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1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33화
11. 김주혁의 활약(2)
쫄보 김주혁.
그는 한 번도 백준수 패거리에게 제대로 대항해 본 적이 없다.
대항은커녕 앞에서 오줌이라도 지리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그러나, 상대가 백준수 패거리가 아니라면 어떠한가?
‘아마 될 거야.’
이 또한 확실한 건 아니고, 단순히 추측이지만.
아마 상대가 백준수 패거리가 아니라면, 충분히 제압하는 게 가능하다.
실례로 아몬드는 게임 초반에 반장과 멀쩡하게 대화 나눈 적이 있다.
또한 간접적이지만 그의 어깨를 밀치며 뛰어가기도 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다.
“내가 나갈게.”
“나, 나간다고?”
현아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묻는다.
“아니, 왜? 혹시 또 똥 마려워?”
-엌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 ㅋㅋㅋㅋ
-견과류 올튜브 애청자 김현아
-ㅠㅠ
-현아도 올튜브 봤구나!
상현은 NPC의 지나친 인공지능에 당황하여 손을 내저었다.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강한 부정 ㅋㅋ
필요 이상으로 강력하게 부인해 버린 아몬드.
현아는 이상하게 쳐다본다.
“아니면 아닌 거지…… 뭘 그렇게까지…….”
더벅머리 수현이 끼어든다.
“그럼 왜 나가려는 거야? 밖에 너무 위험해. 나랑 누나랑 얘기해 봤는데, 새벽에 놈들이 자고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보초 서는 친구만 기습해서 제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NPC들이 단체로 말리는 걸 보면, 지금 아몬드가 하려는 행동은 그리 똑똑한 짓은 아닌 것 같다만…….
언제부터 아몬드가 게임을 똑똑하게 했던가.
난트전 우승을 했음에도 첫 번째 미니언이 몇 초에 생성되는지도 모르는 게 아몬드다.
그럼에도 그는 우승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러니 이런 NPC들의 말에 쉽게 설득되진 않는다.
그는 이어지는 잔소리들을 귓등으로 흘리며 시계를 쳐다본다.
“새벽은 너무 늦어.”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쳐들어가기엔, 방송 시간이 너무 허비되었다.
무엇보다 아몬드는 한 장소에서 계속 버티면서 파밍하는 식의 생존은 선호하지 않았다.
배틀 라지 시절 그에게 생존이란, 적을 죽이는 것이었다.
-아 방송 망한다고 ㅋㅋㅋ
-이게 여포 메타 스트리머지
-배틀 라지 보고 싶누 ㅠㅠ
수현은 어이가 없어 되묻는다.
“뭐? 늦어? 왜 무슨 저녁 약속이라도 있냐?”
-눈치 빠른 새끼 ㅉㅉ
-???: 응~ 난 레이나랑 저녁 약속 있어~ 찐따 쉑아~
-레이나: (흠칫)
이런 시국에 당연히 저녁 약속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아몬드는 다른 변명을 생각해 냈다.
“음…… 내 생각엔 좀비한테 공격당한 지 얼마 안 된 지금이 적기야.”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이게 의외로 먹힌 건지. 수현은 고개를 끄덕인다.
설득된 것 같았다.
“그럼 바리케이드 치우자.”
* * *
좀비들의 시체가 즐비한 복도 한가운데.
한 학생이 가만히 서 있었다.
백준수가 보낸 첫 번째 감시자.
명찰에 적힌 그의 이름은 ‘장성수’다.
처음엔 초조해하더니, 이젠 조금 나아진 모습이다.
다만 목이 불편한지 계속 이리저리 돌렸다.
“으으…… 목이…….”
백준수와 그의 측근들이 양호실 침대를 다 차지하고 자서, 장성수는 바닥에서 초코파이 포장 박스를 깔고 잤기 때문이다.
목을 하도 만져서 거무튀튀한 핏자국이 묻었지만. 개의치 않고 그는 목을 이리저리 돌린다.
드드득…….
뼈가 맞춰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
“오.”
그런데, 이건 목에서 난 소리가 아니었다.
