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4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59화
21. 넘을 수 없는(3)
변종.
이들은 사실 ‘괴물’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렸다.
그러나 그 단어의 흔해 빠진 쓰임새를 고려한다면 저 소름 끼치는 아종(亞種)의 괴리를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시커먼 털로 뒤덮여 있고, 다리만큼 긴 팔이 위로 뻗어 나무에 매달려있으며, 주둥이는 튀어나와 있다.
형상을 보니 꼭 원숭이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혀다.
기다랗고 시커먼 혀를 촉수처럼 쏘는데, 사람의 몸 정도는 스펀지처럼 뚫어버린다.
게다가 대상의 생명력까지 빨아들이는 것 같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바닥에 널브러진 길수를 보면 말이다.
시이익.
길수가 쓰러지자, 혀는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다시 돌아간다.
쏘아질 때처럼 아무런 소리도 없이, 주둥이로 후루룩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빨려 들어간 건 혀뿐이 아니다.
──푸욱!
“캬아아아아악!”
변종은 눈에 박힌 화살을 쥐어 잡으며 괴성을 질렀다.
아몬드가 쏜 것이다.
-ㄷㄷ 언제 맞혔냐???
-개빠르네 ㅅㅂ
-능력치 상승이라 그런가??
화살의 대미지를 놈이 느끼고 있다.
‘고통을 느끼나.’
2층에서 만났던 변종도 불리할 때 도망을 가려 했다. 지능을 얻은 대신 어쩔 수 없이 통각도 생겨난 것일까.
그렇다.
놈은 확실히 지능이있다.
고통으로 괴성을 지르고 있으면서도, 막상 공격할 땐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입만 쫙 벌려 혀를 뻗는다.
지금처럼.
슈우우욱!
검고 긴 혀가 쏘아진다.
‘빠르지만 일직선이야.’
얌체같이 조용하고 빠르지만, 공격 루트는 정직하며, 범위도 크지 않다. 놈의 주둥이가 노리는 곳에서만 벗어나면 된다.
‘여기.’
쿵!
아몬드의 왼발이 있던 곳에 동그란 구멍이 뚫렸다.
피해낸 것이다.
여기까진 적의 공격이었고, 아몬드의 반격은 이미 날고 있다.
피융──
“캬아아아아아아!!!”
──푸욱!
역시나 눈알에 맞았다.
적의 두 눈이 무력화됐다.
놈이 시각에만 의지하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캬아아악! 캬아!”
놈이 또 괴성을 내지른다.
싫어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놈의 주둥이가 다시 부풀어 오른다.
‘곧 공격이다.’
공격하는 신호라는 걸 이제 아몬드는 안다.
아까보다 더 여유롭게 피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놈의 혓바닥이 이번엔 S자로 휘둘러졌다. 마치 채찍처럼.
‘어…….’
──쉬리릭!
훨씬 거칠고, 무분별하며, 예측하기 어렵다.
타격 지점을 예상해서 피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동체 시력만으로 피해야 한다. 가능할까?
급소는 피한다고 해도 사지 중 어디 하나가 잘려 나갈 것 같다.
그런데 아몬드는 이번엔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어떤 지점을 무섭도록 노려보고 있었고. 그의 오른손이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를 놓자.
파앙!
화살이 날았다.
혓바닥이 굽이치는 지점. 혀와 혀가 겹치는 지점을 향해.
푸욱!
끝내 혀의 살갗을 파고든다.
기다란 오뎅을 막대에 굽이굽이 꽂아 넣듯.
화살이 기다란 혀를 꼬챙이로 꿰어버렸다.
쏘아지던 혓바닥의 경로가 바뀌어버린다.
맹렬히 달려들던 것이 맥없이 바닥을 긁었다.
쿠구구궁…….
바닥에 시커먼 자국을 지그재그로 그리며, 아몬드의 발치로 축 늘어졌다.
-ㄷㄷㄷ
-뭐야
-ㅅㅂ 이걸 한 발도 안 움직여?
-좀비 혀오뎅이누 ㅋㅋㅋ
-와 꼬치 됐네;
날아오는 채찍을 꼬치로 꿰어버린 수준의 정확도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사라라락!
놈은 혓바닥을 다시 거둬들였다.
혓바닥에 꽂혀 있던 화살은 그 과정에서 결국 부러져 버렸다.
저 혓바닥의 힘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놈이 혀를 다 거둬들일 때까지 아몬드는 가만히 있었다.
-왜 활 안 쏨?
-멈춤?
