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1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30화
10. 밝혀지는 오해(2)
한겨울, 때아닌 비가 내리고.
아성의 사옥에선 때아닌 올림픽 분위기였다.
“와! 또 맞아!?”
“오!”
“헐. 뭐 저렇게 빨리 쏴 근데?!”
한국 사람이라면, 양궁을 쥐어본 적은 없어도 누구나 한 번쯤 올림픽 기간에 양궁 경기를 보지 않던가.
매일 보면 지루할지 몰라도, 가끔 보면 재밌는 게 또 이 양궁이란 스포츠다.
피융!
비록 올림픽은 아닐지언정, 연이어서 10점을 쏘는 상현의 모습에 열광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터다.
심지어 자신이 익숙하게 알던 얼굴이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만점을 기록한다면.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와아아!”
“와! 뭐야!?”
“유 대리 미쳤네? 어? 취미 수준이 아닌데?”
점잖은 아성 직원들도 이럴진대, 채팅창의 반응은 더 굉장했다.
피디가 최대한 편집해서 간추려 올려도 수도 없이 올라갈 만큼.
-와 ㄷㄷㄷ
-이게 엑스텐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전부 10점 ㄷㄷ
-올 10도 올 10인데 쏘는 속도가 장난 없네
-옆에 사람 ㅈㄴ 허무하겠다 조준하고 쏘는데 무슨 1초도 안 걸리누.
……패널들도 따라 감탄하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와. 진짜 올 텐이네? 진짜 장난 아니다.] [와…… 뭐죠? 이거 올림픽이랑 같은 룰 맞아요?] [헐. 대박이다.]지켜보던 직원들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거 올림픽이랑 룰 같아?”
“아마추어 대회 아냐?”
“그래도 대단하긴 하다.”
직원들은 중간부터 봐서 이 영상이 선수권 대회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보던 사람이 설명한다.
처음 이 영상을 틀었던 그 팀장이다.
“야. 저거 선수권 대회야. 이거 그냥 아마추어들이 나가는 경기 아니야. 이제 금메달 따는 거 같은데?”
“헐. 결승이에요?”
“어. 이거 결승이잖아. 이거 봐.”
팀장이 가리킨 영상 속에선 상현이 시상대에 올라가서 무표정하게 금메달을 받는 것까지 따라 나왔다.
“국내 선수권이 사실 올림픽 우승보다 힘들다던데…….”
“이거 따면 올림픽 가서 따는 건 기정사실이라며?”
“요즘 남자 양궁은 그 정도까진 아냐. 그래도 뭐…… 군 면제는 확정으로 받겠지.”
“그러고 보니 유 대리 미필이라고 했던가?”
“어…… 그런가? 근데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왜 굳이 회사로 와?”
“그러게…… 낙하산까지 받으면서…….”
직원들이 의아한 점을 서로 주고받는 사이, 화면이 넘어갔다.
인터뷰다.
[지금 엄청난 기록을 세우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카메라가 흔들리며 잠시 영상이 흐트러졌다.
상현을 향해서 꽤 많은 인원이 모여들어, 카메라맨이 이리저리 치인 모양이다.
인터뷰 질문은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상현이 명확히 대답한 질문은 딱 하나였다.
앞으로의 목표.
[올림픽 우승입니다.]숨 쉬듯 당연한 걸 말하는 태도, 곧은 눈빛, 수려한 용모.
이 장면은 울림이 있었다.
영상 내 모여든 사람들도 잠시 모두 할 말을 잃었고.
패널들도 흔치 않게 침묵했다.
그리고 영상이 꺼졌다.
잠시 화면이 암전된 시간 동안. 침묵이 유지됐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누군가를 추모하듯이.
어두웠던 화면이 서서히 다시 밝아진다.
비비드 톤으로 꾸며진 토크쇼 세트장이 등장한다.
그제야 직원들도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어? 아, 이거 이브닝와이드야?”
“이거 뭔지 아세요?”
“어. 요즘 좀 뜨는 사람들 나오는 그런 거 아냐? 대박이네. 상현 씨가 여기 나간 거야?”
뒤늦게 모여든 직원들은 이제야 이브닝와이드의 화면이라는 걸 알아챘다.
“어쩐지 김트루 목소리 들리는 것 같더라.”
“와. 유 대리 얼굴 하나는 진짜 귀공자네.”
“근데, 너희들 안가냐?”
하도 조잘대는 터에 보다못한 팀장이 물어본다.
“아이. 왜요? 같이 봐요.”
“저희도 야식 시간인데요.”
“참내.”
팀장은 어깨를 으쓱해보고는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럼 조용히 좀 하자. 서린이 말하잖아.”
직원들은 형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패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푸핫!
