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6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78화
28. 증명(3)
[지휘관 ‘nodukan’ 님이 지원을 요청합니다!]제발 궁병이길 기대하며 열어본 의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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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비: 1골드
성공 보수: 공성 무기가 살아남은 개수만큼 1골드씩 추가
병과: 창병
전황: 적진 침투 시 공성무기를 기병으로부터 보호(매우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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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창병.”
창병이다.
별수 없는 것일까?
아아몬드는 아직 C랭크의 떠돌이 용병일 뿐이고. 그의 전적도 고작 한 판이 전부.
애초에 들어올 의뢰들의 성향이 정해져 있다. 우선 실력에 좌우가 많이 되는 궁병이나, 말이 필요한 기병은 거의 들어오질 않는다.
기마 궁수는 말할 것도 없다.
대체로 싸게 싸게 여러 군데서 활용할 수 있는 게 창병인지라, 초보 시절은 그래서 대체로 창병으로만 활약하게 된다.
-창병이 대체로 많이 쓰이긴 함.
-이등병이 뭔 활이여 창이나 들어!
-걍 ㄱㄱ 어차피 저번에도 창이었자나
사실 이건 모든 게임과 사회 구조가 그러하다. 어떤 커리어든 처음 시작하면 잡일부터 하는 것이다.
아몬드는 신입 시절 복사기 돌리는 심정으로 그 의뢰를 수락했다.
[수락]궁병을 못 한 건 아쉽지만, 애초에 아몬드가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 첫 게임도 똑같이 창병으로 시작하는 게임 아니었던가? 심지어 그 게임은 전황이 불리한 채로 시작해서, 본진으로 쳐들어오는 기병을 몸으로 막는 게 임무였다.
시작하자마자 입사 동기의 절반이 죽었고, 제시가 아니었다면 아몬드도 얼추 비슷한 끝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이번엔 그래도 전황이 유리하니까. 할 만하지 않을까요?”
아몬드가 그 점을 짚어주자, 시청자들이 동의한다.
-ㅇㅇ
-ㅔ
-저번처럼 그냥 바로 깔려 죽을 뻔하는 일은 없을듯 ㅋㅋㅋ
-맞음
[진입까지 5초 남았습니다.]이윽고, 게임은 시작됐다.
* * *
들어가 보니 역시 배경은 보병 훈련소다.
이 안에서 병사들이 차례로 줄을 서서 밖으로 나가고 있다.
“거기 신참! 이쪽이다!”
소리 지른 쪽을 바라보니, 중년 남성이었다.
‘뭐지. 리더인가.’
리낙이라고 읽히는 아이디의 남자 어깨엔 웬 완장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소대의 리더인 듯했다.
잠시라도 얼타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성향인지, 곧바로 윽박지른다.
“빨리 합류해!”
아몬드는 일단 그가 시키는 대로 뒤로 줄을 섰다.
대충 둘러보니 저번 게임보다 외국인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shuZhau] [mongo] [edZ] [wnsvyrnt].
.
.
무엇보다 영어권 국가들이 아니라, 동남아나 중국 계열이 많은 것 같았다. 물론 겉모습만으로 어디가 어디라고 판단하긴 어렵지만 말이다.
“이번 지휘관은 일단 한국인은 아닌 것 같네요.”
-아님
-ㅇㅇ 몽골계? 러시아? 같은디
-한국인 딱 2명 있네 ㅋㅋ
창병 숫자가 거의 50명이 넘어가는데. 한국인은 아몬드 포함 딱 둘이다.
“한국인이 있긴 있는데…….”
상당히 멀리 배치되어 있어서 만나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실 굳이 그럴 이유도 없다.
어차피 한 판 하면 헤어질 운명이다. 제시처럼.
창병들이 알맞게 열을 완성하자, 완장을 찬 남자, 리낙이 높은 곳에 올라가 소리쳤다.
