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1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35화
12. 브레인 VS 호두(2)
아몬드가 여태 사회생활 하면서 경험한바. 화장실이라는 핑계가 벌어다 주는 시간은 약 30분 정도이다.
오가는 시간을 고려해도 30분을 넘어가면 보통 이상하게 여긴다.
물론 이상하게 여긴다고 바로 찾으러 다니진 않을 거다.
거기에 더해서 아몬드는 지금 장성수의 폰으로 계속 변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걸 고려하면 1시간 정도는 번 셈이다.
“1시간이 생겼다.”
아몬드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다음 작전을 위해 움직였다.
“빵 담아둔 상자들 가져와.”
그 말에 현아가 짐카트에 박스를 한가득 실은 뒤 끌고 나왔다.
박스 안엔 대체로 빵뿐이어서 그리 무겁진 않았다.
“서쪽 계단으로.”
매점에서 가까운 서쪽 계단으로 카트의 방향을 틀었다.
셋은 서쪽 계단 앞에 나란히 선 뒤.
잠시 심호흡했다.
“……이제 연다.”
아몬드의 말에 모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철컹.
그들은 처음으로 1층으로 향하는 방화문을 여는 것이었다.
이 사태 후 최초로 1층에 발을 들이미는 것이다.
* * *
별관 1층.
1층답게 교무실, 양호실, 행정실 등 학교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부서들이 들어서 있다.
여기서 가장 주요한 건 당연히 양호실이다.
골프채와 침대, 소정의 식량, 거기에 수많은 의료 약품까지.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것들을 다 갖추고 있는 장소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장소가 백준수 패거리에게 먹혔다는 것이고.
아몬드가 플레이하고 있는 이 ‘김주혁’이라는 캐릭터는 도저히 백준수란 놈과 맞설 수는 없었다.
직접 마주치면 바로 공포 상태에 걸려서 뭔가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맞서지 않고 그 양호실을 차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끼익.
지금 그 방법을 찾기 위해, 1층으로 향하고 있는 셋.
아몬드, 현아, 수현이다.
그들은 잔뜩 긴장한 채로 빵이 가득 든 상자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걸 2층까지 실어 나르는 게 그들의 목표였다.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는 짐카트로는 계단을 오를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이 문제는 금세 해결된다.
“수현아.”
“어.”
현아가 사인을 보내자, 수현이 잽싸게 옆에 놓았던 판자를 들고 왔다. 실제 판자는 아니고, 박스지 여러 장을 겹쳐서 탄탄하게 만든 것인데.
그는 그것을 계단 위로 깔아서 경사로를 만들어주었다.
척. 척.
하나둘 조립되듯이 올려놓자, 카트가 계단을 전부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이미 여기까지 준비해 놓은 것이다.
수현이 빵 상자들 위에 손을 얹으며 함께 카트를 끌어줬다.
“조심.”
박스를 노끈으로 묶어두긴 했으나. 여전히 불안한 방법이다. 현아는 카트가 전복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조심히 올라간다.
현아는 뒤에서 밀고 수현은 앞에서 끄는 구조다.
여기서 아몬드의 역할은 척후병이다.
가장 먼저 앞으로 나가 상황을 살핀다.
현아가 1/2층을 올라왔을 무렵. 아몬드는 1층에 올라가 복도 양쪽을 살폈다.
‘없어.’
1층에 좀비의 기척은 없었다.
아무래도 백준수 패거리가 활동하는 지역이다 보니, 좀비들이 살아 있기 힘들 터다.
아마 이런 환경이니 보초도 한 명씩 보낼 수 있었던 거다.
백준수가 이쪽을 너무 얕잡아본 처사이다. 적은 좀비만이 아닌데.
그는 방심한 거다.
이제 그 방심이 그에게 그대로 돌아갈 것이다.
아몬드는 뒤쪽으로 손을 내밀며 싸인을 보낸다.
“올라와.”
드르륵.
현아와 수현이 카트를 밀며 올라왔다.
기리릭. 기리릭.
약간의 바퀴 소리는 울려 퍼졌으나. 생각보다 그리 요란한 소리가 나진 않았다.
안에 들어 있는 게 전부 빵인지라, 부피만 클 뿐 무게가 나가진 않기 때문이다.
-이게 진정한 빵공모함ㄷㄷ
-ㅁㅊ 대체 빵셔틀을 얼마나 하시려는 건가요!?
-ㅋㅋㅋㅋ진짜 빵셔틀이냐곸ㅋㅋㅋ
-이 정도면 빵 오버로드임.
-모솔 비켜! 이제 내가 진짜 빵셔틀!
채팅창에선 아몬드가 실제로 빵을 실어 나르는 장면에 대해서 장난치기 바빴지만.
현재 게임 속 상황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지하 1층에서 1층으로 올라오기까지, 혹여나 백준수 패거리 중 하나가 화장실이라도 갔다면? 그래서 마주쳤다면?
그럼 계획은 전부 무산된다.