드르르륵…….
“?”
그의 시선이 천천히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돌아갔다.
드르르륵……!
매점 문이었다.
드르르르르르르……!
매점 문 안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뭐야.”
그는 오함마를 들며 매점 쪽으로 다가갔다.
쿵.
매점 문이 덜컹거린다.
그는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오함마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멍청한 짓이었다.
그는 사실 오함마가 아니라, 휴대폰을 들었어야 한다.
끼익.
매점 문이 열리고 등장한 얼굴을 보고 방심했기에 벌어진 실수였다.
“김주혁.”
장성수의 입꼬리가 솟구쳤다. 네가 나와서 뭘 어쩌겠냐는 것이다. 김주혁은 맨날 일진들 빵이나 배달하던 교실의 최약체였다. 게다가 이렇다 할 무기도 없다.
지금 들고나오는 마대자루는 무기라고 할 수도 없다. 선생들이 훈육용으로 들고 다닌다면 모를까.
“항복해라 그냥.”
장성수는 말을 걸며, 상대의 머리를 언제 후려칠지 계산했다. 이 녀석을 죽이고 올라가면, 나도 계급이 상승할 테지.
그 그룹 안에서, 사람을 죽인다는 건 계급의 상승이다.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백준수 걔 지금 사람 새끼가 아냐. 너 진짜 죽──”
어?
장성수는 뒤늦게 눈치챘다.
휘릭.
김주혁이 투창 자세를 취한 것을.
분명 교실의 최약체였던 녀석이다.
그런데…….
‘뭐야. 피, 피해야…….’
피하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공포.
김주혁을 마주하면서 느끼기엔 낯설디낯선 그 감정이 온몸을 잠식했다.
끈적한 늪에 빠진 듯,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놈의 눈빛 때문이다.
놈은 철저히 날 먹잇감으로 보고 있었다.
자신이 이길 거라는 100%의 확신.
그것만으로도 먹잇감이 되는 약자의 입장에선 심장이 쪼그라든다.
그는 오함마 대신, 멍청하게도 휴대폰을 들었다.
자신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패거리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으레 약자들이 하는 행동이다.
약자들은 머릿수를 모아야만 이길 수 있다.
어쩌면 현명한 판단.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경우엔 아니다.
휴대폰이야말로 상대가 노리는 진짜 목표였다.
후우웅──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을 들고 통화 버튼을 누르던 손목에 불로 달군 듯한 고통이 전해진다.
──푹!
“끄아아아아아아!”
나무창이 어느새 손목에 박혀 있다.
뼈가 뜨겁게 용접되는 듯한 고통이다.
“끄어어억! 끄, 끄어어억……!”
장성수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다 풀려 버렸다.
심장 박동 수가 치솟았다. 호흡이 가빠진다. 과호흡이 오는 것 같다.
분명…….
분명 좀비들과 싸울 때는 이렇지 않았다.
그들도 전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사람을 죽이는 데 거부감은 없을 텐데……!
왜 상대가 안 되지?
김주혁은 천천히 다가오더니 장성수를 내려다보고 말한다.
“뭐지. 휴대폰을 맞혀달라고 들이미네요. 난이도 조절인가.”
“…….”
“머리가 좀 멍청하게 세팅이 된 것 같네요.”
말하는 방식이 좀 이상하지만, 다분히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들이었다. 다만 대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아. 마이크 채널이…….”
-ㅋㅋㅋㅋㅋㅋ
-이거 킹부러지?
-멍청하게 세팅된 NPC 앞에서 “멍청하게 세팅된 것 같습니다”라닠ㅋㅋㅋㅋㅋㅋ
-입으로도 극딜ㄷㄷ
-물뎀과 마뎀 하이브리드로 딜을 넣누 ㅋㅋㅋ
-이게 미드라이너지!
실수로 방송 채널에 말할 걸 게임 채널에도 말해버린 것이다.
아몬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상대는 그리 중요한 NPC가 아니다. 말실수를 해도 상관없으리라.
그는 적의 피 묻은 휴대폰을 빼앗아 들었다.
