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9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3화
5. 일파만파(1)
팀원들(?)의 동의 없이 문을 열어버린 아몬드.
“미친 거야…… 계속 여기 갇혀 있으니까. 미친 거라구…….”
점원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으나.
아몬드도 사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똥을 싸기 위한 혈투 ㄷㄷ 기대가 됩니다~
-난! 화장실을 가겠다!
-선생님! 화장실 보내줘요!
-크. 화장실 안 보내주는 한국 학교 고증 지리구요
그의 배변 활동의 한계치가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변은 이미 한계였고, 대변마저 밀려올 거라고 한다.
실로 무서운 일!
아몬드는 실제로 본인이 마려운 것도 아닌데 초조함을 느낀다.
‘얼른……!’
혹여나 방송이 켜진 상태로 바지에 지리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흑역사다.
캡슐을 나갔을 때 주혁이 뭐라고 놀릴지 눈에 훤히 보이는 상태.
‘한 열다섯쯤 되나.’
좀비의 개체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열다섯이다.
이들은 그리 빠르지도 않다. 그저 끈질길 뿐이다.
그리고…….
위험할 뿐이다.
‘긁히는 것도 감염이려나.’
현재 좀비가 어떤 방식으로 상대를 감염시킬 수 있는지는 모른다.
‘물리는 건 백 퍼센트.’
다만 체육 선생 좀비를 생각했을 때, 물리는 것만은 무조건 피해야 했다.
“매점 누나. 여기 문 닫아.”
“……뭐?”
“닫고 있으라고 일단.”
점원은 넌 대체 어쩔 거냐는 듯 흔들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망설인다.
“대, 대체 왜 나가려는 거야!? 그냥 들어와 일단!”
점원은 아직 좀비들이 공격하지 않은 틈에 아몬드를 말려보려 한다.
“그야…….”
-“마려우니까”
-그것이…… 마려우니까. 펀하게! 섹시하게! 쿨하게!
-ㅋㅋㅋㅋㅋㅋㅋㅋ말을 왜 못 해
-아몬드 이런 거 부끄럼 느끼네 ㅋㅋㅋ
“그야…… 할 수 있으니까.”
아몬드는 최대한 그럴듯한 말을 던진 후.
앞으로 뛰어나간다.
-ㅁㅊㅋㅋㅋㅋㅋ
-쌀 수 있으니까…….
-대사 뭔데 ㅋㅋㅋㅋㅋㅋ
-똥폼 잡누 ㅋㅋㅋㅋ
-말 그대로 똥폼ㅋㅋㅋㅋ
“얼른 닫아!”
좀비 하나가 기다렸다는 듯 달려든다.
“카아아악!”
그 장면에 점원은 결국 기겁해서 매점 철문을 닫아버린다.
쿵!
“도, 돌아와! 꼭!”
철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
“캬아아아아아!”
이건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리.
‘온다.’
쫙 벌어진 아가리가 아몬드를 향해 시커먼 목구멍을 드러낸다.
“캬아아악!”
훅!
아몬드는 좌측으로 상체를 틀며, 공격을 흘렸다.
좀비의 머리칼이 콧등을 스쳐 간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이빨 부딪히는 소리.
따악!
저 공격에 살점을 뜯겼을 걸 생각하면 털이 곤두선다.
‘그래도 느려.’
아몬드는 물려고 시도할 때 드러난 목 뒤를 칼로 찔러버렸다.
푹!
끈적거리는 피가 꿀렁이며 흘러나온다. 하지만…….
“크아아아!”
좀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뒤를 돌아 팔을 휘두른다.
훙!
자세를 숙여 피한 후, 다시 턱 밑을 커터칼로 올려 찌른다.
푹!
“카아아악! 카악!”
역시나,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다.
‘이건 안 되는데.’
아무리 두툼한 공업용 커터칼이라지만, 박스 포장지나 뜯던 칼로는 무리다.
죽일 수가 없다.
‘어쩌지? 무기를 다시 가져와?’
그는 닫혀 버린 매점 문을 바라본다. 저걸 다시 여는 시간 안에 좀비들에게 둘러싸일 거다. 그것만은 피해야 한다.
그러니, 기각.
[경고! 대변 수치가 90% 이상입니다.] [해소하지 않으면 최대 기절까지 이어집니다.]대변 수치가 80에서 90으로 올라간다. 그의 판단을 부추기듯.
아몬드는 눈을 굴려 화장실의 위치를 본다. 언뜻 코너로 문이 보인다.
미닫이문인데, 걸어 잠글 수 있는 걸쇠가 있는 형태.
‘일단 돌파하자.’
일단 달려서 변을 해결하고, 화장실에 도착하면 문을 잠그고 잠시 시간을 더 벌 수 있다.
“크아아아악!”
커터칼을 맞은 좀비가 그에게 또 덤빈다.
아몬드는 아예 커터칼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그 공격을 흘려 피한 뒤, 발을 걸어 넘겼다.
쿵!
