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2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40화
14. 반격의 서막(1)
이 게임에서 모든 무기는 지극히 현실에 기반을 뒀다.
활도 마찬가지다.
활은 현실에 가까워질수록 다루기 어려운 무기다.
일반적인 경우엔 아예 쏘지를 못하고.
숙련자라고 해도, 움직이는 대상을 맞히는 숙련자는 현대에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김이서는 수많은 고수들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밸런스를 나름 맞춰놨었다.
그 데이터 중엔 분명 아몬드의 것도 포함이었는데.
설마하니 놈이 자신을 뛰어넘을 줄은 몰랐다.
“하아.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내가 쟤 광고 위험하다고 했는데.”
레드햇 관계자들은 서로 눈치를 본다. 저들이 뽑은 광고 모델이니까.
그중 용기 있는 자들이 목소리를 낸다.
“그, 그래도 아몬드는 저희 회사의 영웅입니다.”
“예. 그를 광고에서 제외하는 건…… 그냥 성립이 안 돼요!”
하아.
김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양놈들…… 홀로그램 회의만 아녔으면…….’
홀로그램 회의.
멀리 떨어진 국가 간 회의를 할 때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다.
널리 사용되나 자주 사용되진 않는다.
홀로그램의 전송 데이터량은 어마어마해서 그걸 다 감당할 수 있는 자들만 사용한다.
위플러그가 꽤 잘나가는 회사이긴 하지만, 홀로그램 회의에서 잡담을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 뭐 당신들이 괜찮다면. 괜찮은 거지. 그리고 막상 게임에서 에러가 난 건 아니니까.”
“……그런가요?”
호태가 옆에서 반문한다.
그는 이게 에러의 일환이라고 봤다. 보스 몬스터를 이렇게 쉽게 죽이거나, 멀리서 쏜다고 백준수를 벌써부터 쏠 수 있다는 것도.
“아니지. 일단 백준수를 쏠 수 있었던 건 보스 좀비를 잡아서 경험치가 너무 올라서 그런 거잖아.”
좀비 스쿨엔 플레이어들이 알 수 없는 여러 스탯 시스템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경험치’ 시스템이다.
좀비를 잡으면 경험치를 획득한다. 플레이어들은 이걸 넌지시 느끼고는 있지만, 정확히 어떤 기능인지 게임이 알려주진 않는다.
“경험치가 다 차서 거부감이 축소된 거라는 해석이시군요?”
“그래. 보스 정도면 충분히 그래. 원래라면 면역자랑 같이 탈출하기 직전에 이 보스를 잡고 백준수를 죽이는 게 맞았지. 99% 확률로 그렇게 되야 했는데. 이것도 플레이 방식이라고 봐야지.”
보스가 너무 빨리 죽은 바람에 모든 게 꼬였다. 지금 아몬드는 이 게임의 핵심인 면역자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게임 종장에나 나올 장면이 먼저 나와버린 것이다.
“다행인 건 백준수가 살았다는 거야.”
“곧 죽겠죠.”
“어쨌든 살았어. 그리고, 보스가 골프채 두 방에 죽어버린 이유는, 카운터 어택의 힘을 물리 엔진이 제대로 계산했기 때문이고.”
“……아. 백귀(보스)가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걸 다 힘으로 계산했나 보네요.”
“솔직히 저런 속도인데 카운터를 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백귀가 몸이 큰 것도 아닌데. 여튼 쳤으니까. 보상받은 거지.”
결국 종합해 보자면 아몬드의 플레이는 전부 게임의 큰 룰에 위배되는 게 없다는 것이고.
예외 사항이 아니라, 특별 사항 취급해야 하는 문제였다.
“그러니까, 전혀 문제는 아니야.”
김이서의 표정은 전혀 반대로 말하고 있었지만, 그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냥 광고가 이상한 방향으로 됐다는 것 정도인데. 돈 낸 저 양반들이 막상 좋아라 하니 상관없겠지.”
홀로그램으로 나오고 있는 레드햇의 관계자들은 아몬드의 플레이를 보며 서로 감탄하고 하이파이브를 치며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짜릿하네! 이거 활을 넣기 잘했어.”
“이런 돌발 상황이 나오다니. 진짜 아름다워!”
“이런 맙소사!”
이런 어색한 번역체가 입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레드햇은 이런 식으로 광고가 진행된 게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들은 플레이어가 돌발적인 문제를 일으켜주길 바란다고 한다.
그게 자유도의 상징이 아니냐며.
평생을 동양권에서 자라온, 그리고 돈을 좋아하는 김이서로서는 솔직히 받아들이기 힘든 사고방식이다.
그런 건 일부 매니아 게이머들이나 좋아할 뿐.
시장에서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 입장 차이는 영원히 좁힐 수 없을 것이고, 어차피 돈 내는 쪽은 저쪽이다.
“전송비도 아까운데. 여기서 마칩시다. 댁들이 만족했다면 다 된 거죠. 뭐.”
회의는 여기서 끝났다.
* * *
한편, 아몬드의 시청자들도 반응이 제작진 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ㄷㄷ죽었나?
-와 이게 맞아!?
