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0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3화
8. 손님(2)
아몬드는 가슴이 쿵쾅댔다.
아마 김주혁 캐릭터의 심장이 쿵쾅대는 것일 테지만. 괜히 같이 동요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스릴을 만드는 게 이 게임의 시스템이다.
쿵. 쿵.
문이 두들겨지는 소리보다 심장 박동 소리가 더 크다.
‘못 잡나?’
김주혁의 반응이 이런 꼴인 걸 봐서는 함부로 마주쳤다간 끝날 수도 있다.
“야. 누구 있냐? 문 열어라. 어?”
김우중이 꼭 아는 것처럼 물어본다.
아몬드는 옆에 있는 더벅머리의 입을 틀어막았다.
“쉿.”
안에 있는 걸 들켜서 좋을 게 없다.
철문이 몇 번 더 덜컹대고.
백준수가 말한다.
“그만해. 좀비들 온다.”
“아…… 매점. 아쉬운데.”
김우중이 중얼거린다.
그에 누군가 말한다.
이 목소리는 모르는 목소리다. 다른 패거리도 흡수한 모양이다.
“차라리 얼른 식당으로 돌자. 여긴 좀비들을 처리하고 다시 와야 해. 양호실에 있는 초코파이도 거의 다 떨어져 가.”
양호실에 초코파이라니? 아몬드는 의아했다. 어떻게 그런 행운이…….
“하아. 오늘 헌혈이라고 초코파이랑 몽쉘 쌓아놓은 거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
“캔커피랑 콜라도.”
헌혈?
오늘이 헌혈 날이었다고?
‘이런…….’
양호실로 처음부터 갔다면 침대와 의약품, 식량까지 확보하는 거였다니.
물론 매점보다야 식량이 적으니, 그리 후회되진 않는다.
-아 저 새끼들이 양호실 먹었구나
-이게 이렇게 스노우볼이…….
-이럴 수가 ㅠ
-양호실 개꿀인데 ㅠ
시청자들은 양호실에 대해서 조금 아는 모양이다. 다른 방송이라도 보고 왔나.
‘풍선껌?’
중간중간 풍선껌이 언급된다.
‘껌 형도 해주는 건가.’
풍선껌도 좀비 스쿨을 플레이 중인 것 같다. 아몬드 입장에선 같이 광고를 해주는 꼴이니 호재도 이런 호재가 없었다.
‘대박이네.’
아몬드가 속으로 시커먼 계산을 하는 동안, 밖에 놈들은 초코파이를 세고 있다.
“초코파이 지금 몇 개 남았냐.”
“……큰 택배 상자로 두 박스 정도? 한 100개는 될 거 같아.”
“그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니냐.”
“우리 인원이 10명이니까. 100개도 순식간이야.”
10명이라니. 숫자가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식당을 털긴 털어야겠다.”
“어? 좀비들이다! 일단 여기서…….”
“뛰어!”
문 너머에서 들을 수 있었던 건 이 대화까지가 마지막이다.
좀비들이 결국 소리를 듣고 몰려와서 백준수 패거리는 물러났다.
툭. 툭.
그때, 누군가 손을 치며 소리를 낸다.
“으읍! 읍!”
“아. 미안.”
“후아!”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코까지 틀어막고 있었다. 더벅머리의 얼굴이 너무 작은 탓이다.
“야. 수, 숨은 쉬게 해줘야 할 거 아냐.”
그는 무릎을 짚으며 한참 헐떡이더니, 묻는다.
“……너 쟤네랑 같은 반이냐?”
“응.”
“하아. 그렇구나.”
그는 머리를 벅벅 긁어 더 더벅거리게 만들더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나도 쟤네 누군지 알아. 백준수랑 노는 애들.”
“어떻게?”
“유명하잖아. 우리 학교 일진들.”
“……유명하구나. 왜 저런 놈들이 살아남은 걸까.”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린다.
-그것은 님이 양호실을 못 먹어서요 ㅋㅋ
-쟤네가 양호실 먹어서 살았네ㅋㅋㅋㅋㅋ
-나중에 풍선껌 방송 참조 ㅎㅎ
풍선껌 방송을 참조하라니. 그 형 방송에서 실력적으로 배울 게 있을 리가 없는데.
아몬드가 의아해하던 중. 더벅머리가 또 말을 건다.
“근데, 너 반 운이 더럽게 없다.”
“왜?”
“그야 너네 반, 우리 반에선 ‘마계’라고 불러 마계. 쟤네들이 어떻게 다 한 반에 모여 있는지…….”
-마계 ㅋㅋㅋㅋ
-반 이름이 어떻게 인천 ㅋㅋㅋ
-ㅅㅂㅋㅋㅋ
-저 새끼들 전교 네임드였누
“근데…….”
더벅머리가 아몬드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한다.
“너 정도면 그냥 이길 수도 있지 않아?”
“…….”
“내가 본 너라면…… 솔직히 일반 고등학생이 상대할 수 있는지 의문인데.”
-공포만 안 걸리면 그렇겠지.
