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9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5화
5. 일파만파(3)
그러니까 주지영 저 과감하기 짝이 없는 여자는 지금 저런 천재를 상대로 주도권 싸움을 벌인 거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런 게 어떻게 계획의 영역이에요?”
주지영 팀장이 한숨을 내쉬며 펜을 내려놓는다.
‘그냥 아몬드한테 하고 싶구만.’
저 남자는 답을 정해놓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몬드가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건 저도 아는데. 전 그게 게임 광고의 파급력에선 아직 풍선껌보단 못하다는 의견이에요. 유명세와 광고의 효과력은 다른 겁니다. 무엇보다 그 사람이 하는 게임을 풍선껌이 해준다니. 뭔 소리예요.”
“예, 예. 그렇게 말씀하시겠죠. 당연히. 귀찮지만 말씀을 드릴게요.”
김이서는 청산유수로 말을 쏟아낸다. 그의 말처럼 귀찮은 표정이긴 해도 말이다.
“아몬드는 피지컬형 플레이어. 즉, 슈퍼 플레이를 자주 하기 때문에 관련 클립이 생성되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최근 아몬드는 풍선껌과 인연이 아주 깊은 사건이 있었죠. 난트전 우승이요. 그게 고작 일주일 전 일입니다. 그건 아시죠?”
“예. 물론…….”
알긴 하는데, 고작 그런 거로 어떻게 풍선껌이 아몬드가 하는 게임을 해준다고 100% 확신할 수 있냐는 거다.
“난트전 우승이라는 건 풍선껌에겐 솔직히 절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게임을 정말 개 못 하거든. 나조차 이해할 수 없을 정도야. 근데 어떻게 우승했냐? 바로 아몬드 슈퍼 플레이로 우승했습니다. 풍선껌이 직접 아몬드에게 고맙다고 방송에서 말한 적이 있고. 아몬드는 존경하는 스트리머로 풍선껌을 꼽은 적이 있죠. 말만 이렇게 서로 나불대는 게 아니라…… 호태.”
“예.”
그는 한 자료 화면을 띄운다.
“이게 시청자가 겹치는 빈도를 계산한 빅데이터죠. 간단하게 말하면 풍선껌이랑 아몬드는 시청자가 꽤 겹쳐요. 그러니까 한 22% 정도.”
“말도 안 돼. 아몬드랑 풍선껌은 서로 방송 스타일이 전혀 다른데…….”
“오. 이런.”
김이서는 진심으로 너의 우매함이 안타깝다는 듯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생각하기 쉽죠. 이해합니다. 근데 사실, 방송 스타일이 다른 게 아니라 게임 실력이 다른 거예요.”
“……!”
“그거도 데이터가 있는데. 당신 뇌 용량을 고려해서 여기까지만 요약해 드릴게요. 아몬드와 풍선껌이 시청자가 꽤 겹친다. 그중 가장 큰 요인은 두 스트리머의 인연. 그리고…….”
띵.
그는 다음 자료로 넘어갔는데.
“……바로 플레이 시간. 아몬드는 주로 낮인 데 반해 풍선껌은 마치 태그를 하듯이 밤부터 시작하죠. 이러니 시청자들은 바로 이어서 풍선껌 방송을 볼 수 있죠.”
그렇다. 아무리 방송이 서로 유사해도 시간대가 겹치면 같이 시청할 수가 없는데. 이 둘은 시간대가 전혀 다르다.
“여기에 아몬드의 클립 생성 빈도, 그리고 난트전 이후 고마움을 느끼고 있던 풍선껌이 한 번도 아몬드에게 보답한 적이 없다는 걸 고려하고. 그가 좋아하는 생존 게임이라는 것까지 추가. 이러면…….”
김이서가 씩 웃는다.
그는 웃을 때 꼭 얼굴 전체가 반짝이는 것 같다.
“안 하고 배겨요?”
꿀꺽.
졸지에 회의실 문 옆에 서서 그의 연설을 다 듣게 된 직원은 마른침을 삼켰다.
