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9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2화
4. 진짜 생존(3)
화장실은 어떻게 가냐니.
이런 거까지 일일이 다 생각해야 한단 말인가.
아몬드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간 해봤던 게임들과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던가.
“컨셉이겠죠. 설마 게임 안에서 어떻게 싸요.”
그냥 지독한 컨셉 게임이다. 이렇게 생각해 버리는 아몬드.
-현실 외면ㅋㅋㅋ
-NPC가 저렇게까지 말하는 거 보면 ㄹㅇ인 듯한데 ㅋㅋㅋ
-헐 우리 아몬드 오빠가 응아하는거 보는 거야!? 꺄앗! (덜렁)
-만약 진짜면 역대급 지독한 게임이다ㅋㅋㅋㅋㅋ
아몬드는 이 설정이 진짜라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스트리머들에겐 너무나 수치스러운 게임이 되어버리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게임 자체의 난이도가 말도 안 되게 상승해 버린다.
“……저기. 내 말 듣고 있어? 화장실은 어떻게 해결해. 저기 복도까지 가야 한단 말이야.”
매점 알바가 철문 너머를 가리킨다.
쿵! 쿵……!
지금도 누군가 계속 두들기고 있는 그 철문 너머를.
“그건…… 그때가 오면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뭐? 그럼 늦지! 설마 그냥 종이봉투에 싸고 밖에 버리자고? 우리 샤워는? 옷을 이대로 계속 같은 걸 입을 거야? 너 땀 냄새 진짜 쩌는데?”
“내 옷이 아니…….”
“어쨌든!”
-매점 누나 캐리 ㅋㅋㅋ
-???: 오…… 새로운 호두를 찾았다.
-아몬드 대신 호두 굴려주는 NPC
-와 옷도? 인공지능 장난 없누.
“위생도 생존에 직결된다구. 내 전공이 식품 위생학이거든?”
와. 나름 전공을 살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구나. 와중에 아몬드는 그런 감탄을 했다.
“꼭 칼에 찔려야 사람이 죽는 게 아니라구. 위생 상태가 나빠져도, 천천히 죽어간단 말이야. 현대인들이야 늘 항생제나 병원 접근성이 좋으니 잘 모르지.”
주저리주저리 위생의 중요성에 대해서 연설을 늘어놓는 매점 알바.
아몬드는 찬찬히 들어보고 이렇게 반문했다.
“그럼. 누가 갈 건데.”
“?”
아직도 두들겨지는 철문을 가리킨다.
쿵! 쿠궁! 쿠구궁!
“누가 나갈 거야, 저기로. 저기 밖으로 가야 화장실이 있잖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총대 메기, 탁상공론…… 따위의 것들과 일맥상통하는 현재의 상황.
위생 관리, 배변 처리, 다 좋다 이거다. 근데 누가 그걸 위해 나설 수 있는가. 이게 문제다.
“나도 끼는 거야?”
덥수룩한 머리의 소년이 드디어 입을 연다.
“여기 안 끼면. 나갈 거야?”
-아몬드 왜 화남?ㅋㅋㅋㅋㅋ
-누나한테 팩폭당하고 ㅂㄷㅂㄷ 중
-어우 까칠해~ 오히려 좋아~
-맞말이긴 하네ㅋㅋㅋ
-더벅머리 쉑 가만히 있다가 조장 될 거 같으니까 말하누 ㅋㅋ
더벅머리 소년은 아몬드를 한참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나갈 순 없지. 여기 껴야지. 그럼 우리 셋이 팀이구나.”
팀?
아몬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소년의 말이 맞다. 결국 한 팀이긴 했다.
-아몬드는 팀이라고는 생각 안 하는 표정인데?ㅋㅋㅋㅋㅋ
-???: 팀? 누가?
-지옥 팀플 ON!
-여기 고등학교인데 왜 벌써 조별과제 같은 사회파괴적인 시스템이……
“그래. 일단은 그렇지.”
띠링.
그때, 알림이 울린다.
[더벅머리 소년은 당신을 불신합니다.] [매점 점원은 당신에 대해 반신반의합니다.]다른 NPC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메시지였다.
[현재 ‘소속감’이 활성화되었습니다.]뿐만 아니라, 아몬드의 상태도 새로운 게 생겨났다.
-소속감?ㅋㅋㅋ
-커뮤 유저들한테 있는 상태네? ㅎㅎ
-소속감 하면 또 우리 말썽쟁이 난장판 메이커 릴프로가 최고 아니겠어>~<?
소속감.
애매한 단어다.
아몬드는 이 상태가 뭘 의미하는지 파악해 본다.
==== ====
[배고픔]지구력이 소폭 떨어집니다.
[소속감]지구력, 인내, 투지, 긍정이 소폭 상승하며, 팀원이 죽을 시 우울, 부정이 증가합니다.
==== ====
양날의 검이 있는 상태였다.