“으악.”
“똑같네. 똑같애.”
“쟤는 저기 가서도 저러냐?”
유상현의 특이한 대화 방식은 이미 사내에서 더 유명하다. 회사에서는 그게 별로 도움이 안 됐다만.
저기서는 꽤나 잘 먹히는 모습이다.
한민구가 웃음 포인트를 감지하고 그걸 잘 받아준다.
[아니, 서린아~! 빨리 쏠 수 있으니까 그냥 빨리 쏘는 거야~! 넌 그럼 촬영 빨리 끝내면 빨리 끝내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니?]직원 휴게실엔 또 한바탕 웃음이 지나간다.
“아. 한민구가 진짜 웃기긴 해?”
“괜히 맨날 나오겠냐.”
“저 표정이 대박이야. 진짜 오만상 찌푸리는.”
한민구는 사실 이브닝와이드에 나오기엔 꽤나 거물이다. SCB에서 이 토크쇼를 메인으로 밀고 싶어 한다는 증거로 한민구의 캐스팅이 자주 거론될 만큼.
그런 그가 능숙하게 다음 화제로 진행한다.
[여튼. 아몬드 님. 진짜 빠르고 정확한 화살을 쏘시는데.]“아몬드?”
“아몬드가 예명이야?”
“스트리머래. 스트리머.”
“아…….”
직원들이 아몬드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군대고. 화면은 상현을 향해 돌아간다.
[음…… 근데. 이 양궁을 그만두셨더라구요. 올림픽에도 결국 안 나가셨고. 아주 어린 나이에 은퇴를 하셨어요.]상현의 표정이 확실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직원들도 궁금해했던 부분이기에, 모두 밥 먹는 것도 잊고 머리를 앞으로 가져다 댄다.
[은퇴하신 이유가 있나요?]* * *
“피디님. 지금 반응 좋은데요?”
스태프의 표정이 상당히 밝아졌다.
결과가 좋게 나오고 있다.
“어. 그래.”
장 피디는 전혀 그 좋은 티를 내지 못하는 중이다.
두 손으로 콧등을 받히고 고개를 숙인 채.
“그래. 그래.”
계속 이렇게 중얼댄다.
초조해 보인다.
‘계속 올라가야 되는데.’
비록 이번에 운이 좋아서 이사가 편집 방향을 밀어줬다지만. 이런 운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래야 다음부터 좀 더 수월한데.’
장 피디는 자신의 편집 방향이 맞다, 내가 옳다 주장하고 싶었다. 그런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지표를 원했다.
“더 더 올라갑니다.”
그의 바람을 담은 듯, 시청자 수 그래프가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간다. 처음 들어온 시청자들이 잘 나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나 아몬드의 사연 파트에서 상당한 상승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앜ㅋㅋㅋㅋㅋ 빠르게 쏠까요 뭔데 ㅋㅋ
-ㅁㅊ ㅋㅋㅋ
-서린아 ㅠㅠ
현재 편집본을 보는 시청자들의 채팅 반응도 좋다.
비록 라이브는 아니지만, 워낙에 보는 인원이 많다 보니 채팅도 많다.
[현재 시청자 31.6만]SCB 입장에서 이 정도 숫자는 상당한 편이다. 편집본이 이 정도 화력이 나온다면, 그들이 추가적으로 생산할 예정인 올튜브 짤 영상 같은 경우엔 누적 조회 수로 200만 300만까지 바라볼 수 있다.
‘난트전 화력이랑 비슷해.’
장 피디는 이번 방송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아몬드의 난트전 시청자 수를 살펴본 적이 있었는데.
결승과는 차이가 상당하더라도, 일반적인 경기에서 나오는 시청자 숫자가 나오고 있다.
난트전은 엄청나게 스케일이 큰 대회이고, 참여자도 한둘이 아니다만.
토크쇼는 세트장 하나와 패널 몇몇은 고정, 거기에 게스트만 돌아가며 들어가는 아주 효율 좋은 예능이다.
“광고. 광고 클릭 수.”
장 피디가 여전한 자세로 짧게 물었다.
스태프들이 대답한다.
“지금 광고 클릭 수도 상당합니다. 화장품 광고도 당연히 높은데요. 그 다이버즈 쪽에서 준 광고도 클릭 수가 많아졌어요.”
“20대 남성 비율이 꽤 올라갔습니다. 그렇다고 여성 숫자가 줄어든 게 아니라. 그냥 추가로 올라온 것 같습니다.”
남녀 성비가 골고루 퍼지고 있었다.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면 아이돌 위주 편집에 대한 압박에서도 자유로워지는 거다.
그리고, 토크쇼는 마지막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상현이 은퇴한 이유를 묻는 장면.