“광고 태그도 안 붙이고 좀비 스쿨을 플레이해 주게 생겼으니. 오히려 저한테 고맙다고 절을 해야죠.”
“…….”
마치 다 예상했다는 듯 술술 흘러나오는 설명에, 주지영 팀장은 정말 내가 절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뭐. 난 누구한테 절 받고 이런 취미는 없으니까. 여기까지 하죠.”
김이서는 자신의 시계를 확인한다.
“그러니까. 마케팅, 제 방향대로 잘해주세요. 그냥 내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돈이 생겨요.”
그는 이런 말을 남기고, 순식간에 자리를 떠버렸다.
* * *
건물을 나오며 ‘호태’라고 불린 덩치 좋은 직원이 물었다.
“대표님. 근데…… 진짜로 그 똥 싸는 게 클립 따일 걸 예상하신 거예요?”
보는 내내 가장 의문이었던 변수다. 아몬드는 슈퍼 플레이로 클립이 따였던 게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의 그답지 않은 코믹한 상황으로 클립이 생겼었다.
이걸 어떻게 예측한단 말인가?
김이서는 어이가 없다는 듯 돌아보며 대답한다.
“아니? 그런 정신 나간 사건을 어떻게 예상해.”
“예? 그, 그럼…….”
“레드햇 그 양놈 새끼들이 아몬드가 그렇게 마음에 든다고 계속 거기에 넣어달라잖아. 하…… 뭐 말도 잘 안 통하는 양반들이고…….”
레드햇. 킹덤에이지의 제작사이자, 이번 좀비 스쿨의 최대 투자사 및 기획사다. 본연이 제작사인 만큼 제작에도 큰 관여를 했다.
“그래서 그냥 한 거야. 나머진 전부 다 결과 먼저 보고 찾아낸 지표들이고. 그걸로 그냥 회의 전에 이야기 끼워 맞춘 거지.”
“와…… 여전하십니다. 다 뻥이었어요?”
“뻥이라니, 인마. 정보의 레시피가 다른 거지.”
김이서, 여튼 다른 의미로 천재는 천재였다.
“근데 이제 마케팅 회사들이 다 아몬드한테 광고 넣으면 풍선껌까지 해주는 줄 알고 넣고 막 그러면 어떡합니까? 그 여자 진짜 설득된 거처럼 보였는데.”
김이서는 호태의 질문에 뭐가 문제냐는 듯 으쓱거린다.
“그럼 그 자식이 땡잡은 거지 뭐. 혹시 알아? 진짜로 그 값어치 할지.”
그의 시선이 시계를 향한다.
“그나저나. 오늘 전자파가 보자던데. 몇 시더라?”
“아, 1시입니다.”
“딱 맞겠네.”
그가 오늘 이런 미팅 제의에 쉽게 응해준 이유가 있었다. 안 그래도 이 근처에 볼일이 있었던 것이다.
* * *
아몬드가 뜨겁게 달군 건 하이게임즈의 회의실만이 아니었다.
오늘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 2시경. SCB 방송국의 회의실도 아몬드 때문에 한바탕 소집이 있었다.
소집한 주체자는 바로 이브닝와이드의 메인 피디인 장 피디.
“이 시놉대로 편집에 들어갈 거야.”
툭.
라이브 촬영 이후 쉴 새 없이 작성해서 이제 거의 완성된 편집의 초본을 던져놓는 그.
“……이브닝와이드, 맞죠?”
장 피디와 함께인 보조 연출인 이 피디. 그는 아몬드 위주의 편집을 반대했었고, 인호 위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그래.”
“음…….”
이 피디는 초고를 살펴보더니 표정이 굳는다.
‘아몬드 위주의 편집…….’
결국 장피디의 독선이 일을 저질렀다.
그는 아몬드 위주의 편집으로 가려 한다.
‘왜 이러실까. 대체.’
이 피디는 눈살을 찌푸리며 플롯을 계속 읽어 내려간다.
‘그런데…….’
확실히 장 피디의 말이 맞았다.
이게 더 재미있다.
‘재밌긴 해.’
