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6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79화
29. 이게 조선의 활이다(1)
책상에 다리를 올려둔 채, 느긋한 눈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옵저버.
“워. 뭐야, 방금.”
그는 깜짝 놀라 다시 정자세로 앉았다.
“어떻게 한 거야?”
방금 왜 상대 기사의 말이 쓰러진 건지 파악할 수 없었다.
“말 아래로 슬라이딩하면서 배를 찌른 거야?”
아아몬드가 보여준 기행은 다시 화면을 돌려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그는 말 밑으로 슬라이딩하며, 자신의 부러진 창으로 말 배를 찔러 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말은 일정 이상의 대미지가 가해지면 위의 기수를 떨어뜨려 버리기에 기사도 별수 없이 낙마한 것이다.
상대의 사각지대를 파고든 꽤 센스 있는 전술이다.
“오올. 겜 잘한다더니. 좀 치긴 하네. 근데 이걸로 핵 소리 듣기엔 한참 애매한데?”
다만, 이 플레이가 핵이라고 우기는 플레이어는 아무도 없을 거다.
아아몬드는 현재 프로그램 가동이 깔끔한 상태로 ‘핵 같은’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라이브 화면에선 기사와 아아몬드가 일대일 대결을 하려는 듯 대치 중이다.
“뭐야. 싸우려고?”
옵저버 입장에서 심히 걱정이 되는 구도였다.
“판단력이 영……. 될 걸 해야지.”
장비 차이가 이미 넘사벽.
이는 꼬마가 성인 헬스 트레이너한테 덤비는 꼴이다.
아아몬드는 아마 주변에 떨어진 무기를 아무거나 주워서 싸울 생각인가 본데.
그 어떤 걸 주워도 현재 저 기사의 것을 이길 순 없었다.
“판단력 구린 것도 핵 유저들 특징인데……. 거참…….”
핵을 자주 사용하면, 기본적으로 게임을 읽는 능력이 떨어진다. 어지간한 건 핵이 해결을 해주니 본인이 게임을 읽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허허. 이거 어째 보면 볼수록 핵 유저냐~”
* * *
아아몬드와 그의 시청자들은 미처 몰랐겠지만, 사실 시빌 엠파이어에서 장비의 차이는 절대적이다.
그간 아몬드는 그 차이를 절실히 느끼지 못했다. 우연찮게도 무기를 다 주워서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한 번 그 차이를 목격한 적이 있는데.
‘제시가 썼던 검은 다른 기사들 검까지 부숴 먹었지…….’
제시가 본캐(?)로 등장했을 때였다.
그녀가 갖고 있던 물결무늬의 검.
그 검은 다른 기사들의 검을 무 자르듯이 부러뜨렸다.
그들의 검도 결코 나쁜 편은 아니었을 것이기에, 그 장면에서 아몬드도 상당히 놀랐다.
‘나랑 저 기사도 그 정도 차이가 날까?’
아몬드는 지금 땅바닥에서 주운 몇 골드인지도 모르는 무기를 들고 50골드짜리로 추정되는 검을 든 기사와 대치하고 있다.
차이는 비단 무기뿐이 아니다.
내복처럼 온몸을 감싼 체인메일, 단단한 판금 갑옷, 유사시 반격용 무기로 사용도 가능한 건틀릿 등. 온갖 장비에서 차이가 난다.
아몬드가 유일하게 앞서가는 부분은 하나.
‘내가…….’
스피드.
‘더 빠르겠지!’
타아악──
그는 곧바로 발을 박차며 돌진했다.
-ㄹㅇ 싸우려고?
-되나?
-장비 차이 극복 잘 안되는디
시청자들의 걱정 어린 채팅은 이미 과거로 지나가 버렸다.
──카아앙!
순식간에 상대의 옆구리를 그어내며, 뒤로 지나간 아몬드.
-오오오오
-쳤다
-근데 타격이 영…….
다만 기사의 체력을 깎진 못했다. 갑옷에 흠집이나 조금 났을 뿐이다.
