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4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60화
22. 광고의 흥망(1)
쿵!
쓰러진 좀비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린 아몬드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는 이만 오함마를 옆으로 치우고 시체들 위에 앉았다.
아까 전 트럭을 전복시켰던 3마리의 변종 좀비 시체다.
“쇠화살 재활용하느라 시간이 좀 더 걸렸네요. 나무 화살로는 잘 안 박혀서.”
결국 아몬드는 3마리의 변종을 처리했다.
일반인은 한 마리도 힘들어 죽을 변종 좀비 3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다니.
심지어 승리하다니.
그의 플레이에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ㄷㄷ
-이 겜 이렇게 하는 게 맞음?
-와 방금 진짜 매드무비 한편 뚝딱이네
감탄하는 것은 좋았다.
예상했고, 기대했던 반응이다.
‘엥?’
그러나 아몬드가 미처 예상 못 한 반응들도 다수였다.
-이게 뭐냐 ㅅㅂ 난이도 왜 이럼 사고 싶었는데……
-밸패 좀 해야 할 듯?
-난 이 겜 못 할듯
-이걸 어떻게 하냐;
게임을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시청자들.
방금 본 그 놀라운 플레이를 자기도 할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이 좀비 셋을 마주치면 그냥 죽고 말 것이다.
어차피 지는 게 뻔한 게임을 하고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어쩌지…… 그래도 광고인데…….’
다른 거라면 신경 안 썼겠지만, 광고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는 반응이라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그걸 어쩔 겨를은 없었다.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NPC들이 다가와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미, 미친.”
“이, 이럴 수가. 너 무슨 특수부대 출신이야?”
“초능력 같은 게 생긴 게 아닐까? 그런 거 원래 왕따한테 생기잖아.”
초능력자라니. 호들갑 떤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그럴 만했다.
그들의 입장에선, 눈앞에서 괴물 3마리를 동시에 처치한 것이니.
시청자들보다 놀라면 더 놀랐지 덜하진 않을 테니까.
아몬드는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가자.”
그는 어서 이 게임을 진행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 했다.
‘근데 더 가면 또 난이도 오르는 거 아닌가.’
한편으로는 더 진행하면 더 어려워질 텐데. 민심이 더 안 좋아지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된다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 가자고?”
“집…… 아니, 학교로 가자는 거지?”
그런데 학생들은 그럴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들의 반응에 아몬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다.
“무슨 소리야? 탐사는 마무리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광기……!
-ㅅㅂ 개무섭겠넼ㅋㅋ
아몬드의 입장에선 당연한 말이었다. 좀비 3마리도 어차피 내가 죽였는데. 니들이 못 갈 게 뭐 있냐.
하나, 아이들은 방금 눈앞에서 친구 둘을 잃었다.
아이들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반론했다.
“하, 하지만…… 저런 게 계속 나온다면 우린 살 수가 없어…….”
“마, 맞아. 벌써 유정이도 길수도 죽었잖아. 아무것도 못 하고.”
이에 아몬드는 되물었다.
“죽었다고…… 안 갈 거야?”
-죽었는데 어케 가요
-죽으면 안 가야지 임맠ㅋㅋㅋ
-뭘 해야 안 갈 수 있는 거야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아몬드의 말꼬리를 잡고 장난쳤으나. 사실 아몬드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어차피 안 가면 다 죽어.”
여기서 탐사를 멈추면 이들에게 미래는 없다.
식량을 찾고, 방공호까지의 루트를 개척해서 면역체를 얻어야 한다.
아이들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 알았어.”
아몬드는 지도훈을 다시 불러 앞장세웠다.
“가자.”
“……흐으윽…… 흐윽…….”
“가야 해.”
“아, 아, 알았어.”
그가 천천히 발을 떼고 이제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려는 순간이었다.
빠바밤!
[수줍은 여포 님이 무려 5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진짜 개지리는 플레이……! 이건 미션 완료나 마찬가지죠!]웬일로 미션이 아닌 일에 후원을 한다.
아무래도 빅son과 경쟁심이 생긴 걸 수도 있다.
“오. 수포 님. 정말 감사합니다!”
-한 템포 늦은 후원 ㅋㅋ
-엇. 거액 후원…… 설마 여기서 방종이냐?
-방종각 에바임 ㅋㅋ
50만 원은 분명 거액이나, 아몬드는 딱히 방종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일전에 방종 리액션의 폐해를 겪은 바가 있으니, 뭔가 다른 리액션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 중이다.
“리액션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걷는데.
퉁……!
앞서가던 도훈이 갑자기 밀려나며 뒤로 자빠진다.
“왜 그래?”
“…….”
도훈은 입만 멍하니 벌린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도훈뿐이 아니다.
뒤따라오던 다른 학생들도 갑자기 멈췄다.
“……?”
