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3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56화
20. 원래의 플레이(2)
호스팅.
스트리머가 방송을 끝마칠 때 갈 곳 없는 시청자들을 특정한 방으로 보내주는 기능이다.
이는 트리비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인데.
보통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스트리머들이나 신입 스트리머들에게 자기 시청자들을 쏴주는 용도로 활용됐었다.
그러나, 그것이 친목질 혹은 밀어주기 심지어는 상납 등으로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가 많아 요즘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쓰지 않는다.
[아몬드 님이 18,452명을 호스팅했습니다!]그럼에도 아몬드는 어딘가로 호스팅을 보냈다.
“어? 호스팅?”
막상 호스팅을 받은 사람은 딱히 호스팅이 필요하지 않은 존재였다.
오히려 그렇기에 아몬드는 마음 편하게 호스팅을 보낸 것이겠다.
무엇보다, 아몬드는 그의 시청자들이 이 방송을 보는 걸 원했다.
-껌하!
-앗 껌형방이네 ㅋㅋㅋ
-컼ㅋㅋㅋ
-뭔데 오자마자 다 죽어가누 ㅋㅋ
-ㅎㅇㅎㅇ 난민 받아요!
바로 풍선껌의 방송이다.
“뭐야. 아이고. 아몬드 님. 호스팅 감사합니다. 근데 호스팅 말고 저 듀오로 좀 도와주시면…….”
팅.
아몬드는 이미 트리비에 있지 않았다.
“……나갔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절대 안 도와주짘ㅋㅋㅋ
-견과류쉑 자기 실력을 뽐내려고 풍선껌한테 보낸 거 보소 ㅋㅋㅋ
-원래 루트 보고 오라고 보낸 거 같은데 도와주면 뭔 소용ㅋㅋㅋ
-자 이제 원래의 좀비 스쿨을 보여달라고!
그렇다.
아몬드는 시청자들이 좀비 스쿨의 정상적인 루트를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풍선껌에게 호스팅을 걸어준 것이다.
아무래도 광고를 맡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까, 너무 이상한 루트 위주로 보여준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아니. 원래 좀비 스쿨이 뭔데요? 으, 으아아아!”
순간 채팅에 눈이 팔렸던 풍선껌은 달려든 좀비에게 목을 긁혀 버렸다.
[긁힘] [치료가 필요합니다!]띠링!
[난민 님이 1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이거요!]* * *
“하아…… 겨우 돌아왔네.”
풍선껌은 결국 3번의 긁힘 상처를 얻고서야 겨우 양호실로 돌아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난민들 매운맛에 절반 나간 거 개웃기넼ㅋ
-견과류처럼 달콤한 것만 먹다가 매콤한 풍선껌 먹으니 어때?
-견과류단 입에서 불남ㅋㅋㅋ
-순식간에 5천 명 삭제 ㅋㅋㅋ
처음 호스팅이 시작됐을 때, 풍선껌 방의 시청자가 일순간 7만 명까지 뚫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답답한 플레이를 보고는 5천 명이 나가서 이제 순식간에 6만 5천이다.
“아. 나가주세요. 여러분. 저 맵습니다. 견딜 수 없으실 거예요. 이빨 다 부러져.”
-ㅋㅋㅋㅋㅋㅋㄹㅇ
-포브스 선정 치과의들이 추천하는 방송 1위
-치과 뒷광고ㅋㅋㅋ
풍선껌 방송을 보다 보면 답답함에 이를 하도 악물어서 치아가 상한다는 말이 있는데. 심지어는 치과 협회에서 뒷돈을 받았다는 음모론까지 생겼었다.
그만큼 그의 게임 실력은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다.
상식을 벗어난다는 점이 아몬드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방향이다.
실력뿐 아니라, 그의 방송은 아몬드와 여러 가지로 다른데.
우선적으로 현재 이 좀비 스쿨이란 게임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우선 좀비의 숫자다.
-여긴 근데 좀비가 왤케 많아??
-난이도가 다른가
-ㅎㄷㄷ 이건 ㄹㅇ 좀비 겜 같네
그 이유는 풍선껌이 양호실을 먹어서다. 아몬드의 경우 양호실을 백준수 패거리가 먹었었고.
