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1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37화
13. 사건의 경위(1)
5시간 전.
백준수를 쏘는 것으로부터, 약 5시간 전이다.
아몬드 팀.
수현, 현아는 짐카트를 밀고. 아몬드는 앞장서 상황을 본다.
그렇게 셋은 2층에 이제 막 도착한 참이었다.
도착한 곳은 고요했다.
“……아무도 없네.”
아무것도 없었다.
어째서일까?
터벅…… 터벅…….
복도에는 셋의 발걸음 소리만 울릴 뿐.
황량하리만치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이건 좀 이상하지 않아?”
수현이 먼저 의문을 제기했다.
“좀비 사태가 일어났을 땐 분명 수업 시간이었는데. 여긴 교실이 많으니 좀비가 많아야 하잖아.”
“맞아…….”
현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좀비 사태 발발 당시는 수업 시간이었다. 체육 시간이었던 학급을 제외하면 전부 교실에 모여 있었던 시간이다.
부대시설이 있는 1층보단 교실이 꽉꽉 차 있는 2층에 좀비가 훨씬 많아야 정상이다.
“미리 대피했나?”
현아가 가설을 제시했으나, 아몬드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도망칠 때도 교실에선 수업 중이었어. 그럴 시간은 없었어.”
반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운동장을 뛰어다닐 때도,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미리 대피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수현이 바닥을 쓸어본다.
“핏자국은 엄청 많아.”
말라붙은 피가 바스러진다.
이제 보니 교실의 책상들도 이리저리 어질러진 모습이다.
책상에 피가 안 묻은 곳이 더 드물고, 심지어는 교실 문이 뜯어진 곳도 있다.
대혼란의 흔적들이 역력하다.
“이상하네. 그럼 좀비는 어디 갔지?”
좀비들과 싸우다가 이 지경이 됐다면, 좀비가 있어야 한다.
근데 좀비가 없다.
그들이 훈련된 군사처럼 매복을 하고 있을 리도 없는데 말이다.
미스터리하다.
“약간 소름 끼치네.”
수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걷는다.
아주 이상한 현상임에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
“근데 뭐 별거 아니겠지.”
-그냥 그렇게 지나갈 게 아닌 거 같은뎈ㅋㅋ
-???: 우리 아몬드 있다
-피자빵 입장에선 ㄹㅇ 뭔 상관임ㅋㅋㅋㅋ 어차피 일진만 아니면 아몬드가 귀신도 잡아줄 텐데 ㅋㅋㅋㅋ
-너무 수상해ㅠㅠ
-???: 아 고속버스 승차감 뒤~진다!
“1학년 8반이랬지?”
현아가 아몬드에게 묻는다.
아몬드는 미니맵을 보며 끄덕인다.
“응. 거기가 공사장에서 제일 가까워.”
“저기 보인다.”
현아는 ‘1-8’이라 쓰인 곳으로 짐카트를 밀고 나가다가 멈칫했다.
“……근데. 왜 문을 잠근 걸까?”
수현과 아몬드도 우뚝 멈췄다.
둘은 서로를 마주 본다.
“……그러게?”
“뭐지.”
방화문은 분명 누군가 일부러 잠근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우연히라도 이 방화문이 갑자기 닫힐 수는 없었다.
-ㄹㅇ 뭐냐
-안쪽 사람이?
-이 안에 누구 생존자 있는 거 아님?
시청자들은 안쪽에 생존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가설을 세웠고.
이건 꽤 그럴듯했다.
애초에 백준수 쪽에서 2층 문을 닫은 게 아니라, 2층 안에 누군가가 닫았다면.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이 안에 누군가가 닫은 걸까?”
“근데 이 안엔 진짜 식량이 없었을 텐데. 어떻게 버티지?”
“그러게…… 단체 헌혈한 애들 초코파이라도 털었나…….”
아무리 긍정적으로 검토해 봐도 여기서 식량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어 보인다.
아마 내내 굶었을 것이다.
아직 일주일이 지난 것은 아니니까, 굶고 버틴다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만…….
“아우. 복잡해. 일단 가자.”
현아는 이제 생각하기 싫은 듯 앞장섰다.
