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5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72화
26. 활(3)
스트리머는 시청자만 많다고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시청자 수만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트리비에서 제공하는 광고 수익뿐이고.
실상은 후원을 받아야만 수익이 난다.
이게 스트리머가 어려운 점이다.
후원이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호의로 주는 팁인 셈인데.
일반적인 사람들 중 누가 그런 후원을 선뜻 하겠는가?
이렇게 보자면, 사실상 스트리머들은 거리에서 버스킹하는 악사들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수익 시스템을 가졌다.
그럼에도 그들이 거리의 악사들보다 훨씬 벌이가 괜찮은 이유.
그건 플랫폼들이 만들어놓은 재밌는 후원 시스템들 덕분이다.
방송 플랫폼들은 시청자들이 후원을 하는 재미를 느끼게끔 하기 위해 많은 걸 신경 써뒀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미션 시스템이다.
[수줍은 여포 님이 미션을 등록하셨습니다!] [한 번도 안 죽고 승리하면 50만 원!]스트리머에게 미션을 걸어 완수하면 돈을 지급해 주는 시스템.
“와. 수포 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미션이 걸렸군요.”
이 미션 후원은 실력 방송의 주력 수익이다. 실력이 좋으면 여러가지 미션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풍선껌 방송에서는 단순히 ‘오늘 안에 클리어’ 미션 말고는 걸 수가 없었다면, 아몬드 방송에서는 ‘단검으로 클리어’, ‘원샷 원킬 클리어’, ‘30분 안에 클리어’ 등의 미션을 다양하게 걸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시청자들 입장에서 후원하는 재미가 훨씬 크다. 방송 전체 흐름을 자신이 한번 정해주는 셈이니까.
이런 이유로, 실력 방송 스트리머는 미션 후원을 소중히 해야 한다.
즉, 아몬드가 미션에 목숨을 거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미션] [한 번도 안 죽고 승리] [50만 원]‘좋아. 살아남는 거다.’
그는 끝까지 살아남으리라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그 타이밍이 참 애석했다.
[지휘관] [할 거 다 했으니 죽고 다시 부활하는 게 나을 듯. 제 전장 다시 참여해 주시면 또 특수 임무 빵빵하게 드림. 계약금도 5배로 드림.]지휘관은 그더러 죽으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신 그만한 보상을 준단다.
-??
-타이밍 보소 ㅋㅋㅋ
-지휘관은 죽으라는딬ㅋㅋ
-또 모르는 50만 원 vs 확실한 5골드
5배의 계약금.
조금이라도 고민이 될 법도 한데, 아몬드는 마치 메시지를 본 적이 없다는 듯 이렇게 선언한다.
“생존 미션 갑니다~”
-다 모르겠고! 난 50만 원 받겠다!
-지휘관 메시지 렉걸려서 안 보이나요?
-아아가는 현금밖에 몰라~~ 골드 그런 거 몰라~~
-“수락하기엔 너무 적은 금액이었다”
-개뻔뻔 ㅋㅋㅋ
* * *
어떤 게임이든 죽게 되면 손해를 본다.
시빌 엠파이어도 그렇다.
가져온 모든 장비를 다 떨구게 된다.
큰 페널티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장비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고, 대부분의 용병들은 계약금 이상의 장비를 가져오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시빌 엠파이어의 전장은 죽는 게 일상인 곳이라, 무조건 죽는다고 생각하고 참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물론 베스트는 최고 장비를 가져와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 승리하여 장비도 지키고 돈도 2배로 받는 것이겠다만…….
현실적으로는 별로 효율적인 전략은 아니다.
죽고 나서 재계약을 받는 게 오히려 더 이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죽겠지.”
그러니 지휘관 이밥만은 아몬드가 당연히 죽을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용병은 몰라도, 아몬드야말로 죽음에 관한 페널티가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가 가져온 장비라고는 허름한 가죽 갑옷과 요정이 서비스로 준 창뿐이다. 죽어도 잃을 게 거의 없다.
거기에 지휘관은 그에게 미리 충분한 보상을 약속했다. 죽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은 의아했다.
“근데…… 죽으려는 사람치고는 좀 열심히 싸우네.”
미션을 걸었던 추가 골드가 계속해서 올랐다.
[성과금] [+1골드] [성과금] [+1골드] [성과금] [+1골드].
.
.
아몬드가 적진의 금광 캠프 근처를 돌아다니며 일꾼을 학살 중이었기 때문인데.
