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5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73화
27. 반격(1)
[지휘관] [숲속에 궁수 하나가 숨어 있다. 포위망을 구성해서 조여 잡아.]지휘관의 명령을 본 기마대 선봉장은 솔직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무슨 궁수 하나 잡는 데 우리 부대가 다 동원되는 거야?”
나름 베테랑 기사인 그조차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다.
지휘관에게 이유라도 따져 묻고 싶지만, 이 게임은 양방 소통은 불가능하다.
오로지 지휘관이 일방적으로 명령한다.
그렇기에 지휘관의 역량이 중요한데.
“아. 지휘관 랭킹이나 보고 들어올걸.”
아무래도 랭킹이 높을수록 이런 어이없는 일은 적다.
다만, 베테랑 기사급이 되면 페이가 워낙 비싸서, 아이러니하게도 불러주는 곳이 줄어들다 보니 일단 그냥 들어가기 바쁘다.
뭐, 어쩌겠나.
이미 페이는 받았고. 지휘관 명령을 계속 거부하면 후에 제약이 걸릴 수가 있다.
“자. 위치 잡아라!”
빠르게 서른 명의 위치가 정해졌다.
“목표물은 궁수 하나다! 좁혀!”
그의 명령과 함께, 기병들은 천천히 숲의 모든 방향에서 파고들기 시작했고.
“여기에 발자국이 있습니다!”
“가지가 꺾인 곳도 있어!”
하나둘 흔적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대충 어디쯤인지 알겠군.’
이제 거의 적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확실해지고 있었다.
베테랑 기사는 그리 생각하며 선두에 선 자들에게 말했다.
“1열은 말에서 내려. 창으로 조여.”
수풀이 우거진 곳이다 보니, 말로 접근하면 오히려 불리할 수 있으니 내린 명령이다.
“창을 앞으로 내밀면서 휘두르면 잡힐 것이다.”
* * *
슥. 슥.
기병들은 베테랑의 말대로 기다란 창을 수풀 여기저기로 휘두르며 여기 어딘가에 숨죽이고 있을 아몬드를 찾기 시작했다.
“이게 뭔 짓인지…….”
“허 참.”
그들이라고 이 작전이 납득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냥 까라면 까는 식으로 할 뿐.
그때였다.
우측에서 수색하던 병사 하나가 움찔거린다.
“!?”
수풀 사이에서 사람의 얼굴을 발견한 것이다.
아몬드다.
그는 수풀 안에 누워 있었는데.
인사 대신 화살을 쏴주었다.
피융──
화살은 곧게 날아 그의 목을 뚫어버렸다.
──푹!
“켁……엑!”
털썩.
그는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로 쓰러졌다.
“……어?!”
옆에서 수색하던 동료 둘이 그의 죽음을 눈치챘다.
“여, 여기…… 컥!”
──푹!
한 명은 목을 움켜쥐며 쓰러졌다. 같은 영상을 다시 재생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똑같은 곳에 화살이 박힌 채였다.
나머지 하나는 아몬드가 있는 곳을 향해 곧바로 창을 내질렀다.
아몬드는 몸을 굴렸다.
푹!
내지른 창은 애꿎은 흙만 파고들었다.
아몬드는 다시 몸을 돌리며 활시위를 튕겼다.
피융!
“억!”
창을 앞으로 찌른 자세 그대로 쓰러지는 적.
순식간에 셋이 쓰러졌다.
* * *
베테랑 기사는 말 위에 탄 채로 수풀을 거닐고 있었다.
병사들이 포위망을 잘 좁혀가는지 보기 위함이다.
‘나무가 하도 많아서 잘 안 보이네.’
그의 시야로는 병사들이 잘하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보긴 힘들었다.
이 숲은 나무가 워낙 빽빽하게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이러면 별수 없이 시간을 들여 빙글빙글 돌아다니며 지켜보는 게 최선이다.
그러던 중 수풀 중심을 기준으로 동쪽.
“……어이. 거기. 왜 가만히 있어.”
