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6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81화
29. 이게 조선의 활이다(3)
관리부서 측에서 말하는 한 판이 한 경기인지도 모르고, 죽지 않기 위해 발악하며 핵쟁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아몬드의 사투는 역시나 커뮤니티로도 퍼져 나갔다.
[현 시각 아몬드 방제 상태 ㅋㅋ]==== ====
그거 알아? 아몬드는 원래 핵과류야
==== ====
일단 관심을 받은 건 제목 때문인데. 이는 아몬드가 다분히 관심을 의도한 바였다.
어차피 억울한 거 스트리머답게 조회 수로 환전받자는 생각이다.
-핵과류?? 그게 뭐임
└나도 몰랐는데 ㄹㅇ 견과류가 아니라 핵과류라고 나오는데???
└ㅁㅊ 이왜진ㅋㅋㅋㅋ
-개노잼 말장난인 줄 알았더니 왜 진짜임ㅋㅋㅋ
-핵쟁이입니다만? 불만이라도? 아니라서 비추
-여긴 좀비스쿨 가든입니다만?
└응~ 지랄하지마 ^^ 여기 아몬드 가든이야
└아몬드가 열리는 가든인데요?
└ㅁㅊ새끼들ㅋㅋㅋ
국내 커뮤니티 중에 시빌 엠파이어 관련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에 가장 먼저 집중 조명을 받은 건 최근 아몬드가 화제 됐던 커뮤니가든이다.
그중에서도 사실상 아몬드와 풍선껌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봐도 되는 좀비 스쿨 가든. 설립의 기원 중 아몬드가 포함되어서인지, 좀비 스쿨을 그만둔 지금도 여전히 아몬드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는 곳이다.
[아몬드 현재 상황 요약해드림.] [3경기 안에 쇼부네 ㅋㅋ] [개꿀잼 각ㅋㅋㅋ]이런 식으로 아몬드의 현재 상황을 중계하거나 요약해 주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스트리머 입장에선 참 고마운 일이다만…….
좋은 쪽으로만 언급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이 역시 스트리머로서 갖는 숙명이다.
[근데 아몬드 진짜 핵쟁이일 수도 있잖아 ㅋㅋ 해외 영상 댓글 보면 다 그렇게 생각하던데] [아몬드가 왜 무조건 핵이 아닐거라고 생각함?] [핵일 수도 있으니까 검증하는거지 ㅉㅉ]사실상 말이 되지 않는 걸, 억지로 맞는 거마냥 괜히 약을 올리는 게시물들.
-지랄들을하네 ㅋㅋㅋㅋ
-그럼 릴에서 보여준 건 뭔데
└그것도 핵이지
└아? 전 세계 어디서도 발견 못한 릴 핵을 아몬드 혼자 독자적으로 개발해서 난트전 우승하는 데 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지네
└└엌ㅋㅋㅋㅋ 핵 개발했으면 저 위 북조선에 쏴야지 왜 난트전 우승하는데 쓰냐고 ㅋㅋㅋ
-이런 병신은 진짜 어디에나 있는거냐? 아니면 한 새끼가 존나 열심히 사는거냐?
└둘 다임.
당연히 여론은 이런 글을 받아들이고 있진 않았다. 댓글 반응은 가학적이라 할 만큼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작성자에겐 타격이 없을 것이다. 애초에 이런 글이 설득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쓰는 이는 없을 터다. 그저 혼란과 분란을 조장하는 것일 뿐이다. 소위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아몬드의 유명세가 질투 나서, 그의 명성을 어떻게든 깎아 먹으려 되도 않는 글이라도 조금씩 올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조금이라도 흠집을 낼 수 있겠지 생각하며.
“할 짓 더럽게 없나 보네.”
때는 6시.
팬미팅 준비를 마치고 온 주혁은 커뮤니티를 훑던 중 혀를 찬다.
쯔쯧.
“대체 뭐 하는 놈들일까.”
그처럼 생산적인 사람이 보기엔 자기 시간을 다 갈아서 남의 명성에 개미 발톱만 한 흠집을 내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성비가 안 나와도 너무 안 나오지 않는가? 저런 이들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고. 이럴 때마다 세상은 참 무섭다 느낀다.
그러나, 저런 이들까지 생겼다는 건 아몬드의 현재 상황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며, 슬슬 아몬드의 방송에 새로운 시청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징조였다.
[아몬드 1, 2경기 개같이 멸망ㅋㅋㅋ] [와 어카냐 이제 ㅋㅋㅋ] [개꿀잼이네 ㅋㅋㅋ 아몬드 저렇게 신중하게 고르는거 첨본다 ㄹㅇ ㅋㅋㅋ]이제 좀스 가든을 넘어, 릴프로에서도, 심지어 배라31에서도 그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었다.
-아몬드 핵쟁이 판명되기 1초 전 ㅋㅋㅋ
-운이 이렇게 없냐?ㅋㅋㅋ
└아몬드는 배라 시절부터 운은 드럽게 없음
└풍선껌이랑 릴 대회 나간거부터가 운은 뒤졌다고 봐야지~
주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익숙한 느낌. 좋아.’
