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1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9화
10. 밝혀지는 오해(1)
[다음 게스트 모셔볼까요?]주혁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오! 나온다! 나온다!”
누가 보면 본인이 TV에 나오는 줄 알 것 같다.
옆에 심드렁한 표정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는 게 매니저고 말이다.
“오.”
후르릅.
상현도 커피를 마시며, 일단 호응은 해줬다.
[양궁 천재 소년에서, 대기업 아성의 정직원, 그리고 게임 스트리머로! 태세 변환의 귀재! 스트리머 아몬드입니다!]이 소리가 들려오고, 상현의 얼굴이 화끈해진다.
다른 사람에겐 어떨지 모르지만, 본인이 듣기엔 좀 과하지 않나 싶은 소개 문구였다.
‘보기가 좀 민망하단 말이지.’
1인 방송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런 토크쇼에선, 낯선 페르소나를 장착한 내 얼굴을 볼 수 있다.
연예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상현.
그는 저렇게 밝은 표정으로 여럿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신의 모습이 적응하기 힘들었다.
다행이라면, 시청자들은 그런 그의 모습이 자연스럽다고 느껴줬다는 것이다.
그거면 된 거다.
[아. 그래서 양궁을 시작하셨구나. 근데 그렇게 그냥 쭉 선수까지 하시게 된 거예요?] [예.] [이야. 재능이 있었나 보다.] [예.] [???]-견과류 쉑 그대로 나왔누 ㅋㅋㅋ
-얘! 여기서는 그렇게 하면 아무도 안 받아준단다! 어?!
-ㅋㅋㅋㅋㅋ한민구 0.1초 당황
-대답 속도 무엇 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보기엔 이날 이브닝와이드에서의 모습이 아몬드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무래도 그는 내적인 갈등을 밖으로 잘 표출하지 않는 데 능하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철면피.
[와. 진짜 천재 아냐?] [진짜 천재 맞습니다.]이런 말을 할 때도 크게 표정 변화가 없다.
그게 지나치게 빠른 반응속도와 맞물려, 웃음 포인트가 된다.
-ㅁㅊㅋㅋㅋㅋㅋㅋ
-천재 맞는데요? 방송 천재.
-맞다니까 몇 번 말 시켜 ㅋㅋㅋㅋ
-아 양궁 천재는 이제 모르겠고! 나 천재 광대야!
-역대 토크쇼 반응속도 중 단연 탑 티어
피디가 편집한 채팅들만 떠서 그런지 몰라도,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야. 이거 편집 되게 잘해줬는데?”
주혁이 옆에서 신나서 중얼거린다.
“라이브보다 훨씬 더 웃겨.”
“그렇네.”
상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편집을 잘해줬다는 말은 동감이다.
괜히 메이저 채널이 아닌 모양이다. 라이브 방송하고는 차원이 다른 텐션이 형성되고 있었다.
[아니, 여기 반응속도 빠르다는 것도 있던데. 진짜네. 진짜 빨라.] [아하하하! 맞아! 다른 사람보다 뭔가 반 템포 빨라.]-한민구도 인정한 반응속도 ㄷㄷ
-스트리머 최초로 탑 티어 MC에게 인정받은 반속 ㅋㅋㅋㅋㅋ
-김트루 웃는 거 찐텐이넼ㅋㅋㅋ
피디는 이 파트가 재밌다고 생각했는지, 라이브에서 나왔던 장면을 거의 다 리얼 타임으로 넣었는데.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텐션을 그대로 이어서 드디어 상현의 과거 영상이 소개된다.
[거…… 그 영상 있잖아요? 대회에서 우승하는. 그거 한번 봅시다. 우리.]상현은 이쯤에선 괜히 다시 커피 머신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돌린다.
아직도 저 얘기는 조금 불편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터뷰 몇 번 하고 방송 나가서 썰 좀 풀었다고 완전히 씻겨갈 만한 과거는 아니었다.
후련하긴 했으나, 그 순간뿐이었다.
덜덜덜……
커피잔을 오래 든 그의 오른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과거 행적은 돌이킬 수는 없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상현은 이만 다시 방으로 향했다.
주혁이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 뭐야. 안 봐?”
“그 뒤부터는 안 봐도 되지 뭐.”
“……?”
야. 여기서부터가 재밌는 거잖아…… 라고 말하려던 주혁의 입이 다물어졌다.
[올 텐! 전부! 전부 렌즈 한가운데로 들어갑니다!]지금 재생되고 있는 영상이 어떤 것인지 그제야 다시 실감이 났다.
이건 상현의 과거.
