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3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54화
19. 면역자(2)
2층을 돌아다닌 지 10분쯤 지났을까?
“흐으윽…… 흑. 흑.”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뭐, 뭐야…….”
반장 패거리는 멈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뭐지.’
아몬드도 멈칫하긴 마찬가지.
이 울음소리는 분명히 보스 몬스터를 만났을 때 났던 소리다.
커튼 뒤에서 나는 여자 울음소리.
아무리 쉽게 잡았다지만, 첫 등장이 워낙 기습적이었기에 잊을 수가 없다.
‘또 있나?’
보스 몬스터가 혹시 다시 생겼나.
아몬드는 그런 가정까지 하며 조심스레 1학년 8반으로 접근했다.
그들이 식량을 놔둔 곳이다.
“……아, 아몬드. 가도 되는 거야?”
반장이 불안에 떨며 묻는다.
“뭐…… 이상한 변종 좀비인 것 같은데. 괜찮아.”
“……뭐, 뭐?”
-반장 표정: 전혀 괜찮지 않을 거 같은데??
-반장 렉걸린 표정 ㅅㅂㅋㅋㅋㅋ
-반장 표정 왤케 다양함 ㅋㅋ 극호 ㅋㅋ
반장은 어이가 없는지 안경을 고쳐 쓰며 눈을 껌벅였다.
아몬드는 안심하라는 듯 다시 말한다.
“한번 죽여봤거든.”
“……??”
그러나 그 말은 전혀 반장의 어이를 찾아주지 못했다. 오히려 더 멀리 날아 사라져, 그의 맷돌은 오늘 제대로 돌아가기 글렀다.
-팩트)다.
-ㄹㅇ인 게 개웃김
-이미 뒤짐ㅋㅋㅋㅋ
-근데 ㄹㅇ 뭐야 왜 또 울음소리 나옴?
-또 있나?
울음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무엇이든 겁낼 게 아니라는 게 아몬드의 의견이었고.
그는 홀로 걸어 8반 교실로 들어가며 몸소 그것을 증명했다.
“여기로 오니까 오히려 울음소리가 줄어드는데.”
8반에서 울음소리가 나던 게 아닌지. 교실로 들어오니까 오히려 소리가 줄어든다.
아니, 사라졌다.
“그러게. 여기가 아니었나 봐.”
“여기 같았는데…….”
“으. 모르겠다. 소름 끼치니까 얼른 들고 나가자.”
어차피 목적은 빵 박스를 다시 밑으로 내리는 거다. 울음소리를 내는 변종 좀비와 굳이 마주쳐서 죽일 이유는 없을 터다.
“저기다.”
반장이 문 뒤편에 놓인 빵 박스를 발견하고는 다가간다.
같이 다가가던 아몬드는 멀찍이서 멈춰 섰다.
‘?’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데, 그게 뭔지 몰랐다.
‘아. 안에서 뭐가…….’
그가 깨달았을 땐 이미 반장이 빵 박스를 열어버렸을 때.
“사랑스러운 빵들이 얼마나 있나 볼──”
반장의 머리칼이 말 그대로 쭈뼛 서버렸다.
“──까아아아아아아아악!”
그는 고성방가를 내지르며 뒤로 펄쩍 뛰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액션 킹”
-아닠ㅋㅋㅋ
쿵!
반장은 뒤로 홀라당 넘어져 버렸는데.
눈이 뒤집힌 채 기절한 것이었다.
“바, 반장!”
아이들이 놀라 그를 부축하러 뛰어갔으나, 마치 전기에 감전되듯 가는 아이들마다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악!”
“뭐야!”
“미친!”
그리고, 박스 안에서도 비명이 튀어나왔다.
“꺄아아아아아아!”
우당탕.
박스가 엎어지며, 여자아이 하나가 튀어 오르듯 등장했다.
-??
-뭐야
-ㄷㄷ
-변종인가?
-ㅅㅂ
외모로는 한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
척 보기에도 그냥 위험성 없는 유약한 여자아이였으나.
시국이 시국인지라, 섣불리 다가갈 수는 없었다.
“흐으으으아아아앙!”
여자아이는 교실 저 구석으로 도망가더니, 엉엉 울어대기 시작했다.
무어라 흐느끼며 말하는 것 같긴 한데, 발음이 뭉개져 잘 들리지 않는다.
반장 패거리 중 하나가 당황하여 중얼거린다.
“대, 대체 우리 학교에 왜 초등학생이…….”
이 학교는 고등학교 단독이다.
중학교조차 붙어 있지 않은 학교에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다.
왤까?
아니, 그것보다 대체 어떻게 살아 있는 걸까?
여기엔 그 변종 좀비가 있었잖은가.
저 정도 어린애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게다가 먹을 것도 없었을 텐데?
“잠깐.”
아몬드는 아이들이 다가가지 못하게 창으로 가로막았다.
사람으로 위장하는 변종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만약 사람으로 위장한다면, 가장 유리한 건 약한 여자아이다.
아몬드가 다가가지 못하게 막자, 학생 하나가 반문한다.
