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30화
11. 전쟁(4)
아몬드가 선 들판.
적들의 진영 좌측인 이 평야에는 활 소리와 비명만이 울려 퍼졌다.
휘익─ 퍽!
“크억!”
“악!”
잘 훈련된 병사들이 마치 오합지졸처럼 쓰러져 나갔다. 40명이나 몰려왔던 적들은 어느새 3명밖에 남지 않았다.
아몬드 혼자서 거의 100명 가까이를 사살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체 몇 명째여…….
-무쳤다
-ㄷㄷㄷㄷ
-형 나 죽어어어!
-설마 헤드샷 연속 100킬 가능?
킹덤의 기록이라고 하는 헤드샷 연속 100킬.
아몬드는 지금 이 기록을 깨기 직전에 이른 상태였다. 실로 긴장되는 순간이다.
“이제 77만 원입니다.”
그러나 아몬드는 담담히 벌어들인 액수를 설명할 뿐이다. 동요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의 눈엔 표적인 적의 머리 외엔 보이지 않았고, 방향을 잡기 위한 바람 소리 외엔 귀에 들리지 않았다.
휘이잉?
피부에 닿는 바람이 방향을 알려준다.
어디로 쏴야 하는지.
기리릭…….
남은 셋 중 하나를 아몬드가 조준한다.
“비, 빌어먹을!”
그자는 도망보다는 차라리 싸우다 죽기를 택한다. 비장한 표정으로 검을 들고 아몬드에게 달려들어 보지만─
─푸욱!
이미 아몬드의 화살이 머리통을 꿰뚫은 뒤.
“제기랄! 그, 그냥 튀어!”
“이미 튀고 있어!”
남은 둘은 공포에 질려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마흔 명이 살아 있을 때 동시에 죽을 각오로 덤볐다면.
그랬다면 어쩌면 아몬드를 잡았을까?
글쎄.
그것조차 확신할 수 없다.
이미 그런 걸 생각하기엔 너무 늦기도 했다.
“끄어억…….”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남은 둘 중 하나가 쓰러져 버린다.
뒤돌아 함께 달리던 병사는 ‘히익’ 소리를 내며 더 기겁해서 달렸다.
아직도 아몬드가 활을 이쪽으로 조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몬드는 이내 활을 내린다.
“……아. 화살이 없네요.”
상대 입장에선 운이 좋았다. 아몬드에게 주어졌던 화살은 80발.
그중 한 발은 다른 병사가 쏜 화살을 맞히는 데 써버렸다.
-아, ㄲㅂ
-ㅋㅋㅋㅋㅋ 저놈 겨우 살았네
-바죠따!
-ㄹㅇ 봐줬넼ㅋㅋㅋ
화살이 다 떨어졌다면, 궁수는 당분간 할 게 없다. 다시 화살을 챙겨올 때까지는.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이쯤에서 아몬드의 학살은 멈추리라 여겼다.
미션을 걸었던 ‘수줍은 여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ㅋㅋ
하나 그건 안도가 아니라 안일함이었다.
아몬드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타닥─
아몬드가 갑자기 앞으로 뛰기 시작한다.
-???
-쫓아간다고?!
-ㄷㄷㄷ
-지독하다, 지독해!
그는 남은 한 명을 사살하기 위해 직접 적진까지 쫓아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도망가던 병사는 뒤를 힐끔 돌아보고는.
“흐이이익!”
기겁을 해서 더 빨리 내달렸다. 정말 죽어라 달렸다. 네발로라도 뛰고 싶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라는 것이다. 너무나 절박한 몸짓이었다.
“으아아! 악! 악!”
입에서는 길게 늘어진 침과 함께 추잡한 비명이 흘러나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야, AI 구현 보소.
-이 맛에 킹덤 하지!
-진짜 살아 있는 것 같아!
-ㄹㅇㅋㅋ
NPC의 리얼한 반응에,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킹덤의 적들은 정말 사람처럼, 자신이 유리할 땐 악랄해지다가도 불리한 순간엔 처절하리만치 비겁해진다.
그게 플레이어에게 현실감을 더해준다.
-하긴 누구라도 아몬드가 뒤에서 불을 켜고 쫓아오면 저럴 듯ㅋㅋㅋㅋ
-개 무섭자넠ㅋㅋ
-동료들도 다 죽여놓고 좀 봐줘라!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이제 도망치는 병사에게 공감하기까지 했다. 지금 아몬드가 쫓아가는 기세를 보자면, 거의 귀신이나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100미터 계주를 하듯이 뛰어가던 아몬드. 그는 갑작스레 자세를 바꾼다. 아래로 몸을 숙인 거다.
‘찾았다.’
그가 손을 뻗은 곳엔 갈 곳 잃은 화살이 하나 박혀 있었다.
탁.
그의 손이 화살을 빠르게 챙긴다.
그것은 이내 활시위로 곧바로 노킹되었다. 뛰는 순간에도 한 치 흔들림이 없는 아몬드의 에임.