그 낯설고 매정했던 아성이라는 땅에서 5년을 구르고, 노가다 판을 전전하면서까지 잊고 싶어 했던 그 과거.
‘아직 안 괜찮겠구나.’
이런 걸 대중들에게 털어놓는다고, 완전히 괜찮아질 리가 없다.
무엇보다 그의 진짜 상처는 아직 대중들에게 말조차 꺼내지 못하지 않았던가?
‘한소연…… 이었나.’
상현은 자신의 양궁에 대해서는 으레 이야기하고 다녔을지언정, 소연이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하지 않았다.
팬들은 한소연이라는 소녀의 존재조차도 알지 못한다.
‘아직 어려운 일이었어.’
상현은 아직 이 일이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과거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계속 묻게 되고 그것이 또 인터넷에서 재생산되는 게.
그때마다 소연이 생각날 것이고. 잊었던 감정이 다시 피어나면 시들기를 기다리기를 반복할 테지.
‘생각 못 했어.’
주혁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애초에 남의 감정에 그리 예민한 편도 아니거니와, 상현이 괜찮아 보였기 때문이다.
일단 스스로 메이저 채널로 진출하겠다 포부를 밝힌 터니까.
그래. 스스로 가겠다고 했다. 그것도 꽤나 적극적으로. 왜였을까?
‘……이런.’
주혁의 머리에선 금방 답이 나왔다.
누구보다 주혁 자신이 그 메이저 채널로의 진출을 바라왔기 때문이잖은가?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그 욕망을 또 감추지 못하고 줄줄 흘리며 다 티를 냈던 거다.
그때.
후두두두둑……!
창문 밖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혁은 멍하니 창밖을 쳐다봤다.
‘한겨울에 웬 비냐.’
한참 동안 창밖을 보던 주혁. 그의 고개가 다시 상현의 방문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상현아.”
* * *
“인호야. 너 괜찮냐?”
똑똑.
매니저가 문을 두들기며 묻는다.
“야. 인호야…… 그거 별거 아니야. 그깟 토크쇼 분량…… 다시 또 다른 거 찍으면 되잖아?”
인호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하아.”
매니저는 한숨을 쉰다.
문에 등을 기대며 주저앉았다.
‘이게 뭐라고.’
이브닝와이드. 그냥 토크쇼일 뿐이다.
요즘 젊은 애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빨 다 빠진 SCB에서는 이 토크쇼가 명줄이나 다름없으나, 인호 같은 블라썸 멤버에겐 그냥 팬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블라썸에서 입지가 최상은 아닌 인호에겐 꽤 큰 예능 진출일 수 있다만…….
이런 반응은 좀 의외다.
‘저렇게나 우울할 일인가’
인호가 아무리 관종이라지만, 제 할 일은 하는 아이돌이다.
분량이 적다고 이렇게 집에 틀어박혀서 우울해한다? 혹은 하루 종일 감정 조절을 못 한다? 흔한 일이 아니다.
기대감이 컸던 걸까?
그때 스쳐 가는 생각.
‘혹시…… 단순히 분량 때문이 아닌가?’
매니저는 그제야 뭔가 생각났는지, 편집본 파일을 돌려본다.
[뒤로 10초] [뒤로 10초]조금씩 뒤로 가던 중.
위화감을 느꼈던 부분을 발견한다.
[아, 셋은 대기실에서 서로 인사했어요?]모든 게스트가 입장하고, 서로 인사했냐고 묻는 아주 정상적인 장면.
그러나 이건 시작 부분이고.
[예! 아까 했죠! 제가 먼저 와 있었는데. 들어오셨거든요! 문 딱 열리면서 나오는데, 전 진짜 배우님인 줄 알았어요!] [인호우~ 너 또 아이돌식 인사 했지!? 안녕하세요! 블라썸입니다!] [아니. 넌 혼자 있을 때도 그걸 하냐?] [스, 습관이죠……]‘여기다.’
이 파트가 뭔가 이상하다.
[정말이에요? 아몬드 씨?]특히나 다음 순간 아몬드에게 질문이 돌아갈 때.
‘왜 인호 얼굴이 이렇게나 클로즈업되었지?’
인호의 얼굴이 거의 화면 하나를 다 차지하게끔 클로즈업된다.
이런 건 3류 스릴러에서 얘 좀 범죄자로 의심해 달라고 할 때 쓰이는 연출이다.
여기에 ‘쉭!’ 같은 효과음을 넣고 눈빛을 클로즈업해 주면 그대로 아침 드라마 악역 담당의 스틸 컷이다.
‘게다가 표정은 또 왜 이래?’
라이브에선 인물들 하나하나의 표정에 집중하기 어렵다. 동 시간대에 모두의 표정이 지나가니까.