“전황은 보고받았겠지만, 우리 쪽이 상당히 유리하다. 우린 게임을 끝내는 마지막 러쉬를 담당하고 있으며, 임무는 공성병기를 지키는 것이다!”
-좀 나대는 놈이네 ㅋㅋ
-근데 아몬드도 랭크 올라가게 되면 저런거해야함??ㅋㅋㅋㅋ 상상이 안되는데
-ㄹㅇ 군대 같음ㅋㅋㅋ
전 게임에도 리더가 없던 건 아니다. 베테랑 용병들이 소대의 리더를 맡았었다만 별로 존재감이 없었다. 그들이 실력이 없었다기보단, 이 리낙이라는 자가 워낙 나서길 좋아하는 것 같다.
지금도 뭘 혼자 열심히 떠들고 있다. 아마 전투 개요인 듯한데.
“……성병기로는 트리뷰셋, 공성추, 사석…….”
‘흠.’
그게 아몬드의 귀에 다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는 그새 한눈을 팔며 생각에 잠겼다.
‘그나저나…….’
리낙의 말 중 하나 거슬리는 게 있었다.
‘이게 마지막 러쉬라니.’
바로 마지막 러쉬라고 언급한 점.
‘그럼 사실상 활약할 게 거의 없는 거 아닌가?’
아몬드도 RTS 부류의 게임을 본 적은 많아서 잘 안다.
승기를 잡으면 안 뽑아도 되는 병력들까지 다 총동원해서 약간의 세레머니 식으로 상대의 기지를 폭파시킨다.
만약 내가 그 세레머니 식 병사라면?
당연한 얘기지만 활약할 기회는 거의 없다. 이미 다 죽은 자를 상대로 뭘 보여준단 말인가?
‘큰일이네.’
이 전장의 전황은 유리하지만, 아몬드에겐 여러모로 불리한 전장이었다.
이게 그저 랭크를 올리기 위한 게임이었다면 꽁승이라고 좋아했겠지만…….
‘하필 지금 이런 게 걸리냐.’
하나 불행히도 아몬드는 현재 이기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실력이 진짜임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
기회는 딱 세 게임인데. 첫 게임이 이 모양이다.
‘아직 몰라. 아직.’
그는 희망을 가지며 병사들의 대열에 따라 진격을 시작했다.
다 이긴 전투에도 반전이 있는 게 전쟁이고, 거기서 아몬드가 활약할 수도 있다.
“자! 가자아아!”
“우와아아아아아!!!”
리낙의 연설이 끝나자, 병사들의 사기가 가득하다.
“연설이 좀 괜찮았나 봐요?”
아몬드는 자신이 흘려들었던 연설이 사실 괜찮았던 걸까? 오해했으나, 실상은 모두 다 꽁승을 얻게 돼서 신난 것일 뿐이었다.
* * *
피잉! 피잉!
지휘관이 핑을 찍는다.
[공격]핑에 담긴 명령은 오직 하나.
공격이었다.
핑핑!
[공격]핑핑!
[공격]전부 다 공격 명령뿐이다.
-지휘관 상남자네 ㅋㅋㅋ
-노빠꾸 ㅋㅋ
-공격 외에 다른 명령내린거 보신 분?
전황은 그만큼 유리했다.
전투 보병들은 할 게 없었다.
“발사아아!!!”
투캉!
투석기를 닮은 공성 병기들과 대포를 쏘는 공병들만 바삐 움직였다.
콰과광!
매캐한 화약 연기처럼 흩어지는 적들의 성벽과 건물들.
눈앞에 보이는 건물 중에 사실상 절반은 이미 폐허다.
‘왜 반응이 없지.’
아몬드는 창을 꽉 쥐며 적이 오길 기다렸으나, 아무도 오지 않는다.
설마하니 이미 병력이 다 죽은 건가 걱정될 지경이었다.
“……왜 막으러 안 오죠?”
아몬드는 참다못해 시청자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글쎄여……
-처돌아! 만원줘!