포위망이 제대로 좁혀지지 않은 곳을 발견한다. 심지어 병사 하나는 창을 아래로 찌른 채 가만히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런…… 씹…….”
베테랑 기사는 곧장 이게 무슨 상황인지 눈치챘다.
“히랴!”
다그닥! 다그닥!
말을 달려가 보니 죽은 병사들이 셋이다.
“셋이나?!”
병사 하나당 맡고 있던 폭이 거의 20미터인데. 셋이 죽은 정도면 포위망에 60미터나 되는 빵꾸가 난 셈이다.
“포위망이 뚫렸다!”
포위망이 뚫린 쪽은 동쪽.
적의 본진이 있는 쪽이다. 놈은 자신의 본진으로 도망갈 셈이다.
그러나 이럴 줄 알고 말에서 내리지 않은 기병이 열 있었다.
“동쪽으로 추적하라!”
피유우우웅……!
그는 신호탄이 달린 화살을 동쪽으로 쏘며 명령했고.
쿠구구구구!
기병 열이 날래게 말을 몰아 내달렸다.
숲 지형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능숙하게 말을 컨트롤하며 달렸는데.
기다려도 신호가 오지 않는다.
“흔적이 없습니다!”
“딱히 발자국 같은 게 보이지 않는데…….”
기병들은 허탕을 쳤다.
[동쪽 아닌 거 같은데.]지휘관이 베테랑 기사에게 시야 정보를 전달해 준다.
“……아니라고?”
그때였다.
피융.
작은 소리였지만, 지금 상당히 예민해진 베테랑 기사의 귀엔 이 이질적인 파공음이 들렸다.
“설마…….”
그는 불현듯 엄습하는 불안감에 얼른 다시 서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도착한 현장.
“!”
이히이잉!
말이 투레질을 해댄다.
병사 둘이 똑같은 부위에 화살이 꽂힌 채로 죽어 있다.
‘이럴 수가. 도망을 안 가고 오히려 파고들었다고!?’
이 상황에 설마하니 도망을 포기하고 이쪽을 사살할 생각을 했다니.
보통 놈이 아니다.
‘인상적이군.’
놈은 장비를 다 잃을 각오로 덤비고 있다.
30명이 한 명을 포위하며 압박하는 이 극한의 상황.
이런 때에도 상대는 포기할 기미도 없다. 놈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 텐데도.
‘보통 멘탈이 아니야.’
그렇다면 이쪽도 최선을 다해주리라 생각하며 베테랑 기사는 외쳤다.
“아직 적은 이 안에 있다! 화살의 정확도가 높다! 놈은 목을 노리고 있다! 팔로 목을 감싸! 방패가 있는 자들은 방패를 들어라!”
* * *
우거진 수풀이 드리운 평야.
살짝만 몸을 숙여도 상대에겐 보이지 않는 지역이다.
그곳에 몸을 숨긴 아몬드는 중얼거렸다.
“여기 좋네요. 불리할 줄 알았더니.”
나무 빽빽한 숲이라 사실 활을 쏘는 그가 상당히 불리한 줄로만 알았는데.
숲 한가운데 높게 자란 풀들이 우거진 수풀밭이 있었다.
상체만 숙여도 시야에서 사라지는 곳이다.
1대 다수 싸움을 하기에 최적화된 지형이다.
“이제 여기서 무리에서 떨어진 놈들 하나씩 잡으면 될 거 같은데요.”
-ㄹㅇ 진짜 이기나?
-시빌엠이 원래 맵이 랜덤 생성이라 이런 변수가 있지.
-여기 지형이 완전 유리함 이길 듯
-이긴 거 같음
시빌 엠파이어가 다른 RTS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같은 맵을 고르더라도, 전체적인 컨셉만 같을 뿐. 세세한 사항은 전부 다르다.
예를 들어 숲 한복판에 갑자기 연못이 있을 수도 있으며, 이렇게 넓은 들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때였다.
척──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아주 가까운 위치.