하지만 편집본은 다르다. 같은 말에 대한 반응을 제각각 순차적으로 다 보여줄 수 있다.
인사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서, 제작진은 인호의 얼굴을 이렇게나 가까이 편집하기로 결정했다.
‘인사 안 했나 보네.’
매니저는 별다른 추가적인 감상도 없이 그렇게 결론지었다. 흔히 있을 법한 일이다.
방송을 하다 보면 상황에 맞게 말을 하는 게,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알맞은 가면을 써주는 것.
애초에 시청자들이, 대중이 그걸 요구한다.
인호는 그 요구에 맞는 가면을 고르는 게 몸에 배 있는 놈이다.
‘이건 너무 티가 나잖아.’
다만, 가면을 들킨다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가면 너머의 얼굴이 조금이라도 노출되면, 그때부턴 갑자기 가면 안의 그 얼굴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중요해진다. 처음엔 관심도 없다가도.
즉, 시청자들은 자신들을 완벽하게 속여주길 원하는 거다. 가면이 벗겨지는 걸 원치 않는다.
가면이 벗겨졌냐, 아니냐.
그 기준은 정말이지 모호하지만, 신기하리만치 정확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지금 인호의 표정 클로즈업.
이건 정확하게 가면이 벗겨진 장면이다.
‘왜?’냐고 물으면 정확히 표현하긴 힘들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느낀다.
그러나 매니저와 인호는 억울한 면이 있다.
‘근데…… 이건 편집 잘못 아니야?’
아무리 아이돌이라도 이런 미세한 표정까지 감출 순 없다. 감출 필요도 없다. 이 정도는 어련히 알아서 편집해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면 연예인들 태반이 제대로 활동을 못 했을 거다.
그러니 응당 편집해 줘야 맞는 거다.
만약…….
‘만약 인호를 맥이려고 작정한 게 아니라면.’
고의적으로 출연자를 묻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매니저는 제작진에게 메시지를 작성한다.
[피디님. 편집 방향이 저희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네요. 전화 한 통화 가능할까요?] [피디님?]그러나, 메시지에 생성된 ‘1’이라는 숫자는 그날 9시가 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9시는 이브닝와이드의 방영 시간이다.
그제야 매니저는 느꼈다.
‘아…… 뭔가 틀어졌구나.’
위층에 얘기하러 간 게 오히려 독이 됐음을.
* * *
오후 9시 20분경.
때아닌 폭우가 쏟아지는 밤.
쏴아아아아아!
빗방울이 오피스의 매끈한 커튼월을 후려친다. 자잘한 소리는 다 묻힐 정도의 빗소리였는데.
“유상현이야?!”
그 소리를 뚫고 나온 소리가 있다.
과거 상현이 몸담고 있던 곳의 팀장이었던 자의 목청이다.
덕분에 아성의 한 휴게실에선, 예외적으로 빗소리보단 사람들의 소란이 더 시끄러웠다.
“유상현이요?!”
“에엥?!”
야근을 하던 다른 팀들도 그 소리를 듣고 한 명씩 몰려와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으에에?!”
“에에에!!”
꼭 이상한 소리 내기 콘테스트라도 하는 듯한 광경을 유상현이 누군지 모르는 두 신입사원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어, 어, 어머! 어떡해! 진짜 상현이다!”
유상현과 그나마 조금 친분이 있던 여사원 하나가 호들갑을 떨었다.
일전에 회식 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던 그 여자다.
“유상현?”
“얼마 전에 나간 애?”
“걔? 박 부장이랑 대판 하고 나갔던?”
부풀려진 소문과 그보다도 더 비대해진 호기심에 사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저게 유상현이야?”
“어린애인데.”
“자료 화면이래. 자료 화면. 상현 씨가 양궁 선수 하던 시절.”
“뭐? 양궁 선수??”
“취미로 했었나?”
“돈 많은 취미네. 회사도 낙하산으로 오더니.”
화면 속 앳된 모습의 상현은, 그 어떤 옷보다도 끝내주게 잘 어울리는 하얀 유니폼을 입은 채였다.
지금 날씨와는 다르게 화면 속 그날의 날씨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이었다.
그 햇살이 방해되는지 상현은 하얀 모자를 잠시 만지작거린 후.
기리릭.
활시위를 당겼다.
활시위가 햇살에 반사되어, 유난히 반짝거린다고 느낄 때 즈음.
파앙!
어느새 날아간 화살이 정중앙에 꽂힌다.
“……?”
“!?”
지켜보던 사원들의 표정이, 잠시 하단에 비친 토크쇼 출연진들의 표정과 똑같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