아몬드는 앞에 뭐가 있나 싶어 도훈이 갔던 곳으로 걸었는데.
퉁.
이마가 부딪히며 뒤로 밀렸다.
“벽……?”
보이지 않는 벽이다.
그 위로 이런 텍스트가 떠오른다.
[좀비 스쿨]두둥……!
갑자기 웅장한 음악이 시작되고.
밑에 이어서 이런 것들이 따라서 떠올랐다.
[기획: 레드햇] [제작: 위플러그] [헤드 디렉터: 김이서].
.
.
이게 뭐지.
아몬드는 순간 멍해졌으나.
이내 이게 뭔지 금방 알게 됐다.
‘이거 엔딩 크레딧?’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마지막에 이런 메시지가 떴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얼리억세스(Early Acess)로 출시되었습니다. 현재 준비된 분량은 여기까지입니다.] [정식 출시엔 색다른 변종 좀비와 플레이어들의 특수 능력, 멀티 대전 플레이 등이 준비되어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그래서 결정했다.
“리액션은…… 게임 클리어!”
리액션으로.
-???
-리액션은
-거저먹기 아녘ㅋㅋㅋㅋ
-결국 개같이 방종ㅋㅋㅋ
-방종 리액션을 이렇게?ㅋㅋㅋㅋ
잠시 후.
정식 출시 티져 영상 같은 게 정신없이 재생되고는 게임이 종료됐다.
아몬드는 그 타이밍에 방송도 같이 꺼버렸다.
-???
-방송도 끔?
-무친놈ㅋㅋㅋㅋ 진짜 광대 ㅋㅋㅋㅋ
-와 타이밍ㅋㅋㅋ
-이거 리액션이라는 거지 ㅋㅋㅋㅋ
-헐ㅋㅋㅋ
-도른 피지컬……
* * *
“와.”
스르륵.
캡슐 문이 열리면서, 상현이 한탄했다.
“이게 이렇게 끝나네.”
나름대로 재미를 붙이고 하고 있었던 게임이 갑자기 끝나니까 굉장히 허무한 느낌이랄까?
약간 열이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이 갑자기 방종했을 때 시청자들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대충 알 것도 같다.
‘정식 발매가 기대되긴 하네.’
열은 조금 받지만, 정식 발매 때 모든 게 풀린다고 하니 조금 기대도 된다.
특히나 멀티 대전 플레이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애초에 이런 식으로 생각하길 노린 마케팅이구나. 상현은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다음 날이 오기 전까진 말이다.
“이야. 수고했다.”
주혁이 의자를 뒤로 빼며 손을 흔든다.
주혁도 실제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야 했는지는 전혀 모른 채였으니 편안한 얼굴이다.
“오늘 끝날 줄은 몰랐네.”
“그러게. 한 3일은 더 해야 할 줄 알았어.”
상현은 이만 샤워하러 들어가려 했는데.
“야. 오늘 게임도 하나 끝냈는데. 맥주 한 잔?”
“오. 좋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배도 고프고 뭔가 허전한 기분이었는데.
“거기 어때. 우리 가던 데.”
아성 다니던 시절 자주 가던 회사 앞 호프집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좋지. 금방 씻고 나온다.”
* * *
그러고 보니, 처음이었던가?
이브닝와이드 방영 후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오는 건.
“어? 유상현 씨 맞죠?”
맨날 가던 호프집의 주인이 이제 그의 이름을 안다.
“그 방송 보고 깜짝 놀랐잖아요. 우리 가게 자주 오시던 분이라서…….”
상현은 멋쩍게 고개를 숙였다.
“아, 네.”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돼 버려서 조금 곤란한 눈치다.
사장님이 의도치 않게 너무 목소리를 크게 낸 것이다.
“아이고. 저는 그런 사연이 있으신 줄도 모르…….”
“주문해도 되나요.”
지아가 메뉴판을 사이로 들이밀며 끼어들었다.
이 화제를 더 유지하면 안 된다는 건, 연예인 좀 따라다녀 본 그녀는 잘 안다.
“아…… 네, 네. 당연하죠. 뭐로 드릴까요?”
사장은 무안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
“새로 나온 카레 치킨이랑 흑맥주 3잔 주세요.”
“알겠습니다~!”
흑맥주도 그렇고 카레 치킨도 그렇고 당연히 셋이 합의한 메뉴는 아니었다.
“……그냥 시켰어. 더 말 걸까 봐.”
지아는 그냥 기지를 발휘해 가장 앞에 있는 메뉴를 시킨 것이다. 전부 신메뉴다.
“크흠…… 하필 그런 걸.”
주혁이 헛기침을 하며 눈치를 준다.
“왜 그래. 어차피 치킨 하나 더 시킬 거 아냐.”
“그야 난 치킨에 있어선 순정파거든.”
주혁이 사뭇 진지한 투로 안경을 치켜세운다.
“후라이드만 먹어.”
