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5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70화
26. 활(1)
단둘이서 15명의 일꾼을 죽였다.
“어떻게…….”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왜 적 지휘관은 모르고 있단 말인가?
“설마, 전부 치명타라서……?”
일반적으로 창병은 일꾼을 총 3번 정도는 찔러야 죽일 수 있다만, 일꾼은 워낙 약해서 헤드샷이나 급소 베기 같은 치명타를 넣으면 한 방에 죽일 수 있다.
한 번에 죽이면 적 지휘관에게 경고 메시지가 가지 않는다.
경고 메시지라는 건 어쨌거나 주변 AI들이 비명을 질러줘야 울려 퍼지는 건데.
한 번에 죽이게 되면 AI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경고 메시지 한 번 없이 일꾼을 암살할 수 있는 것이다.
애초에 경고가 몇 번씩 울려도 지휘관들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쟁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그들에게 가는 경고 메시지와 알림창은 수를 다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니까.
그런 와중에 경고가 한 번도 안 울리거나 한두 번만 울린다?
그건 사실상 암살이다.
그래서 일꾼을 한 방 컷 할 실력자가 있느냐 없느냐가 게임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이밥만이 아몬드를 발견하고 바로 일꾼 견제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완전히 옳은 선택이었다.
“그, 그래도 그렇지 이건 완전 기대 이상이잖아?”
이밥만이 이런 결과를 얼추 예상하고 보낸 건 맞다. 이상할 정도로 투창을 잘하는 이 창병 실력이라면 일꾼을 꽤 잡겠거니 생각했다. 어떤 지휘관이라도 그랬을 거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일꾼 15명 도륙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미쳤어. 미쳤다. 얘네 누구지?”
애석하게도 지휘관은 병사의 아이디를 볼 수 없다.
“생긴 거라도. 생긴 거.”
그는 생긴 거라도 외워놓기 위해 줌을 잔뜩 당겨 둘을 관찰했다.
하나 기쁨과 흥분도 잠시.
적 지휘관도 바보가 아니었다.
‘반응한다!’
일꾼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 * *
일꾼을 열댓쯤 잡았을 때.
아몬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적 일꾼들이 비명과 함께 도망가기 시작한 것이다.
“침입이다아!”
“으아아악!”
-ㅋㅋㅋ죽기 시작한 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
-엌ㅋㅋㅋ
죽이기 시작한 지가 언젠데 갑자기 호들갑 떨며 도망가는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괴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RTS는 최적화가 생명인데, 이 일꾼들까지 전부 높은 인공지능을 부여하면 게임의 볼륨이 너무 커질 것이다.
“따라가자.”
아몬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도망가는 일꾼들을 향해 뛰려 했다.
턱.
뒤에서 제시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고백 타이밍?
-??
-제입도 1초 전!
시청자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제시는 뒤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따라가면 죽어. 다시 숲으로 숨어.”
“……?”
“일꾼들이 목재 캠프 안으로 들어가면 방어 건물로 바뀌거든.”
피융!
그때였다. 제시의 말이 맞다고 대답이라도 하듯 파공음이 들려온다.
피유웅! 피유우웅!
수십 개의 화살이 하늘을 수놓았다.
제시가 앞으로 나서며 방패로 화살을 막아냈다.
퍼버버벅!
방패 위로 빼곡하게 박히는 화살.
-ㅁㅊ 화살 왤케 많아
-시엠이 굳이 병력 없어도 방어 가능한 이유
-와 ㅅㅂ 너무 많이 날아오는데?
화살은 많고 방패는 하나니, 전부 막아낼 순 없다.
비 오는 날 같이 우산 쓰면 어딘가는 젖게 마련이듯, 제시의 다리, 아몬드의 팔 등 유효타가 꽤 있었다.
그러나…….
티이잉!
팅!
전부 튕겨 나갔다.
‘갑옷이라 튕기는구나.’
갑옷 덕분이다.
귀찮아도 챙겨입길 잘했다.
물론 이것도 무제한은 아니다. 갑옷도 내구도가 있으니, 이 자리를 떠야 하는 건 확실했다.
마침 제시가 외친다.
“뛰어!”
둘은 죽어라 뛰어 다시 숲으로 돌아갔다.
* * *
숲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1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아몬드는 제시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 때문이다.
“괜찮아?”
“……출혈이 안 멈춰.”
옆구리와 무릎 뒤쪽, 그리고 어깨에 화살이 꽂혀 있었다. 화살 총 3개가 꽂혔다.
일반 보병의 입장에서 화살 세 대는 치명적이긴 하나 죽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출혈 상태가 지속되면 체력은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체력은?”
“체력은 30% 남았어.”
제시는 헌 천으로 상처 부위를 감으며 묻는다.