-위풍당당 제갈현아 ㅋㅋㅋ
-걸크러쉬 ㄷㄷ
-그래 걍 가라고 ㅋㅋㅋ 아몬드가 해결한다고 ㅋㅋㅋ
현아가 먼저 짐카트를 끌고 1학년 8반으로 향했다.
“저기서 커튼 묶는 거부터 시작할게.”
“그래.”
그들은 1학년 8반 교실에 터를 잡고, 커튼을 묶어 로프를 만들 계획이다.
별관 건물은 옛날에 지어져서 층고도 그리 높지 않았다.
2미터 40센티 정도였던가.
학교치곤 꽤 낮은 편이다.
창문을 통해 2.5미터 정도만 내려가면, 백준수 패거리에게 들키지 않고도 1층 야외로 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긴 공사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에, 공사장을 가는 건 무엇보다 쉬웠다.
드르륵.
현아가 8반의 문을 열고, 짐카트를 넣었다.
“후아. 드디어 도착.”
“이것도 오래 끄니까 무겁네.”
현아와 수현은 잠시 의자에 앉아 숨을 돌렸다. 아무리 빵뿐이라지만, 개수가 개수인지라 꽤 무거웠을 것이다.
아몬드는 복도 쪽을 살피며 문을 닫았다.
역시나 지금도 인기척은 느낄 수 없었다.
“커튼 근데 괜찮을까? 저거 대체 얼마나 오래된 건지도 모르겠는데…….”
현아가 커튼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에이. 이 높이면 그냥 떨어져도 잘 떨어지면 안 다칠 수 있는 높이인데. 뭐.”
수현이 그렇게 말하며 책상을 밟고 커튼 고리로 손을 뻗는다.
하나둘 고리를 해제하자, 어느새 커튼 하나가 떨어져 내린다.
촤라락.
그 옆의 것도 금세 처리하는 모습이 꽤 능숙해 보인다.
-역시 잡일은 피자빵ㅋㅋㅋ
-도적 클래스답구나!
-어 근데 저거 뭐임?
수현이 커튼을 해제하고, 현아가 그걸 주워서 엮는다.
그사이에 아몬드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주변을 경계한다.
촤라락.
모든 커튼이 다 떨어지고, 아몬드는 어디 한 군데를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못 박힌 듯, 그의 시선은 거기서 떨어지지 않았다.
웬 사람 하나가 등 돌린 채로 서 있었다.
커튼 뒤에 서 있던 것이다.
“……!?”
커튼을 떼던 수현도 그제야 발견하고는 놀란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아무런 비명도 안 나온다고 했던가?
설마하니 커튼 뒤에 누군가 있을 거라고는 1% 확률조차 생각지 못했기에, 수현은 헛숨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현아도 ‘그것’을 발견하고는 커튼 엮는 일을 멈춰 버렸다.
“……!”
모두가 숨죽인 듯 이 이상한 현상을 노려봤다.
생존자?
짧은 순간이지만, 아무런 공격성도 드러내지 않는 모습을 보면 분명 생존자다.
그런데, 왜 커튼 뒤에 있었을까.
쥐 죽은 듯.
뭔가를 노리는 듯.
설마 생존자를 노리는 생존자일까.
아니면…….
“흐으윽…… 흑…….”
뒤로 돌아선 그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어깨를 들썩이면서.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흐느끼고 있었는데 미처 듣지 못한 것이다.
그 흐느끼는 소리는 너무나 작아서, 지금처럼 극단적인 고요에서만 들릴법했다.
쿵. 쿵.
자신의 심장 소리와 비슷한 크기로 들려오는 수준이니까.
“흐으윽…… 흑…….”
이 존재를 발견한 지 현재 약 5초조차 되지 않는다.
이 짧은 순간에 너무나 많은 가설을 머릿속에서 생각하느라, 모두들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저기요?”
현아가 먼저 말을 걸었다.
휙.
울던 자가 뒤를 돌아본다.
얼굴이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하얀빛이 눈에서 줄줄 흘러나왔다는 것 정도. 그게 인지한 전부다.
놈이 발을 박찼다.
콰아앙──
마룻바닥이 액체처럼 출렁인다.
신형이 흩어진다.
하얀 안광과 잔상이 늘어진다.
늘어진 하얀 빛은 현아를 향해 있다.
이내, 그것은 한 점으로 모인다.
