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33화
13. 기사(1)
에밀리아의 돌발 행동에, 당연히 채팅창의 스크롤은 미친 듯이 올라갔다.
투다다닥.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실제로 귀에 들리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오오오오오
-돌았냐고! 에밀리아!
-제길 ㅠ
-꺄아아악!
-ㅋㅋㅋㅋㅋㅋ
-난 이미 죽었어!
-무냐고!!!
-머선129!!!
-도랏다아아아!
-우오ㅗㅗㅗㅗㅋㅋ
……물론 상현도 시청자들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난 아닌데?’
아무리 아몬드와 에밀리아가 같이 보낸 시간이 3일이라고 해도, 상현의 입장에선 그 경험이 없었다.
단지 검은 화면으로 ‘3일 후’라고 표시되며 지나갔을 뿐이다.
“에밀리아.”
아몬드의 입이 상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였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기고 돌아왔어.”
-방금 전만 해도 선택지로 고민하던 놈잌ㅋㅋ
-오우 목소리 뭔뎈ㅋㅋ
-갑자기 트루 러브?ㅋㅋㅋ
-ㅋㅋㅋㅋ 메소드 연기
-들키면…… 죽는다!
시청자들이 장난삼아 놀리기도 했으나, 아몬드는 꿋꿋하게 에밀리아를 응시했다. 마치 그녀의 호수 같은 눈에 빠져 죽을 듯이.
“잘했어. 정말로.”
에밀리아 역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주변에 있는 기사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꺄아아아아!
-헐!
-나 죽어어어어어!
-오진다 ㅠㅠ
에밀리아의 아름다운 얼굴이 최대한 가까이 다가오자, 화면은 천천히 검게 변했다.
다른 신으로 넘어간 것이다.
-악! 보여줘! 보여 달라고!!!
-제기랄!
-이럴 땐 가상현실 1인칭 시점이 구림ㅋㅋㅋ
-아오오오오
시청자들의 원성과 함께 나온 다음 신은, 마차를 타고 다시 원래의 영지로 돌아가는 장면이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몬드는 명목상 에밀리아와 마차를 같이 타지는 않았다.
그는 말을 타고, 마차 행렬을 호위하는 역할이었다.
또한, 기사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용병이라고 무시하던 자들이 이젠 친한 척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자네가 100명을 쏜 궁수라며? 정말 대단하군, 친구.”
“……아, 예.”
이런 식이다.
로만이 옆에서 웃기다는 듯 콧방귀를 뀐다.
흥.
방금 전만 해도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던 놈들이니까.
“적군이 오히려 우리 성과를 인정해 주는구만. 아, 우리 성과가 아니라 정확힌 자네 성과지.”
“전방에서 싸워주지 않았다면 제가 어찌 100명이나 쏴 죽였겠습니까?”
아몬드는 형식적인 겉치레로 대답했으나, 로만은 크게 감명한 모양이다.
그는 말을 옆으로 붙이며 아몬드의 어깨를 두들기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네, 아몬드. 자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용병대도 힘이 나는군.”
“제가 용병대 사람이 아닌 것처럼 말씀하시는 군요. 저도 용병대인데 당연하죠.”
“글쎄…… 자네는 이제 용병대가 아닌 것도 같은데…….”
로만이 씩 웃으며 에밀리아가 탄 마차를 바라봤다.
“뭐, 자네의 선택에 달려 있겠지.”
“?”
이때만 해도 아몬드는 로만이 뭘 말하는지 알지 못했다.
“여하튼 고맙네. 자네 덕에 우리 용병대는 넉 달은 일을 안 해도 될 정도의 돈을 벌었어.”
로만은 사람 좋게 웃어 보이며 다시 앞을 보며 말을 몰았다.
-로만…… 이젠 심지어 친근해 보여.
-너 이런 사람 아니잖아. 이 악마 새끼야!
-사람의 껍데기를 벗어라 악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응 개웃기넼ㅋㅋ
-로만이 너무하긴 하지.