그래서 아몬드는 실시간으로 계속 적의 단톡방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가 어디로 이동할 때 무조건적으로 단톡방에 보고를 하고 있었다.
아몬드는 이들의 보고를 예의주시하며 혹시라도 누군가 마주칠 수 있는 확률을 줄이고자 한다.
그런 그가 위를 가리켰다.
“가자.”
이제 2층으로 간다.
* * *
2층은 백준수 패거리조차도 얼씬하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다.
2층부터는 학생들이 지내던 교실이 있다.
즉, 사람이 워낙 많았던 곳이다.
그렇다는 건 좀비도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몬드에게 좀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껏 파악한 바로는 그랬다.
이 김주혁이라는 캐릭터는 유독 좀비에 관해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아몬드는 반대로 생각했다.
‘좀비가 많은 곳이 유리한 곳.’
좀비가 많아야 김주혁에게 유리한 환경이라는 거다.
그래서 2층으로 임시 거처를 옮길 생각이다.
백준수가 매점을 공략하는 동안 잠시 몸을 숨길 곳이 필요한데, 2층이야말로 적절한 장소다.
“내가 먼저 갈게.”
아몬드는 무기를 들고 2층으로 먼저 올라갔고.
수현은 지하 1층에 깔았던 판자를 다시 가져와서 2층으로 깔기 시작했다.
척. 척.
박스 판자가 놓이는 소리. 대리석에 종이가 긁히는 아주 약간의 소리지만, 수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양호실까지 소리가 들어가면 끝장이다.
이런 생각이 머리에서 끊이지 않았다.
하나, 어찌 됐든 계획은 수행되어야 한다. 그는 아몬드의 뒤통수만 보면서 걸었다.
그러던 중, 아몬드의 뒤통수가 멈춰 섰다.
수현은 아몬드가 잠시 경계를 위해 멈춰 섰다 여겼으나, 아니었다.
“방화문…….”
방화문이 닫혀서, 2층으로 향하는 통로가 막혀 있었다.
더 나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헐 닫혔네??
-어쩐다냐
-ㅠㅠ 작전 실패
혹시나 싶어 손잡이를 당겨보지만 역시나 잠겼다.
방화문은 대체로 1층을 기준으로 열린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려는 사람은 방화문을 열 수 있으나, 반대의 경우에는 불가능하다.
지하 1층에서 1층으로 올라가려는 사람은 열 수 있지만 역시나 반대의 경우는 불가능하다.
이는 화재 시 방화문이 자동으로 닫히는데. 지상층으로 도망쳐야만 하는 사람이 안에 갇혔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다만, 유사시에 밖에서도 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한 예로 김우중처럼 오함마로 손잡이를 후려치기만 해도 쉽게 열 수 있다.
소방대원들이 진입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리라.
즉, 여는 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걸 후려치면 소리가 너무 큰데.’
오함마로 손잡이를 후려치면 소리가 클 것이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는 아주 멀리까지 울려 퍼진다.
1층 양호실까진 그리 멀지도 않으니 무조건 들린다.
“어쩌지.”
그때 갑자기 수현이 현아의 머리카락을 잡아챘다.
“너, 너 뭐해!?”
차마 소리치진 못하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는 현아.
그러나 수현은 그녀를 가볍게 제압하고 머리핀을 빼버렸다.
“나 이거 열 줄 알아.”
수현은 머리핀을 들고 방화문까지 올라왔다.
현아는 머리가 산발이 된 채로 눈을 껌벅였다.
“너 무슨 도적이야?”
머리핀으로 문을 연다는 거, 만화나 영화에서나 봤지.
실제로 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삶에 우여곡절이 좀 있었지.”
수현은 머리핀을 입에 물고 긴 더벅머리를 뒤로 넘기더니, 방화문 고리를 자세히 살펴본다.
“좋아. 너무 구식이라, 이런 걸로도 열려.”
말했듯 이 별관 건물은 상당히 연식이 깊다. 그러니 이런 고대 유물 같은 잔기술이 통하는 것.
딸깍. 딸깍.
수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핀을 넣고 이리저리 돌리더니.
“오.”
이런 소리와 함께, 핀을 휙 돌렸다.
철컹!
-도적 클래스 ㄷㄷ
-이 새끼 ㅋㅋㅋ 더벅머리가 메이플 더벅머리였냐?!
-이왜진?
수현의 활약 덕에 거의 아무런 소리 없이 열린 2층 방화문.
그러나 이들은 순간 간과한 게 있다.
2층은 말 그대로 미지의 영역이었다는 것이다.
“……근데 이 방화문 누가 닫았지?”
수현은 불현듯 위화감을 느끼며 물었다.
아마 백준수 패거리가 닫았을 거다.
“백준수 아냐? 피자빵. 그냥 일로 와서 나 카트 좀 같이 밀어줘.”
“아니…… 백준수 애들이 왜 이걸 닫았을까. 닫으면 위로 가지도 못하는데.”
“……?”
순간의 침묵.