기사는 여유롭게 중얼거렸다.
“허. 희한하게 싸우네. 검술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데. 묘하게 잘 싸워.”
‘검술?’
처음 듣는 피드백에 아몬드가 인상을 찌푸린다.
-존심 스크래치 ㅋㅋㅋ
-오 드디어 제대로 된 상대인가?
-아몬드가 막 휘두르긴 해.
자존심 때문은 아니다. 그는 사실 활에 대한 거 말곤 딱히 자존심 부리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무슨 말이지.’
다만 검술을 언급하는 상대의 의중이 궁금한 것이다.
‘그런 게 진짜 중요한가?’
그는 대개의 현대인들이 그렇듯이, 사실 검술이란 걸 알진 못한다. 그간은 타고난 전투 센스와 반응 속도로 검을 다뤄왔을 뿐이다.
어찌 됐든 게임이니까, 그리 진지하게 임해본 적이 없다.
‘한 번 더 가보자.’
타닥!
아몬드는 어차피 검을 맞대면 확인할 수 있을 거라 여겼는지, 다시 한번 그에게 달려들었다.
카앙……!
이번에도 갑옷의 이음새 쪽으론 검격을 넣지 못했다.
상대는 거의 방어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필요한 부분만 적절하게 막고 있었고.
‘좀만 더 해보자.’
타다닥!
아몬드는 다시 돌진한다.
“똑같이 오면, 죽기밖에 더하겠나.”
후우웅──
이번엔 상대가 그의 경로를 읽고 제대로 미리 카운터를 휘둘렀다.
아몬드는 가까스로 고개를 뒤로 젖혀 피해야만 했다.
-ㄷㄷㄷ
-ㄲㅂ
-와
-건방진 견과류쉑 참교육 좀 시켜주세요 ㅠㅠ 고인물님 ㅠㅠ
-저 아조씨 제대로인데?
“잘 봐둬라.”
이번엔 상대의 공세다.
휘익!
검격이 날아든다.
카가강!
아몬드가 정확한 구도로 막아낸다. 불꽃이 튀며, 전달되는 묵직한 충격.
그런데─
“!”
──스스슥.
검과 검이 미끄러져 경로가 틀어지더니.
아몬드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뭐야. 이거…….’
상대의 검격이 마치 뱀처럼 내 목으로 흘러들어 오는 느낌.
‘피해야 된다.’
반응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까 전 검격을 피하던 것보단 늦었다.
치익!
그의 목젖에 빨간 스크래치가 그어졌다.
“오? 피하긴 하네.”
분명 살긴 살았다.
[체력 72%]체력도 멀쩡하다.
그러나 진짜 죽을 뻔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아몬드는 생각한다.
‘뭐지.’
분명 똑같이 검을 맞대는데, 이쪽이 불리해진다.
척!
상대는 아무런 자세의 흐트러짐 없이, 다시 초식을 잡는다.
그의 검술은 어딘가 단단한 뿌리가 있는 듯했다.
-하필 이럴 때 상대 제대로 만났네 ㅋㅋㅋ
-수포좌 지금이야! 미션을 걸어!!ㅋㅋㅋㅋ
-아 고소해! 이게 아몬드?!
시청자들은 간만에 고전하는 아몬드의 모습에 신나서 낄낄댄다.
“벤다는 동작은, 초식에서 초식으로 넘어갈 때 나오는 것이지. 칼을 냅다 휘두르는 게 아니지.”
상대가 아몬드에게 한 수 가르쳐 주려는 듯 말한다.
“그게 ‘리히테나워’ 롱소드 검술의 기본이다. 어차피 게임 다 끝났으니 알려주는 거야. 이 게임에 흔치 않은 뉴비인데, 재능이 있어 보이거…… 음?!”
그가 놀란 이유.
가르치고 있는데, 아무 내색도 않고 또 달려들어 칼을 들이대는 아몬드의 태도 때문이다.