관심의 파도가 슬슬 시동을 걸고 있었다.
[현재 시청자 2.7만]거의 돌파되지 않는 2만 5천 명의 벽이 돌파됐다.
‘핵 검증 컨텐츠…… 완전 반응 좋은데?’
핵 유저냐, 아니냐의 갈림길.
마지막 3경기에 그의 명운이 달렸으니 다들 몰려오고 있다. 시간도 마침 퇴근하고 보기 딱 좋은 6시에서 7시로 넘어가는 때였다.
무엇보다 아몬드가 핵쟁이라는 워딩 자체도 굉장히 자극적이어서 아몬드를 대충만 알던 사람들도 다 오고 있는 것 같았다.
‘얘는 진짜 하늘이 돕나 보다.’
주혁은 아몬드가 게임 운은 몰라도 방송 운 하나만큼은 타고났다고 여겼다.
물론, 아몬드의 절대적인 실력이 없었다면 이건 운이 아니라 재앙이었겠다.
주혁은 머리를 긁적인다.
“근데…… 되는 거겠지?”
만약 아몬드가 이걸 극복한다면, 이는 운이 좋았던 게 되는 것이고.
여기서 실패한다면…….
“으.”
생각만 해도 싫다.
* * *
굳은 결심과 함께 3경기를 시작하자마자 맞닥뜨린 재앙.
콰과과광!!!
무지막지한 굉음과 함께 굴러오는 바위.
다들 그냥 다음을 기약하며 무기를 바닥으로 내던지고 있었으나.
여기서 굳이 다른 선택을 하는 자가 보였다.
‘절대 못 죽어!’
그가 벽을 차며 순식간에 2단 도약하더니.
타악──!
앞 사람의 어깨 위로 올라타 버렸다.
“뭐, 뭐야!”
어깨가 짓밟힌 병사가 성을 냈다.
“미안. 미안.”
아몬드는 대충 사과한 다음, 그의 머리까지 밟아버린다.
퍼억!
“미친! 뭐냐고! 미안하다면서 또 밟아?!”
-ㅁㅊ ㅋㅋㅋ
-이래서 미안 두 번 했누 ㅋㅋㅋ
-엌ㅋㅋ
후웅──
아몬드는 병사의 머리를 밟고 튀어 오르더니.
─탁!
옆의 성벽을 한 번 더 걷어차서 또 도약했다.
-와 3단 점프!
-아니, 무슨 마리오야?
-이거 ㄹㅇ 피하나?
반면 그에게 머리를 밟혔던 병사는?
콰과광!
빠르게 굴러온 바윗덩어리에 깔려 납작해져 버린다. 애초에 그 병사는 무기도 다 던진 후였으니, 살 의지가 없었다.
그의 시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
탁.
아몬드가 다시 착지했다.
그는 살아남았다.
그는 살고자 하는 의지가 넘쳐 흘렀다.
-캬~!
-이걸 사네 ㅋㅋㅋ
-와우
성벽 위의 다른 병사들이 신기한 듯이 그를 내려다본다.
“쟨 뭐냐…….”
“체조 선수인가.”
“와…… 고인물인가 본데.”
사실 아몬드가 유달리 점프력이 높다거나,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었다.
다만 살고자 하는 의지만이 남달랐을 뿐.
‘마지막 기회야.’
그는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죽으면 그 기회가 날아간다고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은 같은 전장에서 계속 부활하면서 싸우는 건 ‘한 판’ 안에 포함인데 말이다.
“시작부터 쉽지 않네요. 이제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감상을 내뱉은 뒤, 동료들의 시체를 차례차례 밟으며 성벽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드디어 보게 된 전장의 현장.
“와아아아아아아아!”
“뚫어어어어!”
“흐아아아!”
언뜻 수천 명으로 착각될 법한 열기였다.
돌무더기를 한껏 장전하기 시작하는 투석기와 거대한 공성추, 그리고 공성탑 등.
중세 전쟁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케일이다.
“자리 잡아! 사다리 밀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야수 같은 적 보병들과 그들을 향해 수없이 쏘아지는 화살들, 그리고 중간중간 어디선가 터져 나오는 화약 내음까지.
-ㄷㄷㄷ
-반지의 제왕급이네
-와 뒤진다
‘아. 움직여야지.’
아몬드는 실감 나는 전투 현장에 빼앗겼던 시선을 얼른 거두고, 자기 임무를 위해 뛰었다.
‘저기구나.’
궁병들은 각각 수비 지역이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었는데, 아몬드는 성벽의 서쪽에서 적군들을 요격하는 역할이었다. 누구를 쏠지는 지휘관이 정해주지 않았다.
‘보상은 일꾼으로 되어 있긴 한데…….’
보통 이럴 땐 성공 보수를 참고해서 쏘면 되는데. 우습게도 이 지휘관은 성공 보수를 ‘일꾼 1명당 2골드’라 책정해 놨다. 명당 2골드면 상당히 후한 책정이긴 하나, 이런 공성 전투에 적 일꾼이 있을 리가 없다.
아프리카 국가에서 재해 보험에 폭설을 넣어준다고 광고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한마디로 얕은 상술.
