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0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8화
9. 반응(3)
상현의 눈망울을 사정없이 흔들어놓은 글.
[풍선껌이랑 아몬드 루트 분석ㅋㅋ]제목처럼 꽤나 긴 분석글이었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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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좀비 스쿨이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리얼리티를 꽤나 추구하고, 잘 구현했다는 것도.
‘자유도 + 리얼 + 생존’
이 3가지 요소가 삼위일체되면 게임이 얼마나 그지같이 어려워지는지도 킹덤의 유저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난 확신했다. 레드햇이 위플러그라는 좋은 협업자를 끼고도 또 그지같은 게임을 만들어냈다고.
그런데 아니었다.
이들은 킹덤의 실패(?)를 피드백한 건지, 위플러그가 특유의 상업적 센스를 발휘한 건지.
여튼 이번 게임은 달라도 달랐다.
1. 자유도를 유지하면서도 발휘되는 유저 맞춤형 난이도 조절.
그중 첫 번째 요소는 역시 난이도 조절이다.
들어갈 때부터 쉬움 중간 어려움 따위를 고르는 허접한 방식을 말하는 게 아니다.
놀랍게도 이 게임은 시작부터 당신의 능력을 체계적으로 가늠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아몬드는 일진의 공격을 피했고, 풍선껌은 그러지 못했다.
이것 하나로 이 둘은 아예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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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 글이라 구태여 다 읽어볼 수는 없었다. 상현이 학업적 집중력이 부족하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댓글 반응도 대체로 그렇다.
-분석 추
-3줄 요약 좀
└아몬드는 사서 고생을 했다. 난 장문충이다. 끝.
└좀스가든의 헤밍웨이ㄷㄷ
-읽진 않았는데 일단 추천드림ㅋ
-미친 듯이 기네 ㄹㅇ
대부분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럼에도 1위 글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일단 분석이 제대로 된 것이어서고.
둘째로는 이 커뮤니티가 아직 소규모라서 이런 글이 1위로 갈 수 있는 환경이어서다.
어쨌거나 상현은 이 긴 글을 다 읽을 필요가 없고, 그저 첫 번째로 첨부된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자. 확인해 봅시다. 무기 있고. 위생 도구 넘치고. 약품 있고. 식량 있고…….]기절해서 양호실에서 깨어난 풍선껌이 주변 물건들을 파악하는 장면이다.
‘골프채랑 식량이랑 붕대에 침대까지…….’
양호실은 사실상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게 갖춰져 있었다.
위 글에서 말하는 ‘이지 모드’인 셈이다.
그런데 그것도 상현은 조금 의문이다.
-자연스러운 난이도 조절이고 뭐고 다 추측이고 그냥 자유도가 겁나게 높은 거 아님? 아몬드 말고는 그 디버프 처맞고 일진 공격 피할 수 있는 놈 있기나 함?
└ㄹㅇㅋㅋㅋㅋ
└그냥 킹덤 제작사를 너무 좋아하는 놈인 듯
└나도 이거 생각함ㅋㅋㅋ 걍 아몬드 혼자 어렵게 한 거 같은뎈ㅋㅋㅋ
정확히 상현이 걱정했던 바를 써놓은 댓글도 보인다.
이게 원래 있는 난이도 조절 기능이 아니라, 그냥 높은 자유도로 인해서 벌어진 사고라는 거다.
그렇다. 사고다.
평소라면 이런 거 아무 일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좋은 일이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플레이가 특별했다는 뜻이니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래서 광고가 되나?’
이 게임을 처음 플레이한 사람이 제일 이례적인 플레이를 해버리면 광고가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가볍게 즐기는 생존 게임 광고를 맡겼는데, 갑자기 하드코어 액션물을 만들어주면 곤란하다.
‘껌 형이 같이 해줘서 다행이다.’
그래서 풍선껌이 원래의 루트를 보여준 게 의미가 크다.
