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3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51화
18. 슈뢰딩거의 아몬드(4)
백준수가 쓰러졌다.
그것도 황당할 정도로 허무하게.
쿵……!
양호실 입구에서 바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도. 백준수 패거리는 아무런 말을 내뱉지 못했다.
자신들의 보스가 쓰러졌는데도, 누구 하나 손을 까딱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얼어붙은 것처럼 모두가 멈춰 있다.
이 깊은 침묵의 얼음을 기어코 깨고 튀어나온 건 윤소희의 끔찍한 비명이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한 박자…… 아니, 두 박자 늦게.
그녀는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덜덜 떨며, 백준수에게 기어가듯이 다가갔으나, 끝내 가지 못한다.
백준수는 방금 화살에 맞아 죽었다. 이 문턱을 넘으면 자신도 화살에 맞을 것이다.
그녀는 결국 양호실 문지방을 넘지 못한 채로 멈췄다. 현재 느끼는 감정은 슬픔보다는 공포다.
반면, 김주혁이 느끼는 감정은……
[희열]몸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희열.
* * *
‘희열?’
앞으로 윤소희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던 아몬드.
그는 갑자기 떠오른 ‘희열’이란 글자를 빤히 쳐다봤다.
[희열] [10초간 모든 상태 이상 면역]모든 상태 이상 면역.
이건 아몬드에게 있어서 무적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근데 왜지?’
왜 희열이 뜬 걸까.
‘아.’
일진 무리 중 하나가 해를 입으면 늘 이 상태가 떴었단 걸 기억해 낸 아몬드.
‘백준수가 쓰러져서…….’
백준수를 쓰러뜨렸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감정이었다.
‘10초…….’
단 10초간 주어진 상태 이상 면역.
생각하는 사이 이미 9초 남았다.
그는 활을 든 채, 양호실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우, 우리도 가자!”
계산이 빠른 반장은 아몬드의 뒤를 쫓는다는 판단을 내린다. 비록 그가 적진의 코어인 양호실로 무방비 상태로 걸어가는데도 불구하고.
그 역시 이 싸움을 끝낼 각을 본 것이다.
적 중 셋이 허무하게 쓰러졌고, 보스마저도 처치됐다. 비록 이쪽은 화살을 전부 잃었으나.
적들은 화살보다 더 중요한 걸 잃었을 것이다.
바로 전의(戰意).
쿵.
아몬드가 양호실 문 앞을 가로막고 섰다.
“!”
윤소희를 비롯한 나머지는 아몬드의 한 손에 들린 활을 봤다.
“다 손 들고 뒤로 물러서.”
아몬드가 양호실로 한 발짝 들어오며 말한다.
그의 뒤에는 반장과 그 패거리 둘이 날카롭게 벼려진 창을 들고 버티고 서줬다.
“물러서!”
“진짜 찔러 죽인다!”
척 보기에도 날이 살아 있는 창.
백준수를 처치한 활.
패잔병들은 그에게 화살이 없는 걸 인지할 겨를도 없이 손을 든다.
“……하, 항복.”
아몬드는 그제서야, 그들이 뻔히 보는 앞에서 여유롭게 시체에 박힌 화살을 빼 든다.
그리고 활시위에 넣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화살촉이 한 명 한 명을 번갈아 조준한다.
윤소희와 눈이 마주친다.
두근. 두근.
이쯤돼서 희열이 꺼지면 어쩌나 긴장했으나.
“……너 누구냐?”
“?”
“윤소희는 어딨어.”
윤소희가 아니었다.
-??
-뭐?
-ㅁㅊㅋㅋㅋ 화장 지운 거잖아.
-엌ㅋㅋㅋㅋ
-ㅅㅂㅋㅋㅋ
윤소희는 당황한 듯 어버버거렸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도 웃지도 못했고, 반장만이 그의 귓가에 다가가 속삭였다.
“화장 지운 거야.”
“아. 어쨌든 손 올리고 뒤로 물러나 있어.”
그녀는 곧이곧대로 눈을 내리깔고, 손을 들어 올렸다.
“전부 무릎 꿇어.”
복종엔 일말 주저도 없었다.
쿵.
무슨 힘에 이끌리듯 전부 무릎을 꿇고 손을 든 아이들.
[희열]꺼져가던 희열이 다시 타오른다.
이제 윤소희를 상대로 공포에 걸릴 일 따위는 없는 듯했다.
아니, 그 누구를 상대로도.
‘끝난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화면이 잠시 암전했다.
* * *
“알아?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어?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입을 가렸다.
아니, 가리려 했다는 게 맞았다.
그의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입은 멋대로 대사를 내뱉었다.
“아니, 너희들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김주혁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들고 있는 활로 모든 아이들을 한 번씩 조준하며 읊조렸다.