“왜? 어린애잖아.”
“여기에 변종 좀비가 있었고. 아무도 여기 진입할 수가 없었어. 백준수조차.”
“……!”
꿀꺽.
학생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곁눈질했다.
“어, 어떡해 우리 도망가야 되나?”
옆의 다른 학생이 반장을 질질 끌고 오며 울먹였다.
“아니. 변종 좀비가 아닐 수도 있어.”
“마, 만약에 맞으면?! 그럼 우리 다아 죽어어!”
“변종 좀비 내가 죽여봤다니까. 만약 본색 드러내면 바로 처리하면 되는데. 뭘 다 죽어.”
아몬드는 뭐가 걱정이냐는 듯 쉽게 말하며 가장 선두로 나서서 아이와 거리를 좁혔다.
물론 아주 가까이 가진 않았다.
갑자기 기습해도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는 유지했다.
“친구야…… 이름이 뭐야?”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은 일단 말을 걸어보는 것이겠다.
“흐으윽…… 흑…….”
-ㄷㄷㄷ
-개무섭네 괜히
-어우 떨려
아이의 우는 소리가 그 변종의 것과 너무 비슷했다.
“울지 말고. 이름을 말해줘.”
아몬드는 제발 그래 달라는 듯 부탁하며, 창을 움켜쥐었다.
아이는 울음을 최대한 삼켜내며, 대답했다.
“유…… 유빈.”
-오
-사람인가?
-아직 몰라
“서유빈…… 흐윽…… 엄마아…….”
“몇 살이야?”
“여…… 열 살.”
10살.
초등학교 3학년생이다.
“어떻게 여기에…… 온 거야?”
“모, 몰라…… 엄마랑…….”
부족한 답변은 기절에서 깨어난 반장이 대신 해줬다.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었어. 으으……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학부모 참관? 우린 없었는데.”
반장은 바지를 툭툭 털며 일어나 마저 설명했다.
“1학년은 아니고. 2학년들.”
그 말에 아이가 끄덕였다.
“마, 맞아요! 우리 언니…… 2학년이야…… 나 갈 데가 없어서…… 엄마랑…….”
초등학교 3학년은 수업이 오전 중에 끝나니까, 아마 엄마가 학부모 참관을 같이 데려왔던 모양이다. 집에 혼자 두기엔 어려운 나이다.
여기까지 추론해 보니, 이 아이는 사람 같았다.
“진짜 사람 같은데?”
“근데 어떻게 살아 있지?”
“몰라.”
이 아이의 엄마도, 언니도 보이지 않는데. 이 아이만 살았다.
“엄마랑 언니는?”
“…….”
아이는 잠시 습기 찬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 이상해졌어. 그, 그래서…… 난 난 여기로 도망쳤어…… 다른 언니들도 날 지키려다가…… 이, 이상한 녀석이…… 왔어…… 엄청 빨라…… 하얗고…….”
“!”
아몬드는 소녀가 묘사하는 ‘이상한 녀석’이 누군지 바로 알아챘다. 2층에 서식하던 변종이다.
“……근데 넌 어떻게 살았어.”
사실, 물어보는 순간 아몬드는 스스로 답을 깨달았다.
[재난 경보 알림] [각 지역의 방공호에 임시 대피소를 운영 중입니다. 모든 인원이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면역자당 10명의 인원만 제한적으로 입장시키고 있습니다.]그의 휴대폰으로 전송됐던 재난 문자.
문자엔 ‘면역자’가 있다고 되어 있다.
면역자라 하면 좀비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를 말하는 것일 테고.
“몰라…… 그, 그 이상한 녀석이 날 공격 안 했어…… 내 행동 따라 하고…….”
좀비들은 면역자를 공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울음소리가 같았구나.”
변종 좀비가 사람 우는 소리를 어디서 배웠는지, 이제야 알겠다. 이 아이에게 배운 거다.
“어, 어때? 사람이야?”
반장 패거리가 뒤에서 벌벌 떨며 물었다.
“응. 면역자야.”
“……?”
갑작스레 나온 면역자라는 말에, 아이들이 당황했다.
“며, 면역자? 그런 걸 어떻게…….”
“흠. 그렇군.”
반장만 뭔가를 깨달은 듯 턱을 매만질 뿐이었다.
“그래서 살았구나. 그러면 다 말이 되지. 그나저나 면역자가 우연찮게 학교에 있었다니. 심지어 우리 학교 학생도 아닌데 말이야.”
“며, 면역자면 우리 국영 쉘터로 갈 수 있는 거잖아!?”
“어? 그러네?”
“와!”
면역자를 데려가면 국가가 운영하는 쉘터에서 받아준다고 했다.
거기로 가면 먹고 사는 걱정은 물론이고, 좀비 바이러스에서도 자유로워진다.
면역자 하나당 10명을 위한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했으니까.
그렇다. 10명이다.
‘근데 1명당 10명뿐인데.’
단 10명 만이다.
지금 인원은 열다섯이다.
“대박. 운 존나 좋았다.”