* * *
잠시 후.
잔네렛의 영지에 다시 돌아오고, 아몬드는 에밀리아와 함께 성 안쪽까지 들어갔다.
성 안쪽 중에서도 성의 주인들만 쓰는 연회장까지.
“에밀리아, 여기는…….”
“잠시만 기다려요.”
아몬드는 이런 곳에 공식으로 초대된 게 처음이라 어색해했으나, 에밀리아는 그의 손을 꽉 쥐어준 뒤 잠시 나갔다 온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등장했다.
“!”
아몬드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인가? 얘기는 많이 들었네.”
그녀의 아버지는 생각보다 인자하게 아몬드를 대해주었다.
용병이나, 천한 신분에 대한 편견은 일체 없는 듯했다.
“잘해주었어. 아주.”
껄껄.
에밀리아의 아버지는 웃으며 아몬드의 등을 두들긴다.
비록 그가 잘 대해준다고 해도, 아몬드로서는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이거 뭐야.’
식사예절도 모르는 용병이라 그런지,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미니게임처럼 식사 예절을 따라 해야만 했다.
약간의 퍼즐과 버튼 액션이 들어간 연출이다.
어지간한 3류 액션게임의 클라이맥스와 견줘도 될 정도의 식사였다.
다행히 상현은 모든 난제를 곧바로 클리어해서 훌륭하게 식사를 마쳤다.
잠시 컷 신이 끝나고.
상현은 마이크로 따로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토로했다.
“와…… 진짜 장인어른이랑 만나면 이럴 것 같네요.”
한참을 침묵하다 터진 그의 말에, 시청자들은 깔깔대었다.
-ㅋㅋㅋㅋㅋㅋ
-결혼 시뮬레이터
-ㅋㅋㅋ장인어른 만나기 게임…….
-이딴 게임을 왜 함 대체 ㅋㅋㅋ
-이것마저도 리얼하네
-본격 명절 미운 친척 게임.
-명절 시뮬레이터 ㅋㅋㅋ
아몬드가 잠시 방심하고 채팅을 읽으며 피식거리고 있을 때였다.
“……기사가 되는 걸 어떻게 생각하나?”
갑작스러운 질문과 함께 선택지가 떠올랐다.
[1. 물론입니다. 기꺼이.] [2. 저는 용병 생활이 더 좋습니다.]이런 선택지가 부여됐다.
상현은 잠시 게임을 멈췄다.
“뭐야 이거?”
그의 말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채팅창에서도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와 ㅋㅋㅋㅋㅋ
-기사가 되는 루트가 있었누?!
-무쳤다!
-있긴 있다고 하던데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는데 ㅋㅋㅋㅋ
-난 처음 보는데…….
-ㄹㅇ 방송에 나온 적 없는 걸로 알고 있음. 왜냐면 ㅈㄴ 후반에 나와서……ㅋㅋㅋ
-아무도 그때까지 킹덤이란 게임을 해주지 않거든…….
-이거 거의 엔딩 아냐?
-이제 용병대 대장도 존댓말 박아야 함 ㅋㅋㅋㅋ
아몬드는 신중하게 채팅들을 읽어 내려갔다.
‘여기서 기사가 되면 엔딩인가?’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떠돌아다니면서 용병질을 하는 게 주 콘텐츠인데, 용병이 아니게 되면 게임이 진행될 수가 없다.
적어도 원래의 재미는 아니다.
즉, 이건 이번 회차의 엔딩 선택지인 것이다.
‘때가 왔나…….’
에밀리아를 선택하면 엔딩이 빠를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난 용병 계속했음 좋겠는데.
-근데 이번 회차는 그냥 기사 엔딩 보고, 다시 한번 더 하는 게 낫지 않음?
-기사 엔딩 궁금한 1인.
-2222
-1이지 닥.
-닥후.
시청자 의견은 분분했다.