기리릭─
천천히 당겨지는 활시위. 상대와 같은 속도로 뛰면서 당겨진 현(絃)이 손가락 끝에서 미세하게 진동한다. 빳빳하게 당겨진 긴장감.
숨을 고르고, 잠시 눈을 감은 아몬드는 이내 그 팽팽한 긴장을 놓아준다.
─파아앙!
-!!
-오우!
-ㄷㄷㄷㄷ
-샷!
-ㅅㅅㅅㅅ!
화살은 정확하게 상대의 뒤통수 정중앙에 박혀 버렸다.
“……헉!”
80번째 적은 마지막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숨이 멎었다. 두 발로 달리던 관성이 그대로 남아 뒹굴어, 널브러진 시체가 되었다.
그제야 달리기를 멈춘 아몬드가 말했다.
“80만 원입니다.”
* * *
그 후로 약 20명을 추가로 쏘아 죽인 아몬드는 100만 원을 채웠다.
[수줍은 여포 님이 무려 ‘100만 원’ 후원했습니다!] [에반데…… 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줍은 여퐄ㅋㅋㅋㅋㅋ
-여포 컷!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0만 원 에바잖아!ㅋㅋㅋㅋ
당연히 전쟁도 승리했다.
병사 하나가 단일로 100명을 쏘아 죽였으니, 적군 입장에서 전투가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잖은가?
아군의 함성이 들판에 울려 퍼졌다.
“우아아아아아아아!”
딱히 아몬드의 이름을 연호하는 자들은 없었다. 그들 중 누구도 아몬드가 홀로 100여 명을 사살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로베른! 로베른!”
대신 병사들은 이 전쟁을 이끌었던 로베른이라는 기사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가 지휘관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쩝…….
-하. 뭣도 모르는 괘씸한 놈들ㅋㅋㅋ
-아몬드가 다 했는데 ㅋㅋㅋ
-에라이!
-이러니까 독립운동을 안 하지 ㄹㅇㅋㅋ
시청자들은 아쉬워했다. 상현도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야. 내가 100명을 잡았는데, 아무도 모르나.’
이해는 됐다.
직접 이 전쟁을 겪어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서로 얽히고설켜서 검술이고 뭐고 집어치우고, 둔기 같은 것으로 상대를 후려치는 게 제일 효율적일 정도다.
그만큼 전쟁은 대혼란이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가 지금 치고 있는 게 혹여나 아군인지조차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몬드가 100명을 죽였는지 1,000명을 죽였는지 알 수가 없다.
“하. 그렇다 해도 용병대 취급이 참.”
로만이 옆에서 거들었다.
그는 어느새 아몬드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용병대 취급…… 무슨 일이십니까?”
“우리가 그래도 공을 꽤 세웠는데 말이야. 그냥 기본 수당만 받고 꺼지라는 식으로 말하잖나.”
로만도 용병대가 세운 공에 비해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지들이 한 게 뭐 있다고…….”
로만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을 때.
“그게 불만인가?”
로베른 지휘관의 옆을 보좌하던 또 다른 기사가 다가왔다.
말 위에서 둘을 내려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정해진 금액을 그대로 주는 게 왜 불만인가?”
“활약할 시에 추가 보상이 있다는 조항이 분명 있습니다.”
로만은 지지 않고 똑바로 대꾸했다.
“활약? 기사들이 싸우는 전장에서 용병대가 무슨 활약을 그리했다는 것이냐? 너희가 몸을 사리면서 싸운다는 걸 우리가 모르는 줄 아느냐?!”
기사는 역시나 강경했다.
용병들은 대체로 몸을 사리면서 싸운다. 몸이 곧 자산이고, 자신들의 싸움도 아닌 곳에 불려간 처지라 그렇다. 그래서 대체로 신뢰받기 힘들다.
“그리 불신하신다면서 전쟁은 어떻게 맡기셨습니까? 전쟁을 할 땐 신뢰하다가, 끝나고 나니 불신한다는 태도는 명예롭지 못하군요.”
“……뭐라?”
하나 그건 편견이다. 제대로 싸워주는 용병들도 많다. 그렇지 않고서야 용병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유지되겠는가?
“이자가 홀로 일백을 처치했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몸을 사렸다고 생각하십니까? 활약이 없었다 여기십니까?”
“홀로 일백을 처치해?”
크하하하. 기사는 다 들으란 듯이 크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의 동료들에게 ‘이자가 혼자 일백을 없앴다는데?!’라며 조롱했다.
그의 동료들도 당연히 따라 웃었다.
-아오, 저놈 죽이는 루트 추천 좀 ㅋㅋㅋ
-그냥 지금 쏘면 안 됨? ㅋ
-과몰입 ㄴ
시청자들만큼이나, 로만도 열이 받아 보였다.
