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9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6화
5. 일파만파(4)
“예! 감사합니다!”
이사실 갈 때의 그 이글이글 타오르던 분노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활기찬 인사를 하며 나오는 장 피디.
“비서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예! 저희가 비서님이 있어서 아주 든든해요!”
“예……? 가, 감사합니다.”
그는 아는 체도 안 하던 이사실 비서에게 인사까지 하며 이사실을 후다닥 나섰다.
* * *
그렇게 다시 자신의 팀으로 돌아간 장 피디.
그의 표정은 예기치 않게 거의 화난 것처럼 보였기에, 팀원들은 식겁하며 묻는다.
“피, 피디님?”
얼굴이 가을 넘어가는 단풍처럼 붉으락푸르락하는 장 피디를 보며, 직원들이 변명하듯 말하는 순간.
“저희 안 그래도 지금부터 오늘 야근 준비할까 생각하던──”
“으하하하하!”
장 피디는 두 팔을 벌리며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
직원들은 깜짝 놀라 어벙한 표정이 된다.
‘미쳤구나.’
‘완전 대판 깨져서 돌아버린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장 피디는 허공에 대고 주먹을 휘두르며 신나서 외친다.
“인호 그 새끼 뒤졌어!”
마치 그 앞에 인호가 있다는 듯이.
훙! 훙!
신명 나게 주먹을 휘두르는 장 피디.
“이 좃마난! 새퀴! 어? 아주 그냥 대가리를 레프트! 라이트!로 진짜! 운동! 시켜주지.”
팀원들은 그런 그를 보며 생각한다.
‘맞짱 뜨면 질 거 같은데.’
‘인호가 이기지 않을까?’
인호가 아무리 순둥해 보이는 인상이어도 장 피디한테 질 것 같진 않다고.
그러던 중 누군가가 핵심적인 질문을 올린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에요?”
옆 사람도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인호가 수작 부려서 저희 나가리 된 거예요?”
후아.
장 피디는 거친 날숨으로 끓어오르는 감정을 뱉어낸 후. 그제야 조금 진정하고 자리에 앉았다.
“아, 그거. 그래. 설명해 줄게.”
헐떡이는 숨을 참으며 설명을 시작한다.
“그러니까 결국 인호 소속사에서 붙여주는 광고가 우리 밥줄이잖냐? 인호는 그 밥줄을 개 목줄로 쓰려 한 거고.”
“그쵸.”
일동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밥줄 끊겼어요?”
“아니? 인마. 무슨 재수 없는 소리야.”
장 피디는 화들짝 놀라며 정색한다.
“그, 그럼요?”
“동아줄이 하나 더 내려왔지.”
장 피디가 씩 웃으며 하늘을 가리킨다.
“끽해봐야 아시아권에서나 팔리는 화장품 회사가 아니라, 저 위!”
“위……?”
직원 일동이 고개를 모두 올린다. 위를 바라봐봐야 당연히 싸구려 흡음재로 마감된 실링 패널뿐이 안 보인다만…… 그들은 각자 다른 뭔가를 보고 있는 듯하다.
“전 세계에서 팔아주는 거.”
“그, 그게 뭔데요? 그게 왜 동아줄인데요?”
“그게 바로 ‘다이버즈’라는 회사야.”
가상 게임을 평소에 즐겨 하는 인원들 사이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고.
주식 좀 한다 하는 직원들은 비명을 질렀다.
“다이버즈요?!”
장 피디가 끄덕인다.
“그래! 다이버즈! 그게 아몬드 관련 스폰으로 붙은 거야!”
“와! 와!”
“그렇네! 캡슐이니까! 아몬드한테 광고 붙이는 게 딱 맞네요!”
“아몬드 클라스 뭐야! 뭐냐고!”
평소 게임도 안 하고 주식도 안 하는 나머진 그게 뭔가 싶어 어리둥절하다.
“다이버즈가 뭔데요?”
“……대, 대단한 거야?”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앞다투어 침을 튀기며 설명한다. 해외에서도 보급형으로 큰 매출을 올리고 있고, 기본형 캡슐로서 입지가 얼마나 탄탄한지, 주가 총액은 또 얼마인지 등등……
“와…… 요, 요즘 그쪽 산업이 장난 아니구나.”
“어. 장난 없지. 심지어 있잖냐?”
장 피디는 신나서 덧붙인다.
“그냥 다이버즈가 아니라, 거기서 이번 연도부터 본격적으로 만드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노바’의 광고래. 그 대표가 보급형 이미지에 진절머리가 나서 아주 작정하고 만들었단다! 포드가 페라리 콧대 누르려고 포드GT 만들 때 돈 퍼부은 얘기 알지? 비슷한 거야. 그러니까 캐시를 아주 들이붓지 않았겠어?”