아직 인터넷이라든가 통신 시스템 같은 건 끊기지 않은 상황이라, 충분히 이 휴대폰은 쓸모가 있었다.
“이거 제가 써도 되겠는데요? 근데…….”
아몬드는 휴대폰 화면을 껐다 켜본다.
역시나 비밀번호가 걸려 있다.
“아. 비번이 걸려 있어요. 페이스 아이디네요.”
그의 시선이 장성수의 얼굴로 옮겨갔다.
아직도 제 손목을 부여잡고 질질 짜고 있는 모습이다.
-ㅁㅊ ㅋㅋㅋㅋㅋ
-페이스 아이디네요 하고 얼굴 왜 보는데
-수급이라도 가져갈 거냐곸ㅋㅋㅋ
-수위 조절해 견과류!
-장성수 ㅈㄴ 무섭겠눜ㅋㅋㅋㅋ
“근데. 너 뭐 하냐.”
장성수를 보던 아몬드가 물었다.
장성수는 슬그머니 한 손으로 오함마를 들어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들킨 김에 휘둘러 버리기로 판단했다.
후웅!
“……그, 그거 내놔 이 찐따 새끼야!”
벌떡 일어나며 오함마를 크게 휘둘렀다.
기습도 아니고, 다 보고 있는데 공격이라니.
당연히 아몬드에겐 먹힐 리가 없다.
아몬드는 굳이 피하지도 않고 오히려 앞으로 휙 붙었다.
“어?”
턱……!
그가 손을 내밀어 오함마를 휘두르던 팔을 쳐냈다.
힘이 시작되는 지점이 막히자, 무거운 오함마는 제대로 휘둘러지지 않았고.
“이, 이거 놔! 이 새──”
──퍼어억!
아몬드의 손날이 그의 목젖을 강타해 말을 멈추게 했다.
“컥! 켁! 케엑!”
침을 줄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장성수.
아몬드는 연이어 복부를 차버렸다.
퍼억!
장성수의 몸이 뒤로 쭉 밀려, 데굴데굴 구른다.
그사이, 아까 던졌던 나무창을 다시 집고 달라붙는 아몬드.
그는 날카롭지 않은 뒷부분을 내리찍어, 명치를 가격했다.
“커어…… 허으어억……!”
장성수의 눈깔이 허옇게 뒤집어지며 기절한다.
이 모든 공격이 오함마를 한 번 휘두르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순식간에 세 번을 전부 다 급소만 가격당했으니. 일개 학생이 버텨낼 재간이 없다.
-이렇게 쉬운 거였다니;
-와 오진다ㄷㄷ
-아몬드 격투게임 하면 잘하겠누.
-젯펌프드 ㄱ
“아. 기절은 하면 안 되는데.”
아몬드는 헤롱거리는 장성수의 멱살을 잡아 일으킨 뒤.
뺨을 철썩 때린다.
짝!
“눈 좀 떠줘.”
“으, 으윽…… 제, 제발 살려줘. 잘못했어.”
“아니. 그냥 눈을 뜨라고.”
“제발……! 나 진짜 난 그냥 끄나풀이야.”
“그냥 눈만 뜨라고.”
“어……? 어.”
눈을 뜬 장성수에게 휴대폰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러자 잠금화면이 풀렸다.
이어서 그는 보안 설정 변경에 들어가 페이스 아이디를 변경한다. 그러려면 인증을 한 번 더 해야 했다.
“자. 한 번만 더.”
그 역시 쉽게 진행됐다.
아몬드는 이어서 자신의 얼굴로 페이스 아이디를 만들었다.
딸깍.
잠금 버튼으로 다시 실행해서 시험해 보니, 휴대폰이 잘 열렸다.
“됐네.”
-ㅋㅋㅋㅋㅋㅋㅋ너무하누
-레이나 ㅇㅈㄹㅋㅋㅋ
-폰레이나 ㅋㅋㅋㅋ
-레공…… 어찌 폰만 오셨소……?
“데협 님. 후원 감사합니다.”