휘이이익──
어느새 코앞에서 다시 휘둘러지는 아몬드의 검.
“이런 미친놈……!”
-ㅁㅊㅋㅋㅋ
-건방진 아몬드 쉑ㅋㅋㅋㅋ
-“견”은 가차 없다 이 말이야!
──카강!
당황한 채로 막았음에도, 그는 필요한 초식을 전개해 냈고.
키이잉!
검과 검은 미끄러지며, 힘만 쏟아낸 아몬드의 검 쪽은 균형이 무너졌다.
촤아악!
결국 아몬드의 팔 한쪽이 날아간다.
‘됐다.’
그러나 이번엔 아몬드의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
──푸욱!
기사의 팔 관절에 단검이 꽂혔다.
갑옷의 이음새로 파고든 단검이, 기사의 팔을 반으로 관통해 냈다.
그는 그대로 힘을 주어 단검을 내려그었고.
촤아악!
상대의 팔은 떨어지진 않았으나, 힘이 빠져 축 처지고 만다.
팔이 축 처져 버리니 검이 흘러내린다.
탁!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검을 빼앗아 버린다.
‘뺏었다.’
애초부터 의도는 검을 뺏는 것이었다.
일부러 자기 팔을 내주고 검을 빼낸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자신 있는 속도전으로 상대를 교란시킨 셈이다.
-ㄷㄷ
-와
-헐 미쳤어ㅠㅠㅠ
-윽 팔 어케 ㅠ
-지렸다 ㄹㅇ
“……이, 이런.”
방심한 틈에 칼을 빼앗긴 상대는 어이가 없었다.
스릉!
그는 자신의 비상용 단검을 꺼내 들고 바로 내달려 왔다.
“내놔아! 그걸 뺏어가면! 항복해도! 사라지잖아!!!”
50골드를 잃기 싫은 상대의 절규 섞인 돌진.
그러나 아몬드는 받아주지 않고, 아군들이 있는 쪽으로 달렸다.
아몬드는 더 이상 싸울 생각이 없었다.
상대는 팔이 그래도 붙어는 있지만, 그는 아예 날아가 버렸다.
지금은 불리하다.
“왜! 왜 도망가!? 이제 와서!? 너 정체가 뭐야!!! 너 론데르망이 보냈냐!?”
기사는 억울해 죽겠다는 듯 알 수 없는 사람의 아이디인지 이름인지를 울부짖으며 쫓아왔다.
그래도 그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아몬드는 멈춰줄 생각이 없었다.
-ㅁㅊ 줄행랑ㅋㅋㅋ
-엌ㅋㅋ
-너무하네 ㅅㅂㅋㅋㅋㅋㅋ
잠시 후.
삐이이이이이──
모든 전투가 멈췄다.
뒤돌아보니 검술을 가르쳐 주던 기사는 허탈하고 분노 어린 표정으로 아몬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눈빛.
그 눈빛을 읽어낸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왜 저렇게 화난 거죠?”
잠시 채팅을 보던 그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자신이 그의 50골드를 빼앗은 꼴이라는 걸.
“어차피 떨구는 거 아니었어요?”
아니었다.
패배하더라도 한 번도 죽지 않은 상태로 지휘관이 항복하면 장비는 그대로 가져간다.
“아…… 그런 거구나. 이러려던 건 아닌데. 괜히 미안해지네요. 저는 그냥 어떻게든 활약하려고 칼 뺏은 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아 개웃겨 ㅋㅋㅋㅋㅋ
-기사 아재 어케 ㅠㅠㅠ
빠바밤!
[승리!]어찌 됐든 게임은 승리했다.
* * *
[16골드 획득!] [랭크 점수: +19]짤랑!
보상으로 떨어진 16골드와 랭크 점수.
“와우 또 이기셨네요!?”
따앙코옹이 날아와 축하를 건넨다.
그러나 아몬드의 표정은 좋지 않다.
“이게 아닌데.”
뭔가 불만족스러웠다.