낮게 깔린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슬픔과 살의가 치열하게 부딪히며 선율을 떨게 하는 것이리라.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건 좀비 때문도 아니고, 이 빌어먹을 학교 때문도 아니고. 너희들 때문이야.”
그렇다.
이건 컷씬이다.
게임사에서 준비해 놓은 스토리다.
어쩌면 완결일 수도 있다.
-와 뭐야
-갑자기 컷씬 넘어가는 거 분위기 ㅈ대네
-ㄷㄷㄷ
-이거 컷씬이 있긴 있구나?
-오
이 게임을 시작하고 처음 나오는 제작진의 개입. 이 부분만큼은 사용자의 자유도에 맡기지 않고 그들이 설정해 놓은 대로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직접 겪어보기 전까진 절대 남을 이해 못 해.”
백준수 패거리 중 누구도 김주혁이 말하고 있을 때 끼어들지 못했다.
그는 활 시위를 팽팽하게 당긴 채로 여전히 모두를 번갈아 조준 중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너희들처럼 행동해 보니까. 무슨 생각으로 날 팼는지 알겠더라고.”
김주혁이 말하는 ‘너희들처럼 행동’은 아마 다른 학생들을 죽인 것을 말하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내가 얼마나 잔인한 놈인지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닐까? 다른 놈들이 내게 절대 반항하지 못하게?”
움찔.
그 말에 윤소희 등의 아이들이 몸을 떨었다.
“막상 목숨 걸고 대결하면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약한 놈 하나를 단체로 괴롭히면서. 최대한 강한 척하는 거더라고. 맞지? 사실 니들은 겁이 너무 많은 거야.”
기리릭.
윤소희의 머리에 활을 더 가까이 들이대자, 윤소희는 기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마…… 맞아. 그, 그냥 그, 그렇게 해야 애, 애들이 안 건드리고…….”
윤소희가 오열했다.
“끄흐으으윽…… 흐으윽…… 한번 그렇게 하면 멈출 수가 없어…… 애, 애들이 계속 자리를 너, 넘보니까…….”
시뻘개진 얼굴로 눈물을 쏟고 있는 와중에도, 김주혁의 눈은 시퍼렇게 차가웠다.
그의 차디찬 눈길이 옆쪽의 아이들을 향해 돌아갔다.
“어휴. 저 새낀 왜 저러고 사냐. 왜 맞고 다니냐. 이거 너네 맨날 물어봤잖아. 지금은 겪어보니 어때? 이제 왜 그러고 사는지 알겠나?”
김주혁은 윤소희 옆에 있는 아이들을 향해 조준을 돌렸다. 그들은 방관자와 가해자 사이에서 애매한 줄타기를 하던 자들.
“응? 왜 대답이 없어? 너넨 왜 내가 말하는 대로 그렇게 비굴하게 꿇고 있는 거냐? 왜 그렇게 사냐? 어? 저기 있는 창 들고 덤벼보기라도 하지.”
“……?!”
순간, 정말로?
정말 창을 들고 덤벼봐?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군림하는 상대에 대한 학습된 무력감.
김주혁만 갖고 있는 게 아니었다. 다 똑같았다. 그들은 다만 우연찮게 김주혁의 자리에 있지 않았을 뿐이다.
“왜 그러고 있어? 덤벼보라니까?”
아무도 덤비지 못했다.
김주혁이 비릿함 미소를 머금었다.
“그거 줘.”
김주혁은 반장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반장은 군말 없이 자신의 손에 쥐었던 창을 건네줬다.
휘릭.
김주혁은 창날이 있는 부분을 뒤로 돌려 잡았다.
“그냥 백준수 뒤 핥을 줄 아는 게 인생 최대 업적인 새끼들이……!”
퍼억!
김주혁은 창 뒷부분으로 한 놈의 명치를 가격했다.
“왜 씨X 센 척이야.”
그리고 옆에 있는 놈을 발로 걷어찼다.
퍽!
맞은 놈들은 맥없이 바닥을 뒹군다.
“난 너희가 싸우는 걸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포식자 행세를 해?”
퍽!
퍼억!
계속해서 그는 창을 몽둥이처럼 휘둘러 두들겨 팼다. 한 놈은 생이빨이 튀어나갈 정도였다.
그럼에도 놈들은 반항하지조차 못했다.
“대체 왜 내 위야?! 왜 위였던 거야!?”
퍼억!
퍼어억!
절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끔, 피떡이 되도록 패줬다.
와중에, ‘희열’의 감정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들은 그만큼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
“하아…… 하아…….”
전부 떡실신을 시키고 숨을 헐떡이는 김주혁.
그가 윤소희 앞에 섰다.
“주, 주혁아…… 나, 나난…….”
