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1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34화
12. 브레인 VS 호두(1)
드르륵. 탕.
양호실 문이 휙 재껴진다.
피투성이가 된 아이들이 하나둘 입장한다.
다행히 본인들의 피는 아니었다. 좀비들의 피 혹은 누군가의 피.
백준수 패거리는 매점 점령 실패 후.
팀원도 잃고, 체력도 잃었다.
백준수는 하얀 침대 위에 앉았다. 오함마 위에 이마를 기대며 생각에 잠겼다.
아이들은 그가 분을 삭이는 것으로 여겼는지 근처에 가지 않았다.
하나 백준수는 고민 중이었을 뿐이다. 이제부터 이 일행을 어느 방향으로 데려가야 하는지.
아이들 중에선 식당으로 우회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매점의 바리케이드를 뚫을 재간이 없다면서.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백준수가 보기에 이 녀석들은 그저 겁먹은 것이다.
김우중의 죽음, 좀비들과의 사투.
놈들이 설치해 놓은 함정이 꽤 잘 먹히면서 단체로 죽을 뻔한 상황에 놓였었지.
그게 무서운 거다.
무지성의 좀비를 상대하던 것과는 느낌이 아예 다른 거다.
근데, 그건 적도 마찬가지 아닌가?
“저…… 준수야?”
윤소희가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위로라도 해줄 참이었던 모양인데.
백준수는 그녀의 말이 채 시작도 전에 선언하듯 내뱉었다.
“우린 매점 없이는 죽어.”
“!”
아이들이 멍하니 그의 입을 바라본다.
식당은 어쩌고? 라는 말이 얼굴에 쓰여 있다.
“이 사태가 벌어진 지 벌써 이틀이고. 식당에 있는 재료들은 조리가 필요하다.”
그는 매점 대신 식당으로 우회할 생각이 없었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식당의 음식들은 곧 가치를 잃을 것이라는 거.
여기서 전기까지 끊긴다면, 거긴 그냥 커다란 무덤이 될 거다.
“저항이 거세던데.”
안경을 쓴, 키가 큰 남학생이 고개를 까닥인다.
“되겠나?”
안경을 고쳐 올리는 그의 손가락 밑 소매엔 거무튀튀한 핏자국이 한가득이다.
이름표에 적힌 이름은 최기수.
“방법을 생각해. 네가 이런 거 잘하잖아.”
백준수는 그에 대해 신뢰하는 부분이 확실해 보였다. 계획 따위를 짜는 능력이다.
“…….”
최기수는 생각에 잠기다가, 고개를 젓는다.
“놈들은 화장실 확보를 못 했다. 그냥 보초 한 명씩 돌아가면서 세우면 알아서 끝날 거야. 우린 여기 별관 전체를 먹으면 돼. 아직 3일 치 식량은 남아 있고.”
“3일 치 변 정도는 인간이 죽기 직전이라 가정하면 조금 비위생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우웩~ 옆에 듣고 있던 윤소희가 토하는 시늉을 한다.
최기수는 그런 그녀를 한 번 힐끔거리더니 다시 백준수에게 시선을 돌리고 받아친다.
“그럴 바엔 항복하지 않겠어? 나 같으면 그러는데.”
“자기들을 죽이려는 사람들한테?”
“죽일 거야?”
“생각하기 나름이지.”
“죽인다는 거네.”
최기수는 팔짱을 끼며 시선을 돌린다.
이제 진짜 방안을 생각해 보려는 듯하다.
“바리케이드가 난공불락은 아니야.”
“호오?”
백준수는 기대를 담은 듯한 눈으로 최기수의 입을 바라본다.
“매점 안 테이블과 철장으로 만든 거겠지. 어지간히 제대로 만든 게 아니라면, 미는 힘에 대해서만 저항할 수 있다.”
최기수의 설명은 이해하기 쉬웠다.
적들이 쳐놓은 바리케이드는 무게를 이용해 버티는 형식이다.
몇몇이 붙어서 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문의 크기 때문에 최대 붙어봐야 4명이서 밀 수 있다.