아몬드는 잽싸게 땅에 꽂아둔 화살 서너 개를 깍지에 꼈다.
척. 척.
적은 이제 다섯 발자국 앞.
‘한 번에 보고 목으로 바로 쏴야 해.’
파앗!
아몬드가 순간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이 빠르게 좌우를 훑더니, 한순간에 시점이 고정된다.
바로, 상대의 목.
쥐고 있던 활시위를 놓는다.
피융──
화살이 날았다.
캉!
희한한 소리가 난다.
분명 목에 맞았는데?
“!?”
튕겨 나갔다.
빗맞은 것은 아니다. 분명 목의 이음새 쪽으로 제대로 욱여넣었는데. 튕겨 나간 것이다.
-ㄷㄷㄷ
-머임;;
-헐 ㅈ댔다
‘이런.’
한 번이라도 빗나가면 아몬드는 상황이 매우 불리해진다.
‘팔로 가렸어?!’
상대는 목을 팔목 보호대로 가리고 있다.
아몬드가 목만 노린다는 걸 알고 있는 거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아몬드를 발견했다.
“여기다아! 이 근처를 수색해!”
‘제길.’
아몬드는 다시 몸을 숙이며 수풀로 숨어들었는데.
스슥!
우거진 수풀을 파헤치며 메이스를 든 거한이 튀어나온다.
아까 전 화살을 막아낸 그 자다.
-ㄷㄷ
-깜짝이야 ㅅㅂ
-개무섭누
“찾았다! 이 쥐새끼!”
이런.
완전히 위치를 파악당했다.
이제부턴 숨어봐야 모래에 얼굴 파묻는 낙타 꼴이다.
‘쏘는 게 낫겠어.’
화살을 쏴야만 한다.
그런데 적은 목을 가리고 있다.
그렇다면……?
아몬드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때 거한이 메이스를 크게 휘두를 심산으로 높이 들어 올린다.
후웅!
‘저기다.’
* * *
드디어 아몬드를 발견한 메이스의 거한.
그는 흥분됨과 동시에 화가 치솟았다.
‘이 한 놈이 여태 농락한 거야!?’
겨우 이런 동양인 하나에게 앞서 동료들이 당했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죽어라!”
그는 메이스를 크게 휘둘렀다.
쿵!
흙바닥이 죄 뒤집혔다. 엄청난 힘이다만, 상대에게 맞진 않았다.
거한은 개의치 않았다.
궁수가 위치를 들켰으면 죽는 건 어차피 시간 문제.
“흥. 그냥 빨리 포기…… 어?”
그때였다.
뭔가 위화감을 느낀 게.
[체력 32%]급격히 내려간 체력바.
그는 원인을 몰랐다.
‘무슨…….’
대체 무슨 일인지 파악하려 신경을 곤두세우자. 그제야 겨드랑이 쪽의 이질감이 느껴졌다.
“……!”
어느새 화살이 세 발 박혀 있는 모습.
메이스를 들어 올리는 순간 세 발을 꽂아 넣었던 것이다.
스슥……!
그 순간, 측면의 수풀이 흔들린다.
피융!
그리고 다시 들려온 파공음. 왼쪽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목을 가렸으나.
화살은 기이하게 휘어, 그의 발목과 무릎 뒤에 꽂혔다.
──푸욱! 푹!
“휘…… 어?”
그는 그 상태 그대로 쓰러졌다.
쿵.
검은 그림자 하나가 그를 내려다본다.
“……화살 모자랄 수도 있겠네.”
이렇게 중얼거리며 거한에게 박힌 화살 중 쓸 만한 것을 뽑아 들었다.
그러나 이미 상해서 쓸 수 없어 보였는지, 다시 바닥에 버린다.
화살 통엔 화살이 몇 개 남지 않은 채다.
그는 황망히 허공을 바라보더니 중얼거린다.
“더 오는 것 같네요.”
적이 추가로 온다.
스슥.
수풀로 숨은 뒤 땅바닥에 귀를 기울인다.