-박멸? 어림도 없지 “데협”
-1만 원으로는 풀닉 불릴 생각 마라 이마리야
-ㅁㅊㅋㅋㅋㅋ
휴대폰의 이름은 어째서인지 레이나로 정해졌다.
* * *
“와! 소보루! 너 진짜 장난 아니다!”
장성수가 제압되자, 현아와 수현이 매점 밖으로 나왔다.
“묶는 건 우리가 할게!”
그녀는 노끈을 잔뜩 쥐고 나오더니. 능숙한 손짓으로 장성수의 몸을 꽁꽁 묶어버렸다.
-뭔 택배 포장하듯이ㅋㅋㅋㅋㅋㅋ
-얘네 눈빛이 이대로 시체마냥 소각장으로 던져도 위화감이 없겠누 ㅋㅋㅋㅋ
-그래 이거라도 해라~~
장성수가 꽁꽁 묶이면서 묻는다.
“저, 저…… 나 화장실은?”
이렇게 묶여 버리면 볼일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볼일은커녕 기어 다닐 수도 없게 되어있다.
그런 무력화된 장성수를 내려보며 현아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화장실? 그건 걱정 마!”
그럼 그렇지.
장성수는 안도했다. 설마하니 이들이 화장실까지 안 보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갈 일 없을 거야!”
“……?”
“뭘 먹어야 싸지!”
“!?”
장성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미췬ㅋㅋㅋㅋ
-프로 맞말러 ㅋㅋㅋㅋㅋㅋ
-굶길 건데 뭔 소리누 저 새낀ㅋㅋㅋ
[가지볶음 님이 2천 원 후원했습니다.] [대갈현아 ㄹㅇ 법사캐 아님? 노끈 속박기에 대학생 지력에 정신 공격까지 함]-노끈 cc셔틀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ㄹㅇ이네
현아와 수현은 장성수를 꽁꽁 묶은 뒤, 얘를 어디로 넣어야 할지 고민했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음. 역시 음악실이지.”
장성수는 음악실로 던져졌다.
“자. 가자, 진실의 방으로!”
* * *
잠시 후.
아몬드는 확보한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혹시나 얻을 정보가 있을까 싶어서였는데.
백준수 패거리와 함께 쓰는 단톡방이 있었다.
[공사장 팀. 됐냐?] [ㅇㅇ 이거면 열 수 있을 듯.] [(사진)] [지금 와서 자둬라. 2시에 일어나야 하니까.] [ㅇㅋㅇㅋ] [근데 교대 언제지?] [한 시간 뒤.].
.
.
쭈욱 읽어 내려가던 아몬드.
쓰읍.
그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고민에 잠겼다.
드르륵. 드륵.
수현과 현아가 음악실에 있는 책상들을 끄집어내면서 바리케이드를 준비하는 소리로 소란스럽다.
“와. 걔네들이 좀비들 다 치워줘서 바리케이드 진짜 많아졌다.”
“이 정도면 동쪽 서쪽 다 막고도 남지.”
뭔가 일이 잘 풀리는지 수현과 현아가 낄낄거리며 좋아라 했으나.
그의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새벽 2시에 매점 레이드 개꿀 ㅋㅋㅋ] [그 새끼들 ㅈㄴ 놀라겠네] [오늘은 씨발 소시지빵 파티다].
.
.
“잠깐…… 멈춰봐.”
지금 바리케이드를 쌓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놈들은 파훼법을 찾았다.
“응? 왜. 넌 쉬고 있어. 우리가 할게.”
“아니. 그게 아니라.”
아몬드의 손이 매점을 가리킨다.
하루 내내 갇혀 있다가 겨우 빠져나왔던 그곳을.
“박스에 빵 최대한 챙겨봐.”
-빵을 왜 챙김?
-뭐야 진짜 빵셔틀 하려고?ㅋㅋㅋ
-빵폭탄드랍ㅋㅋㅋㅋ
갑자기 빵을 가득 챙기라는 말에 시청자들은 물론, NPC들도 의아해했다.
“……뭐?”
“무슨 일인데?”
아몬드는 쭉 스크롤을 더 내려보더니 결론을 내린다.
“우리 여기 떠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