“애기야. 일로 와. 우리 빵 많아.”
흥분해서 떠드는 아이들의 머리에선 지금 무슨 계산이 오가고 있을까.
-와 면역자구나
-오 아몬드~~~ 호두 스핀 장난 없네
-이래서 2층에 보스가 있었던 거네 ㅋㅋㅋ
-이제 거의 깬 거 아님??
-와 근데 학교 밖으로 어케 가냐…….
* * *
빵 박스와 더불어 웬 꼬마까지 데리고 온 아몬드 그룹.
그 모습에 현아와 수현은 기겁했다.
그야 2층에서 내려온 놈들이 웬 꼬맹이를 달고 올 리가 만무하다는 걸 보스 몬스터를 직접 봤던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무, 무슨, 귀, 귀신이야?”
“꺄아아악!”
현아는 대놓고 소리를 지르며 뒤로 도망갔다.
“나, 나 헛것이 보이는 거 같은데…….”
“아. 얘는 유빈이야. 헛것이 아니고.”
아몬드는 천진한 설명을 곁들이며, 그녀의 정체를 알려줬다.
“그리고 면역자야.”
“!”
그 말에 매점에 모여 있던 아이들 전부 순간 벙어리가 됐다.
“면역자?”
“진짜?”
“헐.”
“그런 게 진짜 있다니.”
“어떻게 알아?”
아몬드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유빈이가 면역자가 아니면 말이 안 되는 이유들을.
“하지만 정황 증거일 뿐이고…….”
“으음.”
믿지 못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정황 증거뿐일 수밖에 없어. 나 면역자야 써 붙이고 다니는 면역자는 없으니까.”
반장이 아몬드의 의견을 두둔하고 나섰다.
“일단 면역자일 확률이 높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겠어?”
현아도 편을 들어줬다.
아이들은 별수 없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면역자가 아니어도 애기니까. 우리가 보살피긴 해야지. 식량도 많은데.”
“그래…….”
“일단 모두 움직이자.”
이미 시간이 밤으로 향하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밤을 보낼 대비를 해야 한다.
* * *
그들은 체육관을 터전으로 잡기로 했다.
규모가 커서 이 정도 인원이 자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고.
창고에 커다란 육상 경기용 매트리스도 많아서 침대로 쓸 수도 있다.
무엇보다 화장실과 샤워 시설이 있다는 게 가장 주요했다.
이 학교 어디에도 샤워 시설은 체육관 말고는 없으니까.
이제 거기에 매점의 식량, 양호실의 의료품을 옮겨 놓으면, 교내에선 가장 완벽한 보금자리였다.
* * *
체육관에 입구 전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바닥엔 매트리스를 깔아놓은 후.
불침번 둘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잠에 들 준비를 마쳤다.
아몬드도 아무 매트리스나 골라 그 위로 누웠다.
“하아.”
툭.
옆에 수현이 따라 누우며 한숨을 내쉰다.
아몬드는 그냥 ‘잠자기’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칫하고 묻는다.
“왜 그래?”
“아니…… 이제 나름 좀 살 만해진 것 같지 않아? 샤워도 하고, 사람도 많고. 무기도 좋고.”
“그렇지.”
그게 한숨 쉴 일인가? 아몬드는 의아했다.
“근데 결국 떠나야 한다는 게 걱정돼.”
“떠나?”
“응. 면역자도 있으니. 결국 우리 방공호 찾으러 나갈 거잖아.”
“……그렇지.”
“그게 잘 될까?”
아몬드는 잠자기 버튼을 누르며 답했다.
“잘 돼야지.”
[잠자기]그렇게, 아몬드의 입장에선 순식간에 다음 날이 왔다.
* * *
한편, 좀비 스쿨의 제작을 맡았던 위플러그의 내부.
그들은 늦은 시간에 회의 중이었다.
출시한 좀비 스쿨은 아직 얼리억세스이니, 정식 출시를 위해 한창 밤낮없이 일할 때인 셈이다.
회의 중, 대표 김이서가 펜을 딸각이며 묻는다.
“근데 이 얼리억세스 버전에선 학교 밖은 구현이 잘 안 되어 있잖아?”
“예. 반경 한 2~3㎞밖에 못 만들었어요.”
“이거 어떻게 못 나가게 해놨어? 얼리억세스라서 여기까지밖에 못가요 유유…… by 개발자. 이렇게 촌스럽게 처리한 거 아니지?”
“아뇨. 게임적 개입이 많을수록 게임의 몰입감이 깨진다고 매번 말씀하셨잖아요.”
“그래. 그래서?”
“현 단계에서 잡을 수 없는 변종 좀비들을 배치해서, 자연스럽게 그 이상 진행 못 하도록 해놨습니다.”
“오호.”
“동시에 이후 정식 발매 시 나올 변종 좀비들에 대한 기대감? 공포감도 심어주고요.”
“그래. 잘 처리했네. 이런 거 이제 내가 안 봐도 되는구나. 그럼 얼리억세스 유저 피드백으로 넘어가. 일단 초반 폭력성으로 인한 진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