아몬드를 메인 게스트로 편집점을 잡는다면, 토크쇼는 물 흐르듯 매끄럽다.
흔치 않은 유형의 메인 게스트와 그를 보조하는 익숙한 얼굴, 그리고 중간중간 씬스틸러로서 릴잔디가 들어간다.
음식으로 따지면 톡 쏘는 향신료와 익숙한 양념, 그리고 흔히 먹지 못하는 최고급 한우가 메인 재료로 들어가는 퓨전 요리인 셈이다.
비싸서 그렇지 호불호가 갈리진 않는다.
‘비싸. 그게 문제야.’
그렇다. 이 음식은 비싸다.
경제적 관점에서 결국 큰 비용이 든다. 벌어들이는 수익이 적을 테니, 같은 돈을 써도 비싼 게 된다.
그러나, 막상 이 요리를 준비하는 주방의 냄새를 맡았다면 어떤가.
‘그래도 먹고 싶어…….’
돈이 조금 더 나가더라도, 지불하고 싶다. 그만큼의 값어치를 할 것 같다. 그달의 카드값을 보고 후회하더라도, 지금만큼은…….
“여, 역시 매끄럽네요.”
이 피디는 뭐에 홀린 듯이 그렇게 얘기했다.
장 피디는 이걸 노린 거다.
막상 눈앞에 음식을 들이밀면 생각이 바뀔 거라는 거. 더군다나 서빙하는 사람이 이곳의 헤드셰프다. 부담이 되어서라도 일단 수긍할 수밖에 없다.
얕은수다. 정말이지…….
그 얕은수를 이 피디도 당연히 알고 있으면서도 당한다.
“그래? 괜찮은 것 같아? 너 저번하고는 반응이 다르다?”
장 피디가 씩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는다.
“제 의견이 중요하겠습니까…… 장 피디님이 하자는 대로 가는 거지.”
크흠. 이 피디는 뒷말을 삼키며 장 피디의 눈길을 피했다. 이 배가 멋져 보이긴 해도, 타고 싶진 않았다.
최강의 함대도 가라앉으면 똑같은 폐허다.
그는 책임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책임자는 장 피디여야 한다.
장 피디도 이해한다는 듯 끄덕인다.
“이대로 해줘. 내가 책임질 테니까.”
짝. 짝.
박수를 치며 일의 시작을 알린다.
“자. 뭣들 해. 엉덩이 붙이고 마감 쳐!”
“예!”
그렇게 이브닝와이드의 편집본에 하나둘 아몬드의 얼굴이 채워지기 시작한다.
완성되어가는 편집본을 보던 장 피디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간만에 마음에 든다.
이건 그가 간만에 보는 ‘재밌는’ 토크쇼다.
* * *
다음 날.
밤을 꼴딱 새운 장 피디는 초췌한 몰골로 두 손을 모아 아침부터 기도를 올리고 있다.
“하아. 제발 확인하지 마라.”
그가 이렇게 진심을 담아 확인하지 말라 기도하는 대상은 바로 오늘 결재를 올린 이브닝와이드의 편집본이다.
라이브 방송이야 결재고 뭐고 없이 말 그대로 라이브니까 검증 절차가 없다고 쳐도, 편집본은 늘 윗선의 검토를 받는다.
다만 프로그램이 워낙 많다 보니 검토를 제대로 받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한 8 대 2 정도로 나뉜다.
검토를 안 하는 경우가 8이다.
“평소대로면 확인 안 할 겁니다. 사실 방송 나가고 난 다음을 걱정해야겠죠.”
이 피디가 안심하라는 듯 장 피디에게 말한다.
“그렇지……?”
“예.”
그러나, 그건 안일한 생각이었다.
띠링.
사내 메신저를 통해 도착한 메시지가 장 피디의 컴퓨터 화면에 떠오른다.
[비서실: 장 피디님. 이사님이 올라오라 하십니다. 결재 올린 방송분에 하실 말씀이 있다고.]장 피디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껌벅거린다.
“뭐…… 이런 씨…….”