하나 로만은 더 대꾸하지 못했다. 신분의 차이가 있으니, 이 이상 논쟁은 손해만 불러일으킬 터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기본급이라도 받았으니 된 거다.
“뜻은 대충 알겠…….”
그가 이제 슬슬 수긍하려 할 때였다.
“비켜! 놓아라!”
지이이익…….
황금 투구를 걸치고 있던 적장이 바닥에 질질 끌려온다.
“놓아라!”
퍽.
그는 자신을 잡아끌던 용병을 밀쳐내고는 일어섰다.
“내가 갈 것이다.”
“…….”
귀족 특유의 거만한 태도에 용병들이 움찔했다. 계급의 차이는, 뇌에 각인된 낙인이다.
이 시대는 설사 적군이라고 해도 귀족이라면 함부로 죽이지 못한다.
그 몸값이 어마어마하기 때문.
탁, 탁.
자신의 흙 묻은 갑옷을 털어낸 황금 투구는 걸어서 지휘관이었던 로베른에게 다가갔다.
“자네가 여기 지휘관인가?”
“그렇소.”
그 허영 가득한 투구만큼이나 말투가 우아했다. 로베른보다도 계급이 더 높은 귀족인 듯했다.
“결국 당신들이 이겼군. 염치없이 아무런 명분도 없는 채로 내 가문의 성을 빼앗고, 결국 내 병사들까지도 다 죽이고…….”
황금 투구는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지 떠들어댔으나, 그 당돌하고 격조 있는 말투에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다 죽이고 나니 이제 속이 시원한가?!”
뒤늦게 비로소 기사가 몇 마디 받아치려 했으나.
“탈로란트는 이곳 영지민들을…….”
“됐고. 그냥 잔네렛과 이야기하고 싶으니, 불러오게.”
황금 투구는 말을 끊어버리고, 대뜸 잔네렛을 불러오라 했다.
“그건 안 됩니다.”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사실 상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스토리상 나오는 그림일 터다.
‘넌 또 뭐야?’라는 눈빛으로 돌아본 황금 투구는 경악하고 말았다.
“!?”
눈이 튀어나올 듯 거대해졌다. 아몬드가 누군지 알아본 것 같았다.
“자네……?”
기사들은 상대 수장이 아몬드를 보고 놀라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고작해야 일개 용병일 뿐인 자다. 심지어 활을 쏘는 자다.
기사들은 활을 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괜찮은 갑옷만 둘러도 활은 무용지물이니까.
더군다나 명예롭지도 못하다.
그러나 적장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그대도 기사인가?”
“아닙니다.”
“근데 어찌 그대가 된다, 안 된다 하는 것이냐?”
“…….”
“아니, 그보다 기사가 아니라면 그대는 뭔가?”
그 대답은 로만이 대신했다.
“저희 용병대 소속의 용병입니다.”
“……호오?”
용병이라는 말에, 천시하기보단 오히려 더 반가워하는 느낌이었다.
그야 기사라면 데려갈 수가 없지만 용병은 돈만 지불하면 그만 아니던가?
반면 기사들은 고작 용병 하나에 저런 대단한 관심을 보이는 황금 투구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홀로 100명의 병사를 죽이는 자가, 고작 용병이란 말인가?”
“!?”
이 대목에선 기사들뿐 아니라 아몬드도 놀랐다.
‘알고 있어?’
오히려 적군이 그의 활약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긴 했다.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니까.
-피해자만 기억하지 원래ㅋㅋㅋㅋ
-어우 속 시원햌ㅋㅋㅋ
-기사 놈들 이제 좀 알아 모시려나 ㅎㅎ
-키야! 적장이 인정한 명예로운 적!
-명적ㅇㅈㄹㅋㅋㅋㅋ
시청자들은 황금 투구의 증언을 반겼으나.
“무슨…… 농담도 지나치시오.”
“용병이 어떻게 100명을…….”
“허, 참.”
기사들은 하나같이 황금 투구가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다.
“다들 믿지 않는군. 자네, 정말 저런 자들과 일하고 싶은가?”
황금 투구가 씩 웃으며 자신의 투구를 벗었다.
감겨 있던 기다란 머리가 흘러내려 왔다. 감색으로 찰랑이는 머리칼.
그것은 어렴풋이 별이 서린 초저녁 같았고, 이목구비는 조각같이 깎여 흠잡을 데 없는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당차면서도 깊이가 있는 눈은 패배한 후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여유로웠으며, 전신에선 두꺼운 갑옷으로도 감출 수 없는 색(色)마저 흘렀다.
-로제니타였어!
-역시!
-ㅋㅋㅋㅋㅋㅋ
-탈로란트 진영이긴 했지
-와우
시청자들이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던 캐릭터다.
에밀리아와 대척점에 있는 가문의 영애이자 두 번째 히로인.
“나랑 일하는 건 어때?”
로제니타다.
[1. 제 가치를 인정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2. 비록 용병이나, 이미 충성을 맹세한 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