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35화
13. 기사(3)
상현은 올튜브 조회 수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의 생방송 시청자 수가 약 1, 2천인 걸 고려했을 때, 올튜브 조회 수는 많아봐야 5천이 나와야 정상이다.
생방송 시청자 수가 5천이라면 꽤 대단한 숫자이지만.
올튜브 영상 조회 수는 적어도 1만 이상이 나와야 최소 수익이라도 나온다. 5천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상현 같은 규모의 스트리머에게 올튜브 수익은 초반엔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아마…… 영상이 스무 개는 더 올라가야 조금 수익 추이가 보일 거예요.”
“아직은 애드센스도 안 나올 겁니다.”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거죠.”
이게 펑크 사의 회의에서 나왔던 의견이다.
“올튜브가 성공할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죠.”
“트리비에서 인기 있다고 올튜브에서도 인기가 좋은 건 절대 아니거든요.”
“맞습니다. 오히려 트리비 쪽이 더 기대가 되지, 올튜브 쪽은…….”
“아, 물론 올튜브 쪽이 파급력은 훨씬 크니까 잘되면 좋겠지만.”
그들 대부분은 아몬드의 올튜브가 제대로 성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딱히 상현을 과소평가한다기보단 그게 당연한 스탠스다.
올 타임 넘버 원 스트리머로 불리는 풍선껌조차, 올튜브에서는 꽤 실패한 편이니까.
‘올튜브에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건 모든 스트리머들에게 격언처럼 쓰이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 아무도 모른다는 전제가, 상현에게는 꽤나 좋게 작용한 듯했다.
[조회 수 5.3만] [조회 수 9.8만] [조회 수 6만]앞서 올린 3개의 영상의 조회 수가 전부 5만을 상회했고, 그중 1개는 10만에 육박했다.
하루 만에 도달한 수치임을 고려했을 때, 이는 기적적인 수치다.
“……허.”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한번 올튜브 조회 수를 확인한 상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계속 새로고침을 눌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그가 좋아하는 스트리머인 풍선껌도 올튜브에서는 죽을 쒔기에, 큰 기대를 걸진 않았었다.
근데 상현은 의외로 올튜브에서 굉장히 선전하는 것 같다.
「올튜브 편집자는 정말 잘 구해야 돼요. 올튜브는 편집자 빨이 거의 80퍼센트야.」
도토리묵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도토리묵도 라이브 시청자에 비해 올튜브 조회 수가 꽤 괜찮은 편이었다.
매니저 일과 편집자까지 맡은 이나영 실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편집자 때문인가?’
그렇다면 상현의 이런 선전도 아마 서지아 때문이리라.
그는 간만에 생각나서 서지아가 예전에 올렸던 매드무비 영상들을 찾아봤다.
[조회 수 70.8만] [조회 수 45.2만]킹덤이라는 마이너 게임을 하는, 무명 스트리머의 매드무비 영상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조회 수다.
저 영상이 만들어낸 파급력이 현 아몬드의 공식 채널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리라.
‘땡잡았구나.’
상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양치를 마쳤다.
퉤.
양칫물을 다 뱉어내고, 헹궈내려는 찰나.
김주혁이 문 바깥에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이 대리한테 톡 왔다. 박 부장 그날 하루 종일 똥 씹은 표정이었단다. 네가 무슨 대단한 빽이 있는 줄로 알고 있대.”
주혁의 신난 표정이 문 뒤에서도 다 느껴질 정도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내가 빽이 있다니…….”
“펑크 오 실장이 기를 팍팍 세워주고 갔으니까……?”
“그게 진짜 먹혔다고?”
“뭐. 그 세대는 그런 세대니까.”
상현은 마지막으로 입을 더 행군 후, 피식 웃었다. 대기업 부장씩이나 되는 양반도 참 부질없다.
‘진짜 단순한 새끼네.’
그간 그런 사람 밑에서 죽어라 구르며 일했다는 게 창피해질 지경이었다.
“오. 나왔냐.”
툭.
상현이 나오자마자 주혁이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급했던 모양이다.
“무슨 한 1년 같이 산 것 같네…….”
상현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이제 오전 시간엔 조깅이나 실질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하고 있다.
회사 다닐 때는 그래도 최소한의 운동량이라는 게 있었는데.
스트리머를 하다 보니 아예 안 움직이게 됐다.
운동선수 출신인 상현조차도 몸무게가 늘어나는 게 느껴질 정도.