어떻게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나. 평소엔 잘 확인도 안 하고 결재해 주던 놈들이 갑자기?
그것도 심지어 이사가 직접 부르다니. 이사야말로 마지막에 책임 소재상 도장이나 찍는 역할 아니던가.
“왜 이사님 쪽에서 직접 확인한 거야? 본부장이나 편집장님도 아니고…….”
“아. 이럴 수가.”
한 직원이 뒤에서 작게 한탄한다. 그가 뭔가 안다고 느낀 장 피디가 휙 돌아보며 묻는다.
“뭐야. 왜. 너 뭐 아는 거 있지.”
“그…….”
직원은 잠시 눈치를 보다가 끝내 대답한다.
“인호가 매니저랑 윗층에 올라갔다 오더라구요.”
“……뭐?”
장 피디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다.
“아니. 그 씨발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벌써부터…….”
기분이 나빴다. 내가 아무리 그냥 광고 대행급 토크쇼 피디나 하고 있다지만…… 지가 속한 그룹 계열사가 광고 넣고 있다지만…….
내가 만드는 창작물인 방송에 그딴 애송이가 휘젓고 다닌다니.
참을 수가 없다.
“하아.”
장 피디는 한숨을 내쉬며 긴 머리칼을 쥐어뜯는다.
“차라리 꼰대 새끼들이 뭐라 하는 게 낫지…….”
내가 고작 그딴 놈에게 방송을 이리저리 휘둘려야 하는 건가.
“갔다 온다.”
장 피디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이사실로 향한다.
‘이건 확실히 말해놔야겠어.’
아무리 내가 까라면 까는 꼬봉이라지만, 인호 같은 놈에게까지 휘둘리는 건 싫다.
이사님의 개인 의견이라면 듣겠지만, 그놈이 쥐여주고 간 철퇴에 처맞는 건 싫다.
이렇게 분명하게 의사 표현을 할 거다.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계십니다.”
비서가 문을 열고, 이사실로 들어가는 동안.
‘…….’
장 피디의 결심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흩어져 사라진다.
“……부르셨습니까.”
마치 태어날 때부터 난 저 사람의 밑인 것처럼 조여오는 압박감.
초등학교 때부터 학습된 권위에 대한 복종.
한순간의 분노로 극복할 수는 없는 장벽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걸 극복할 수 없는 놈들만 이 회사에 뽑힌 거겠지.
“어. 왔구만.”
이사는 앉으라는 듯 앞의 소파를 가리킨다.
장 피디는 긴장된 표정으로 그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영상 봤네.”
“……예.”
비서가 잠시 들러 차를 내오고, 장 피디는 괜시리 들기만 하고 마시지도 않았다.
‘말해볼까…….’
불현듯 다시 용기를 내서 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는데.
타이밍을 못 잡고 있다. 딱딱하게 흐르는 이 기류는 도저히 그에게 일말의 틈도 내어주지 않고 있다.
“잘했던데?”
“……예?”
이게 뭔 소리야.
한소리 크게 하려는 빌드업인가.
“자네가 아몬드 게스트로 선택했지? 역시 눈치 하난 빨라. 전부터 수완이 좋다고는 느꼈지.”
“무슨…….”
이사는 허허 웃으며 다 아는 걸 뭘 또 묻냐는 듯 말한다.
“그놈이 스폰 하나 물고 왔잖나. 아주 큰 거던데? 이미 전부터 관계가 좋은 회사더구만. 내 듣기로는 그놈 매니저의 인맥이라던데.”
장 피디는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는 이야기 흐름에 머리가 마비된다.
무슨 말인지 따라갈 수가 없었는데.
다음 말로써 대번에 이해가 돼버린다.
“다이버즈라고. 한창 잘나가는 곳이라 그런지. 가격이 세. 간만에 크게 한번 벌겠어. 자네가 그분들 입에 딱 맞게 잘 짜주었네.”
그러니까 이 말은 그 말이다.
인호 쪽 스폰보다 아몬드 쪽 스폰이 더 센 게 붙었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한마디로, 아몬드가 이겼다.
장 피디가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