“……넌? 어때?”
“난 안 맞았어.”
“다행이네.”
그때, 지휘관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지휘관] [지금 적 병사들이 접근할 거야. 절대 불 켜지 말고 오는 놈들 하나씩 죽여. 걔넨 너네 찾으려고 불을 들고 있을 테니까. 우리가 유리해.]제시는 메시지를 천천히 읽더니 말한다.
“여기서 잠시 숨었다가 기습하는 게 좋아 보여.”
일단 이 수풀에서 대기하면서 기회를 보자는 뜻이다.
적의 병사가 몇 명인지, 어느 정도 급인지도 모르니까 몸을 사리는 게 맞았다.
“쉿. 온다.”
터벅, 터벅…….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제시가 귓속말로 속삭인다.
“여기서 창을 던지자.”
“우리 창 하나씩밖에 없어.”
“뭐!?”
제시는 놀라서 두리번거렸다.
그러고 보니 던질 창들을 목재 캠프 근처에 두고 왔다.
“하아. 곤란하네.”
결국 근접 전투로 가야 한다.
“그럼 그냥 숨어 있자. 일꾼들이 일을 못 하고 있으니. 시간만 끌어도 이득이긴 해.”
말은 이렇게 해도, 제시는 알고 있었다.
이런 적은 이득으로는 현재 전황을 뒤집을 수 없다는 거.
결국 언젠가 승부수를 던져야 했다.
화륵.
적들 중 하나가 횃불을 높이 들어 보인다.
“거기! 뭐라도 보이나?!”
“아니!”
병사들 중 횃불을 든 자는 딱 하나.
그자는 마치 등대처럼 멀리서 횃불을 든 채로 이리저리 비춰주기만 했고. 나머지 수색조는 횃불을 들지 않고 움직였다.
그를 보고 제시가 속삭였다.
“우리가 횃불 든 놈을 노릴 거라고 생각해서 저렇게 움직이는 거야.”
“……그렇구나.”
-적들도 노련하네
-ㄷㄷ
-와 진짜 전쟁 같음
“노련한데. 일단 더 안으로 들어가서 숨자.”
스르륵.
그들은 아예 수풀 안 깊숙이 몸을 숨겼다.
“이러면 안 보이는데.”
적들도 안 보이겠으나, 문제는 본인들도 적들이 안 보인다는 거다.
이에 제시는 시각 대신 청각을 사용하길 제안한다.
“바닥에 귀를 대.”
그녀의 말대로 바닥에 귀를 대고 바짝 신경을 끌어올렸다.
터벅. 터벅.
수풀을 밟아가며 오가는 발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아직 이쪽 위치를 모르는 것 같다.
도끼로 나무를 패는 소리가 여러 곳에서 울려 퍼졌다. 일꾼들이 다시 목재 캠프에서 나와 일을 시작했다.
제시가 그의 뒤통수를 톡톡 건드렸다.
“이봐.”
“……왜.”
“이제 반대쪽 귀 땅에 대봐.”
반대쪽 귀? 좌우마다 청각이 다른가?
아몬드는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려 반대쪽 귀를 대어봤다.
들리는 소리에 변화는 없었다.
제시와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다는 거 말고는.
“똑같은데.”
“응. 죽기 전에 그냥 구경 좀 하게.”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초록 눈동자가 아몬드의 얼굴을 이리저리 훑었다.
단순히 얼굴을 마주 보고 누워 있고 싶었던 것 같다.
-*@%(**#
-에라이 3**#
-더러운 세상
-지상 최악의 스트리머 아몬드
-이 견과류는 해로운 견과류다
채팅창이 다시 바쁘게 치솟기 시작했다.
와중에 아몬드는 제시가 덧붙인 말이 신경 쓰였다.
“죽기 전에……라니?”
“아.”
그녀는 당연한 걸 말하듯 대답한다.
“일꾼들이 다시 일하기 시작했어. 이제 시간 끄는 거 의미 없어. 적 숫자는 5~6명 정도야. 내가 장비가 더 좋으니 둘은 이길 수 있어. 근데 그걸로는 부족해.”
“……그래서?”
“내가 죽을 각오로 하면 넷은 처리할 거야. 그러면 승산이 있어. 게다가 나 어차피 출혈 있어서 오래 못 살거든.”
희생하겠다는 뜻이다.
“넌 그사이에 우리가 버려둔 창을 다시 찾아서, 나머지를 처리하고 다시 일꾼을 죽이는 거야. 그래야 이겨. 난 다시 올게.”
“다시 온다고?”
“죽어도 다시 같은 전장으로 올 수 있어. 이번엔 말 가져올게. 그때까지 살아 있어.”
