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84화
30. 나니?!(3)
그 시각, 트리비의 사옥.
슬슬 다가오는 연말 이벤트 준비로 바쁘게 흘러가고 있다.
“초청 가수들 섭외는 이걸로 다 끝났습니다.”
“그래. 그래.”
“큐티파이가 속했던 파티셰라는 그룹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슈 리스크가 조금 있습니다.”
리스크?
트리비의 행상 진행 팀장을 맡게 된 오소희.
그녀는 머리를 한번 질끈 묶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뭔데. 그 리스크라는 게.”
“그…… 스캔들이요.”
“그러니까 뭔 스캔들이요. 그 옛날에 활활 타던 클럽 마약 사건도 스캔들이거든?”
답답한지 책상을 탕탕 쳐버리는 오소희.
그 모습에 직원들이 움찔한다.
‘하여간 이름하곤 다르게 성격 급해.’
‘어우. 또 시작.’
‘남편이랑 싸웠나.’
오늘 그녀의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아 보인다.
이런 애꿎은 날 보고를 맡은 직원은 진땀을 빼며 안경을 고쳐 썼다.
“아…… 그, 그런 중범죄는 당연히 아니구요. 열애 스캔들? 뭐 그런 건데…….”
“요즘 세상에 뭔 열애 스캔들까지 우리가 신경 써야 하니? 여기 인방 플랫폼이야. 옆 동네만큼은 아니어도 별의별 잡것들 다 모여 있는 데라고.”
“그게…… 저도 당연히 압니다. 하지만 이번에 함께 부르는 보이그룹의 어떤 멤버와 삼각관계…….”
“!?”
그 말에 테이블에 있던 모두가 잠시 흠칫한다.
아이돌계에선 흔치 않은 소문 아닌가.
“삼각?”
“예. 큐티파이랑, 머핀이랑…… 빈이요.”
“빈? 걘 또 누군데. 오스트리아 수도 아냐?”
“아…….”
각자의 취향이 다분화된 요즘.
제아무리 유명한 아이돌이라도, 혹은 트로트 가수니 뭐니, 래퍼니 뭐니 해도.
그냥 관심이 없으면 모를 수 있는 세상이다.
“뭐가 됐든 좋아. 우리가 무슨 국가 행사니? 중범죄만 아니면 넘겨~”
그러니 오소희는 이렇게 넘겨 버렸다.
“그, 그래도…….”
“삼각관계 구도면 오히려 우리야 땡큐 아니니? 이번 연말 시상식은 방송도 내보낸다며. 제대로 된 촬영팀 골라서.”
“그렇죠. 그…… 메이저 채널 출신인 장 피디라고…….”
“어, 그래. 삼각관계라니. 그 사람이 아주 매콤하게 잘 버무려주겠지. 아, 재료가 머핀이랑 파이 같은 거라 매콤은 안 어울리니?”
깔깔.
오소희는 저 혼자 농담을 던지고 웃어버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다음 챕터로 넘겼다.
“상 받을 인원은 다 확정 지었어?”
“네. 일단 처음 노미네이트했던 신인상, 우수상, 최우수상 이런 기본적인 상은 다 정해졌구요.”
“음.”
사락.
서류를 넘겨보며 그냥 고개를 끄덕이던 오소희.
“그외에도 여러 특별 상이 있는데. 그게 이 정도로 좁혀졌습니다.”
“베스트 팀 벌룬스타즈. 베스트 커플 미호 아몬드…… 베스트 퍼포먼스 아몬드……?”
“……아, 네. 그냥 후보예요, 후보.”
“아니, 후보라도 이렇게 노미네이트가 많이 되어 있음 너무 밀어주는 거 같잖니. 심지어 제일 위에 올려놓으면, 거의 얘가 된다는 거잖니?”
“노미네이트 순서는 상관없지 않나요?”
상식적인 질문이다. 후보 1번이 후보 2번보다 상위는 아니니까. 그걸 굳이 왜 신경 쓰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보통의 경우이다.
순진한 질문을 던진 사원에 오소희는 또 깔깔 웃었다.