‘운이 좋았어.’
상현으로서는 상당히 운이 좋았던 셈이다.
단순히 광고 규모가 올라간 것 이상으로, 광고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상 루트로 가면 생각보다 싱글 모드는 쉽게 될 듯?
-일진 패거리 공포만 극복하면…… 좀비는 오히려 너무 약한데?
-와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을 듯ㅋㅋ
이 게임을 밑도 끝도 없이 어려운 게임이라고 생각할 뻔했던 유저들이, 풍선껌의 방송을 보고 오해를 풀고 있다.
그래서 우연찮게 이 게임의 자유도를 칭찬받고 있었다.
-자유도 쥑이네
-말만 오픈 월드라고 해놓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들이랑은 다르구만
-위플러그 많이 발전했누
-캬 국산 제작! 뽕이 차오른다!
일단 첫인상은 좋게 박힌 것 같았다.
‘이러면 광고는 성공인가?’
4천만 원의 값어치를 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기존 킹덤 유저들을 설득하는 것 정도는 해낸 것 같았다.
킹덤을 하던 사람들이 좀비 스쿨을 시작했다는 글이 다수 보인다.
거기에 다른 스트리머들도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타코야끼.
내용을 대충 보니, 풍선껌이 하도 죽어서 타코야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요약하자면 도움 요청은 효과적이었다.
타코야끼는 게임 센스가 탁월하니, 새로운 게임에서도 충분히 그 힘을 발휘해 줬다.
지금 둘이 매점 앞을 공략하는 장면처럼.
* * *
“여기다! 여기!”
타코야끼는 음악실에 있는 꽹과리를 들고 요란스럽게 쳐대면서 좀비들을 유인했다.
“워! 워!”
신명 나게 꽹과리를 울려대는 게 꼭 사물놀이를 보는 것 같았는데.
-머리도 없는데 머리는 왜 돌리는 거임?
-여러분은 문어가 좀비들을 유인하는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음악은 마약이다…….
신명 나게 쳐대서일까? 좀비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건 순식간이었고.
쿠구구궁.
음악실 앞문에 쌓아놓은 책상들을 마구 밀치며 모여들었다.
그렇다.
이들은 타코의 안전을 위해 앞문에 간이 바리케이드를 쳐놓은 것이다.
절대 뚫리지 않을 목적의 바리케이드가 아니라, 좀비들이 충분히 모일 만큼 기다리기 위한 바리케이드. 그러니까 과속 방지턱 같은 개념이다.
“훠! 훠!”
그 과속 방지턱이 교실 안까지 다 밀려올 때쯤. 타코는 뒷문 쪽으로 뛰면서 소란을 떨었다. 적당한 타이밍에, 밖에서 대기하던 풍선껌이 뒷문을 열어줬고. 좀비들이 따라 나오기 전에 닫아버렸다.
여기서 풍선껌은 미리 연결해 둔 끈을 당겨 음악실 앞문까지 닫아버린다.
“와! 와하하! 이게 되네!?”
“그럼요. 형님. 제가 뭐랬어요! 저 프로게이머라니까요!?”
타코의 이 작전은 음악실같이 교실 크기가 꽤 큰 경우에 아주 잘 먹혔다. 도망 다닐 공간도 넓고, 좀비들이 어느 정도 교실에 찰 때까지 버틸 여유도 있으니.
* * *
“…….”
아몬드는 영상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음악실 통발 ㅋㅋㅋ
-좀비 통발 쩐다
-이거 아몬드가 보면 뒤집어지겠눜ㅋ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영상 속에서 이미 아몬드 언급이 나온다.
‘이게 맞는 것 같네…….’
아무리 봐도 이 방법이 정석인 것 같았다.
괜히 게임을 어렵게 해버린 것이다.
괜히 시무룩해질 무렵.
전혀 반대로 생각하는 댓글들을 보게 된다.