그들이 골프채를 얻어서 좀비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풍선껌은 자신이 양호실을 먹어서 본인이 이 학교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무기를 수급한 존재였다.
“……아. 좀비가 제가 더 많다구여? 어쩐지…… 너무 어렵더라니. 보셨죠? 여러분? 제가 못 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그는 마지막 세 번째 상처에 붕대를 마저 감으며 뻔뻔한 말을 뱉었다.
-ㅂㄷㅂㄷ
-바드득…… 바드득……
-개못해! 개못해!
시청자들은 그에게 사실을 알려주길 포기했다.
무한 긍정의 풍선껌.
이게 또 이 방송의 오묘한 재미다.
“와하하! 양호실을 먹으니까 그래도 이게 좋네! 계속 붕대를 감을 수 있잖아?”
-……라고 미이라가 된 풍선껌이 말했다.
-ㅋㅋㅋㅋ새 친구를 찾아보자……
-ㅋㅋㅋㅋㅋㅋ전혀 안 좋아 보임
애초에 다치는 것 자체가 별로 좋은 일이 아닌데. 그래도 붕대가 많으니 좋다고 하는 이런 긍정적인 사고방식.
이게 바로 저조한 실력으로 그래도 한번 잡은 게임은 클리어해 내는 이유다.
“지금 일단 부상이 있으니까. 한숨 잘게요.”
그는 이미 익숙한 일인 듯 양호실 침대에 누워 [잠자기]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게임 내 시간으로 7시간 정도가 지났다.
해가 뜨기 직전, 미적지근하게 밝아오는 새벽이다.
“아. 이제 진짜 제대로 할게여.”
그는 자는 동안 피로 오염된 붕대를 다시 새로운 붕대로 갈아끼며 다짐을 중얼거렸다.
물론 아무도 믿진 않았다.
-눈뜨자마자 거짓말ㅋㅋㅋㅋ
-시즌 8239호 제대로 할게여
-???:자 이제 진짜 ㅈ(ㅔ)대로 할게요
거침없는 답변들이 채팅창을 꽉꽉 채웠지만, 풍선껌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의 망막엔 필터가 있어서 자기가 좋아하는 말만 보인다는 설이 있을 정도였으니.
아마 채팅을 제대로 안 읽고 있을 것이다.
[견쓰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풍선껌 님. 풍선껌 님. 근데 왜 풍선껌 님은 동료가 없어요??]아몬드 방송에서 유입된 시청자 중 하나가 뭔가 이상하다 느꼈는지 후원까지 하며 질문한다.
풍선껌에겐 동료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아. 그거요?”
풍선껌은 전혀 당황하지 않은 눈치다.
-ㅋㅋㅋㅋㅋ ‘그거’ ㅋㅋㅋ
-ㅁㅊㅋㅋㅋ
-아…… 그런 것도 있었지……
“다 죽었어요.”
동료들이 있었다가 다 죽었다.
풍선껌에겐 익숙한 일이다.
심지어 이미 이 게임을 몇 회차씩 반복한 그다. 더 이상 누가 죽는 게 전혀 그에게 정신적 타격을 주지 못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ㅋㅋㅋㅋ
-……ㄷㄷㄷ 이거 이런 겜이구나
-멘탈만큼은 천만 번 회귀한 놈……
-어딘가 잘못된 세계의 유중혁ㄷㄷ
풍선껌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응원 고맙습니다. 여러분. 식당 계속 트라이 해봤는데. 넘 어렵거든여? 매점 한번 다시 노려보겠습니다.”
그는 한동안 식당을 우선적으로 진입하려 했으나. 식당 쪽으로 가는 동선에 좀비가 너무 많았다.
“지금 초코파이가 아닌 거면 일단 다 될 거 같아. 초코파이만 계속 먹으니까 우울증까지 걸렸어요.”
[우울함]풍선껌은 자신(핑돼)의 상태창에서 우울함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거 때문 맞음???
-좀비한테 개털리고 혼자라서 그런 거 아님?ㅋㅋㅋ
-혹시 자기 몸을 차지한 놈의 실력이 우울한 게 아닐까요!?