“너 어디 별나라에서 왔니? 이런 특별상은 임원들 표 지분이 제일 높은데. 그분들은 어지간하면 그냥 제일 위에 거 눌러주신단다. 암묵적으로 우리한테 상을 맡기는 거라고.”
“아…….”
대부분의 임원들은 사내의 인재를 어떻게 배치하는 데에 전문가일 뿐이지, 실질적인 컨텐츠를 실무에서 일하는 직원들만큼 잘 알진 못한다.
그렇기에 직원들이 뽑아놓은 순서대로 그냥 찍어주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게 실무자에 대한 예의인 것이다.
그러니, 보고를 올릴 때 아몬드가 첫 번째로 노미네이트되어 있으면 그냥 그가 될 확률이 높다.
오소희는 그걸 감안해서 한 사람이 너무 중복되어 상을 가져가는 사태를 미리 막고자 하는 것이고.
누군가 손을 번쩍 든다.
“근데, 아몬드가 첫 번째로 올라갈 만하죠. 올해 트리비에서 그래도 신인 중에 가장 화제가 됐으니까요.”
“음. 그래도 말이야. 적어도 베스트 퍼포먼스 상은…… 내가 알기로 그 누구더라…….”
페이지를 넘기던 오소희가 정확히 누군가의 얼굴을 짚는다.
“오렌지. 얘가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사원들은 각자 자료를 살펴보며 수군댄다.
“오렌지……?”
“누구지.”
“아. 이번에 기사 난 사람이네. 퍼스트킬.”
“아, 월드 퍼스트킬!
오소희와 대치하던 사원이 재차 묻는다.
“혹시 오렌지가 릴 RPG에서 이번에 퍼스트킬인가 뭔가 해서요?”
“그래. 그게 뭐 국위선양이다 뭐다 말이 있었잖아.”
“릴 RPG는 국내에서도 세계적으로도 그리 흥행한 게임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한때 잘나갔잖아? 이 게임 모르는 사람은 없기도 하고.”
“그럼 뭐해요. 최근엔 어떤 커뮤니티에서도 한 번 언급이 안 되는 수준인데…….”
릴 RPG.
이는 사실 공식적인 명칭이 아니다.
공식 명칭은 레전드 테일(Legends’ Tale). 릴 RPG라고 불리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릴의 스토리들을 기반으로 만든 RPG게임인데.
처음 캡슐 시장이 만들어졌을 땐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시즌이 지나면서 팍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실제 릴과 스토리가 어긋나고 온갖 설정 오류가 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다.
심지어 어떤 캐릭터는 성정체성이 세 번 왔다 갔다 하기도 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최근 대규모 리메이크를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있다.
한마디로 망해서 다시 만든다는 이야기다.
“이빨 빠진 호랑이라도 호랑이지. 해외 전체 인지도가 높은 게임에서 한국인이 레이트 퍼스트킬했다는 건…….”
“그렇죠. 대단한 퍼포먼스죠. 화제도 꽤 됐었구요…….”
누군가 팀장의 의견을 거들었다.
“맞죠. 오렌지는 또…… 꾸준하거든요. 아몬드는 릴 플레이하지 않게 된 이후로 이렇다 할 활약은 없어서…….”
“그건 신인이니까. 아직 ‘이렇다 할 활약이 없다’라고 말하기엔 이르죠. 좀비 스쿨도 나름 이슈가 됐었는데요.”
“글쎄요. 좀비 스쿨부터는 성장세가 거의 없던데요?”
“그야 그건 광고니까요!?”
딱. 딱.
오소희가 펜으로 책상을 치며 끼어든다.
“솔직히 난트전 우승이랑 월드 퍼스트킬이랑 비비는 게 말이 되니?”
“월드 퍼스트여도 릴 RPG는 거의 다 망해가는…….”
왈가왈부가 계속 진행됐으나.
의견은 점차 기울었다.
“릴에 치중된 게 저도 조금 걸리네요.”