현아의 목을 향해.
“──꺄아아아아아하하하하하하!”
웃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보다, 놈의 손톱이 현아의 살갗을 파내는 게 빠를 것이었다.
캉……!
아몬드가 미리 나서지 않았다면.
“후아.”
놈의 손톱을 튕겨낸 아몬드가 숨을 내쉰다.
‘늦을 뻔.’
골프채를 쥔 손이 저릿하다.
놈도 자신의 공격이 막힌 것에 놀랐는지. 멈칫했다.
아주 잠깐의 대치 상태가, 정적과 함께 흘렀다.
-ㄷㄷㄷ
-와 ㅅㅂ
-헐ㅋ
-뭔데 ㅅㅂ???
-??
-저거 뭐임?!
시청자들은 이제야 놀라서 채팅을 친다.
히죽.
놈이 웃는다.
발광하는 하얀 눈이 휘어진다.
“꺄아아아아아아하하하!”
쾅!
신형이 흩어진다.
잔상이 남을 정도의 엄청난 빠르기다.
그간의 좀비들이 다 느릿하기만 했던 걸 복수라도 하듯이, 놈은 빠르다.
그 속도 그대로 내질러오는 손톱 공격.
캉……!
그러나, 또 골프채에 막힌다.
이런 빠르기를 대비라도 한듯한 움직임.
-어케 막는 거야
-ㄷㄷㄷ
-뭐가 뭔지
-소리밖에 안 들려 ㅅㅂ
-와
시청자들도 따라가지 못하는 빠르기.
아몬드도 태연한 것만은 아니다.
‘뭐야. 좀비는 다 느린 거 아니었나.’
그 역시 속으로 갸웃거리고 있다.
그로서도 예상치 못한 존재인 건 마찬가지였다.
좀비인데 빠르다니.
그렇다.
적은 빠르다.
그러나 충분치 않다.
아몬드의 대응 속도가 적의 속도보다 월등히 빠르다.
“꺄아아아아아하하하하!”
놈은 요상한 소리를 내며 다시 팔을 휘두른다. 이번엔 연속으로.
카앙!
캉!
역시나 두 공격 다 막힌다.
카가앙!
네 번의 공격 중 세 번이 막히고 한 번이 흘려진다.
카가가가강!
여러 번의 공격과 여러 번의 흘림.
놈의 손톱은 살갗조차 닿지 못한다.
혹시나 감염이 될까 아몬드는 더 여유를 두고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왔다.’
공격할 타이밍을 찾아냈다.
놈이 워낙에 빠르기에, 아몬드는 그저 그곳에 골프채를 살짝 들이대는 것으로 충분했다.
퍼어억!
알아서 명치에 갖다 박는 꼴이 되었다.
“꺄아아……허어억!?”
한참 웃으며 팔을 휘두르던 존재는 갑자기 헛숨을 들이켠다.
-????
-지금 배우님 실수?
-갑자기 찐텐 나온 ㅋㅋㅋ
-컨셉 벗겨졌누 ㅋㅋㅋ
-좀비인데 고통을?ㅋㅋㅋ
고통 때문이 아니다.
폐부에 갑작스러운 충격이 가해져서, 기도로 숨이 밀려 나온 것이다.
“캬아아아아악!”
놈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균형을 잡더니.
후웅!
후방으로 몸을 날린다.
“어?”
도망간다.
이건 전혀 예상하질 못해서, 아몬드조차 당황했다.
“도망간 거야?”
아몬드는 일단 따라 뛰어가며 묻는다.
-아니 좀비 주제에 도망 ㅅㅂㅋㅋㅋ
-좀비 맞냐?? ㅈㄴ 소름 끼치네
-어우 무서워
녀석은 좀비가 맞을까?
존재를 정의할 수 없었다.
미약하게나마 지성이 있어 보이는 게, 어딘가 께름칙한 존재였다.
쾅!
옆 반의 문이 거칠게 열린다.
1학년 7반으로 들어갔다.
아몬드는 놈을 추격했다.
그리고 보게 된 광경에 멈칫했다.
우적. 우적…….
놈은 시체를 먹고 있었다.
그것도 좀비의 파편으로 보이는 시체를 먹는다.
‘이래서 아무도 없었구나.’