“와…….”
“얼마나 들이부었으면 ‘그 이사’님이 나더러 잘했단다. 어떻게 그리 수완이 좋냐고. 어? 평가도 잘해주신다고 직접 말하셨어! 으하하하하!”
장 피디는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신나게 웃어댔다. 이사한테 칭찬받은 게 그렇게나 좋을까……
아까는 이사한테 한소리 하겠다고 올라가던 양반이 말이다.
직원들은 어쨌거나 행복해하는 장 피디에게 박수를 쳐주며 환호했다.
“와아아아아!”
“잘됐네요! 장 피디님 사내 평가도 얼마 안 남으셨잖아요!”
“이번 기회에 승진하시는 거 아녜요!?”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장 피디는 사회인으로서 지금 중요한 시기에 있었다.
마침 그 시기에 이런 호재가 터진 거다.
“회식! 회식! 회식!”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연호되는 회식.
“그래! 회식?!”
장 피디는 벌떡 일어나며 카드를 뽑아 든다.
“이씨. 오늘 저녁. 칼퇴할 놈들 가고! 남는 놈들! 내가 한우 쏜다!”
우아아아아!
그 파티션에선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 * *
햇살이 눈꺼풀 사이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온다.
‘……10시.’
상현은 습관처럼 곧바로 허리를 일으켜, 시간을 확인하고.
지체 없이 침대를 박차고 나왔다.
‘늦잠 잤네.’
평소답지 않게 늦잠을 잔 상현은 조금은 다급한 걸음으로 방 밖으로 나갔다.
“아, 예. 감사합니다. 대표님.”
주혁은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대표?’
전화 받는 태도를 보니 높으신 분인 모양이다. 상현은 호기심이 동하긴 했지만 괜히 근처에 어슬렁거리면 방해되니 잠시 마당으로 나갔다. 잠도 깰 겸.
“예. 그럼요. 저희 쪽에서 당연히……”
나가는 길에도 들려오는 말을 들어보면, 좋은 일로 전화하는 것 같긴 했다.
끼익.
현관을 열고 나가니 쌀쌀한 공기가 몸을 에워싼다. 간단한 츄리닝에 패딩만 걸친 채로, 하얀 입김을 내뿜어본다.
후우.
이러면 애환에 절은 담배 피우는 아재들 흉내를 낼 수 있다. 상현은 어려서부터 담배를 입에 대본 적이 없어서 이런 식으로 기분을 내곤 한다.
본래라면 이 시간에 나가서 조깅이라도 뛰어야 하지만, 이 날씨에 뛰었다간 목구멍부터 폐까지 다 얼어붙을 것 같아서 그만둔다.
“으…….”
그는 몸을 움츠리며 마당이나 한 바퀴 돌아본다. 10평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마당이지만, 산골이 겹친 뒷마당까지 생각하면 그래도 돌아다닐 만하다.
뒷마당에 가면 예전에 할머니가 계시던 자리가 아직도 잘 남아있다.
그곳엔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수국을 하나 심어드렸는데. 당연히 지금은 아무런 흔적도 없다.
“언제쯤 나려나……”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새싹쯤은 볼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전에 씨앗이 얼어서 죽고 다시 심어야 될 수도.
그러고 보니 이제 거의 한 해가 다 지나가고 있다.
스트리머를 시작한 특별한 해이니만큼 상현에겐 너무나도 빨리 흘러간 시간이었다.
“할머니. 내년엔 어쩌면 여기 집도 곧 이사 갈 수도 있겠다.”
그는 하늘을 쳐다보며 말을 걸어본다.
“맨날 나더러 시내에 있는 아파트로 가서 살라고 그랬잖아.”
당신께서 입에 달고 사시던 그 시내의 아파트. 이제 상현에겐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닌 것도 같다.
상현은 다시 자신의 집을 돌아본다.
싸구려 철판으로 덮인 지붕, 삐뚤빼뚤 쌓아 올린 빨간 벽돌, 삐그덕거리는 창문.
고지대라 여름이야 시원하다지만, 겨울을 나기에 그리 좋은 집은 못 된다.
할머니는 결국 이 집에서 당신 인생의 종점을 찍으셨다.
주머니에 찔러넣은 상현의 오른팔이 덜덜 떨린다.
아마 추위 때문에.
“어이!”
덜컹!
창문이 획 열리며 주혁의 얼굴이 튀어나온다.
“좋은 소식!”
순식간에 하얗게 김이 서려 버리는 안경을 보며 상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우리 방송 나가는 거에 다이버즈에서 광고 붙여줬댄다. 앞으로 우리 나가는 방송에 거의 다 붙여줄 거래!”