-모해모해
그가 미동이 없자, 시청자들이 의아해한다. 평소 아몬드의 능력을 고려하면 혀가 돌아가는 사이에 2~3발은 더 쏴야 하니까.
그야 얼른 도망치거나, 아니면 적을 쏘거나.
둘 중 하나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아몬드는 가만히 있었다.
신기한 건 상대도 공격을 안 하고 있었다.
“캬아아아아……!”
놈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린 채로 계속 괴성을 지르며 두리번거린다.
아몬드가 있는 곳이 아닌 엉뚱한 곳을.
그렇다. 놈의 두 눈엔 화살이 박혀 있다. 보이지 않는 거다.
‘눈을 쓰는 거였구나.’
놈이 시각에 의존하던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제 다른 감각을 써야 할 텐데.
청각일까? 후각일까?
아니면 둘 다?
현재 아몬드는 소리를 내지도 않고 있고, 바람의 방향도 놈의 등 뒤에서부터 불어오고 있다.
냄새도, 소리도 없는 존재다.
신중해야 했다.
릴에서와는 다르게 여기선 화살의 개수가 정해져 있다.
이걸 다 쓰면 아무리 아몬드라도 이길 재간이 없다.
아몬드가 궁금해하던 건, 금세 밝혀졌다.
부스럭……!
수풀에 숨어 있던 학생, 지도훈이 움직이며 큰 소리를 내는 바람에.
“으, 으앗!”
쿵.
그는 슬그머니 빠져나가려다가 다리가 꼬여 넘어진 것이다.
솨아아악!
그와 거의 동시에 변종 좀비가 혀를 쏘았다.
“으, 으아아악!”
도훈은 죽었다 생각하며 몸을 움츠렸다.
“……아?”
그러나 혀는 그를 향해 날아오지 않았다.
투두둑……!
공중에 또 꼬챙이처럼 꿰여 버렸다.
“허으어…… 이, 이럴…… 수가…….”
도훈은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서커스에 눈이 튀어나올 듯했다.
“캬아아아아악!”
변종은 고통에 괴성을 내지르며 다시 혀를 거둬들였다.
‘확실하네.’
아몬드는 이제 확실히 깨달았다.
어디를 쏴야 하는지.
그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화살통에서 다른 것들과는 확연히 무게감이 다른 묵직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스르릉.
꺼내지는 소리부터 다른 이것은 철로 만든 화살이다.
화살대마저도 철로 이뤄진, 총으로 친다면 대전차용 총일 것이다.
흐읍.
그는 숨을 머금고, 화살을 활시위에 끼웠다.
“캬아아아아아!”
놈은 아직도 아몬드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기리릭.
컴파운드의 도르래가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끼이익. 끼익.
변종 좀비는 여전히 두리번거린다. 이 정도 소리로는 파악을 못 하나?
그러나──
“!”
──슈와아아악!
놈의 혀가 순식간에 아몬드의 정면까지 향했다.
코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위치였다.
‘속였어?’
아몬드의 고개가 갸웃하며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치이이익──!
놈의 혀가 오른쪽 귀를 스쳐 뒤의 바닥을 작살 냈고.
그것은 활시위를 놓는 것과 거의 동시였다.
파앙!
놈의 혀가 시작되는 곳에, 어느새 날아간 묵직한 화살이 꽂혔다.
푸욱!
-와 ㅅㅂ 맞았어
-ㅁㅊ
-이 와중에??
“캬아아아아아아악!!!”
이때 놈의 반응은 그간 공격할 때 반응과는 확연히 달랐다.
“캬아아아! 카아아아악!”
놈은 나무가 뒤흔들릴 정도로 머리를 마구 휘저으며 고통스러워했고. 이미 길게 내빼놓은 혀를 다시 거둬들이지도 못했다.
나무 화살쯤이야, 다시 혀를 거둬들이는 힘에 의해 바로 부러졌지만 이 화살은 달랐다.
휘어질지언정 부러뜨리긴 힘들 터다.
게다가 혀의 힘이 시작되는 곳에 박혀 있으니, 애초에 그렇게 큰 힘을 가할 수도 없는 상황.
놈은 결국 두 팔로 화살을 빼내려 했고, 결국 나무에서 떨어졌다.
두 팔로 매달려 있던 곳이니 당연했다.
쿵.
머리를 정통으로 바닥에 박은 뒤에도 놈은 오로지 화살을 빼내기 위해 뒹굴었다.
“캬아아아아악!”
그는 두 손으로 화살을 잡은 채 괴성을 내질렀다.
우드드득…….
부드러운 속살 깊게 박힌 화살이 거칠게 뽑혀 나왔다. 본래 화살은 들어가는 것은 쉬워도 빼내긴 어렵게 되어있다.