‘심지어 어제 치킨에 맥주를 먹었지.’
지익.
그는 운동하기 좋은 두터운 후드 집업의 지퍼를 쭉 올린 뒤, 산책을 나섰다.
* * *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은 뒤, 기분 좋은 음악을 틀어놓고 하천 길을 달린다.
“후우. 후우.”
겨울이 다가와서 목구멍이 따가울 정도로 공기가 차갑긴 하지만.
역시나 상현은 직접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좋았다.
띠리리리링.
음악이 멈추고, 벨소리가 들려왔다.
“아…… 또 뭐야.”
역시나 주혁이다.
“뭐야.”
“메시지 안 보냐?”
“지금 운동 중이라니까?”
주혁은 어쩌면 매니저 같은 게 천직일지도 몰랐다. 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할 수 있는 걸 보면.
“무슨 엄마가 다시 부활한 것 같네.”
상현의 투덜거림에도, 주혁은 아랑곳없이 자기 할 말을 전했다.
“올튜브 조회 수 우리 같은 규모에선 굉장히 이례적인 거란다.”
상현도 알고 있던 바다. 그도 리서치를 어느 정도 해봤으니까.
“그래서 이사님이 식사까지 하자고 하셨나 봐. 참고로 거기엔 너 혼자 간다. 잘 하고 와야 한다.”
“……그게 다냐?”
“아니.”
“뭔데, 그럼.”
“서지아 님한테 뭐라도 해드려야 하는 거 아닐까?”
“음?”
“엄청난 성과잖아. 이런 경우에 뭔가…… 감사 표현이라도 해야지.”
물론 40% 수익을 가져가니까, 딱히 뭘 더 해줄 필요야 있겠냐만.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그렇지 않다.
사회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보면 그렇다. 하다못해 쿠키 세트라도 가져다주면 좋아할 것이다.
“내가 선물이라도 들고 갈까?”
“그래라. 아, 아니다. 네가 그럴 필요 없겠다.”
“음?”
“지금 만났는데, 내가.”
“그게 무─”
탁.
상현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조깅 코스에서 똑같이 뛰고 있는 서지아를 본 것이다.
“안녕하세요.”
“?”
후드를 뒤집어쓰고 뛰던 서지아는 잠시 뒤를 돌아보고는 눈이 커졌다.
“운동 자주 하세요?”
* * *
유명 수제 햄버거 브랜드 ‘버거쉑’은 오픈한 지 일주일 만에 웨이팅까지 생겼다.
아무래도 최근 가장 핫한 버거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후. 빨리 와서 다행이네.”
상현은 자신이 결제한 버거 세트를 지아 앞에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감사합니다.”
“정말 이걸로 되겠어요?”
상현은 지아에게 ‘올튜브 성장이 엄청난데, 뭔가 더 받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지아는 그저 식사 한 번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했다.
가고 싶은 곳은 ‘버거쉑’이었다.
“네.”
“그렇긴 해도…….”
“괜찮아요.”
지아는 그렇게 대답하며 햄버거를 앙 물었다. 얼굴에 비해 입이 굉장히 크구나. 상현은 신기한 듯 그녀를 바라봤다.
“빤히 쳐다보시면 먹기가 좀 그런데.”
“아, 죄송합니다.”
상현은 얼른 치즈버거를 먹는 데 열중했다.
‘버거쉑…… 맛있네.’
처음 와보는 프랜차이즈인데, 맛이 생각보다 좋아서 놀랐다.
물론 상현이 먹기만 한 건 아니다.
그 이후로도 지루하지 않게끔 여러 가지 주제로 말을 꺼냈다.
사실 상현도 말이 많은 편이라기보단 침묵을 즐기는 스타일인데.
“아…… 네.”
“예.”
“그렇군요.”
서지아의 대답이 이런 식이니, 말이 뚝 끊어져 버렸다.
마치 아무런 사회성이 없는 인간하고 대화하는 것 같았다.
‘회사 다닐 때 힘들었겠네.’
상현은 한동안 조용히 감자튀김만 먹었다.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기에, 굳이 그녀에게 대화를 강요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던 중, 서지아가 한마디 꺼냈다.
“원래 사람하고 말 잘 못 해요. 술이라도 마시면 모를까.”
주혁이라면 여기서 ‘그럼 개하고는 말 잘해요?’라고 물었겠지만, 상현은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의문이었던 점만 묻는다.