그는 하얗게 서린 안경은 아랑곳 않고 신나게 떠들어댔다.
“오. 그래?”
상현은 그리 대답하며 집으로 들어간다.
겨울을 나기 힘든 집이라지만, 들어가니 참 따뜻했다. 누군가의 온기가 집을 지키고 있기 때문일까.
“어. 야. 돈을 얼마나 쓴 건지 장 피디한테도 잘 부탁드린다고 연락이 왔다.”
“……진짜?”
장 피디. 몇 번 본 적은 없지만, 프라이드가 되게 높은 양반 같았는데.
“대체 얼마나 쓴 거야?”
주혁이 턱을 팍 치켜들며 코를 위로 올린다.
“이 형님이 말야. 힘 좀 썼다.”
“……?”
다이버즈 대표님이 아니라? 라는 의문은 다음 말로 바로 풀렸다.
“사실 말이야…….”
요약하자면, 주혁은 인호의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가 이사실에서 내려오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고.
‘나도 분명 같이 봤었는데.’
상현도 봤지만 별생각 못 했던 장면.
누군가에겐 정말 별것 아닌 일이지만, 주혁같이 예민하고 똑똑한 놈에겐 그런 사소한 움직임도 이렇게 큰 분기점이 되어버린다.
“……예상을 해봤지. 아무래도 인호가 이사실에 가서 말할 게 뭔지. 그리고 광고가 뭐가 붙는지도 따로 알아봤단 말야.”
그는 꾸준히 광고를 넣어주던 곳이 인호의 소속사가 투자 중인 화장품 업체라는 걸 알게 됐고.
“아. 이 업계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대충 예상을 했지. 그래도 확실히 하려고 내가 방송국에 아는 친구한테 물어보기도 했어. 근데 내 생각이 맞다더라고.”
인맥까지 동원하여 확실히 심증을 굳혔다.
그다음은 간단했다.
다이버즈 대표님에게 지어둔 빚을 여기에 투자한 거다.
“다이버즈 대표님이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하라 하셨거든. 우리가 홍보한 이후로 아직 노바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관련 문의도 많아지고 사전 예약도 잘나간다고.”
“……대단하네.”
상현은 실제 자신의 감상을 내뱉었다.
“그래. 알면 됐다.”
주혁은 히죽 웃으며 쿨하게 받아치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뭘 해먹을 생각인가 보다.
그러던 중…….
“아.”
그는 뭔가 더 말해야 할 게 생각난 듯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 연말 시상식 간대.”
* * *
트리비 연말 시상식.
12월, 연말을 장식하는 트리비의 또 하나의 거대한 행사였다.
이 시상식 바로 전 달에 난트전이 진행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시상식 전에 한번 커다란 반전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집어넣는 것이니까. 수련회 레크레이션에서 마지막에 계속 더 큰 점수로 뒤집을 기회를 주는 것과 비슷하다.
‘시상식이라…….’
상현은 방금 주혁에게 들은 말을 되새기며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근데 난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서…… 되려나?’
인방 쪽 시상식이라 꽤 유연성 있게 대처하겠지만, 상현이 시작한 시기가 올해의 거의 막바지였기에 많이 불리해 보였다.
후보로 올라있기나 했을지 의문이다.
“혹시 그거 그냥 게스트로 초청된 거야?”
“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주혁은 턱을 매만진다.
“글쎄. 딱히 그런 얘기는 없고. 그냥 초청됐다고 나한테 메일이 와서…….”
그냥 게스트일 수도 있겠구나.
상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둘은 각자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 근데 오늘 안에 뭐 올라온다던데. 홈페이지에.”
“시상식 관련으로?”
“어. 한번 확인해 보자. 아까 아침에 봤을 땐 당연히 없었거든.”
상현은 시계를 본다.
점심시간도 훌쩍 지났으니, 뭔가 바뀌어 있을 수도 있겠다.
아니나 다를까.
“오. 야. 노미네이트 되어 있네. 단순히 게스트가 아니라, 우리도 후보야!”
주혁이 보여주는 화면엔 신인상 후보가 나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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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후보]1. 모솔
2. 페퍼로니
3. 고구마
4. 레몬
5.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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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가 5번이었다.
아무래도 가장 늦게 방송을 시작해서 늦게 선정된 모양이다.
“이야. 턱걸이네.”
“오.”
턱걸이로 선정된 게 꽤 티가 많이 나지만, 이게 어딘가.
후보군 밑에는 이런 말이 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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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스트리머에게 투표하세요!
방송 하단의 ‘응원하기’ 버튼을 누르면 시상에 반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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