-아니 이 시국에 메뉴 골라먹냐곸ㅋㅋㅋ
-ㅋㅋㅋㅋㅋㅋㄹㅇ 배부른 우울함
그는 시청자들의 의문을 가볍게 무시한 후. 양호실 문 쪽으로 가서 상황을 살폈다.
조그만 창틈으로는 일단 보이는 좀비가 없었다.
“자. 갈게여.”
드르륵.
양호실 문을 열고 나선다.
* * *
“크아아아……!”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좀비 셋이 접근한다.
“후우.”
풍선껌은 심호흡과 함께 뒷걸음질 치며 천천히 한 놈씩 유인했다.
도망치는 척하다가─
“그래. 와라. 와…… 와아아아!”
──퍼억!
골프채로 머리를 후려친다.
그러면 좀비가 넘어지거나, 제대로 휘두르면 즉사까지 한다.
그러나 휘두른 사람이 사람이니만큼 즉사는 무리였다. 좀비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허우적댔고, 풍선껌은 곡괭이질 하듯 있는 힘껏 바닥으로 휘두르는 게 최선이었다.
퍽!
이런 식으로 세 마리를 전부 처리한다.
-와…… 한세월이누
-내일 다시 가죠?
-ㅋㅋㅋㅋ보스 몬스터냐곸ㅋㅋ
워낙에 조심하는 터라 처리가 더딘지, 시청자들이 잔소리를 한다.
-견과류단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좀 해 ㅋㅋㅋ
-원래 이런데요???
-여기 그런 방 아닙니다
그러나 애초에 풍선껌의 팬들은 익숙한 속도였고.
실제로도 평균적인 속도보다 오히려 약간 빠른 축이었다.
아몬드가 이상한 것일 뿐이다.
“견과류단들아. F1레이싱이고 여긴 오프로드야. 오프로드. 알았어?”
-딱 맞네 ㅋㅋㅋ
-험로 주행 전문ㅋㅋㅋㅋ
-ㅋㅋㅋㅋㅋㄹㅇ
그는 시청자들을 한번 조용히 시킨 후.
다시 매점으로 향했다.
매점은 지하 1층이다. 내려가야 한다.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가던 중. 좀비 다섯쯤이 등장한다.
“와. 와.”
퍼억!
위쪽을 차지한 풍선껌은 손쉽게 한 놈의 머리를 날렸다.
-오 즉사 ㅋㅋㅋ
-크
-사장님 나이스샷!
“위를 차지하고 있으면 유리한 거. 딱 기억하고 있구여~”
퍼억! 퍽!
내려가면서 좀비를 잡는 건 한층 쉬운 일이었다. 다 회차 플레이한 풍선껌은 이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었다.
-이런 차이가 있었누?
-견과류쉑은 그냥 다 쓸어버려서 전혀 모른 1인ㅋㅋㅋ
-오옹
좀비 대여섯 마리를 손쉽게 쓸어버린 풍선껌.
“이야~ 껌이었죠?”
그는 결국 지하 1층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뭔가를 깨닫고 머리를 긁적인다.
“……아. 서쪽 계단으로 갈걸.”
길치인 그답게 굳이 먼 동쪽 계단으로 내려와 버린 것이다.
-껌 맞네여 ^^
-ㅋㅋㅋㅋㅋ껌해버림
-왜 아무도 훈수 안 해줬냐곸ㅋㅋ
그런데 그때.
끼이익.
저 멀리서 매점 문이 열린다.
“!”
풍선껌은 깜짝 놀라 최대한 가까운 교실로 몸을 숨겼다.
“아. 쟤네 백준수 패거리 같은데.”
다 회차 플레이를 해본 경험상 대충 실루엣만 봐도 바로 어느 쪽 애들인지는 감이 온다.
멀리서 봐도 양아치 같은 녀석들이 슬그머니 걸어 나와 주변을 살피면서 화장실로 향한다.
그들이 쥔 무기라고는 대걸레 자루 부러진 것과 매점에서 선반을 해체해 얻은 쇠파이프 정도다.
“아 그지 같은 놈들. 이번 회차엔 매점 먹었네.”
풍선껌은 놈들의 정체를 완전히 확신하고는 아예 교실 안쪽으로 몸을 숨겼다.