좀비가 바닥에 고꾸라진다.
지능이 낮고 팔다리가 둔한 좀비의 특성상 다시 일어나려면 시간이 걸린다.
따악! 따악!
놈은 그 상태에서도 어떻게든 아몬드의 발이라도 물려고 이빨을 부딪힌다.
소름이 끼치는 광경.
하나 정신이 팔릴 시간은 없다.
‘더 온다.’
소란을 듣고 복도 중간 즈음에 있던 좀비 셋이 다가오고 있다.
아몬드는 넘어뜨린 좀비를 넘어가 그들에게 오히려 달려든다.
‘피할 수 있어.’
비록 셋이나 되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허탈할 정도로 단순하다.
인간처럼 체계적인 진을 짜서 압박하는 건 당연히 안 되고, 상대의 간단한 움직임도 예측하지 못한다.
이들이 공격하는 방향은 늘 한결같다.
‘내가 있는 쪽.’
아몬드가 현재 있는 방향이다.
그렇다면 방법도 간단해진다.
“캬아아아악!”
“크아아아!”
모두가 입을 쩍 벌리며 한 입씩 하려 달려든다. 마치 회전초밥집의 초밥이 된 느낌이었다.
아몬드는 우측으로 발을 박차며, 공격 하나를 흘리고, 다시 연이어 좌로 박차며 또 하나를 흘렸다.
순식간에 지그재그로 그들의 공격을 흘리며, 좀비 셋의 등 뒤로 넘어가 버린다.
타악! 딱!
좀비들의 이빨은 허공에서 서로 부딪힐 뿐. 아몬드의 살점은 하나도 얻지 못했다.
‘먹힌다.’
지그재그.
가장 단순한 상대를 상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돌파 방법이다.
그냥 원래 있던 자리에서만 벗어나면, 그들의 공격은 먹히지 않는다.
좀비들이 공격하려는 타이밍에 맞춰 지그재그로 이동하면, 이론상 절대로 공격을 당할 수가 없다.
이걸 깨달은 아몬드는 더 과감하게 복도를 돌파해 내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몰고, 왼쪽으로 가고. 왼쪽으로 몰고 오른쪽.’
점점 뒤에서 공격하는 좀비들도 생기고, 그에게 몰려드는 숫자가 늘었다.
이번엔 한 번에 다섯.
앞뒤 사방을 둘러싸고 공격이 이어진다.
그러나──
“캬아아아악!”
“크아아아악!”
“카아악!”
──따악!
허공에서 이빨 부딪히는 소리만 들릴 뿐.
아몬드는 매끄럽게 하단으로 몸을 굴리며 그들의 뒤로 넘어간다.
-ㄷㄷㄷ
-이걸 다 피해?
-와
-이 게임 원래 이렇게 하는 거 맞음??ㅋㅋㅋㅋ
-제작진하고 합의가 된 건가요?
그리고 드디어 복도 중앙에 있는 화장실에 다다른다.
‘여기다.’
문은 열려 있다.
휙!
아몬드는 쏜살같이 그 안으로 들어간 뒤.
탁!
가까스로 화장실 문을 닫아버리고.
딸깍.
잠군다.
쿠웅──!
좀비들이 문에 부딪히는 감각이 전해지지만, 일단 당분간은 괜찮을 예정이다.
“하아…….”
아몬드는 문에 등을 기대며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상태를 체크한다.
==== ====
[초조]뭔가 해결되지 않아 초조합니다. 체력이 떨어집니다.
==== ====
의외로 상태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초조함은 배변을 해결 못 해 생긴 것이니 사실상 현재 아무런 디버프가 없는 거다.
“겨우 살았네요.”
아몬드는 곧바로 양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순간 멈칫한다.
띠링!
[가지볶음 님이 2천 원 후원했습니다.] [엇. 아몬드 님. 근데 똥 싸는 모습 보여져도 괜찮겠어요? 참고로 저는 이미 클립 녹화 버튼 눌렀습니다.]“……?”
이게 그대로 방송에 나간단 말인가?
아몬드는 혼란스러웠다.
-헐 맞아 이거 그대로 나오자나
-이런 게임은 보통 그냥 나옴ㅎㅎ
-스트리머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아몬드 쉑 아직 똥 싸는 거 중계 안 해봄? 꿀 빨았네.
무슨 소리들일까.
아몬드는 순간 가치관에 혼동이 온다.
‘당연히 해야 되는 거였어?
말도 안 돼.
이 장면을 어떻게 방송에 내보낼 수가 있겠는가.
그는 믿지 않았다.
‘뭔 방법이 있을 텐데.’
그런 생각과 함께 양변기 위로 다가가자 이런 메시지가 뜬다.
띠링.
[배변]아몬드가 그 위로 손을 가져다 대자…….
화면이 암전한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이 울려 퍼진다.
* * *
쏴아아아아아……!
잠시 어두워졌던 화면이 물소리와 함께 밝아진다.
띠링.