적 일꾼들이 캠프로 돌아가서 화살을 쏘면 다시 도망갔다가, 일꾼들이 다시 일을 시작하면 귀신같이 나타나서 괴롭혔다.
보통 죽을 생각을 하는 용병들은 이렇게까지 열심히 안 한다.
“근데…… 창병인데. 활을 왜 저렇게 잘 쏴. 진짜 미쳤네.”
아몬드가 활을 쏘는 걸 직접 본 건 처음이었던 이밥만. 그는 아몬드가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건 까맣게 잊은 채 넋 놓고 그의 활 솜씨를 지켜봤다.
“재계약은 궁병으로 해야겠는데…….”
물론 그마저도 잠시다.
지휘관은 그리 한가한 존재가 아니다.
“아. 건물 더 올려야 되는데.”
지금은 역공을 위해 내실을 다지며 병력 생산에 집중할 때이다.
왠지 저 창병이 죽을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기마대가 돌아가면 알아서 죽겠지 뭐.’
적의 기마대가 이제 거의 다 돌아간 참이다.
기마대의 숫자는 거의 30기였다. 현실로 따져도 한 개 소대가 움직이는 수준이다.
말도 안 타고 있는 일개 병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성과금] [+1골드] [성과금] [+1골드] [성과금] [+1골드].
.
.
그래. 차라리 그사이 일꾼이나 더 죽인다면 좋을 것이다.
* * *
“끄아아악!”
“도, 도망쳐어!”
금광을 캐던 일꾼들이 도망간다.
아몬드는 도망가는 일꾼들마저 하나하나 따라가며 쏜다.
피융! 피융!
-대체 몇 마리를 잡는거임 ㄷㄷ
-일꾼만 보면 군침을 흘리는 남자…… 아몬드!
-이러다가 병사들 오면 화살 어캄?
-보너스에 미친 남자
-쟈닌해……
그가 일꾼에 집착하는 건 단순히 보너스 때문이 아니다.
RTS 게임의 특징상 일꾼이 죽는 게 가장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즉, 게임이 빨리 끝난다.
게임이 빨리 끝나면, 끝까지 살아남으라는 미션을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
[걱정봇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화살 아껴요!]“아. 화살…….”
다만 유일하게 걱정되는 부분이라면 화살 개수의 제한이다.
그는 애초에 창병인 상태로 전장에 참여했기 때문에 화살 개수가 무한대가 아니다.
그러나 해결책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화살 곧 생길 거예요.”
피융! 피유웅!
금광 캠프에 들어간 일꾼들이 무더기로 화살을 쏘았고. 아몬드는 여유롭게 피하면서 뒤쪽 숲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럼 다시 일꾼들이 금광을 캐러 나온다.
아몬드도 그때 다시 숲에서 나와, 적들이 쐈던 화살을 주섬주섬 집어 든다.
적의 화살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화살이 복사가 된다고!?
-개꿀이네 ㅋㅋㅋㅋ
-미치겠다 ㅋㅋ
-Unlimited Arrow Work
-대갈현아급 전략이네
화살통 가득 다시 화살을 채워놓은 후.
“자. 다시 화살 생겼죠?”
그는 씩 웃으며 활시위를 당겼다.
일꾼들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파앙!
아몬드가 활을 쏘자 또 일꾼 하나가 픽 쓰러진다.
그들은 또 비명을 지르며 다시 캠프로 뛰어간다.
-적 입장에선 진짜 ㅈㄴ 빡치겠닼ㅋㅋㅋ
-야비한 궁수의 진수를 보여주시는군요.
-일꾼들 또 도망가 ㅋㅋㅋㅋ ㅈㄴ 웃기네
* * *
쾅! 콰앙!
적 지휘관, ‘2_many_moms’은 키보드를 미친듯이 내려쳤다.
“제기랄!”
억울했기 때문이다.
그야 여태까지 지휘관으로서의 전략 전술로서는 압승을 거두고 있었는데.
“운빨좃망겜!”
에임핵을 쓰는 궁수 하나가 일꾼들 씨를 말리고 있었다.
그는 단순히 일꾼 숫자만 줄이는 게 아니라, 일꾼들이 일을 못하게 애매한 거리에서 오가며 활을 쏴댄다.
심지어는 아군이 쏜 화살을 재활용하기까지 한다.
그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약이 올라 미칠 지경이다.
대체 무슨 핵을 쓰는 건지, 공격을 다 피하기까지 한다. 단순한 에임핵, 스피드핵 같은 게 아닌 모양이다.