상현 역시 정확히 마음을 잡은 상태는 아니었다. 이럴 땐 역시나 묘수가 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게요. 트바!”
바로, 방종이다.
-????
-무친 타이밍.
-컥. ㄹㅇ임?
-아니, 이 싸이코 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아몬드는 한다면 해 ㅋㅋㅋㅋ
-방종한다고 하고 번복한 적 한 번도 없음ㅋㅋㅋㅋㅋ
-으어, 낼 방송까지 뒤졌다 이제 ㅋㅋㅋ
[스트리밍 종료]* * *
치익.
캡슐 뚜껑을 열고 나온 아몬드.
여느 때처럼 땀에 절어 있진 않았다. 오늘은 전투 장면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 시간 자체도 그리 길지 않았다.
‘잘 끊은 것 같아.’
그러나 상현은 오늘 방송이 만족스러웠다.
끊은 타이밍이 본인이 봐도 굉장했다.
“야. 잘했다. 오늘 재밌더라.”
나오자마자 김주혁이 그를 반겼다.
중간에 잘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일어나 있는 모양이다.
“그래? 전투 장면도 없었는데. 다행이네.”
“어떻게 맨날 전투만 하겠냐.”
김주혁은 이걸 보라는 듯이 커뮤니티 반응을 켜주었다.
[아몬드 방송 끊는 타이밍 실화냐?] [아, 여기서 끊냐곸ㅋㅋㅋ] [나쁜 새끼. 아몬드.] [지상 최악의 스트리머 아몬드.]그를 장난삼아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아주 긍정적인 반응이었고.
[에밀리아에게 기사 제의를 받기까지의 상황 정리.txt]아몬드가 에밀리아 기사 제의를 받게 되었다는 내용의 글이 벌써 베스트 글로 올라가고 있었다.
“난 늘 데이터에 입각해서 말한다. 알았냐?”
주혁은 특유의 잘난 체하는 말투로 그가 분석한 시청자 유입 증가 추세 같은 그래프를 또 보여줬다.
“내가 어떻게 분석하는 줄 알아?”
“아니, 몰라. 난 그거 봐도 뭔지 몰라.”
상현은 숫자만 보면 멀미가 나는 타입인지라, 그냥 안 보고 안 듣고 싶었는데.
“아니, 들어봐.”
이렇게 운을 뗀 주혁은 온갖 수학적 공식을 언급해대면서 1시간을 떠들어댔다.
그 많은 말들 중 상현의 주의를 끈 건 딱 한 구절이었다.
“아, 맞다. 실장님한테 연락 왔다.”
“……실장?”
“오 실장. 널 펑크 파트너 스트리머로 발탁한 사람이야.”
“오!”
“된대. 편집자 월급 맞춰서 지급해 준다더라.”
“!”
상현은 아직 서지아의 기본급을 맞춰줄 정도의 수입이 없다.
온전히 파트너인 펑크 사에 의존해야 했는데, 문의했던 편집자 월급 사안이 결재가 된 모양이다.
“본인들이 제안했던 조건인데, 뭐 당연한 거긴 하지.”
당연한 수순이긴 했지만, 그래도 실제로 결재가 된 사안이라는 건 느낌이 달랐다.
상현은 한시름 놓은 기분이었다.
“내일 보러 갈 것 같아. 여러 가지 촬영도 하고.”
“좋네. 오늘은 일단 일찍 자자.”
둘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몸을 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게임 관련 포털 사이트 1면에 이런 헤드라인 기사가 실린다.
[속보) 아몬드, 펑크의 파트너 스트리머 발탁!]* * *
펑크(Punk).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최대의 게임 유통사다.
정확히는 게임 플랫폼 회사다.
본래는 거의 독점 체제로서 별다른 전략을 펼치지 않는 기업이었으나.
최근 하이 게임즈가 후발 주자로 매섭게 따라붙으면서 홍보, 마케팅, 독점 론칭 전략에 힘을 쓴다.