-제시니뮤ㅠㅠ
-헐 ㅠㅠ
-와……
제시의 희생 작전에 시청자들이 감탄한다.
“간다.”
제시는 발을 박차면서 앞으로 빠르게 튀어 나갔다.
그게 어찌나 빨랐는지.
“어…… 여러분. 뭐 먼저 하라고 했었죠?”
아몬드가 미처 그녀의 말을 다 이해하기도 전에 제시는 적들에게 돌진해 버렸다.
-이 쉑 또 집중 안 함ㅋㅋㅋ
-또 딴 생각했누 ㅋㅋㅋ
-ㅅㅂㅋㅋㅋㅋ개웃기넼ㅋㅋ
-눈물 다 들어감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
* * *
사사삭!
수풀이 급격히 흔들린다.
수색하던 창병 중 하나의 눈이 부릅떠졌다.
“어…… 여기……! 어억!?”
──푸욱!
크게 열리던 턱이 꼬챙이처럼 꿰어져 다시 다물어졌다.
제시의 창이 아래턱부터 뚫고 올라온 것이다.
“으으으! 으오우어!”
적은 어눌한 고함을 내뱉으며, 자신도 창을 내질렀다.
텅!
하나 갑옷을 뚫지 못하고 창은 튕겨 나갔다.
“가버옷!?”
푸욱! 푹!
제시는 창을 뽑았다가 다시 그의 목을 연이어 두 번 찔러 끝장냈다.
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쉰 후 다시 좌측으로 창을 내질렀다.
푹!
몰래 다가오던 병사의 어깨가 찔렸다.
“컥!”
창을 던지던 실력과는 별개로, 근접 전투는 노련한 제시.
“여기다아아!”
그러나, 누군가 비명을 질러 제시의 위치를 알렸고, 숫자 앞에 장사는 없었다.
두 명의 병사가 돌진해 온다.
제시는 창을 크게 휘둘러 그들을 물렸다.
카앙! 캉!
갑옷과 창날이 불꽃을 일으켰다.
카가강!
그 후로 몇 번의 합이 더 교환되고.
제시는 뒷걸음질 쳤다.
[체력 37%]갑옷이 다 찌그러지고, 체력은 바닥을 쳤다.
푸욱!
이제 갑옷이 떨어져 나간 부위로 그대로 공격이 들어온다.
안 그래도 있던 출혈이 심해졌다.
[체력 22%] [출혈 과다]제시가 힘껏 창을 다시 휘두른다.
횃불을 받은 주황빛 창날이 횡으로 선을 그었다.
촤악!!
적 둘의 목에 빨간 선이 그어졌다.
‘셋……!’
둘이 순식간에 쓰러지면서, 활로가 생겼다. 제시는 좀 더 시간을 끌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피유웅!
전방에 새로운 병사가 나타나며 활을 쐈다.
‘활?!’
──푸욱!
오른쪽 시야가 빨갛게 타올라 사라졌다.
[우측 시력 상실] [체력 2%]“아.”
퍼버벅!
기다렸다는 듯 오른쪽에서 창들이 찔러온다. 몇 개인지도 모를.
‘대체 몇 명이야? 10명?!’
최대 6명쯤 예상했는데. 적의 숫자가 훨씬 많다.
[체력 0%]까만 하늘이 보인다. 하얗고 밝은 달이 떠오른.
그 흐릿한 안개 같은 시야로 보였다. 아몬드가 몸을 던지는 모습이.
──퍼억!
그는 제시의 눈을 앗아간 궁병을 습격했다.
분명 창을 주우라고 했는데.
“멍청아…….”
창만 챙겨서 다른 수풀에 숨어서 한 놈씩 던져서 잡아야 되는데. 저렇게 대놓고 습격하면 희망이 없는데.
허탈했다. 희생까지 했더니, 작전을 못 알아들었다니.
제시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사망]그녀는 슬슬 영혼이 되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시야에 이런 메시지가 떠오른다.
[다시 같은 전장에 참가하시겠습니까?]돌아온다고 했으니 분명 다시 하겠다고 해야 될 테지만. 처음의 다짐과는 다르게 고민됐다.
아몬드가 작전을 잘 못 알아먹었다. 이 전장에 과연 희망이 있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광경.
‘활?’
아몬드의 손엔 적 궁병에게 뺏은 활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곧장 수풀에서 몸을 일으켜 적을 조준했다.
‘저러면 다 보이는데!’
마치 보란 듯이.
너네가 날 본다고 막을 수 있냐는 듯한 태도로, 그는 활시위를 당겼다.
기리릭…….
제시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뭐야…… 저건?’
곧게 서서 시위를 당기는 그 모습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딘가 벅차오르는 고고함이 깃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