아직 그녀만은 맞지 않았다.
그녀는 아연실색하여 온몸을 벌벌 떨었다.
김주혁은 이만 창을 바닥에 내던졌다.
챙그랑!
윤소희의 눈이 못 박힌 듯 바닥을 구르는 창에 고정됐다. 자신은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아챈 거다.
“고, 고마워. 고마워.”
그녀는 김주혁의 신발을 두 손으로 붙잡으며 울먹였으나.
헛된 망상이었다.
“뭐가 고맙다는 거야? 이제 시작인데.”
“어……?”
안도하던 윤소희의 눈빛이 다시 떨렸다.
“다른 놈들은 일꾼으로라도 쓸 수 있다지만. 넌 아무 쓸모도 없어.”
그렇다.
김주혁이 굳이 폭력이라는 수고까지 써가며 나머지 아이들을 팬 이유는, 그들을 부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윤소희는 그러지 않을 생각이니. 굳이 손대지 않았다.
“무, 무슨, 나 쓸모 많아! 어……!?”
“반장. 얘 묶어.”
“어, 어. 그래!”
어느새부턴가 반장은 김주혁의 말을 아주 잘 듣게 되었다.
잠시 화면이 암전한다.
* * *
다시 밝아진 화면에선, 반장 패거리와 김주혁은 윤소희를 끌고 지하로 향하고 있었다.
“저, 저, 주, 주혁아. 제발…… 제발 살려줘. 어? 내, 내가 뭐든 할게! 제발!”
윤소희가 벌벌 떠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양팔이 뒤로 묶인 채였다.
띠링.
그때 갑자기 선택지가 주어진다.
[1. 뭐든? 흐음. 어쩌면 쓸모가 있을 수도.] [2. 뭐든? 어, 그래. 아마 살려면 뭐든 하긴 해야 할 거야.]“어?”
그냥 넋 놓고 구경 중이던 아몬드는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채팅창에 숫자가 치솟았다.
-1111
-2222
-2번 대사 ㅈㄴ 웃기넼ㅋㅋㅋ
-11111
-닥 2
1번을 고르는 시청자들은 아마 장난일 거다.
“일단 처음이니까. 정상으로 보이는 루트로 갈게요.”
이건 당연히 2번이다.
두 번째 시도해 보는 거라든가 이런 게 아니라면.
-ㅇㅋ
-굿
-예이~
김주혁이 입을 열었다.
“뭐든? 어. 그래. 여기서 살려면 뭐든 하긴 해야 할 거야. 그리고 죽는 건 아니야. 그거 비슷한 거지.”
-ㅋㅋㅋㅋㅋ쿨하누
-캬 사이다
-윤소희 표정ㅋㅋㅋㅋ
“아…… 아아아아악! 아악!”
윤소희는 마지막 발악으로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댔으나.
김주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예전 윤소희가 그랬듯이.
드르륵.
“여기가 네가 들어갈 곳이다.”
그는 지하실의 음악실 문을 열며 말했다.
“변을 볼 곳도 없고. 넌 두 팔이 자유롭지도 못해. 그렇다고 식량도 줄 생각은 없어.”
“…….”
“문도 완전히 잠글 거야. 바리케이드로 막을 거야.”
사실상 죽으라는 말이다.
“그간의 삶을 반성하면서 저기에 반성문이라도 칠판에 열심히 써놓으면. 혹시 아냐. 내가 그거 보고 봐줄지.”
퍽.
김주혁이 그녀의 등을 떠밀어 음악실로 밀어 넣었다.
어두컴컴하고 습기 찬 그곳엔 이미 핏자국이 한가득이었다. 애초에 좀비 시체를 치우던 용도로 쓰던 곳이니까.
“막아.”
김주혁이 명령하자, 반장 패거리들이 일사불란하게 문을 잠그고 바리케이드까지 쳐놓았다.
윤소희의 망연자실한 얼굴이 문 상단에 조그맣게 난 창문으로 보인다.
그녀는 탁한 눈동자로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을 뿐.
비명을 지르지도, 오열하지도 못했다.
여기서 컷 씬이 끝났다.
* * *
그 시각.
올튜브의 아몬드 채널.
그곳엔 shorts 영상 하나가 추가로 올라온다.
그 영상의 썸네일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그간 아몬드 채널에서 본 적이 없는 형식이었다.
-썸네일 무엇? ㅋㅋㅋ
-설마, 저거대로 되냐???
-저거 커뮤니티에 억까들이 올린 거 아님?
커뮤니티에 게재됐던 어떤 글이 그 영상의 썸네일이었다.
영상의 제목은 이런 식이다.
[좀비스쿨) 억까들 “치키챠”해버리는 영상]올리자마자 조회 수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