[속보) 아몬드, 펑크의 파트너 스트리머 발탁!]그 전략 중 하나가 바로 파트너 스트리머다.
인기 스트리머들을 파트너 계약으로 포섭해서, 펑크에서 미는 게임을 주기적으로 하게끔 하는 것.
-와, 월클;
-키야. 풍선껌이랑 그럼 동급이네?
-키야. 킹덤 하나로 파트너 ㅋㅋㅋ
-그럼 이제 정기 숙제 하겠군.
-ㄹㅇ임? 와 아몬드 개출세했네.
-이제 아몬드도 펑대네 ㅋㅋㅋㅋㅋ
└펑대 ㅋㅋㅋㅋㅋㅋ
└악ㅋㅋㅋㅋ 광대를 의미하는 팡대를 펑크의 광대라는 뜻으로 ‘펑대’라고 부르다니. 이런 걸 「촌철살인」이라 하던가?
└인싸;;
└삼도군통제사
└서울대 학생회장
└찐인 척 하는 찐.
└이 새낀 진짜 같은데 ㅋㅋㅋ
위와 같은 기사에 달린 댓글이 말하듯.
펑크의 파트너 스트리머가 된다는 건 단순히 ‘오, 광고 받았네’ 정도의 느낌이 아니었다.
-1천 정도 시청자로 파트너가 가능함?
└곧 2천 될 것 같음.
└킹덤으로 1천 찍는 게 쉬운 게 아님. 다른 메이저 했으면 장난 없을 듯.
-가능성을 높게 친 듯ㅋㅋㅋㅋ
-조금 오바인 것 같은데…….
-아몬드 잘나가네.
이제 겨우 정기 시청자 1천 정도를 유지하게 된 아몬드에겐 분명 과분한 계약이었다.
그럼에도 파트너 계약이 체결된 이유는, 펑크 사의 오 실장 덕이 컸다.
‘킹덤 같은 망겜을 잠깐이나마 부흥시켰는데, 뭔들 못하겠습니까!?’
이게 오 실장이 회의 때 꺼냈던 말이었고, 결정권자들은 전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아몬드의 영상을 전부 봤고, 그의 실력을 지켜본바.
궁금했다.
대체 아몬드에게 메이저 게임을 시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럼 오늘 방송에서 숙제 게임 하려나?
└첫날부터? ㅋㅋㅋㅋ
└굳이 기사까지 냈으니 하지 않겠나?
-킹덤 이제 안 함? ㅠㅠ
└기사가 되든 말든 정하고 그만둬야지!
아몬드가 이제 파트너 스트리머가 된 만큼, 다른 여러 게임을 시도할 거라는 건 시청자들도 예상하고 있었다.
관건은 그가 어떤 게임을 할 것인지다.
그간 킹덤 같은 마이너 픽으로 도전했었으니까, 이제 메이저 픽을 할지, 아니면 계속 마이너한 게임만 하는 스트리머로 입지를 굳힐지.
[오늘 아몬드 무슨 겜 할지 예상 리스트] [솔직히 킹덤 버리면 떡상 각이긴 해] [무협 게임 어떰? ㅋㅋㅋㅋ] [이딴 망겜 버리고 날아올라라!] [지금도 시청자 천인데, 킹덤 버리면 ㄹㅇ 날아감] [안 돼! 가지마! 에밀리아 버려!? 에밀리아랑 알콩달콩 살아!]이제 아몬드의 본진이나 다름없는 킹치만에서도, 킹덤 외에 다른 게임 이야기들이 더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체 아몬드 오늘 방송 언제 켜냐.
-그건 아무도 모름…….
-미치겠다;
-에밀리아랑 마무리는 짓고 가자 아몬드야…….
아직 방송 시작도 안 한 그의 방송 채널에서 채팅이 오고 가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이 기다리던 소식은 트리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찾아오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아몬드입니다.]대신 이런 제목의 영상이 새로 개설된 아몬드의 올튜브 채널에 올라온다.
입금이 완료된 서지아가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