-참내 이 사람들 왤케 어렵게 함 ㅋㅋㅋ 걍 아몬드처럼 사지 마비시키고 시체 처리장으로 쓰지 ㅋㅋㅋ
└ㄹㅇㅋㅋ
└맞네 ㅋㅋㅋㅋ 까짓거 대걸레 두 자루로 좀비 20마리 사지 마비시키는 게 뭐 어렵다고 ㅋㅋㅋㅋ 저렇게 호두를 혹사시키냐곸ㅋㅋㅋㅋ
-삐빅. 아몬드 플레이가 정석입니다!
-아~~ 그냥 가서 다 패 죽이세요~~~! 거 쫌생이처럼 뭐 하는 짓인지~~~
이걸 보고 나니 또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내가 맞네.”
결론은 결국 자신이 맞다는 거다.
-견과류단 머리에 단체로 총 맞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저게 어케 더 쉽누 ㅋㅋㅋㄹㅇㅋㅋㅋ
└22222
상현은 현실을 알려주는 다음 댓글은 애써 무시하며 이만 좀비 스쿨 가든을 나갔다.
“반응 괜찮다.”
이번 좀비 스쿨 광고 방송은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광고 방송치고는 처음으로 꽤 긴 텀으로 플레이해 본 건데.
“잘돼서 다행이다.”
잘 진행돼서 기뻤다. 단순히 돈이 많이 굴러들어올 미래를 상상해서가 아니라.
킹덤에이지라는 게임은 상현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게임이었는데. 이렇게라도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돼서 마음이 뿌듯하달까.
똑. 똑.
주혁이 그때 문을 두들겼다.
“……어. 왜?”
“야…… 드디어 왔다. 이브닝와이드 편집본.”
문을 열고 들어온 주혁은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그에겐 메이저 채널 방송이 남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이리라.
“같이 안 봐?”
“아, 어. 음…….”
솔직히 상현은 어차피 오늘 9시에 방영되는 걸 왜 미리 봐야 하냐는 생각이 들었으나.
주혁이가 저렇게 기대에 차 있는 건 흔한 모습이 아니기에, 그에 장단을 맞춰주고 싶었다.
“한번 보자.”
시작 파트는 좀 뻔했다.
오프닝 멘트 후. 호스트들끼리 사사로운 잡담과 근황을 주고받으며 천천히 텐션을 끌어올렸다.
[선배님은 새로운 소식 있나요?] [나? 나는 뭐 없어요.] [야. 민구야. 너 얼마 전에 이혼했잖아~ 뭐가 없어 없긴] [트루 형! 형도 조심해야 돼! ‘부부는 3개’ 안 봤어?]재밌었던 장면은 한민구의 이혼을 언급하는 부분 정도.
-김트루 닉값ㅋㅋㅋ
-나? 난 없어요! 와이프가!
-???: 이혼이 무슨 근황이여~ 다 하는 건데~
멘트 후엔 재밌었던 채팅들이 편집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채팅들도 꽤 볼만했다.
수백 개 채팅 중에 재밌던 것만 올라가니, 그럴듯하다.
이어서 게스트가 나온다.
[명문대 동양 철학과에서, 갑자기 반유교, 반정부적 가사 힙합퍼로 태어난! 유교걸의 대반란! 릴잔디!]릴잔디가 화려한 머리 색을 자랑하며 나오고, 라이브 당시엔 없었던 음악이 틀어진다.
그녀의 전공의 영향을 받은 듯한 동양 철학적 가사가 귀에 팍팍 꽂히는 노래다.
[형~광색 머리! 잘~록한 허리! 빗~치 난 리얼 푸시!]-ㅋㅋㅋㅋㅋ
-유쿄한 반란!
-리푸비! 리푸비!
-형~광색 머뤼!
-언니 포스 ㄷㄷ
화려한 등장 이후.
적절한 채팅이 가미되는 것은 당연하다.