[상쾌한 기분]처음으로 좋은 상태가 떠오른다.
그러나 아몬드는 불안하다.
-으악 ㅋㅋㅋ
-난 봤다~ 난 봤다~
-ㅋㅋㅋㅋㅋ
-어케 넘 부끄러워 ㅠㅠ
-덜렁(물리)
-ㅋㅋㅋㅠㅠㅠ 인정해 드립니다. 당신을 진짜 스트리머로~
‘뭐야. 이거. 설마 나왔다고?’
화면이 암전된 사이 뭔가가 방송에 나왔다는 것 같다.
아몬드의 얼굴이 화끈해졌다.
그는 앞뒤 볼 거 없이 바로 캡슐을 나가버렸다.
* * *
스르륵.
맞춤형 캡슐이 살아 있는 세포처럼 열리고, 다급한 표정의 상현이 뛰쳐나온다.
“야, 야 주혁아!”
주혁의 뒷모습이 움찔움찔거린다.
푸훕…….
이 자식. 웃고 있다.
“야!”
“푸하하하하!”
김주혁이 의자를 돌리며 미친 듯이 웃는다.
“넌 방송 천재다.”
상현의 얼굴이 그야말로 홍당무가 되어버린다. 주혁까지 저런 반응인 걸 보면 진짜로 보인 모양이다.
“지, 진짜 나왔어!?”
“으흐흐흐으하하하!”
“아니. 이 게임 진짜 너무하네…….”
아몬드의 허탈해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져 캡슐 안쪽 마이크에까지 흘러 들어갔다.
-ㅋㅋㅋㅋㅋ미치겠닼ㅋㅋ
-엌ㅋㅋㅋ
-다 포기한 목소리 ㅋㅋㅋ
-클립이다 이거
-어떡해 진짜 존나 귀여워ㅋㅋㅋㅋ
-악ㅋㅋㅋㅋㅋ
-확 깨물어 주고 싶네ㅋㅋㅋ
그 말에 주혁이 배까지 잡고 폭소한다.
“야. 이거 봐라.”
그는 손짓으로 컴퓨터 화면을 가리킨다. 아몬드가 화장실로 쳐들어가는 씬이 재생되고 있다.
상현의 눈이 흔들렸다. 자기 눈으로 자기가 ‘그걸’ 하는 걸 봐야 한단 말인가?
실눈을 뜨고 있는 와중, 화면이 깜깜해지고.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
이내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다시 나온 후. 얼굴이 벌게진 아몬드가 갑자기 로그아웃해 버리는 장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ㅈㄴ 웃겨 ㅋㅋㅋ
-아몬드 너무 커여워
-역시 아직 뉴비라니까!? ㅋㅋㅋㅎㅎ
이런. 속았다.
상현은 분노가 치밀었으나, 안도감이 훨씬 더 컸다.
“휴우.”
어찌나 크게 안도했던지, 육성으로 안도의 숨을 뱉어내는 상현.
-휴 ㅋㅋㅋㅋ
-진짜 사랑스럽다 아몬드
-어떡해 ㅋㅋㅋㅋ
-그걸 진짜 믿냐고 ㅋㅋㅋ
“저 게임이 잘 만들긴 했나 보다. 네가 이런 거에 다 속고.”
주혁이 낄낄대는 말처럼. 이 게임의 리얼리티는 정신이 나간 수준이었다.
끝까지 믿고 싶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이 게임이라면 정말로 그럴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지워지질 않았던 것.
분명 제정신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그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감 넘치는 학교의 환경, 문을 두들기는 좀비, 그리고 채팅창을 꽉꽉 채우는 헛소리.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기에 차고 넘치는 요소들이다.
‘아니, 어떻게 한 놈도 진실을 안 알려줘.’
상현은 원망스러운 눈으로 채팅창을 바라본다.
[현재 시청자 1.9만]현재 무려 1만 9천의 시청자가 어떻게 저렇게 일편단심으로 농담을 할 수가 있었던 건지. 신기할 지경이다.
‘그나저나 시청자 많아졌네.’
게임에 몰입하느라 알지 못했는데, 시청자들이 꽤 늘어났다.
이 게임 시작할 땐 1만 초반대였는데 말이다.
-여기가 게임에서 정말로 똥 싼다는 그 방송인가요?
-정말 우리 껌 형보다 똥 잘 싸요?
-아몬드 님! 돌아와요! 한 번 더 보여줘!
채팅엔 죄다 그를 놀리는 것들뿐이긴 하다.
“너 클립 벌써 어디에 퍼져서 몰려온 것 같아.”
주혁의 말에 따르면 변이 마려워 화장실로 주파할 때부터 시청자가 늘어서, 지금 최고조라고 한다.
아몬드는 여기서 재버렸다.
방종 각을.
“자. 여러분. 재밌으셨죠?”
-???
-예?
-아뇨. 재미없었어요. 계속 해요.
-뭐야 삐졌어? ㅋㅋㅋㅋㅋ ㅠㅠ
-내가 미안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