-와 풍선껌 님 무슨 노련한 회귀자 같아요!
-풍선껌: 회귀자(물리)
-쥐뿔도 없는 회귀(찐)
워낙 다시 해본 경험이 많은 그는 대충 어떤 경우가 제일 게임이 쉬워지는지까지 알고 있다.
“반장네가 매점을 먹는 게 제일 쉬운데. 이거 버릴까?”
-ㅋㅋㅋ바로 게임 던져?
-너무 쉽게 버렼ㅋㅋㅋ 진짜 회귀자냐곸ㅋㅋㅋ
-아니 ㅋㅋㅋ 좀 해봐여
그러다 보니 아몬드와는 다르게 목숨도 매우 쉽게 버리는 모습.
“아, 그래. 이런 거 다 버리면 노잼이지. 쟤네 현아 누나는 안 죽이거든? 아마 저기 음악실 안에 있을 거야. 동료 만들어 봅시다.”
아이들이 모두 화장실로 들어간 후. 복도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풍선껌은 슬그머니 몸을 빼내며, 더 앞쪽 교실로 옮겨갔다.
음악실까지 최대한 접근하기 위해서다.
드르륵.
교실 문을 열고 다시 몸을 숨긴 직후.
일진 패거리들이 화장실에서 나온다.
“후아. 진짜 화장실 올 때마다 살 떨려 죽겠다.”
“어떻게 안 되나…….”
그들은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며 다시 매점으로 향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일진들이 매점을 먹으면, 브레인이 없어요. 지금 봐. 방화문 닫는 것도 생각 못 하고 있죠?”
일진들의 브레인.
그는 최기수라는 캐릭터인데. 매번 일진 무리에 합류하는 존재는 아니다.
특정 상황에는 그가 저 무리 안에 없고. 그랬을 때 일진 무리는 전략적인 행동을 하지 못한다.
“그냥 포악한 원시인들이야. 지금은. 좋아. 껌아. 해보자고.”
모든 인원이 매점으로 사라진 후.
다시 몰래 기듯이 교실을 빠져나온 그는 음악실을 향해 다가갔다.
“후우…….”
숨소리조차 떨려오는 긴장감.
여기서 백준수 쪽에게 들키면 무조건 사망이다. 적어도 풍선껌의 실력으로는 그렇다.
음악실이 있는 곳까지 다다른 그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서 교실 안쪽을 본다.
“역시.”
매점 점원, 현아가 팔다리가 기둥에 꽁꽁 묶인 채 붙잡혀 있었다.
“점원이 식중독 같은 거 걸릴 만한 거 구분할 줄 알아여. 쓸모가 좋습니다. 동료 모집 갑니다.”
-그런 거여?
-ㅁㅊㅋㅋㅋ 개잘해
-견과류쉑ㅋㅋㅋ 현아한테 “잘하는 게 딱히 없음”이라고 메모해 놨던뎈ㅋㅋㅋ
풍선껌은 조심스럽게 교실 문을 열고, 안으로 접근했다.
* * *
“……그런 능력이 있었구나. 현아 누나.”
상현은 침대에 누운 채 중얼거렸다.
자신의 팬들이 풍선껌 방송에 잘 들어갔는지 휴대폰으로 보던 중이었는데.
본인도 모르게 꽤 오래 봐버렸다.
역시 풍선껌의 방송은 재밌다.
그리고 같은 게임이다 보니 얻어가는 정보도 꽤 많았다.
대부분은 이미 그에게 쓸모없는 것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아암…….”
슬슬 졸려온다.
그는 마지막으로 커뮤 반응이나 확인하고 잠에 들려 했다.
오늘 방송에서 리액션도 두 개나 보여줬으니 뭔가 좋은 언급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응?”
졸려서 반쯤 감겼던 그의 눈이 번쩍 떠진다.
“왜 이런 게…….”
좀비 스쿨 가든은 그에게 꽤나 호의적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바뀐 걸까?
달갑지 않은 제목의 글이 1위에 가 있다.
[지금 ^견^과류단이 바라는 그림]이건 그의 팬들을 비꼬는 글이었다.
잠이 확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