는 뭔가 못 볼 걸 봤다는 듯 멈칫하고, 중얼거린다.
“뭐야…… 저 자식…….”
사람이 피에 절여져서 쓰러진 이 와중에, 전혀 겁이 안 나는 인간은 있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어린 학생들이라면, 센 척은 할 수 있어도 진짜로 당황조차 않았을 수는 없다.
그런데 저 녀석은 뭐야.
진짜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백준수가 과장하여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그야 아몬드는 방송 마이크 채널로 시청자들과 소통 중이었으니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게 당연한 일이다.
“이제 시작된 것 같네요. 그쵸?”
-다 죽여! ㄷㅏ 죽여!
-두근두근
-이제 다 죽이러 가냐?
-다 쏴 죽이자!!
-이 사람들아 이거 생존게임이야 ㅋㅋㅋㅋ
또한 그는 이곳에서 저 사태가 뭘 의미하는지 제대로 아는 유일한 인물이다.
체육 선생이 쓰러진 것만으로, 그는 좀비 사태가 시작된 걸 짐작할 수 있었기에 대비도 할 수 있었다.
“만약 좀비 나오면 뭐부터 해야 할까요.”
-식량 챙기자
-무기부터 ㄱㄱ
-아몬드라면 무기 들고 다 후려패도 되지 않을까?
-식량이 무조건 먼저지 배고프자나
아몬드는 채팅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아무래도 식량에 손을 드는 사람이 많았다.
‘일단 식량일까.’
그러고 보니 매우 배고픔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시청자들의 의견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무기를 못 챙긴다고 생각하면 또 아쉽다.
그때, 백준수가 어깨를 치고 지나간다.
“야.”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또 공포에 질려 버린다.
[공포]당연히 말도 못 한다.
“너. 앞에 안 보이냐.”
다행히 백준수도 노려보기만 할 뿐 별다른 짓을 하지 않았다.
옆에 팔짱을 끼고 있던 윤소희가 그를 끌어당긴다.
“야. 백준수! 우리 지금 나가야 돼. 또 쌤들 오면 못 나간다고. 나 떡볶이 먹고 싶어.”
“……그래.”
백준수는 여전히 아몬드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걸음만 옮겼다.
“가야지. 떡볶이 먹자. 사 줄게.”
“앗싸!”
둘은 멀어져간다. 그러자 아몬드에게 걸린 공포가 해제된다.
“어. 이제 말 나온다. 이거 공포 걸리면 시청자들한테도 말 못 하는 건 패치되어야겠네요.”
-ㅋㅋㅋㅋㅋ그래서 계속 벙어리 되던 거구나
-난 또 너무 몰입해서 진짜 말을 못 하는 줄 ㅋㅋㅋ
-백준수 쉑 키 ㅈㄴ 크네 PTSD 온다;
-백준수 곧 뒤질 놈이 개띠껍누
백준수가 띠껍다라…… 그렇긴 한데. 아몬드는 그 덕분에 뭘 해야 할지 명확히 알았다.
무기와 식량 중.
이 캐릭터는 답이 정해져 있는 놈이었다.
“무기를 찾아봤자. 이 쫄보 김주혁이 또 공포 걸리면 아무것도 못 할 거 같네요. 식량으로 가겠습니다.”
무기는 이 캐릭터에게 과분해 보인다.
좀비를 상대로도 공포에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일진들을 상대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
-쫄보 김주혁ㅋㅋㅋㅋㅋ
-이름 진짜 잘 지었당ㅎㅎ
-쉿. 조심해. 호두는 밴을 할 수 있다고!
아몬드는 동선을 정했다.
“일단 상황이 벌어지면 매점에 가겠습니다.”
당장 생각나는 건 매점.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무더기로 쌓인 곳이다.
[빵셔틀아님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매점~? 빵셔틀이 거기에 하루 종일 있으면 정신이 멀쩡하겠어? 크크루삥빵뽕~]“……후원 감사합니다. 빵셔틀 님.”
아몬드는 감사 표시만 하고 내용은 무시했다.
-ㅋㅋㅋㅋㅋㅋㅋㄹㅇ
-PTSD 오지긴 하겠네
-아우 저 목소리 시러
[아몬드 담당 파티셰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빵셔틀도 안 해본 새끼들인가ㅋㅋ 빵셔틀은 매점이 젤 편해 ㅅㅂ 일진들은 다 빵셔틀 시켜서 거긴 무서운 애들이 없거든.]-뭔 부심이냐 ㅋㅋㅋㅋ
-ㅋㅋㅋ찐이다 이 새낀
-빵셔틀을 넘어서 파티셰누
후원은 계속 이어졌다.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잠깐 쉬는 타임이라 인지한 것 같다.
[정기찬의 빵셔틀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식당이 더 낫지 않음?]“정기찬의 빵셔틀 님. 감사합니다. 지금 점심시간 지나서 식당엔 조리된 음식이 없을 것 같아요. 조리 전 식자재들은…… 전기가 끊기면 너무 불리할 것 같은데.”