“이거 먹고. 시켜.”
지아가 단호하게 대꾸하니, 주혁은 바로 끄덕인다.
“그래. 나도 그러겠다는 말이었어.”
상현은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그사이 점원이 금세 기본 안주를 내왔다.
“자자! 흑맥주부터 드릴게요!”
나쵸칩과 주문한 흑맥주 3잔이 나왔다.
셋은 맥주를 하나씩 잡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함께 위로 들어 올렸다.
“좀비 스쿨.”
“잘 가라!”
짠.
맥주잔이 부딪힌다.
꿀꺽.
그들은 동시에 흑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오.”
“괘, 괜찮네?”
신메뉴에 신뢰가 높지 않았던 주혁도 놀란 느낌이다.
“카레 치킨도 맛있겠지.”
지아가 놀리듯이 주혁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묻는다.
“어, 어. 카레 치킨도 맛있을 거야. 분명…… 히…….”
주혁이 고장 난 것처럼 말하자 지아가 키득거렸다. 상현은 신기한 눈으로 주혁의 반응을 관찰했다.
본래는 여자들한테 능청 잘 떠는 놈인데.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것처럼 행동하는 쩔쩔매는 모습.
‘저게 원래 모습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지아가 화두를 던졌다.
“좀비 스쿨 재밌었는데. 난 오늘 끝났다는 말 듣고 깜짝 놀랐어. 한참 앞에 거 편집 중인데. 갑자기 끝났다니.”
“그러니까.”
아몬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얼리억세스라 그런가 봐.”
“다음 게임은 뭐야.”
지아가 아몬드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음…… 그거 거의 정해졌지 아마?”
아몬드는 주혁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응. 시빌 엠파이어(Civil Empire)라고.”
“어감 웃기다. 시발 엠파이어.”
지아가 낄낄댄다.
“아니. 시빌 엠파이어.”
“시발 엠~~”
“아니라고. ‘문명 제국’이라고 불러.”
“시ㅂ…….”
“야!”
지아가 이상한 포인트에서 터진 건지. 주혁을 보더니 배꼽을 잡고 쓰러진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녀는 사실 그냥 주혁의 얼굴을 보고 웃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웃기게 생겼다며 계속 중얼거렸으니.
어찌 됐든, 즐거운 분위기다.
이어서 나온 카레 치킨도 꽤나 맛있었고, 주혁은 다음부턴 카레 치킨부터 시킨다며 너스레를 떨 여유까지 생겼다. 이제 치킨 순정 같은 건 포기했다면서.
술을 들이켜니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았고.
그저 한번 웃으면 다 증발되어 날아가는 거칠고, 가벼운 말들만 쏟아졌다.
상현은 그게 즐거웠다.
“그러니까. 꿈에서 박 부장 거기에 올텐을 쐈다는 거야?”
“진짜 상상력 봐. 이러니까 VNS 1등이지.”
“으하하하! 근데 네가 맞아! 기왕이면 씨까지 말려야지. 그런 유전자는.”
복잡하고 무거운 것들에서 벗어나 날아다니는 기분이었다.
팬들하고 만났을 때도 이런 분위기면 좋을 것 같은데.
“……아.”
그는 들이켜던 맥주잔을 내려놓고 불현듯 말을 꺼냈다.
“우리 팬미팅. 여기서 하자.”
* * *
다음 날.
햇살이 눈꺼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상현은 슬그머니 눈을 떴다.
눈을 뜬 건 그뿐이 아니다.
“으.”
숙취도 함께 눈을 뜨고 활동을 시작했다. 숙취는 마치 머리 위에 올라탄 작은 악마처럼 그의 뒤통수를 계속 후려갈겼다.
쿵. 쿵. 쿵.
“……흑맥주가 더 심한가.”
별로 근거 없는 추측까지 해대며, 상현은 일단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회사 다니던 시절의 버릇은 그대로인 걸까.
주혁은 이미 해장국을 끓이고 있었다.
“일어났냐.”
“설마 지아도 여깄나?”
상현은 다른 방을 들어가 두리번거리는데.
“아니!? 무, 무, 무슨 소리야. 편.집.자.님.이 여길 왜…….”
주혁은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뛴다.
“그냥 물어본 건데.”
상현은 식탁에 앉으며 중얼거린다.
“근데 편집자님은 또 뭐야.”
“크, 크흠. 아우. 왜 이렇게 집에 먼지가…….”
주혁은 절대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스토브에 눈을 고정해 뒀고.
상현은 휴대폰을 들고 늘상 하듯 커뮤니티 사이트를 둘러봤다.
좀비 스쿨 가든이다.
‘광고는 잘된 거려나.’
이제 좀비 스쿨이 끝났다.
광고도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게 성공적이었는지 아닌지 한번 볼 필요는 있다.
이게 잘돼야 다음 광고도 들어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