박힌 화살을 함부로 빼내다간 주변의 온갖 혈관을 다 건드리면서 오히려 부상이 극대화되는 수가 있었다.
“이런 게 또 있었네. 2층이 보스 아니었나요.”
쓰러져 발버둥 치는 좀비 위로 드리운 그림자, 아몬드가 중얼거렸다.
그는 아이들이 쓰던 오함마를 든 채였다. 아무래도 죽은 길수의 물건을 들고 온 것이다.
오함마는 박힌 화살을 향해 휘둘러졌다.
쿠웅……!
“캬아아아아아아악!”
마치 못을 망치로 두들겨 박듯, 오함마로 쇠화살을 박아대는 모습.
쿠우웅! 쿠웅!
“캬아아아아악!”
좀비는 고통에 눈이 뒤집어지며 팔다리를 뒤흔들었으나.
아몬드는 다리를 번갈아드는 것으로 충분히 놈의 공격을 다 피할 수 있었고.
턱─
마지막엔 두 팔을 발로 밟아 제압했다.
그는 혀를 제외한 다른 곳의 근력은 그리 높지 못한 건지 아몬드의 무게도 밀어내지 못했다.
오함마가 높이 치솟았다.
“이걸로 죽으려나.”
쿠우웅!
놈은 마지막 일격에 모든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아무래도 화살이 입천장을 뚫고 뇌까지 들어가 박힌 것이다.
“죽네요.”
띠링.
[지져스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그럼 안 죽겠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 그도 인정한 죽음…….
-엌ㅋㅋㅋㅋㅋ
“지져 님. 후원 감사합니다. 그래도 좀비니까 혹시나 했어요.”
-이 악물고 지져라고 읽누 ㅋㅋㅋ
-세 글자를 굳이 두 글자로?
시청자들 반응에 은근히 입꼬리가 올라가던 아몬드. 그는 이만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얘는 뭐죠? 왜 이런 게 있는 거지…… 업적도 안 주고.”
이 녀석이 2층에서 만났던 하얀 놈보다 훨씬 더 세고 까다롭다. 활이 없었다면 어떻게 잡았을지 모를 정도로.
근데도 아무런 업적이 없었다.
-그러게여 쟤네 뭐임 대체??
-2층이 보스였는디……ㅋㅋㅋ
-얼리억세스라 개판인갘ㅋㅋㅋ
[ㅇㅇ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게임이 학교 밖부터 좀 이상한데? 대충 만든 거 아님?ㅋㅋㅋ 배경 매핑도 좀 이상해여]예민한 시청자가 수상함을 느끼고 있을 무렵이었다.
“어……?”
설마 설마 했는데.
부우우우웅……!
엔진 소리가 맞다. 아까 지나갔던 그 차량이다.
“사, 살려줘어!”
“미친! 얘네 뭐야!?”
거기에 비명 소리 추가.
푸욱!
트럭 위에 타고 있던 사람 중 한 사람의 몸이 뚫려 버렸다.
“아, 아몬드야…… 저거…….”
이제서야 수풀에서 기어 나온 지도훈과 나머지 아이들 둘이 벌벌 떨었다.
아까 같은 변종 좀비가 또 있는 것이다.
그것도 무려 3마리.
부우우웅!
운전자는 죽어라 달리고 있었으나.
결국…….
끼이이이이익!!
트럭의 철판을 뚫고 들어간 혀가, 운전자의 목을 관통했다.
쿠웅!
트럭이 시원하게 고꾸라지며 불에 타오른다.
“캬아아악!”
트럭 위에 올라타 있던 변종 좀비 하나가 불에 탄 채로 기어 나온다.
화르르륵……!
놈이 나온 뒤 트럭의 불길은 더 거세져서 3차선 도로를 전부 잡아먹더니, 폭발해 버렸다.
콰광!
-또 있다고??
-아니 ㅅㅂ 너무하네
-그냥 가지 말라는 거 아님???
-갑자기 난이도가 왜 이래
-좀비 게임이여 레이드 게임이여 ㅅㅂ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아몬드가 고생하는 걸 즐긴다곤 하지만, ‘나도 언젠가 이 게임을 해봐야지’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기에 화가 난 것이다.
난이도를 올리는 방식이나 타이밍이 비합리적으로 보이니까.
하나 막상 제일 불만이었어야 할 아몬드는 별말 없이 등 뒤로 손을 가져갈 뿐이었다.
“……3마리.”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쇠로 된 화살을 뽑아 들었다.
스릉.
“한 발 모자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