굳이 이 문을 닫아놨다는 건, 이 안에 당연히 좀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지간한 물량의 좀비는 백준수 패거리에게 싸움이 안 된다. 무기를 갖춘 인간이라면 좀비 몇 마리쯤 가볍게 처리할 수 있었다.
놈들은 좀비들에게 뒤가 막히는 기습을 당했을 때도 두세 명만을 내주고 전부 죽였다.
“이 안에 걔네들이 감당 못 할 정도로 많은 좀비가 있나?”
아몬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위로 올라갔다.
수현이 어떻게 말릴 새도 없었다.
-ㅁㅊㅋㅋㅋㅋ
-왜 그냥 가냐곸ㅋ
-아 여기 존나 위험한가?(그곳으로 걸어가면서)
-엌ㅋㅋㅋㅋ
-???: 어차피 나한텐 상대 안 되지
왜 저리 막 나가는지, 수현과 현아는 당황했으나.
아몬드의 머릿속에서 좀비는 숫자가 얼마나 많든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애초에 예상했던 바지.’
그는 심지어 일부러 좀비가 많은 곳을 고른 거다.
그에게 위협이 되는 건 현재 백준수와 윤소희뿐이다.
그가 1층으로 올라올 때 초긴장 상태였던 이유는 백준수 패거리와 마주칠 확률 때문이지, 좀비 때문이 아니었다.
턱.
자신 있게 2층에 발을 디디는 아몬드.
그는 당황했다.
“…….”
황량하다고 느낄 만큼 아무런 기척도 나지 않는다.
‘뭐지?’
좀비가 없다.
“없어. 올라와.”
“……?”
“진짜?”
아몬드는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아무도 없었다.
만약 좀비가 있었다면, 반드시 그 특유의 그르렁대는 소리가 날 텐데.
일단 여기선 전혀 들리지 않았다.
‘뭐지.’
이상했다.
드르르륵.
현아와 수현이 짐카트를 끌고 올라온다.
여태까지 났던 소리들에 비하면 조금 큰 소리다. 아몬드는 주변을 계속 둘러봤으나.
역시나 좀비가 나올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도착.”
“하아.”
현아와 수현이 작게 숨을 내쉬며 짐 카트를 2층 복도에 올려놨다.
작전의 기초는 마련된 셈이다.
“이 식량이면 한 일주일은 뻐길 수 있을 거다.”
현아가 매점에서 일한 경험을 되새기며 그리 말했다.
“좋아. 이제 공사장 쪽에서 가장 가까운 교실로 가 보자.”
철컹.
아몬드는 그리 말하며 방화문을 다시 닫았다.
“닫혀 있던 게 오히려 좋았네. 걔네들이 더 오랫동안 눈치 못 챌 거 아냐.”
수현이 방화문을 보며 중얼거린다.
“……근데 왜 닫아놨을까. 좀비가 없는데.”
좀비도 없는데. 이 많은 공간을 다 버리면서 이 방화문을 닫아놓을 이유가 있었을까?
교실에 딱히 쓸 게 없다고는 하지만, 하다못해 책을 땔감으로라도 쓸 수 있는 데다가, 아이들의 체육복을 입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1학년 8반이야. 거기가 제일 가까워.”
아몬드가 미니맵을 보며 앞장섰다.
지이이잉.
지이잉.
그사이, 그가 챙겨놓은 두 개의 휴대폰에서는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 * *
“……전화 안 받는데?”
윤소희가 짜증 나는 얼굴로 되묻는다.
“뭐? 톡은 한다며.”
“으, 응…… 톡은 했는데.”
[나 화장실이라니까;]지금도 메시지가 오고 있다.
윤소희는 그의 휴대폰을 뺏어 들었다.
“이게 미쳤나.”
[야. 너 화장실에 대체 얼마나 있는 거냐. 나 윤소희다. 전화는 왜 안 받아?] [전화? 안 왔는데…….] [뭐?]욕을 한 바가지 퍼부으려던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현 상황을 고려하면 전화가 안 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지진이 났을 때도 유일하게 메신저만 제대로 돌아가고, 전화는 불통이었다는 말이 있었다.
[언제 끝나] [아 몰라 변비야. 왜 그러는데? 내가 필요한 일이야?]딱히 별일은 없었다.
[그냥 무슨 똥을 1시간씩이나 싸나 해서 전화해 본 거야.] [ㅇㅋ 잠이나 자. 새벽에 쳐들어간다며] [ㅇㅋ]윤소희는 툭 던지듯이 휴대폰을 돌려주고는 다시 침대 위에 앉았다.
“…….”
뭔가 찜찜한 기분.
“왜 그렇게 날이 서 있어.”
누워 있던 백준수가 물어본다.
“……아냐.”
일단 아니라고 말하긴 했으나.
그녀의 머리에선 점점 이 이상한 위화감이 구체적으로 형태를 갖춰갔다.
“근데…….”
그녀는 다시 휴대폰을 들고 단톡방에 가 본다.
스크롤을 위로 올리기 시작했다.
“이 새끼 말투가 원래 이랬냐?”
장성수의 말투가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