릴잔디는 특유의 쾌활한 미소로 우렁차게 외쳤다.
[안녕하세요오오오오!]푸하하하.
등장만으로 호스트들이 다 함박웃음을 짓게 하는 에너지다.
그냥 존재 자체가 웃긴 사람들이 있지 않던가? 릴잔디가 딱 그런 부류다.
[아. 진짜 잔디네. 잔디색 머리. 응?]한민구의 조롱을 시작으로 여러 호스트들이 릴잔디를 돌려 깎아준 후.
대강의 소개 문구가 나오고, 몇 마디 주고받은 뒤. 곧바로 인호가 등장했다.
실제 릴잔디가 이야기했던 시간보다 조금 더 빠른 셈이다.
[이분도 역시 명문대 출신이죠? 공대생이었는데. 갑자기 아이돌을 하시다가, 이젠 또 배우로 태세변환!]다음은 인호다.
‘인호 분량에 따라 우리 게 정해지겠지.’
주혁은 방송의 남은 시간을 고려하며 안경을 추켜올렸다.
* * *
“오오. 나온다. 형. 나 나와.”
인호가 뒷좌석에서 호들갑을 떤다.
“아이. 걱정 말라니까? 그걸 뭘 또 일일이 보고 있냐. 너 차 안에서 멀미하는데.”
매니저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백미러로 인호의 표정을 체크했다. 자기가 등장하는 장면만큼은 꼭 챙겨보는 녀석은 영락없는 관종이다.
뭐, 이 직업에 딱 맞는 성격이긴 했다.
“너도 옆에 같이 있었잖아? 상무님이랑 말할 때. 애초에 우리 회사가 거기 화장품 광고 넣은 게 몇 개인 줄 알아? 찾아가는 거도 오바였어. 그냥 있었어도…….”
매니저가 걱정 말라며 한참을 떠들고 있을 때.
인호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왜 그러냐?”
이제 등장한 지 5분도 안 지났는데. 벌써 표정이 안 좋아질 리가 없는데. 이상했다.
“야. 인호야. 왜 그러냐고.”
그러나 인호의 귀에 매니저의 질문이 들려올 리가 없었다.
‘뭔가 이상해.’
인호는 지금 자신의 등장 장면을 보고 있다. 눈을 부릅뜬 채로, 아무런 말도 없이 못이 박힌 듯 보고 있다.
‘뭐지?’
상당히 불쾌하다.
이 장면이 너무 이상했다.
그런데 원인을 모른다.
피상적으로 설명하자면, 제작진은 인호를 돋보이게 해줄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적어도 게스트가 등장할 땐 응당 해당 게스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향해야 하지 않던가?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마치 그냥 당연히 나와야 될 놈이 나온 것처럼 처리됐다. 어떤 연출적 기법을 쓴 건지, 인호로서는 정확히 설명할 방법이 없지만 분명 뭔가 묘하게 다르다.
“너무…… 빨라.”
“지금? 시속 30키로인데? 어린이 보호 구역이라…….”
“아니!”
인호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내 등장! 등장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고! 릴잔디보다 분량이 적은데!?”
“뭐?”
매니저는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아니. 등장이랑 소개는 너 사람들 많이 아니까 좀 줄였겠지. 소개 쭈욱 하고 다음 라운드부터가 진짜잖아.”
하아. 그는 한숨을 내쉬며 핸들을 꺾는다.
“인호야. 좀 인내심이 있어봐라. 원래 유명한 사람들은 소개가 짧아~ 응? 저기 메인 MC인 한민구가 어디 가서 나 한민구라는 사람이고 어쩌구저쩌구 말하디?”
매니저의 말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런 문제가 아니야…….’
단순히 속도가 빠르게 지나갔다고 이러는 게 아니다. 나와야 할 컷이 안 나오고, 안 나와야 할 컷들만 모아놓은 기묘한 느낌.
그리고 아몬드가 등장했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인호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