“조깅할 땐 말 잘하시더니. 영상도 보여주고.”
“그건 일 관련이니까요. 평소에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잘 몰라요.”
“아.”
일 관련 대화는 되지만, 일상적인 대화는 안 되나 보다.
상현은 굳이 말을 더 걸지 않고 식사에 집중했다.
상대가 일상적인 대화를 어려워한다는데, 어쩌겠나.
그런데 오히려 이젠 서지아 쪽에서 말을 붙여왔다.
“저…… 이상하죠.”
“……?”
상현은 눈만 끔뻑거렸다.
우선 어조가 질문 같지가 않아서, 질문인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이미 그게 대답이 되었다는 듯 서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그러긴 해──”
“회사 짜증 나죠?”
상현이 먹던 감자튀김을 내려놓고 눈을 마주 본다.
지아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네?”
“회사라는 곳이 참…… 좋을 때도 있지만, 사람 진짜 괴롭게 할 때도 많죠.”
대답은 안 했지만,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표정이 대신 말해준다.
“사람은 어디에 말을 하지 않으면요. 버티고 버티다가, 망가져 버려요.”
“……!”
“우리도 다 회사 때려치우고 나온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니까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말해줘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지아는 그 말에 침묵밖에 할 수 없었다.
상현과 헤어질 때가 되어서도, 그 말에 대한 대답은 하지 못한 채였다.
‘어른…… 이구나.’
계단을 올라가는 상현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이런 말을 되뇔 뿐이었다.
* * *
그날 저녁.
아몬드의 방송이 평소보다 일찍 켜졌다.
-절대 못 참지!
-마음대로 켜면 못 찾을 줄 알고!?
-쓰으읍. 어제 휴방 거까지 후원 다 쏜다. 아몬드 이제 뒤졌닼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아하아하!
이미 팬층이 꽤 견고해진 아몬드의 방송. 그가 어떤 시간에 방송을 해도 칼같이 달려오는 시청자들이 꽤나 늘어났다.
[현재 시청자 : 432]일전에 켰을 때는 시작하자마자 200명대였는데, 벌써 두 배로 늘어났다.
어제 방송을 쉰 탓도 있겠다.
두두둥. 두둥!
아몬드의 인트로 영상이 재생되고.
[현재 시청자 : 1,340]시청자 수가 꽤나 올라왔을 때.
아몬드가 등장했다.
“트하!”
한구석에 등장한 캠에서 아몬드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오빠 나 죽어!
-아하!
-하하하!
-아하하!
시청자들은 채팅으로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파트너 스트리머 ㅊㅊㅊ
-키야. 잘나가는 형이 되어버렸누…….
-소식 들었어요!
-파트너 ㅊㅊㅊ
그들 중엔 아몬드가 펑크의 파트너가 된 걸 축하하는 자들도 다수였다.
“트리비에선 처음 말하는 건데. 제가 펑크의 파트너 스트리머가 됐습니다.”
혹시나 소식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상현은 짧게 근황을 언급했다.
-헐. 그럼 킹덤 버려!?
-진짜예요?
-에밀리아랑 알콩달콩 살아야지!
-니 팀 버려!? 니 팀 버려!? 니 팀 버려!?
파트너 스트리머 계약이 체결되자, 킹덤 팬층의 걱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버려야지 ㅋㅋㅋ
-킹덤 이 정도 했으면 됐다
-근데 에밀리아 기사 엔딩 궁금한데 ㅠㅠ
그런 걱정들과는 달리.
“오늘 할 게임은 킹덤 에이지입니다.”
상현은 곧장 킹덤을 실행했다.
그러나 그의 멘트에서 대부분 직감했다. 오늘 킹덤의 엔딩을 확인하고 다음 게임이 시작될 거라는 걸.
이전엔 한 번도 ‘오늘 할 게임’이라는 말을 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게임은 시작됐다.
* * *
소환된 가상 세계는 여전히 그 불편한 연회장의 식탁이었다.
그 상석에는 인자한 눈빛의 성주가 앉아 있었다.
잔네렛 가문의 가주이자, 에밀리아의 아버지가 되는 사람이었다.
“기사가 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가 다시 아몬드에게 질문을 해왔고, 다시 선택지가 떠오른다.
[1. 물론입니다. 기꺼이.] [2. 저는 용병 생활이 더 좋습니다.]아몬드는 1번을 골랐다.
그러자 갑자기 장면이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