“국내에 국한된 활약이고…… 신인이 상을 너무 받는 것도 보기 좋진 않죠.”
“아몬드는 좀 더 다양한 게임으로 증명한 뒤에 줘도 늦지 않아 보여요.”
베스트 퍼포먼스의 첫 번째 노미네이트는 오렌지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좋아. 우리나라는 또 국위선양 좋아하잖니. 난트전보단 월드 퍼스트 킬한 오렌지로 간다? 다음은…….”
오소희는 그렇게 결정해 버렸다.
아무도 큰 이의는 없었다.
확실히 난트전보단 월드 퍼스트킬이 더 상위의 업적 같아 보였다.
문제는 이다음.
“베스트 화제 집중에도 아몬드가 있네?”
“예. 그…… 양궁 관련 스토리로 전국적인 인지도가 잠깐 생겼었거든요.”
“그건 나도 아는데.”
베스트 화제 집중에도 아몬드가 있었다. 이번엔 1순위는 아니고 2순위다.
“신인상이랑 너무 겹치지 않아?”
“그건 그렇죠. 근데 화제가 된 인물을 굳이 꼽으라고 하시니…….”
“그리고 말야. 판단 기준이 되는 게임의 다양성도 생각해야지. 지금 다~~ 릴이잖아? 아무리 최고 인기게임이어도 말이야. 국산 게임도 좀 사랑해 줘야지?”
“그래서 1순위는 ‘우엉부엉’이에요.”
이렇게 차례로 아몬드의 노미네이트 순위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시상이라는 게 말이야. 진짜 잘한 사람 주는 것보단 좀 골고루 나눠 뿌리면서 일해줘서 고마워요~ 하는 거잖니.”
어쩌면 오소희는 시상식의 본질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었다.
“특히나 특별상은 사내에서 주는 상이야. 시청자들이 꽂아주는 상이 메인 상이고. 그거랑은 차별화가 있어야지?”
그녀의 주장은 이랬다.
진짜 실력대로 주는 상, 인기대로 주는 상은 따로 있고.
특별상은 따로 못 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더 잘하라는 의미로 나눠주는 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상이 중복되지 않는 게 중요했다.
“어르신들이 보기엔 이게 좋다고. 국위선양. 응? 국뽕!”
직원들은 눈치를 보며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몬드는 릴에서 활약이 집중되어 있어서…….’
‘신인상이랑 베스트 팀 상이 있으니…….’
‘그래 국산 게임 좋지. 국뽕 좋지.’
오소희 팀장이 하는 말에 틀린 점은 거의 없었다.
다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 외에는.
회의가 끝난 후.
어떤 직원 둘이 수군댄다.
“근데…… 아몬드 릴 안 한 지 좀 된 거 맞아요?”
“응. 그렇게 아는데.”
“근데…… 왜 릴프로 인기 검색어인지 아세요?”
“엥?”
* * *
“됐다.”
주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본이 경악하고 세계가 충격에 쓰러지는…… (물리)] [조회수 5.1만]올린 지 30분도 채 되지 않은 영상의 조회수가 5만을 넘어섰다. 댓글 반응도 폭발적이다.
-ㅁㅊ 이걸 쇼츠로 벌써?
-도랐ㅋㅋㅋㅋㅋㅋㅋ 일본인 표정ㅋㅋㅋ
-제목 보고 트러블튜브인줄 ㅋㅋ
흔히 볼 수 있는 올튜브의 어그로 제목을 그대로 실현해 버린 이 상황. 즐겁지 않을 리가 없다.
영상은 짧은 시간 안에 커뮤니티에서 몇 번이고 재생산됐다.
특히나 위스키가 ‘나니!?’ 하고 놀라는 장면.
[아몬드 영상 나니좌 ㅋㅋㅋ]등의 제목으로 커뮤니티 이슈글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그건 릴프로도 예외는 아니었다.
말이 거친 릴프로 유저들도 나름의 위트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일본인이 핵을 봤다? 당연히 저 반응이지 ㅋㅋㅋㅋㅋ
└ㅁㅊ새낔ㅋㅋㅋ
└뭔 말하나했더니ㅋㅋㅋㅋㅋㅋ
└“그 폭탄”
-핵과 일본인……? 이걸 어케 참음!!?