-ㄹㅇ 뭐지
[시엠처돌이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지금 애매한 병력으로 나와봐야 공성병기한테 다 쓸려서, 최대한 모은 다음 나오려고 하는 거예요. 문명이 4시대까지 발전하면 전투가 이런 식입니다.]“아…… 시돌이 님. 감사합니다.”
-정보 줘도 “시돌이” ㅋㅋㅋ
-시댁집 양념치킨ㅋㅋ
-ㅁㅊㅋㅋㅋㅋ시돌잌ㅋㅋ
시빌 엠파이어엔 4시대까지 있다.
1시대는 목조 건물도 겨우겨우 짓지만, 4시대부턴 어마어마한 돌 성벽도 뚝딱 짓고, 대포까지 나온다.
4시대의 공성병기의 화력이 너무 세서 사실상 이걸 누가 잘 지키냐 못 지키냐의 싸움이 되어버리는데.
이때부턴 플레이어보단 지휘관의 역량이 빛날 확률이 높다.
플레이어들은 그저 아군 공성병기만 열심히 지키면 된다.
“이야. 이거 개꿀이네. 이것만 지키면 된다는 거잖아?”
“맞지. 심지어 보너스까지 받아. 그냥 가만히 있으면.”
스멀스멀 피어나는 꽁승의 기운에 주변 창병들은 신나서 이렇게 떠들어댔으나. 아몬드는 시종일관 표정이 어두웠다.
-이거 안 싸우면 큰일 아님? 아몬드 ㅈ됐넼ㅋㅋ
-아직 기회 2번 있음ㅋㅋ
-ㅁㅊ 하필 이런 꿀 의뢰가 이럴 때 ㅠ
그때였다.
“온다아!! 적 기마대 온다아아!!!”
두두두두두두……!
적 기마대가 진격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 숲을 돌아서 뿌연 먼지가 보인다.
처억!
모든 병사들이 긴장감에 무기를 고쳐 잡았다.
피이잉!
지휘관이 아몬드 바로 옆의 공성병기에 핑을 찍는다.
[방어]게임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방어라는 명령을 내린 지휘관.
“오!”
아몬드의 정신이 번쩍 든다.
두두두두두……!
기마대들이 죽어라 내달려 온다.
‘횃불?’
화르륵!
대다수가 거대한 횃불을 들고 뛰어오고 있다.
-횃불 뭐여 ㄷㄷ
-불지르려나바 공성병기에
-저런것도 되는거냐?
횃불은 공성병기를 제거하는 데 탁월하다. 또한 이렇게 마른 초원에 던져 버리면 주변 지형에 불을 질러 버리는 효과도 있다.
전황이 불리할 때 다 같이 죽자는 심보로 쓰는 전술이다.
“횃불이다! 적들은 랜스가 없다아! 창병들은 앞으로 진겨어어억!”
그러나 횃불 전술도 단점은 있다.
손은 두 개이니 원래 기병들이 들고 돌격해야 할 랜스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러면 사실 기병들의 화력은 대폭 감소한다.
반면 창병들은 안 그래도 유리한 데 얹어 거의 2~3배는 더 유리하게 싸울 수 있다.
“먼저 나가! 먼저 앞으로 나가면서 찔러라아! 공성병기로 오게 하면 안 된다아아!”
리더, 리낙이 목청 터지게 진격을 외치며 뛰어나갔고, 나머지 창병들도 우르르 몰려갔다.
아몬드도 최대한 앞에서 활약하기 위해 선두로 뛰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미친 듯이 달려오는 군마들 상대로 오히려 진격을 하는 기분이란.
‘와.’
짜릿하기 그지 없었다.
이히이잉!
이제 군마의 콧김까지 보이는 거리였고. 이내…….
“끄아아아아아!”
“흐아아아!”
──콰아아앙!!
모든 병력이 충돌했다.
말들이 쓰러지고, 창병들은 그들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푸욱! 푹!