“후아……!”
장 피디는 그제야 크게 숨을 내쉰다.
스태프 둘의 어깨에 손을 얹은 그가 나지막이 말한다.
“나…… 해낸 것 같은데?”
시청자 수가 클라이맥스를 찍는다.
* * *
[은퇴하신 이유가 있나요?]은퇴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화면 속 상현이 호흡을 가다듬는다.
뭔가 긴 이야기가 있다는 걸 직원들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은퇴? 제대로 활동 못 했구나?”
“그러니까 여기 있었지.”
“뭐지? 왜 은퇴했지?”
“아…….”
같은 팀이었던 직원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왜 그래?”
“유 대리님…… 오른손 조금 불편하신 것 같던데.”
“오른손?”
“예…… 서, 설마 그거 때문인가…….”
팀장이 한숨을 내쉰다.
“……하. 이런 거였어?”
그도 대강은 알고 있었다. 상현의 타이핑이 유독 느리다는 거. 그래서 그런 쪽으로 일을 거의 주지 않았었다.
사실, 상현의 문제는 타이핑만이 아니긴 했다. 이런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과는 살아온 배경 자체가 다르고, 쌓아온 상식의 기준이 다르다.
섞이지 못한다.
팀장은 그게, 그가 낙하산을 받을 만큼 곱게 자란 상류층 자식놈이어서라고 처음엔 생각했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아닌 것 같았지.’
워낙 지 얘기를 안 하니, 알 수는 없지만.
왠지 아닌 것 같았다.
“헐. 진짜인가 봐! 오른손!”
직원 하나가 호들갑을 떤다.
[그 사건 피해자셨어요? 제가 그 사건 취재 담당이었거든요.] [네. 그 이후로 오른팔이…… 일상생활은 될 정도로 쓸 수 있는데. 후유증으로 수전증 같은 게 심해져서요.]화면 속 상현이 자신의 사고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방금 전에 봤던 그 대회가 끝나고 얼마 후 사고를 당했다고.
이후, 상현은 그 뒤의 삶을 최대한 간략하게 풀어냈다. 할머니와 고군분투하며 살아왔던 이야기, 재활에 힘썼지만 여기까지가 한계였던 것 등…….
“잠깐. 쟤 금수저 아니었어?”
“……뭐야.”
“그거 헛소문이에요. 그냥.”
“그게 헛소문이라는 게 헛소문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낙하산이라며?”
“모든 낙하산이 금수저겠습니까. 뭐…… 금수저든 아니든 낙하산이지만.”
그리고, 아성 입사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오. 아성 얘기 나오네.”
“아니, 이걸 얘기한다고? 낙하산인데?”
“그러게. 좀…….”
직원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이 기업에 들어오기 위해 인생 전반을 다 희생한 사람들이다. 뼈를 가는 노력으로 입사한 후, 남은 뼛가루마저 이 회사 땅에 묻겠노라, 매일같이 사상 검증을 당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하늘거리는 바람을 타고 내려온 낙하산 인사를 곱게 볼 리는 없었다.
설사 그가 불우한 과거가 있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아…… 그 장애인 전형으로 들어가셨구나. 근데 낙하산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맞아요. 그때 부장님이 장애인, 낙하산 중에 어떤 게 낫겠냐고 해서. 제가 그게 나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그들이 알던 사실과는 사뭇 다른 진실이 밝혀졌다.
“…….”
잠시의 침묵.
“……이게 뭐야.”
누군가 침묵을 깨고.
소란스러워진다.
“저, 저렇게 처리될 수 있어요?”
“인사 정보는 담당자 외엔 절대 못 보니…… 그럴 수 있긴 한데…….”
“구라 아냐?”
상현이 거짓말을 했다는 추측도 있었으나.
사실 받아들여지기 힘든 가설이다.
“방송 나가서 저런 걸로 구라를 쳐요?”
“아니. 잠깐 근데 진짜 장애가 있잖아?”
“헐…….”
“칠 수도 있지. 그럼 낙하산이라 말해요?”
“아예 아성 얘기를 안 하겠지!”
“아성 이미지를 왜 버려!”
그럴 리가 없다.
아니다. 그럴 리가 있다.
이리저리 의견이 오갔다.
결론은 팀장이 냈다.
“아마 진짜일 거야.”
그는 더 이상 보기 힘든지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진짜라구요? 박 부장님이 굳이 왜 낙하산이라고 거짓말을…….”
팀장이 질문한 직원 쪽을 돌아본다.
“굳이 왜냐니.”
빠득.
그가 쥐고 있던 종이컵이 구겨졌다.
“난 왜 그렇게 했는지 뻔히 알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