-판단 크으~ 이게 배틀라지의 짬바인가?
-오. 호두 좀 도네
-전기 끊길 때까지 간디메타로 죽치고 있을라구?ㅋㅋㅋㅋ
-닉 ㅅㅂ 뭔데 ㅋㅋ
-빵셔틀의 빵셔틀ㅋㅋㅋㅋㅋㅋ
-ㄹㅇ이네
-생태계로 치면 플랑크톤 같은 거지 짜샤
[정기찬 담당일진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정기찬 이 모솔 쉑…… 빵셔틀인 척하더니. 다른 빵셔틀들 부리는 빵 항공모함이었누~]-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 항공모함ㅋㅋㅋㅋㅋㅋ
-정기찬이 중간에 빵 배달 오더받고, 밑에 셔틀들한테 시키는 거였어 ㄷㄷ
-모솔 그만 놀려 ㅠ
-빵 캐리어 씹ㅋㅋㅋㅋㅋ
[빵 스커지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솔직히 빵은 매점 복도에서 기다리다가 한 입만 해서 먹는 게 최고지~]-개극혐;
-너가 젤 나빠
-닉값 오지네 ㅅㅂㅋㅋㅋ
아무래도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빵셔틀 컨셉을 갖고 있는 정기찬(*모스트 솔리아)의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본래 타 스트리머가 언급되는 건 자제해야 하지만, 아몬드는 일단 선을 넘지 않는 이상 그냥 두기로 했다. 맥락에 아예 안 맞는 이야기도 아니니까.
그때였다.
“어! 선생님!”
한 여학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몬드는 뒤를 돌아보고는 의아해했다.
‘어? 언제 일어났어?’
어느새 체육 교사는 상반신을 일으킨 상태였다. 영락없이 죽은 줄 알았는데 말이다.
아마 그래서 여학생이 소란을 피운 모양이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무슨 일이었던 거예요!?”
여학생은 교사에게 사건의 경위를 물었으나, 교사는 그녀의 목덜미를 물었다.
콰득!
“……?”
순간의 정적.
아이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목덜미를 물린 여학생도 비명 일체 지르지 못한 채, 눈알만 돌려 자신을 물어버린 교사의 얼굴을 확인한다.
뚝뚝 흘러내리는 끈적한 피와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벌름거리는 콧구멍, 날이 바짝 선 이빨, 시뻘겋게 충혈된 눈.
그리고 잠시 후──
“──아아아아아아악!”
뒤늦게 밀려오는 고통에 비명이 터져 나오고.
“미친!”
“씹…… 뭐야!?”
“선희야아!!!”
아이들이 전부 한발 물러난다.
그러나 누구도 한 발이라도 먼저 도망가는 이는 없었다. 도망을 가야 하나 여학생을 구해야 하나 구분이 안 되는 거다.
“크으으으으!”
그사이 체육 교사는 목덜미를 문 채로 턱에 더 힘을 주어서, 아예 살점 채 뜯어내 버린다.
콰드윽!
여자아이는 비명도 이제 지르지 못한다. 쇼크로 기절해 버렸으니.
“이씨…… 야! 그러니까 줄 똑바로 서 있으랬잖아!”
반장이 손을 덜덜 떨며 외친다.
이 와중에 줄 이야기를 하다니. 이 녀석도 정신이 어떻게 된 게 분명했다.
체육 교사는 그사이 전신을 일으킨다.
입가에 피를 뚝뚝 흘리며.
그는 느릿하게, 아이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크르르…….”
피 끓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을 향해 손톱을 휘두르는 모습.
촤악!
“으악!”
남학생 하나의 등덜미가 긁힌다.
시뻘건 자국이 남는다.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손톱을 휘두르려 했으나.
훙!
아이들이 물러나며 다 피했다.
“서, 선생님!?”
“이게 뭐야 대체!”
교사는 대답을 못 한다. 단지, 다시 느릿하게 아이들에게 다가오며 긁어버릴 틈만 노릴 뿐.
“저, 저, 얘들아…… 이거 혹시…… 조, 좀비가 아닐까?”
계속 뒷걸음질 치던 어떤 여학생이 조심스레 질문한다.
“계, 계속 물려고 하고…… 뭔가…… 시체처럼 움직이는 것도…….”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 말이 무섭게, 아까 쓰러졌던 여학생이 몸을 일으킨다.
“크으으…….”
목덜미가 너덜해진 그 꼴 그대로, 아이들을 향해 걸어온다.
헛.
아이들은 헛숨을 들이켜며 뒤로 물러난다.
아까처럼 순진하게 괜찮냐며 다가가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좀비가 둘이다.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거다.
“지, 진짜 좀비잖아!?”
“우리 나가야 하는 거 아냐!?”
“그래! 일단 학교 밖으로 나가자. 양호쌤 부르러 간 지현이도 안 오는 거 보면…… 학교 안에 난리 난 거 아냐?!”
이 말이 터져 나온 순간.
너 나 할 거 없이 뒤돌아 뛰기 시작하는 아이들.
“으, 으아아아아악!”