안쪽 인원은 3명으로 파악되고, 거기에 책상과 책장까지 있으니.
당연히 해결이 안 된다.
그런데, 만약 밀지 않고 당긴다면?
방화문과 바리케이드가 아주 잘 엮여 있지 않은 이상, 문이 반대로 열리는 것까지 막을 순 없다.
“……방화문도 매점 문도 전부 한 방향으로만 열리지 않나?”
백준수가 딴지를 걸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애초에 당긴다는 선택지가 없었다. 방화문은 오직 한 방향으로만 열리니까. 그건 매점 셔터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그래서 공사장에 한 번 더 가야 하는 거지.”
최기수도 그걸 고려한 채 말하고 있었다.
“방화문과 매점 문이 한 방향으로밖에 안 열리는 이유는 프레임 때문인데, 이걸 빠루 같은 지렛대로 뜯어 올릴 수가 있다.”
“……?”
백준수는 알아듣지 못했으나.
최기수가 한 번 더 설명한다.
“프레임 적재적소를 뜯어 위로 말아 올리기만 하면, 문이 당겨져도 열릴 거다.”
“문이 열려도 바리케이드가 있을 텐데.”
“얘네들의 바리케이드는 무게를 추가해서 버티는 용이야. 그리 촘촘하게 되어 있진 않을 거다. 막상 문이 사라지면 그냥 정글짐 타듯이 안으로 들어가면 돼. 정 안 되면…….”
최기수가 과학실에서 가져온 알콜 램프를 들어 올린다.
“이거라도 던지면서 위협하든가.”
“……그건 최후 수단이야.”
백준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저걸 던졌다간 안에 식량까지 전부 사라지는 수가 있다.
“어쨌든 여는 거까진 된다는 거냐?”
“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게 유일한 단점인데. 우린 시간 많잖아?”
백준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들로 조를 편성해 공사장으로 보냈다. 최기수와 함께.
“네가 원하는 물건을 찾아와.”
최기수는 아이들 몇을 데리고 공사장으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빠루 이상의 장비를 구했다.
바로 현장에서 대리석을 깨기 위해 쓰는 드릴 비슷한 것인데.
[(사진)] [이거 말야. 어떻게 쓰는진 모르는데. 일단 가동하면 그 문 정돈 쉽게 부술 거 같다.] [그냥 소리만 들어도 위협적일 거야.]최기수는 이게 꽤 훌륭한 아이템이라 생각했는지, 무리해서라도 가져오기로 한다.
* * *
“이, 이 미친놈들이!”
현아는 열불을 냈다.
대체 왜 우리가 피해야 하냐고 물었다가, 아몬드가 보여준 메시지를 본 것이다.
백준수가 새벽에 쳐들어올 계획을 하고 있다.
“저런 연장까지 챙겨서 또 온다는 거야?! 쟤네 저거 쓸 줄은 아냐?!”
“몰라도 그냥 가동만 시키면 무슨 일이 날지 모르지.”
아몬드가 어깨를 으쓱한다.
사실 그는 연장이 무서운 게 아니다. 백준수와 마주치면 김주혁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무서운 거다.
그래서 어떻게든 마주치지 않고 승리하는 방법을 고안 중이다.
“여튼. 그러니까 지금 바리케이드만 믿는 건 위험해. 방화문이 뜯어지고 나면 바리케이드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현아는 매점을 버리기 싫은지, 뭔가 계책을 내본다.
“그러면…… 바리케이드를 더 열심히 촘촘하게 만들어서 놈들이 기어서 오게 만들고 우리는 막 두더지 잡듯이 창으로 찌르면? 응? 그때 김우주인가 뭔가 때처럼.”
-ㅁㅊㅋㅋㅋㅋㅋ
-대갈현아 이제 거침이 없네
-아니 누님ㅋㅋㅋㅋ
그거도 나름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그러나 역시, 김주혁의 이 쫄보스러운 심성이 문제다.
그가 과연 백준수 얼굴을 훤히 들여다보며 찌를 수 있을까?
솔직히 상상하기 힘들다.