“넷 정도인가.”
* * *
기마대를 이끄는 베테랑 기사.
그는 상대를 완전히 발견했다는 소식에 그쪽으로 다시 말을 몰았다.
“여긴…….”
그는 우거진 수풀이 한참을 이어지는 들판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적에게 너무 유리한 지형이다.
‘조금 더 죽을 수도 있겠어.’
병사 몇을 더 잃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은 했으나, 추적을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애초에 숫자 차이가 엄청나니까.
그리고 얼마 후.
“찾아다! 이 쥐새끼!”
놈을 찾았다는 외침이 들려왔다.
메이스를 든 덩치 좋은 기사다. 그가 메이스를 번쩍 들어 올린다.
‘발견한 건가? 저놈이군.’
추적하던 자의 실체를 처음 보게 된 순간.
그는 이제 끝이라고 여겼다.
“거기! 너희 셋은 저자를 지원하라.”
“예!”
다른 위치를 수색하던 기사들이 곧장 지정된 위치로 달린다.
적이 아무리 대단해 봐야 일개 궁병이다. 무려 세 명의 기사가 저 하나를 잡겠다고 달려드는데.
위치까지 파악당했으니. 이제 당할 재간이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
쿵!
일단 메이스를 든 거한이 쓰러졌다.
그리고 달려간 기사 하나가 내지른 검격.
나무랄 데 없는 초식이었다.
하나 궁수는 반 발짝 차이로 검격을 흘리고는 코앞에서 화살을 쏴 급소에 3발을 연이어 쏘는 게 아닌가?
퍼버벅!
그렇게 달려간 셋 중 하나가 쓰러진다.
나머지 둘도 반 발 늦게 합류해 열심히 무기를 휘둘렀지만.
훙! 치익!
애꿎은 수풀만 훼손될 뿐이었고.
적은 침착하게 유린했다.
적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을 욱여넣는 일련의 동작에서 군더더기란 없었다.
최소한의 발걸음으로 완벽하게 피해내는 그의 동작은 아름답다고 느껴질 지경이었다.
들판에서 검격을 흘리며 활시위를 당기는 것이, 초원에서 춤을 추는 아름다운 하프 연주자를 연상시켰다.
그 연주를 다 감상하고 나니. 들판에 남은 병사는 없었다.
“…….”
베테랑 기사는 할 말을 잃었다.
“핵 같은 게 아닌데. 저건…….”
그따위 신성하지 못한 불법 프로그램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감각적인 움직임이었다.
‘누구지.’
그는 호기심에 이름 모를 궁수를 빤히 바라봤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불었다.
아몬드가 선 들판이 춤을 추며 너울거렸다. 그와 베테랑 기사의 눈이 마주쳤다.
지휘관의 핑이 찍혔다.
피이잉!
[전군 공격]빨간색의 핑.
절대명령이다.
두두두두……!
다른 곳을 수색하던 기마대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젠 진짜 끝이군.’
비록 게임이지만, 베테랑 기사는 눈을 마주치고 있는 상대가 아깝다고까지 느꼈다.
기사는 그의 화살 통에 남은 게 없다는 걸 확인했다.
이제 그는 곧 죽을 것이다.
상대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그가 철갑을 벗기 시작했다.
쿵. 쿵.
몸을 감싸던 파츠들이 무겁게 떨어진다.
그는 가벼운 천갑옷만을 입은 채, 기사들이 떨어뜨렸던 검 하나를 집어 든다.
‘음?’
그리고 달려오는 10명의 기마병들을 노려본다.
싸우겠다는 것이다.
“허…….”
베테랑 기사는 감명이 깊었다.
그의 실력보다도, 저 상황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정신이.
‘누군지 알고 싶군.’
대단한 자임이 분명하나, 이젠 화살도 희망도 일절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
휘이익!
그때, 빨간 머리의 낯선 기사가 그의 옆을 스쳐 갔으나.
베테랑 기사는 그녀를 순간 아군으로 착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