└맥아더 장군도 관뚜껑 열고 벌떡 일어나는 개꿀 조합
└미쳤나 ㄹㅇㅋㅋㅋㅋ
이들의 재생산 덕에 조회수는 계속해서 늘어났고.
[조회수 6.1만]조회수는 실시간으로, 만 단위로 늘어나고 있었다.
[지아: 와 반응 좋네. 이번 영상은 편집하기 좋겠다] [주혁: 릴프로 화력 모이면서 알고리즘 선택도 받은 거 같은데?]1시간이 지나기 전에 10만을 찍을 것 같은 조회수.
실로 상당한 성과였다.
거기에 더 놀라운 건…….
[주혁: 구독자도 늘고 있어!]한동안 멈춰 있던 구독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구독자 52.7만]50만에서 거의 고정되어 있었는데 순식간에 2만이 늘었다.
“이 말은…….”
주혁은 여기서 직감했다.
자신이 생각했던 단 하나의 경우의 수가 제대로 먹혔다는 것을.
“새로운 시청자층이 들어온다.”
새로운 시청자층이 섞여들어 왔다.
굳이 데이터를 볼 것도 없다. 댓글을 보면 빤히 보일 정도였다.
-대한민국이 활 하나는 최고죠. 예로부터 몽골과 어깨를 나란히 했었구요.
-아 이분 이브닝와이드 나왔던 분이네요. 그 사연 듣고 저도 펑펑 울었는데…… 여전히 국위선양하고 계시네요. 엄지척!
-아이구. 일본놈 턱 빠지는거 내 속이 다~~~ 시원~~~하네요~~~
└저분은 죄가 없는데……ㅋㅋㅋㅋ
-오늘도 애국심 낭낭하게 채우고 가요 ^^
-이게 조선의 활이다 왜구 새끼덜아~~ 놀랐지?~~ 니네는 활 그만두고 그 사철 섞인 좃본도나 휘두르러 가라~~~
└아재요 진정좀……
└위스키상 호감인데 왜 그래……
└아재 풀악셀 ㅈㄴ 웃기넼ㅋㅋㅋㅋ
딱 보기에도 연령대가 높아 보이는 시청자들.
‘이게 이 게임의 장점이지.’
릴 같은 판타지 기반의 게임과 달리, 시빌 엠파이어는 실제 역사 컨셉의 전투가 기반이라 기본 역사만 알아도 이해하기 쉽다.
그러니 이런 연령층도 쉽게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전 세계를 상대로 활약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연출하기가 딱 좋은 게임이었다.
물론 고연령층만 공략해 낸 건 아니다.
순식간에 릴프로의 검색어 순위에 릴도 안 하는 아몬드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6위) 아몬드 각궁
12위) 아몬드 일본인
15위) 일본 경악
그들 역시 일본인의 반응이 재밌고, 흔한 국뽕 올튜브의 패러디 제목이 웃기다 생각한 것이다.
아주 일순간이지만, 세대 통합이 되어버린 셈이다.
모두가 행복해진 이때.
유일하게 위험해지는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아니 근데 이 영상이…… 핵쟁이 아닌거 증명하려고 플레이 중이라는데요?
└맞아요 ㅠㅠ
-아몬드님이 핵쟁이로 몰리고 있대요. 말이 되나요?ㅠㅠ
└헐
└아니 무슨 그런 황당한 일이 있대;
-누가 거기 전화번호 올렸던데ㅋㅋ 킹무새라는 사람이
└ㄹㅇ? 당장 테러간다
└오늘 뒤졌다 옵저버쉑ㅋㅋㅋ
└전화기 불지르러간다. 옵저버는 전화기 대신 소화기를 들 것을 추천.
└견스터 콜 ㅋㅋㅋㅋ
└이게 우리한텐 핵탄두 미사일이야! 이게 우리한텐 클럽이야!
바로 옵저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