“근데 그 계획은 만약에 실패하면 뒤가 없는데.”
무엇보다 현아의 계획은 다음이 없다.
거기서 막아내지 못하면 방법이 없다.
그냥 전부 죽고 매점을 내주게 된다. 아몬드는 목숨이라도 챙기자는 거다.
“근데…… 네 계획이 정확히 뭔데? 빵을 박스에 왜 싸는 거야? 우리 빵셔틀이야?”
-빵셔틀ㅋㅋㅋㅋㅋ
-빵셔틀의 빵셔틀? ㅋㅋㅋ
-빵공모함 등장
“아, 그건 아니고.”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당장 떠오른 방법이 있긴 했는데.
“빵이 매점을 차지해야 하는 이유잖아.”
“그건 맞지. 근데 이걸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닐 수는 없잖아. 어디로 정착할 건데.”
“그건…….”
-호두 풀스핀 ㄷㄷ
-아몬드의 계획을 믿어? 차라리 믿겠다 캉아쥘!
-과연 또 무슨 미친 짓을 ㅋㅋㅋ
아몬드는 나름의 계획이 있긴 했다.
“뭔데? 말해봐.”
현아가 물어봐 주자, 아몬드는 신명 나게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일단 작전명은 ‘백준수 죽이기’야.”
-미친 ㅋㅋㅋㅋ
-작전명이 작전 스포누 ㅋㅋㅋ
-“나뭇잎 부수기”
-거──창
-갑자기?
그는 자신의 계획이 사실 그대로 된 적은 별로 없다는 걸, 늘 그렇듯이 또 망각하고.
떠벌떠벌 계획을 설명해 봤다.
“……분명 될 거야.”
희망을 담아서 마지막 문장을 마친 그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핀다.
-호두에 대한 열렬한 짝사랑
-근데 의외로 괜찮은데?
-와 드디어 활 쓰냐???
-오. 될 거 같은데.
-생각보다 ㄱㅊ
나쁘진 않았던 모양이다.
NPC들도 납득한다.
“……네가 그렇게 자신감이 넘친다면야. 해볼 만해. 리스크도 크지 않고.”
현아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칫한다.
“소보로빵. 근데 이제 곧 보초가 바뀔 시간이야.”
“벌써?”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미 2시간이 지났다.
여기 시간은 더 빨리 흐른다.
“보초가 바뀔 때 문제가 생기면 그쪽에서 눈치채고 먼저 움직일 거야. 그건 안 돼.”
“어…….”
-ㅁㅊㅋㅋㅋ 생각 못 했냐고ㅋㅋㅋ
-1초 만에 막히는 계획…….
-기가 ‘막히는’ 계획
현아가 잠시 고민하더니.
휴대폰을 들어 보인다.
“방법이 있긴 해.”
* * *
보초를 바꿀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
백준수 무리 중의 한 학생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가 다음 순번의 보초다.
“뭐야. 장성수 답장이 없는데?”
본래 교대 전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는데, 묵묵부답이다.
이미 아몬드에게 제압당했기 때문이다.
“……뭐지.”
교대자는 의심을 품었다. 계속 연락이 안 온다면 출발을 지연하려 했으나.
띠링.
메시지가 온다.
[아. 잠깐 폰 안 보고 있었음.]장성수가 답장이 온 거다.
“아. 이 새끼. 진짜…….”
교대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일단 무기를 챙긴다.
[갈 테니까. 동쪽 계단 앞으로 나와.] [ㅇㅋ]“나. 갔다 온다.”
“어.”
인사 후 양호실을 나섰다.
그는 걸으면서도 딱히 전방을 주시하지 않은 채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1층 쪽은 이미 좀비들을 다 치웠다.
딱히 경계할 존재는 없었다.
덜컹. 덜컹.
“아 씨…… 깜짝이야.”
정문을 두들기는 좀비 몇에 흠칫한다.
별관의 정문을 지날 때만큼은 조심해야 한다. 정문의 셔터는 안쪽이 다 들여다보이는 구조라서 좀비들이 계속 달라붙어 있으니.