-돌았다 ㄹㅇ
시청자들은 초장거리 샷, 심지어 창문을 뚫고 들어간 화살이 적중한 것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시청자들뿐이 아니라, 반장네도 마찬가지였다.
“미쳤다…….”
“저, 저거 우연 아니지?”
“씨바…… 이게 내가 알던 그 찐따 같던 김주혁이 맞냐?”
“우, 웅장해…….”
그들은 수풀에 숨어서 백준수가 쓰러지는 그 감동을 서로에게 속삭였고.
“화살 더 가져올걸. 죽은 것 같진 않은데.”
“저 미친놈이 바로 백준수부터 맞힌다는 건지 몰랐지…….”
“상상이나 했겠냐?”
“이 시국에 화살에 꽂히면 죽은 거나 다름없어. 소독이나 치료가 안 되잖아.”
“그래도 하나 더 가져올걸…….”
급기야는 화살을 하나만 가져온 것을 후회하는 지경이었다.
사실 그건 아몬드를 신뢰할 수 없기에 내린 어쩔 수 없는 조치였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이들은 방금의 한 방으로 아몬드를 무한히 신뢰하게 된 것 같다.
* * *
잠시 후.
다시 공사장으로 복귀한 이들.
공사장에 남아 있던 아이들은 모두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복귀한 이들을 쳐다봤다.
굳이 아몬드가 나서서 나 맞혔소, 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반장이 앞에 나서 외쳤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연이어 외쳤다.
“이 녀석이 백준수를 쐈다. 그것도 별관 정원에서 1층 창문을 뚫고 쏴서 맞혔다!”
아이들의 눈알이 하나같이 튀어나올 듯했다.
“진짜야?”
“레알?”
“말도 안 돼.”
반장은 아이들이 다 보는 앞에서 아몬드에게 손을 내밀었다.
“무기를 제공해 주겠다.”
아몬드는 손을 맞잡았고. 무기를 제공받게 됐다.
“점원 누나랑 저 더벅머리를 풀어줘.”
그리고 인질들도 풀려났고.
반장이 진중한 투로 덧붙였다.
“이제 우리가 백준수 패거리를 칠 차례다.”
그 말에, 아이들이 잔뜩 흥분했다.
“어차피 다쳤다며. 좃도 아니네.”
“그래. 나 너무 배고파. 진짜 지금이라면 백준수도 씹어먹을 거야.”
아몬드를 대할 때는 순한 인상이었던 아이들이 백준수 얘기가 나오자 사납게 바뀌었다.
“그 자식은 죽어도 싸. 우리 애들 중 둘이나 그놈이 죽였어.”
“그래…….”
들어보니 백준수가 이들 무리 중 둘을 본보기로 죽이고, 그나마 있던 식량도 뺏어갔다고 한다.
이들은 그 지경이 될 때에도 백준수 패거리에 대항하지 못했는데. 실제로 사람을 죽일 정도로 표독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데 이젠 백준수를 식량으로 먹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지금 그만큼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린 것이다.
굶은 지 무려 3일째니까.
아몬드는 그렇게나 배가 고프면 학교 밖으로 왜 나가지 않았느냐고 물었는데.
“……거긴 상황이 더 안 좋아. 우리가 처음부터 이 숫자였을 거라고 생각해?”
“괴물들이 있어. 지금 학교에 있는 좀비들은 아주 약한 개체들이야…….”
학교 밖엔 2층에서 마주쳤던 요상한 변종들이 훨씬 더 많은 모양이다.
-ㄷㄷ그런 게 더 있어?
-와 그게 끝이 아니구나
-학교밖에 못 나가는 설정인가 봄…….
-아니 그럼 이거 언제까지 버텨야 함??
-어케 깨누
본래 이런 하드코어 생존류 게임은 ‘클리어’라는 개념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냥 최대 생존한 일수를 기록하는 재미로 플레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이 게임은 ‘얼리억세스’ 형태로 출시된 거라.
더욱이 그럴 가능성이 크다.
“자. 우리가 가진 화살 전부다.”
반장이 화살통 하나를 가져왔다.
생각보다 화살이 많지 않았다.
‘……3개?’
단 3개다.
아몬드의 표정을 읽은 반장이 고개를 떨군다.
“원래 좀 더 있었는데. 소진했다. 방금도 백준수를 쏘면서 하나 소진했던 거고.”
절대로 활을 내주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있었다.
너무 개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수현이 끼어든다.
“내 생각엔 다 같이 쳐들어가기보다, 몇몇은 여기 남아서 물건도 지키고 화살도 더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아몬드도 동의한다.
이 쫄보 김주혁은 화살이 아니면 싸우질 못하는데. 단 3발이라면 제대로 활약할 수가 없을 거다.
“안 돼. 지금 너희들끼리 남아서 화살을 만들면. 좀비들을 감당할 수 없다.”
반장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마 비슷한 일을 시도했던 모양이다.
컷팅 시 일어나는 소음 때문에 온갖 좀비들이 다 몰려든다고 한다.
“우리도 화살을 많이 못 만들게 된 이유가 있어. 기왕이면 재활용해서 써야 해.”