아몬드는 방송용 마이크 채널로 말했다.
“결국 팀원도 있어야 하나 봐요.”
-그러네 혼자면 외로움 수치 같은 거 있을 듯
-와 게임 디테일하누
-ㅎㄷㄷ
-인간은 혼자서 못 살긴 하지.
아몬드는 다시 매점 안의 둘을 바라본다.
지 필요할 때만 말하는 침묵의 더벅머리 소년, 말이 겁나 많은데 행동력은 없는 활기찬 매점 점원.
이 두 명이 이제부터 팀이다.
좋든 싫든 말이다.
아몬드에겐 그리 스트레스받는 상황은 아니다.
왜 아성에서 배운 것 있지 않던가?
「여기가 네 팀이고. 내가 네 상사다. 네가 좋든 싫든. 우린 그냥 같이 가는 거야. 회사 안에 저 기둥이 싫든 좋든 저 자리에 계속 있는 것처럼.」
팀의 과장을 처음 만났던 날 들은 말이다.
내가 싫고 좋고는 중요치 않다. 같이 가야 한다는 이 현재의 사실만이 중요하다.
이건 꽤 괜찮은 교훈이었다.
“지금 화장실 가고 싶은 사람 있어?”
아몬드는 나머지 둘을 바라보며 묻는다.
더벅머리 소년은 눈만 껌벅였고, 매점 점원은 조심스레 얼굴을 붉히며 손을 든다.
‘어쩐지.’
상당히 다급해 보이더라니. 본인이 화장실이 필요한 모양이다.
“배, 배변은 아냐. 그…….”
“알아.”
뭘 말하려는지 아몬드는 대충 눈치챘다.
‘다행히 매점에서 생필품도 팔고 있어.’
생필품 용량이 떨어질 일은 없어 보인다. 화장실만 있으면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할 터다.
“배변이 아니면 저녁까진 기다릴 수 있겠네.”
“……응.”
“그럼 조금 생각해 보고 갈게.”
점원의 눈이 커진다.
“……가? 네가 간다고?”
“어.”
아몬드는 그렇게 말하며 매점에서 빵 몇 개를 더 집었다.
‘최대한 좋은 컨디션으로 나가야 돼.’
일단 배고픔이라도 아예 없애고 나갈 생각이다.
아몬드는 소보로빵을 하나 더 뜯어 야금거리며 묻는다.
“여기 무기 될 만한 거 있어?”
질문 대상은 당연히 점원이었다.
그녀가 여기 매점 공간을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까.
* * *
끼익.
점원이 안내한 곳은 창고다.
“여기면…… 그나마 있을까?”
여분의 빵과 간식들을 올려두는, 편의점이나 작은 상점에 하나씩 있을 법한 그런 창고였다.
“여기 괜찮네.”
더벅머리 소년이 뒤에서 중얼거린다.
그도 창고를 보겠다며 따라온 것이다. 이제부터 한 팀이라고 한 게 빈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공구 같은 거도 있어. 이 정도……?”
점원이 선반 한쪽에 쌓인 것들을 보여준다.
일단 흔히 노가다 장갑이라고 하는 것이 보이고. 간단한 수리를 위한 스크루 드라이버, 그리고 펜치, 박스를 뜯을 때 사용하는 용도로 보이는 조금 큰 공업용 커터칼이 하나 보인다.
‘칼이 있네.’
그나마 무기 비스무리한 놈이라 아몬드는 가장 먼저 그걸 손에 쥐어보지만.
드르륵.
날을 뽑아보니 역시나 이빨이 다 나가서 녹이 슬어 있다.
박스테이프나 잘라내는 용도이니 오히려 날이 살아 있는 게 더 불편했을 터다.
“혹시 추가 날 더 없어?”
“칼날? 음…… 어, 어디에 뒀더라. 아주머니가 아시는데…….”
점원은 머리를 긁적이며 갸웃거린다.
“음…… 찾아볼게. 아마 창고 어디에 있을 텐데…….”
점원이 한참 이곳저곳을 뒤졌지만, 칼날은 없었다.
아몬드는 창고 밖으로 나가서 찾고.
점원은 남아서 계속 더 찾아보지만, 역시 수확은 없는 상태.
“아씨. 어딨지. 꼭 필요할 때 안 보여!”
그때, 더벅머리 남학생이 중얼거린다.
“만들면 될 거 같은데…….”
“만들어? 칼날을?”
“아니. 무기.”
그는 드라이버로 창고에 있는 선반을 통통 쳤다.
“이거랑…….”
그리고 남은 커터칼 중 하나를 가리킨다.
“이거…….”
마지막은 박스테이프.
“이렇게 해서 창 비슷한 거.”
“오!”
점원은 그 계획이 마음에 들었는지. 박수를 치며 좋아라 했다.
“야! 너 머리 좋다? 어?”
“별로…… 둘이 나쁜 거 같은데.”