그는 오함마를 꽉 움켜쥔 채로 동쪽 계단을 향해 걸었고. 이내 도착한다.
“후우.”
2층으로 향하는 계단과 지하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의 갈림길.
그는 2층을 흘끔 보며 되새긴다.
‘2층은 절대 가지 말라 했지.’
백준수 패거리가 2층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절대 발을 들여선 안 된다고.
놈들이 그렇게까지 얘기할 정도면, 대체 뭐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좀비의 숫자가 너무나 많은 걸까.
그러나 그의 호기심은 생존본능보다 높진 못했다.
그는 지하 1층 계단을 향해 내려간다.
인기척 하나 없고 어두운 공간 탓에 오싹한 기운이 든다.
“야. 장성수.”
괜히 불러보는 친구의 이름.
“어디냐.”
바닥에선 피비린내가 진동하며 올라오고. 끈적거리는 좀비 파편이 널려 있다.
장성수는 이런 데서 2시간 동안 있었단 말인가?
그는 대답이 없자 다시 휴대폰 메시지를 보낸다.
[야. 어디야. 앞에 나와 있으라니까.]대답은 뒤통수 쪽에서 들려왔다.
“여기다.”
퍼억!
오른쪽 어깨가 바스러지는 소리.
쥐고 있던 오함마가 축 늘어지며 떨어진다.
“……우웁! 웁!”
입이 막혔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게 할 셈이다.
“가만히 좀 있어.”
현아는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박스테이프로 그의 입을 칭칭 감아버렸다.
수현은 노끈으로 그의 다리를 묶으며 넘어뜨렸다.
“하여간 걸어가면서 스마트폰 보는 건 위험하다고 그렇게~ 가르쳐도.”
쿵.
교대자는 균형을 잃고 고꾸라진다.
그제야 자신을 가격한 인물의 정체를 보게 된다.
오함마를 어깨에 걸친 채 내려보는 저놈이다.
김주혁이다.
“으읍! 으으읍!?(김주혁 너 이 찐따 새끼!?)”
온 힘을 다해 욕을 뱉었으나. 그 말이 김주혁에게 닿진 못했다.
김주혁은 아무 대꾸 없이 학생의 주머니를 뒤져 휴대폰을 꺼냈다.
“오. 다행히 이건 지문이네. 여차하면 휴대할 수도 있잖아.”
살벌한 소리를 하며 휴대전화 액정에 엄지를 가져다 대니 잠금화면이 열린다.
그는 보안 설정에 들어가서 자신의 지문으로 바꾸고, 현아와 수현에게 싸인을 보낸다.
“오케이. 바꿨어.”
아몬드가 끄덕이자, 다른 둘이 교대자를 질질 끌고 간다.
“좋아. 넌 음악실행이다.”
음악실행? 그게 뭔진 모르겠으나, 학생은 두려웠다. 딱 봐도 좋은 건 아니었다.
“웁! 우웁!”
우당탕!
마치 생선처럼 바닥을 펄쩍 뛰어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어느새 짐카트 위로 몸이 올라가 버렸고. 그 이후론 순식간에 이동되어 음악실 안으로 사라졌다.
아몬드는 끌려가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휴대전화로 시선을 돌렸다.
단톡방에 메시지를 써야 한다.
[교대했음] [장성수 오고 있냐?] [방금 출발했을걸?]이어서 아몬드는 장성수의 휴대전화를 들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뭐라고 하죠?”
-뭐?
-생각해 둔 거 아님?!
-?ㅋㅋㅋ
현아는 뭐라 변명하라고만 말했지. 뭐라고 해야 하는지는 안 알려줬다.
[장성수?] [장성수 안 오는데?]대답을 재촉하는 메시지가 두어 번 오고 나서야, 아몬드는 뭔가를 떠올렸다.
“아.”
좋은 생각이 떠오른 모양인지 엄지를 바삐 놀린다.
[나 배 아파서 화장실임.]-토일렛 이슈 ㅋㅋㅋㅋㅋ
-화장실 스쿨 ㄷㄷ
-모든 걸 다 저걸로 해결하누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