‘어쨌든 이겨야 되니.’
그러거나 말거나 아몬드는 일단 활을 꺼내 손목을 풀었다.
‘뭘 쏘나…….’
평소 같으면 별생각 없이 그냥 쐈겠지만, 지금의 그는 매우 진지했다.
화살 한 발을 쏘는 건 물론, 들숨 날숨까지 모든 움직임이 오로지 하나의 목표로 향하고 있다.
전장에 활약하여 승리하는 것.
‘저거다.’
와중에 그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이봐! 빨리 쏴! 지금 한시도 안 쉬고 쏴도 모자란데!”
그의 옆에 있던 궁병이 아몬드가 멍 때리는 것으로 알고 타박했다.
아몬드는 굳이 대꾸하지 않고 활을 들었다.
남다른 그립감에 떠오른 기억.
‘오. 그러고 보니…….’
바윗덩어리 사태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 활, 조선의 각궁이다. 무려 50골드짜리.
‘확실히 달라.’
손에 착 감기는 느낌부터가 남달랐는데.
기리릭.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장력은 그야말로 1골드짜리 활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엥? 너 그 활 다룰 수나 있는 거냐?”
그를 재촉했던 궁병이 의아한 눈으로 각궁을 다룰 수나 있느냐 물어본다. 장력이 큰 활은 총으로 따지면 반동이 큰 총이랑 비슷했다. 당기는 데 힘이 더 많이 들어가니, 좀 더 노하우가 필요하다.
아몬드는 그에 대해 아무 대꾸도 없이 화살을 꺼내 든다.
이 장면에서 궁병의 눈은 의아함에서 경악스러움으로 바뀐다.
‘엑스크래시?’
바로 화살 때문인데.
우리말로는 도끼날촉화살.
마치 도끼날을 화살촉에 단 것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아몬드는 남은 돈으로 이 화살까지 같이 구매했던 것이다.
이 화살은 날의 면적이 일반 화살보다 더 넓다. 갑옷에 대한 관통력은 떨어지나, 맨살에 맞았을 때는 훨씬 더 위력적인 파괴력을 지녔다.
실제 전투에선 적의 혈관을 최대한 많이 찢어내고, 근육을 넓게 찢어내기 위해 고안되었고.
말이나 경갑보병을 타깃으로 쏜다.
다만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는데.
‘무거워서 에임이 흔들리는데.’
각궁이 가진 장력만큼을 당기는 것도 힘든 일인데, 엑스크래시는 일반 화살보다 무겁다. 덕분에 에임이 흔들린다. 호흡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옆으로 누운 8자를 그리며 흔들린다.
더군다나 갑옷으로 풀 무장한 병사들이 대부분인 수성전에선 쓸모가 없을 텐데?
그는 그래도 아군인데 훈수라도 한번 해줄까라는 생각으로 입을 열었는데.
“야. 여기선 그거보단…….”
그 순간─
‘근데…… 자세 뭐야?’
──기리릭!
아몬드가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버렸다.
검을 뽑는 것도 아니고, 활 시위를 당기는 것인데, 그것만으로도 이런 압박감이 느껴진다니.
실로 놀라운 현상이었다.
그렇게 넋을 놓을 수 있는 것도 찰나였다.
피융!
활시위를 끝까지 당긴 것과 거의 동시에 화살이 쏘아졌다.
어찌나 자세가 아름다웠는지 좀 더 늦게 쏘지 않는지 불만이 생길 정도였다.
궁병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아몬드가 쏜 화살을 따라 휙 돌아갔고.
“!”
그 종착지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잠시의 침묵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아무도 안 죽었어?”
이 자식…… 그럼 그렇지.
폼만 그럴듯하지, 허당이었다.
그는 다시 훈수를 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그 틈을 주지 않고 또 화살이 날아간다.
피융!
“!?”
뭔 연사가 이렇게 빨라.
놈은 실전 궁술을 쓰고 있다. 백그라운드는 이집트? 터키? 아니다. 이건 동양인가? 모르겠다.
어쨌든 실전 궁술은 이 게임 고인물들이라면 누구나 건드려보는 건데.
이런 방식은 처음이다.
‘또 아무도 안 죽어??’
그런데 쓰러진 자는 없다.
속사만 할 뿐 정확도가 없는 것이다.
피융!
그사이 또 화살이 날아가고.
피융!
또 날아가는데도.
이놈의 화살을 맞아 죽는 병사는 없는 듯했다.
“야. 대체 뭐 하냐. 화살 무한이라고 자랑하냐? 왜 애꿎은 투석기에 날려! 그게 화살 맞고 죽기라도 하냐!”
궁병은 궁시렁대며 나라도 열심히 쏴야 한단 생각으로 적군들을 향해 활을 당겼다.
그런데, 그때.
쿠구구궁……!
“!?”
거대한 투석기가 갑자기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소리.
“오. 됐다.”
-화살로 투석기를 어케 부수냐고 ㅋㅋ
-이게 된다고?
-?? 뭐야 ㅋㅋㅋ
-와 진짜 무너졌어
-봤냐 옵저버?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