이게 과연 핵쟁이급의 활약이었을까?
이런 식으로 이겨서 옵저버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왜요? 이기셨는데…….”
의아해하는 따앙코옹을 뒤로하고 아몬드는 질문했다.
“이걸로…… 인증될까요?”
-ㅋㅋㅋㅋ되겠냐고 ㅋㅋ
-놉!
-칼허접은 인증됨ㅋㅋㅋ
듣고 있던 옵저버의 대답이 왔다.
[옵저버: 잘하시는데…… 애매합니다. 아직 두 판 남으셨으니, 더 가 보죠. 일단 다른 프로그램 안 쓰고 계신 건 확실히 인증되었습니다. 이 상태로 그때에 준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셔야 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견같이 탈락!
-쉣
-아니, 근데 인증 방법 ㅈㄴ 무식하네 ㅅㅂㅋㅋㅋ
-왤케 왤케 아날로그임
겨우 한 판인데, 뭐.
이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한 아몬드는 별 내색 없이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다음 겜 가죠.”
* * *
[패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같이 패배 ㅋㅋㅋ
-와 운빨 미쳣닼ㅋㅋㅋㅋㅋ
이렇게 시청자들이 웃고 있는 이유.
‘하…….’
아몬드가 얼빠진 표정이 된 이유.
아까와 정반대의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아까는 이미 다 이긴 경기였고.
이번엔 들어가서 뭐 해보지도 못한 채로 패배한 것.
-레전듴ㅋㅋ
-ㅅㅂㅋㅋㅋㅋ
-실화야?ㅋㅋㅋㅋ
짤랑!
[2골드 획득!] [랭크 점수: -15]획득한 골드도 겨우 2골드.
랭크 점수는 다시 깎였다.
“이런 게임이군요.”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아몬드의 말에, 시청자들은 더 신나게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넼ㅋㅋㅋ
-우린 날고 기어도 우주의 먼지다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임
-이거 갓겜이네요!
시청자들 반응이 하도 좋으니, 아몬드도 일단 웃고는 있었으나.
‘심각한데.’
슬슬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마지막 한 판 남았어.’
두 판 남은 것과 한 판 남은 건 아예 얘기가 다르다.
이번에 정지당하면 배틀 라지 때 그냥 무지성으로 정지당했던 것과는 다르다.
‘다시 릴 좀 하다가 와야 하나.’
불법 프로그램 사용의 정지 기간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아마 기간이 꽤 길 것이다.
머리 한편에선 다시 릴로 복귀해야 하는지까지 생각하던 차.
따앙코옹이 말을 걸어온다.
“아쉽게 됐네요! 아아몬드 님! 다음 판은 더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혹시 더 좋은 장비를 사보시는 건 어떨까요!? 너무 스크루지처럼 플레이하시면 이기기 힘들답니다!”
-이때다 싶어서 영업들어오네 ㅋㅋㅋ
-스쿠루짘ㅋㅋㅋㅋ
-이 새낀 세일즈맨이여 요정이여
-아아몬드 지금 심각하다고~~ 해지말라구~~
-이 또한 폭언 아닐까요?
영업이니, 폭언이니 말은 많지만 지금의 아몬드에겐 이상하게도 설득력 있게 들리는 말이었다.
‘어차피 기회는 한 번이잖아.’
그렇지 않은가?
어차피 이번 판에 증명하지 못하면, 이 게임은 당분간 못할 것이다.
앞뒤를 잴 때가 아니다.
“가자.”
“예?”
“가자고. 무기점.”
* * *
딸랑!
무기점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검은 머리의 손님.
“어서 오십쇼! 뭘 드릴깝쇼!?”
주인장은 넉살 좋은 환영 인사로 그를 맞았는데, 그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곧장 한 곳으로 걸어가더니.
척!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켰다.
“저거 주세요.”
“그거…… 비싼 건데?”
“주세요.”
[조선 각궁] [50G]그가 가리킨 건 현재 살 수 있는 활 중 가장 비싼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