일방적인 공격.
기다란 랜스가 없으니, 기사들의 그 돌진력은 오히려 창병에게 더 큰 힘을 실어주는 도구에 불과해져 버렸다.
“말 머리를 돌려라! 우린 공성병기가 목적이야!”
“돌리거나! 뛰어넘어어!”
이히잉!
몇몇 말을 잘 다루는 기병들이 점프를 하며 창병 몇을 뛰어넘고, 요리조리 드리블하듯 공성병기로 향했다.
1열이 아니라 3열쯤이었던 아몬드에게도 덕분에 기회가 왔다.
그는 그중 가장 능숙해 보이는 자를 향해 아몬드가 달렸다.
‘기회가 몇 번 없으니, 제일 세 보이는 놈으로…….’
의도된 것이다. 아몬드는 가장 센 놈을 해치울 생각이었다.
‘이놈이다!’
푸욱!
그의 창이 제대로 적중했다.
다만 높이 차이로 인해 목은 아니고, 겨드랑이에.
“커헉……!”
물론 그것만으로도 기사는 휘청거렸고, 돌격이 제지됐다.
창의 대미지는 그들에게 쥐약이니까.
그는 곧바로 반격을 하는 대신, 피를 머금은 채로 외쳤다.
“돌아! 창병들은 무시하고 돌아서 공성병기를 쳐라!”
아무래도 리더인 것 같다.
‘제대로 골랐군.’
아몬드는 다시 한번 창을 내질러 그의 숨통을 노렸고.
그는 검을 휘둘러 아몬드의 창을 처냈다.
툭!
‘툭!? 캉!이 아니라?’
덩그러니 절반이 잘려 나간 아몬드의 창.
이런 싸구려 창은 베테랑 기사의 검 앞에 무용지물이었다.
기사가 의아한 듯 묻더니.
“초보인가?”
여유롭게 다가와, 아몬드를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아몬드는 잽싸게 상체를 숙이며 부러진 창을 잡고, 말 다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통과해 버린다.
기사의 검은 허공을 그었다.
후웅!
“!?”
기사는 일순 당황한 듯, 다시 그에게 말을 몰아 왔으나──
이히이잉!!!
──말이 갑자기 투레질을 해대며 그를 떨어뜨린다.
쿵!
말이 저 혼자 발작하여 뒤집어진 것이다.
“이 무슨.”
자세히 보니 말의 아랫배에 부서진 창이 하나 박혀 있었다.
넘어졌던 기사는 육중한 갑옷과 함께 몸을 일으킨다.
“초보가 아니라 스캡인가 보군. 그렇다 해도 상대를 한참 잘못 골랐다.”
아몬드는 그제야 그가 들고 있는 검을 제대로 봤는데.
척 보기에도 꽤나 좋은 물건이다.
-와 저거 50 골 짜링
-ㄷㄷ 상대 잘못걸렸네
-패 까보니 상대 올인ㅋㅋㅋ
시청자들의 말에 따르면 50골드를 호가하는 검이라고 한다.
‘제시 거보단 안 좋아 보이는데.’
제시가 들고 있던 물결무늬 검만큼 좋아 보이진 않는다만.
죽으면 내다 버리는 일회용인데 50골드라면, 상당한 고가이다.
“저 칼이 50골짜리라구요?”
-ㅇㅇ
-비싼거임
-걍 튀셈
한데 아몬드는 미소를 머금는다.
그가 이 게임에서 그나마 활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은 것 같아서다.
아몬드는 바닥에 떨어진 아무 검이나 하나 주워 잡으며 말했다.
“잘됐네요.”
-오히려 좋아 ㅋㅋㅋㅋ
-상대를 잘못고르는게 목적이었던 아몬드 ㅋ
-걍 황금 고블린이지~~
-ㅋㅋㅋㅋ패기
-???: 상대를 한참 잘못 골랐다 >> ???: 잘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