“왜! 왜! 한 대도 안 맞아!? 말이 안 되잖아!?”
이러는 동안에도 목재 캠프는 사실상 폐허가 된 지 오래고, 이제 금광 수익조차 바닥을 찍기 직전이다.
[자원 점수: -90]백 점까지도 앞서나가던 자원 점수가 마이너스가 됐다.
“으으으…….”
토가 나올 지경이다.
역전패라니.
받아들일 수 없다.
그때, 그가 기다리던 본대가 돌아온다.
두두두두두두……!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웅장한 기마대.
30마리의 말이 나란히 서서 초원을 가로질러 오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들은 본래라면 적의 본진을 이렇게 휘젓고 다녀야 했을 텐데. 저 한 놈 때문에 다 돌아오고 말았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만큼 적을 반드시 잡아낼 생각이다.
“넌 진짜 뒤졌다.”
저 궁수는 이제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 * *
신나게 일꾼들을 죽이며 보너스 골드를 쌓던 중.
두두두두두……!
땅의 진동이 느껴졌다. 진원지로 고개를 돌려보니 뿌연 먼지 바람이 보인다.
척 보기에도 규모가 있는 기마대다.
-ㄷㄷ
-뭐야?
-헐 저게 설마 아몬드 하나 잡겠다고 오는 거?ㅋㅋㅋ
-본대 돌아왔나 봄.
아몬드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처음 전장에 참여했을 때, 그를 짓밟고 넘어갔던 그 기마대라는 걸.
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일단 숨겠습니다.”
-바로 줄행랑ㅋㅋㅋ
-일꾼 앞에서만 강한 남자
-야비하다! 아! 몬! 드!
시청자들은 그를 놀리기 위해 비꼬았으나 사실 당연히 숨어야 했다. 저런 기마대와 정면으로 맞서는 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 이미 처음 경험으로 알고 있던 바.
아몬드는 얼른 다시 숲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말들이니까 숲으로 잘 못 들어오겠죠?”
그는 최대한 이 숲에서 살아남아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기회를 봐서 다시 아군 본진으로 도망치면 될 것 같았다.
“잘 따돌려서 도망가면 될 것 같습니다.”
-이게 되나?
-도망치셈 ㅇㅇ
-숲이니까 될듯
아몬드도, 시청자들도 적들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숲이니까, 잘 안 보이니까.
그냥 사람 하나 정도는 도망칠 틈이 있겠거니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적들은 노련했다.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일렬!”
“천천히 조여라!”
“간격 유지해!”
그들은 무작정 돌진하지 않고. 숲을 천천히 포위하며 조여오고 있었다.
마치 경찰들이 산에서 실종자를 찾을 때처럼, 개미 하나 빠져나갈 틈 없이 촘촘한 간격으로 좁혀온다.
말들도 생각보다 숲길을 잘 돌아다녔다.
‘뭐야.’
아몬드는 포위망을 계속 피해서 도망갔는데. 그러다 보니 점점 숲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몰렸다.
양치기를 당하듯이.
-양몬드 부활 ㅋㅋ
-어? 이거 빠져나갈 수 있음? 말도 없는데.
-헐 이제 맵 끝이야 ㅠㅠ
퉁……!
도망가던 아몬드는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혔다.
이 이상은 허락된 영역이 아니다. 맵의 끝자락인 셈이다.
척. 척.
말들이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몇몇 기마병은 말에서 내리고 창을 들고 수색했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아몬드는 일단 커다란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수풀 틈으로 보면서 숫자를 세본다.
‘하나…… 둘…….’
대강 서른 정도이다.
설마하니 저 병력 전부가 나 하나 잡겠다고 여길 포위할 줄이야.
-어디로 나가냐 ㅠ
-미션 실패인가
-말 하나 훔쳐보자
화살이 막힐 염려 높은 나무 빽빽한 숲.
어지간한 곳은 쏴도 튕겨나가는 풀 플레이트.
1 vs 30의 숫자 차이.
‘될까?’
아몬드의 눈으로 봐도 이게 될까 싶은 전투 구도였다.
‘어차피 도망갈 곳은 없잖아.’
아몬드는 화살 통에 있는 화살을 전부 뽑아 든 후.
푹!
땅바닥에 꽂았다.
‘화살은 25발.’
화살이 다섯 개 남짓 모자랐으나.
‘해보자.’
그는 여기서 끝장을 봐보기로 한다.
스르륵.
우거진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 사이로.
기리릭……!
활시위가 당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