-ㄹㅇㅋㅋ
-눈썰미 ㅅㅌㅊ
“너 정도면 유명할 거 같은데. 난 널 들어본 적이 없어. 내가 너 정도 실력자였으면 저놈들 아주 묵사발로 패놨을 텐데.”
아몬드는 잠시 고민했다.
이 녀석과 이 정보를 공유해야 할까. 난 사실 저놈들에게 두들겨 맞는 왕따라고?
“유명하긴 무슨.”
일단 아몬드는 보류하기로 한다.
일진들을 욕하던 놈들도 막상 왕따와 마주하면 어떻게 반응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빨래나 도우러 가자.”
* * *
화장실에 도착하자, 점원은 아직 빨래 중이었다.
“도와줄게.”
“오? 진짜? 감동!”
점원은 일체 사양도 없이 빨래를 분배해 줬다. 아무래도 자기 속옷은 이미 다 빨고 옆으로 치워둬서 상관없어진 모양이다.
셋은 각각 세면대 앞에 자리를 잡았다.
빨랫비누가 아닌, 매점 창고에 있던 손 비누이지만. 오히려 손빨래를 할 땐 이게 더 나으리라.
촤악. 촤악.
푹 젖은 천이 내는 소리가 마치 파도 소리 같았다.
아무도 없는 모래사변으로 너울너울 춤을 추며 오가는 파도. 평화롭고 한가로운 감상이다.
무심코 거울을 올려보니, 우연찮게 셋의 눈이 마주쳤다. 거울 속에서.
피식.
셋은 저들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잡힌다. 왠지는 모른다.
그들은 빨래질과 함께 잡담 따위를 주고받았는데.
이때, 더벅머리가 아까 있었던 일을 점원에게 전달했다.
-더벅머리 말 ㅈㄴ 많아졌누 ㅋㅋㅋ
-처음엔 시크한 척 조지더니ㅋㅋㅋ
-스피드 웨건 포지션이었네 ㅋㅋ
시청자들 말처럼 더벅머리 놈이 말이 꽤 많아지긴 했다.
그의 말을 다 들은 점원이 반문한다.
“엥? 밖에 그 일진 놈들이 왔단 말야?”
점원도 그들이 누군지 아는 모양이다.
“세상 참 야속하네.”
그녀도 그들이 살아 있는 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잠시 후 그녀가 거울을 보며 묻는다.
“근데. 너희 이름이 뭐야.”
거울 속엔 세 명이 나란히 빨래를 하고 있다.
거울 속 점원이 말한다.
“난 김현아. 나이는 스물둘이고.”
촤악. 촤악.
빨래 소리 틈으로 거울 속 더벅머리가 대답한다.
“……난 박수현. 고2.”
“오~ 피자빵은 박수현~ 뭔 여자 이름 같냐. 그럼 소보로빵은?”
거울 속 아몬드는 잠시 입을 벌렸다가 다문다.
“소보로빵?”
점원, 현아가 다시 물었을 때 대답한다.
“난 아몬드.”
“……엥?”
현아는 어이없다는 듯 피자빵, 수현을 쳐다본다.
“나만 이거 이상한 거야?”
공감을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피자빵이 시선을 피한다.
“크, 크흠. 사람 이름이 아몬드일 수도 있지. 뭐.”
“그, 그래?”
수현(피자빵)의 태연스러운 대답에 현아(점원)는 혼란스러워한다.
“아몬드일 수 있는 거구나…… 사람 이름이…… 어떻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
-이걸 속아?!ㅋㅋㅋ
-피자빵 쫄아서 아무 말도 못 하누 ㅋㅋㅋ
-매점 누나 크크루삥뽕 안 하는 게 아쉽
-김현아 졸라 커여워!ㅋㅋㅋㅋ
-이름도 존예…….
“우리 이제 통성명도 했으니까. 진짜 팀이다? 그치?”
현아가 웃으며 말한다.
거울 속 그녀와 눈이 마주친 아몬드는 그저 밋밋하게 웃어 보일 뿐이다.
* * *
빨래 후, 매점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친 셋.
아몬드는 땅콩 소보로빵, 수현은 피자빵, 현아는 크림빵이었다.
음료는 모두 우유로 통일이다. 가장 유통기한이 적게 남았기 때문이다.
이후, 그들은 창고에서 꺼내온 박스 포장용 노끈을 의자와 의자 사이에 묶어서 빨랫줄로 활용했다. 의자가 무게에 넘어지지 않게 위에 생수 6개입 팩을 올려두면 딱이었다.
작업을 마친 수현(피자빵)이 숨을 크게 내쉬며 중얼거린다.
“하아. 여기에 침대만 있으면 딱인데.”
“양호실 간다며?”
“거긴 안돼…… 그놈들이 먹어서.”
“그놈들?”
“아까 빨래하면서 말해줬잖아.”
셋은 빨래하면서 아까 방문한 불쾌한 손님에 대해서 얘기했다.
“양호실을 걔네가 먹었다는 게 진짜 거슬려.”
현아(점원)는 인상을 찌푸린다.
“그리고 이제 식당도 먹으러 간대.”
수현이 대꾸한다.