“좀비다! 좀비!!!”
그들은 모두 살고자 교문을 향해 뛰었다.
그때, 앞쪽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온다.
“──꺄아아아아!”
윤소희 목소리다. 그녀는 한참 전부터 교문으로 가지 않았던가?
‘이런.’
꿀꺽.
아몬드는 교문 밖의 광경에 마른침을 삼킨다.
“이럴 수가.”
“우, 우리 못 나가?”
“헐.”
크어어어…….
크어어…….
교문과 담벼락 근처에 수많은 좀비가 우글거린다.
멀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대략 100마리는 넘을 듯했다.
“저, 저게 뭐야!? 응?! 백준수!”
“조용히 해!”
윤소희가 소란을 피우니, 백준수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되받아친다.
좀비들이 소리에 반응하는 거다.
그들은 윤소희의 비명에 교문으로 전부 모여들었다.
철컹…… 철컹…….
교문이 철문으로 되어 있다지만, 100이 넘는 좀비들의 무게를 견딜까?
끼이이……!
슬슬 철문은 단말마의 비명을 준비해가고 있었다.
“저…… 저거 설마 무너지냐?”
백준수 무리 근처에 있던 김우중이 뒷걸음질 치며 묻는다.
그는 안색이 거의 파래진 상태다.
‘음?’
이때 아몬드는 심장 박동에 이상을 느낀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 김주혁의 것.
두근, 두근──
그리고, 희한한 감정이 하나 떠오른다.
[희열]희열?
이게 뭘까. 반문하는 순간 설명이 나온다.
[모든 상태 이상이 일시적으로 해제됩니다.]갑자기 몸이 가벼워진다.
매우 배고픔이 사라진 거다.
그때──
“꺄아아아아아악!”
──쿠우웅!
철문이 결국 무너진다.
* * *
난장판.
이 말만큼 이 사태를 제대로 표현할 단어는 없다.
“무, 무너졌어! 무너졌어!”
“꺄아아아아아악!”
“비, 비켜어어!”
교문으로 뛰던 아이들, 다시 학교로 도망치는 아이들이 엉켜서 모래밭을 나뒹군다.
교문에선 누런 먼지가 피어오르고.
쿠구구구……!
좀비 무리들은 느긋하게, 그러나 꾸준하게 좁혀온다.
“뒤로 뛰어! 뒤로!! 밖이 지옥이다아아!!!”
반장이 고래고래 고성을 내지르며 뛴다. 그제야 아이들이 다 학교로 향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씨, 씨발…… 체육…….”
좀비 둘이 퇴로를 가로막는다.
체육 교사와 그가 좀비로 만든 여학생이다.
사실 이 널찍한 운동장을 좀비 단둘이 막아설 순 없는데.
반장의 눈엔 그들이 너무나 커 보였다.
“망했──”
그가 좌절하려는 때.
──퍽!
누군가 달려나가고, 체육 좀비가 엎어진다.
“!?”
아몬드다.
그가 뛰어가며 다리를 걸어버린 것이다.
“크아아아아!”
옆에서 달려드는 여학생 좀비가 아가리를 쫙 벌린다.
따악……!
허공에서 부딪히는 이빨 소리.
아몬드는 피한 것이다. 한 뼘이나 여유롭게.
그리고 어느새 그녀의 뒤통수에 얹어진 손.
훅!
그걸 그대로 땅으로 밀며 다리를 툭 쳤다.
좀비는 제힘까지 함께 받으며 거의 반 바퀴를 회전하고──
철퍽!
──넘어져 버린다.
반장은 물론 아이들의 눈이 전부 휘둥그레진다.
“돼, 됐다! 김주혁! 엄청난데!?”
반장의 환희에 찬 감탄.
그러나 아몬드는 그를 무시한 채 계속 앞으로 뛰었다.
“야! 야! 어디 가!?”
반장은 아몬드가 쓸모 있어 보였는지, 계속 따라오려 했으나. 그는 달리기가 느렸다.
* * *
“허억…… 허억…….”
아몬드는 차오르는 숨을 참아내며, 벽에 손을 짚는다.
더 이상 뛰기 힘들다.
“이쪽은…… 좀비들 없네요. 아직 학교 안엔 다 퍼진 게 아닌가 봐요.”
아이들의 추측은 정반대였다.
밖이 안전하고 학교 안이 좀비투성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학교 안은 평화롭다. 대체 체육 교사는 어디서 전염돼서 온 건지 의문일 정도로.
여기서 생존을 준비해야 하는 게 맞아 보인다.
“아…… 이제 너무 느려져서. 좀 걸을게요.”
[매우 배고픔 → 굶주림]희열이 끝난 후 상태는 오히려 악화됐다.
아몬드는 마치 좀비처럼 느릿한 발걸음으로 걸어야 했다.
그렇게 미니맵을 보며 천천히 걸어가던 중.
[매점]드디어 홀로 매점에 도달한다.
* * *
[초보자 Tip : 좀비 스쿨에선 누구든 언제나 죽을 수 있습니다. NPC에게 정을 붙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