“……아, 알았어.”
결국 반장네와 함께 ‘총공’을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그러나 아몬드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화살이 더 중요해.”
“……뭐?”
“공격에 많은 사람들이 갈 필요 없어. 나랑 아까 같이 갔던 셋만 따라와.”
반장의 얼굴이 파리해진다.
“……세, 셋? 걔네가 그래도 숫자가 있는데?”
셋만 가는 건 너무 위험해 보이는 데다가, 그 셋 중에 하필 자신이 포함이기 때문이다.
이건 죽으러 가자는 것이다.
“몇 명인데.”
아몬드는 그들의 숫자를 정확히 알진 못했다.
반장은 직접 전부 마주한 적이 있으니 알고 있었고.
“……열둘은 될 거야.”
“그럼 화살 12개만 만들어.”
그 말에 아이들이 벙쪄 버린다.
12명을 상대하는데 12개라니?
“애들이 말을 못 알아듣네요. 갑자기 지능이 낮아졌나.”
-아니, 알아들어서 놀란 거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알아듣짘ㅋㅋㅋ
-갑자기 지능 탓ㅋㅋㅋㅋ
아몬드는 갑자기 시청자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더니.
“여튼, 오늘 백준수도 쏴보고 아주 보람찼네요.”
방종을 위한 운을 뗀다.
-???
-여기서 끊어?
-아니 ㅋㅋ
-설마…….
-???: 방종하지 마. // ???: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흐잉 ㅠ
그를 질타하는 듯한 채팅이 마구 올라왔으나.
시간이 시간인지라 이만 컷할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 타임이 너무 길었다.
애초에 보스를 죽이고 방종했어야 됐던 걸 여기까지 끌었으니까.
“남은 건 다음에 이어서 하겠습니다. 트바~!”
-ㅃㅃ
-재밌었어요 ㅠ
-좀붕이들 안녕 ㅠㅠ
그는 그렇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총공을 남겨두고 방송을 종료했다.
너무나 늦은 시간이었다.
스르륵.
캡슐에서 나온 그는, 냉장고를 열어 냉수를 한껏 들이켰다.
“후아…….”
아무리 캡슐이 좋아졌다지만, 이런 장시간 플레이는 열이 올라온다.
꿀꺽.
물을 삼키며 내열이라도 조금 식힌 뒤.
주혁의 방을 체크한다.
주혁은 이미 자는 것 같다.
상현도 침대에 누웠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고 커뮤니티 반응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요즘 가장 먼저 들어가는 곳은 ‘좀스 가든’이다.
[뭔가가 잘못된 아몬드 플레이] [백준수 벌써 다운이여??ㅋㅋㅋ] [아몬드식 보스 죽이기.gif]아몬드 플레이를 중계하는 글들이 이슈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커뮤니티 자체가 아몬드와 풍선껌 때문에 생긴 곳이니 그럴 만했다.
풍선껌 관련 글도 꽤 보인다.
그도 오늘 좀비 스쿨을 했던 모양이다.
[풍선껌도 일진들 만남ㅋㅋㅋㅋ] [풍선껌 쪽 일진들은 매점을 먹었누] [ㅠㅠ아 형 2층은 가지 말라니까 ㅠ] [와 ㅅㅂ 저거 뭐임?? 보스임??]풍선껌 방송에선 2층의 보스가 꽤나 임팩트가 컸던 모양이다.
들어가서 영상을 켜보니, 하얀 안광을 흩날리며 돌아다니는 좀비가 사람들을 학살 중이다.
-헐 팀원 다 쓸렸어ㅠㅠ
-타코좌 ㅠㅠ
-처음부터 다시 ㅋㅋㅋㅋ
-표정 ㅅㅂㅋㅋㅋ
-허탈……ㅋㅋㅋㅋ
이때 풍선껌은 타코야끼와 함께 꽤나 그럴듯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는데.
괜히 2층을 건드렸다가 다 죽어서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아니 저거 저렇게 센 거였누?
└견과류단 어리둥절ㅋㅋㅋㅋ
└ㄹㅇㅋㅋ 나도 저 정도일 줄은…….
└아몬드 그는 도덕책…….
-와 ㅋㅋㅋㅋ 아몬드는 골프채 두 방에 보냈는데?
└2층엔 괴물이 살아…… (아몬드)
-ㅈㄹ무섭네 진짜
아몬드 방송만 보던 시청자들은 이 장면에 어리둥절한다.
상현은 뭔가 뿌듯함을 느끼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잠시 다른 커뮤니티나 들러볼까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는 순간.
1위) 아성
2위)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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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가든 전체 검색어 순위에 아몬드와 아성이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척 보기에도 불길한 조합이다.
그는 그 이슈의 원인을 ‘이브닝와이드 가든’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그곳의 이슈글 최상단에 이런 글이 있었다.
[오늘 자 올라인드에 올라온 글]데자뷔인가?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어제도 분명 이런 글이 1위였는데.
들어가 보니 어제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올라인드에 올라온 익명 제보 글을 캡처해 둔 단순한 글.
그걸 주르륵 읽어 내려가던 상현.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박 부장……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