이에 현아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이거 무슨 땅따먹기 돼버렸네.”
“자원이 한정적이니까.”
수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아몬드 쪽을 쳐다본다.
“아몬드. 넌 생각한 거 있어?”
“뭘.”
“좀비들을 물리칠 방법이지. 우리 아직도 제대로 죽일 수 있는 무기가 없잖아. 걔네들은 있는 것 같던데.”
무기라…….
아몬드도 그렇게 느끼긴 했다. 놈들은 마치 마음먹으면 좀비를 다 치울 수 있다는 것처럼 말했다.
「차라리 얼른 식당으로 돌자. 여긴 좀비들을 처리하고 다시 와야 된다. 교무실에 있는 비스킷도 이제 슬슬…….」
아마 제대로 된 무기가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인원도 무려 10명이다.
반면 이쪽은 단 3명이고. 무기도 제대로 된 게 없다.
“체육관 창고로 가야 할까?”
아몬드는 일단 대강 생각나는 대로 말해봤다. 사실 그는 양궁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거기에 해봐야 축구공이나 있겠지. 무기 될 만한 게 있어?”
수현의 반응은 싸늘했다.
“양궁부…….”
“양궁 화살은 촉이 없다니까. 촉을 만들 재료부터 찾는 게…….”
“과학 실험실?”
“……브레이킹 배드 주인공이 아니고서야, 거기 있는 걸로 뭘 하겠어.”
“브레이킹 배드?”
“그런 게 있어.”
하긴, 염산 정도야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걸 무기로 쓸 정도로 정밀히 다룰 재간이 없을 터다.
아몬드는 잠시 미니맵을 찬찬히 살펴본다.
‘……!?’
그는 미니맵을 보던 도중, 무기가 될 만한 게 잔뜩 모여 있을 법한 곳을 발견한다.
“공사장.”
여기까지만 말했을 뿐인데. 수현이 벌떡 일어난다.
“맞네! 공사장! 거기서 오함마 같은 거라도 챙기면, 좀비 뚝배기 깨는 거야, 충분히 가능하지. 아몬드는 손망치로도 깼잖아?”
그는 흥분한 채로 말을 덧붙인다.
“게다가 내가 노가다 판에서 좀 굴렀거든. 나 거기 장비들 좀 다룰 줄 알아.”
이놈은 뭔데 고2가 노가다 판에서 좀 구른 걸까……라는 의문은 차치하고, 아몬드는 뭘 만들 수 있는지 묻는다.
“거기라면 화살촉 같은 것도 가능하지 않겠어? 철판 절단기로 갈아서 만들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데. 일단 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와 공사장 가면 그럼 게임 클리어네 ㅋㅋㅋ
-화살 나옴 끝이지 ㅅㅂ ㅋㅋㅋ
-ㄹㅇㅋㅋ
“근데 공사장은 양호실이랑 너무 가까운데…….”
수현이 매우 불안한 듯 말한다.
불안한 건 수현뿐이 아니다.
‘큰일이네. 양호실이랑 공사장이랑 동선이 편리해.’
아몬드도 미니맵을 보면서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백준수 패거리는 공사장에 닿기가 너무나 수월했다.
걔네가 싹 다 바보들이 아니라면, 공사장에 무기 될 만한 게 많다는 생각쯤은 당연히 할 수 있을 거다.
아몬드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걔네가 오함마를 들고 올 수도 있겠다.”
현아(점원)와 수현(피자빵)의 얼굴이 동시에 굳는다.
현아가 겁에 질린 얼굴로 수현을 붙잡고 묻는다.
“피, 피자빵. 오함마……라는 게 있으면 방화문 열려?”
“음…….”
수현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그렇지. 손잡이 부분만 부숴도 되니까. 별관 방화문은 옛날식이라 그렇게만 해도 열려. 별관이 사실 이 학교 최초 건물이고 지금 본관이 새로 지은 거거든…….”
“그건 나도 알지만…… 하아…….”
현아는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쉬며 주저앉는다.
아몬드야 그냥 게임으로서 플레이 중이지만, 여기의 NPC들에게 이 상황은 리얼이다.
그들의 정신이 약한 것을 이해해 줘야 한다.
그렇게 생각해주고 있는 그때, 현아가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잠깐. 괜찮은 작전이 생각났어.”
그녀는 뭔가 생각난 모양이다. 좌절하고 있던 게 아닌가?
“우리가 공사장으로 가는 건 무리야. 맞지?”
“……그래.”
수현도 아몬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현아는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는 말한다.
“백준수 패거리를 치우고 가는 건?”
수현이 묻는다.
“어, 어떻게?”
현아의 시선이 자연스레 아몬드에게 향한다.
그건 쟤한테 물으라는 듯이.
‘내가 치우라고?’
아몬드는 어이없는 얼굴이 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작전이 이거야?
-작전명: 아몬드ㅋㅋㅋㅋ
-뭘 좀 아누ㅋㅋ
-니가 가라 하와이!
-미친ㅋㅋㅋㅋ
-“진짜 팀”
-대학생이라 그런지 조별 과제 이해도가 높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