“???”
뭔가 못 들을 말을 들은 거 같은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더벅머리는 철제 선반 해체에 들어갔다.
선반 위의 몇 안 되는 물건을 다 내려놓고, 접합부의 드라이버를 돌리기 시작한다.
끼익. 끼익.
“여기 선반 판은 방패로 개조해도 될 수도 있고…….”
소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선반 끝에 있는 기다란 쇠기둥을 분리해 낸다.
“근데 창을 만들어도 날은 똑같이 무딘데…… 괜찮나?”
“그나마 낫지. 멀리서부터 찌를 수 있으면 힘을 넣기도 쉽거든. 죽창이 날이 날카로워서 무기가 아니듯이.”
“아……!”
요점은 전투의 편의성에 있다.
학생들이 좀비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저 작은 공업용 커터칼에 힘을 제대로 전달한다는 건 이론상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기적에 가깝다.
그런 건 숙련된 암살자들이나 할 수 있을 법한 기예.
반면,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찌르듯이 힘을 넣는다면?
칼날이 무뎌도 큰 힘을 실을 수 있다. 그게 창의 위대함이다.
“사실…… 이 쇠기둥을 깎아서 날을 만들면 최고일 텐데.”
박스테이프로 커터칼을 지지한다면, 이 무기의 내구도는 쇠와 커터칼의 단단함이 아닌 사실상 박스테이프의 접착력이 결정한다.
박스테이프가 떨어지면, 이 무기도 효용성을 잃는 거다.
그러나 쇠를 깎아서 일체형으로 날을 만들면 그 무기의 내구도는 쇠의 단단함이 결정한다.
박스테이프의 접착력보다는 훨씬 신뢰도가 높을 것이다.
“물론 말도 안 되지…….”
문제는 탁상공론이다. 대나무도 아니고, 쇠를 깎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계획이다.
쿵!
나사를 몇 개 더 풀고 기둥을 빼내는 순간, 선반이 무너져내렸다. 그는 한 여덟 개 정도 되는 쇠기둥을 전부 수거했다. 그러고는 벽 한쪽에 세워둔다.
“칼은 2개뿐인데…… 뭐하러 그렇게 많이 챙겨?”
“혹시 모르잖아.”
“아, 응.”
점원은 생각도 못 했다는 듯 폴짝 뛰었다.
그런데, 그때──
바깥쪽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난다.
──쿠당탕!
“……?”
이 소리,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철문 열리는 소리다.
“서, 설마…….”
좀비들이 결국 철문을 힘으로 열어내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으로 현아는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밖에 아직 아몬드가 있으니까. 그를 불러들여야 한다.
그런데…… 상황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였다.
“뭐, 뭐 해?! 너 지금!”
철문을 열고 있는 건 아몬드였고.
철컹!
그녀가 도착했을 땐 이미 문이 열려 버린 뒤였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으로 좀비라는 걸 보게 된다.
“크아아아아아악!”
겉보기로는 분명 사람인 것이,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서는 짐승 같은 카랑카랑한 소리를 내며, 반 정도 함몰된 손톱과 주먹을 휘두른다.
“캬아아아악! 캬악!”
“크아아악!”
한두 명이 아니었다.
교복을 입은 차림의 좀비들이 적어도 열댓은 되어 보였다.
좀비들은 걸음걸이가 느렸다.
딱딱하게 굳은 근육으로 흐느적거리며 몸을 겨우 움직이는 느낌.
그래서 지금이라도 다시 철문을 닫으면 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 괴생명체 쪽으로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는 걸 인간의 본능이 허락하지 않는 거다.
목소리조차 나가질 않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벌어진 일을 보며 그녀는 소리를 내고 만다.
“흐읍……!”
부릅떠진 점원의 눈에 비친 건.
드르륵.
커터칼을 든 아몬드가 좀비에게 돌진하는 모습이다.
“아, 안 돼! 왜 그러는 거야!?”
비명 같은 질문이 결국 새어 나온다.
그만큼 어이없는 급발진이었다. 그러나, 아몬드에겐 결단을 빨리 내려야 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경고! 소변 수치가 최대입니다.] [해소하지 않으면 건강 이상 징후가 시작됩니다.]‘음료 적당히 먹을걸……!’
컨디션 음료를 맛있다고 너무 많이 들이킨 게 화근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피자빵이라든가 소보로빵도 엄청 먹어대지 않았던가.
-견과류쉑 어떤 때보다 필사적인 눈빛ㅋㅋㅋㅋ
-똥 마려워서라고 왜 말을 못 해 ㅋㅋㅋㅋㅋㅋ
-똥 때문에 급발진ㅋㅋㅋ
-엌ㅋㅋㅋㅋ
-말 그대로 똥 싸는 판단
그는 마려웠던 것이다.
엄청나게.
그렇기에 좀비들을 보며 결심한다.
‘2분 안에 돌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