좀비가 왜 박멸됐는지 알 수 있었다.
“카으으으윽……!”
우드드득…….
놈은 몸을 괴상하게 비틀며, 상처를 회복했다.
그리고 다시 그 허연 눈이 아몬드를 노려본다.
히죽.
입꼬리가 올라가며, 안광이 주욱 늘어졌다.
콰아아앙──
신형이 흩어지며, 순식간에 앞이다.
분명 빠르다.
아까보다 훨씬 더.
그러나 이제 놈의 공격 패턴을 알아버린 아몬드.
그에게 놈의 공격은 너무 단순했다.
분명 너무나 빠르지만, 반응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저 속력을 내가 온전히 써먹을 수 있다.
그는 골프채를 뒤로 빼 들었다.
선수촌 시절,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 안 나는 골퍼 형님에게 들었던 조언을 되새기며 자세를 잡았다.
‘허리를…….’
땅을 디디고 선 발부터 허리, 그리고 손끝까지의 힘 전달을 위한 완벽한 자세.
풀 스윙.
이미 그것만으로도 온전히 강력한 힘인데.
그 타격점 바로 위로 놈이 달려들어 충돌한다.
──퍼어어어어억!!!
엄청난 타격음이 터져 나왔다.
골프채가 반으로 접히기 직전까지 휘어졌다.
적중된 놈의 턱이 230도 돌아가 버린다.
아니, 280도.
아니, 360도를 넘는다.
뜨드득……!
결국 머리가 뜯겨진다.
마치 진짜 골프공을 쳐올린 것처럼 머리가 날았다.
교실을 가로질러…….
쨍그랑!
유리를 깨고 창마저도 넘어갔다.
-ㅁㅊ 골프를 해버리네 ㅋㅋㅋㅋ
-이 또한 쇼맨십입니까?ㅋㅋㅋ
-아니 뭔뎈ㅋㅋ
-도랏ㅋㅋㅋㅋㅋㅋ
-사장님 나이스샷~!
이 정도일 줄이야.
아몬드도 이번엔 나지막이 감탄한다.
“……오.”
-대체 무슨 원리냨ㅋㅋ
-뭔가가 폭발했다……
-엌ㅋㅋㅋㅋㅋ
그리고, 이런 소리가 들려온다.
빠바밤!
“오……?”
좋아라 하던 아몬드는 멈칫한다.
[업적 ‘첫 시도에 보스를 해치운’ 획득!]업적이다.
“후원인 줄 알았네.”
업적의 트럼펫 소리가 후원 소리와 같았던 것이다.
-ㅁㅊㅋㅋㅋㅋ바로 정색
-아무것도 안 주네?ㅋㅋㅋ
-엌ㅋㅋㅋㅋ후원인 줄 알았댘ㅋㅋㅋㅋ
-김이서 이 악랄한 새끼 ㅋㅋㅋㅋ소리가 20마넌 넘는 후원 소리옄ㅋㅋㅋㅋ
-소리 무엇ㅋㅋㅋㅋ
“근데 이게…… 보스였나 봐요. 또 엄청 꼬인 느낌인데.”
-ㄹㅇㅋㅋㅋ이게 보스임??
-뭔가…… 뭔가 비틀렸다
-세계선이 바뀌었다!
-얼리억세스라 그런가 막장이네 ㅋㅋㅋ
-패치 좀 해야겠누 ㅋㅋㅋ
겜알못인 아몬드가 느끼기에도, 보스를 지금 죽였다는 건 뭔가 이상했다.
-아니 ㅋㅋㅋ 이거 원래 루트도 보여줰ㅋㅋ
-뭔가 ㅈ망한거 같으뎈ㅋ
-김이서 오열ㅋㅋㅋㅋ
“음. 별수 없죠. 일단 공사장 갑니다.”
어디서부터 꼬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더 신경 쓰진 않기로 했다.
“정상 루트는 풍선껌 형 방송에서 봐주세요.”
어차피 정상적인 루트는 풍선껌이 해줄 것이다.
-풍선껌 뒷광고 ㄷㄷ
-껌형이랑은 상의된 거예요?ㅋㅋㅋㅋ
-이건 맞짘ㅋㅋㅋㅋ
-그것도 딱히 정상은…….
-ㅆㅇ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