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6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86화
31. 가위바위보(2)
지휘관 김치워리어의 매복 작전은 정석 중 정석이었다.
지형이나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전략.
그렇기에 오히려 적에게 읽히기도 쉬웠다.
적 지휘관은 이 매복 작전을 예측한 것을 넘어, 심지어는 매복 위치까지도 정확히 짚어냈고.
결과적으로 적은 아몬드의 특임대 뒤를 완벽하게 잡아냈다.
“뭐야 스파이냐?!”
“그딴 게 어딨어 인마!”
“으아! 또 무기 손해!”
아군은 스파이가 있냐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할 정도로 혼란에 빠졌다.
피융! 피융!
뒷골이 오싹하는 바람 소리가 울려 퍼졌고.
퍽! 퍽!
옆에 있던 동료들이 쓰러졌다.
무차별로 쏘아지는 화살 세례.
당연히 아몬드에게도 화살이 날아왔다.
그런데─
“아, 안 돼!”
놀랍게도 위스키가 그를 덮치며 화살을 대신 맞아버렸다.
‘대체 왜?!’
아몬드는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당황하였는데.
위스키가 이렇게 외친다.
“너, 넌 살아야 된다! 안 그럼 희망이 없어!”
-??
-포브스 선정) 가장 위대한 일본인 등극
-헐ㄷㄷ
비장한 위스키에 외침에 더 당황한 아몬드.
‘왜 나보다 더 비장한 건데.’
이 게임에 사활이 걸린 건 막상 아아몬드 자신인데. 비장함만은 위스키가 전혀 뒤지지 않았다.
자기 몸을 불살라 아몬드를 지키다니.
심지어 그리 위협적인 화살이 아니었는데.
“피할 수 있었는데.”
“……그, 그래?”
위스키는 무안함에 얼굴이 시뻘개졌다.
“여튼 고마워. 죽진 않은 거지?”
“어…… 지휘관이 원거리 방어 업글도 했는지, 70퍼 남았…….”
퍽!
말하는 사이 날아온 화살이 위스키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아. 이제 40퍼.”
피식.
아몬드도 시청자도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위스키상 ㅠㅠ
-위스키 겜 졸라 재밋게 하넼ㅋㅋ
“일단 숨자.”
체면은 좀 떨어지지만, 둘은 열심히 기어서 바위틈으로 숨었다.
숨을 돌리기 위해서다.
‘어쩌지.’
아몬드는 잠시 상황 파악을 위해 눈을 굴린다.
일단 아군의 피해가 막심하다.
[부대 17/28]28명 중 남은 병력은 열일곱.
적의 화살 세례는 지금도 쏘아지고 있다. 숨어서 화살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도 이 게임의 특성상 불가능하다.
일단 구입한 화살은 무한이다. 숨어 있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휘관] [매복에 매복이다. 더해서 적 창병부대도 접근 중으로 파악된다. 아군 기마대가 지원을 갈 것이다.]지휘관이 상황을 짚어줬다.
“차, 창병부대도 온다고?”
“망할. 양각이 잡혔어.”
“샌드위치잖아?”
우리가 기습해야 했던 창병 부대가 되려 우리를 조여온다.
아군 기마대가 도와주러 온다지만, 언제일지 모른다. 여긴 적진에서 훨씬 더 가깝다.
“지휘관은 왜 어떻게 하라는 말이 없어?!”
“아직 모르겠지. 젠장!”
지휘관은 상황을 알려주기만 할 뿐. 궁병들에게 별다른 지시가 없다. 아마 어떻게 헤쳐나갈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면 우릴 버렸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특임대를 버린 것이다.
‘내가 해야 하는 걸까…….’
아몬드는 특임대에 한하여 지휘권이 있다.
지휘관이 없어도, 이 부대는 단독으로 움직일 수 있다.
“대장! 판단해 줘!”
옆에 있던 위스키가 그에게 부탁한다.
‘판단?’
아몬드는 고민됐다.
사실 그의 전략적 머리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카드 게임 같은 걸 500판 하면 승률을 38% 이하로 유지할 자신이 있었다.
푹!
고심하는 사이 건너편 바위에서 아군 하나가 또 쓰러진다.
[부대 15/28]열 다섯으로 줄었다.
이 이상 숫자가 준다면, 뭔가를 해볼 수도 없을 것이다.
‘일단 생존이다.’
전쟁의 승리까지 읽어낼 여력은 없으니, 오로지 생존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에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몬드에겐 딱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
[명령]그는 명령 버튼을 누르고 외쳤다.
“후방 궁수들을 쏴서! 한점 돌파!”
모든 특임대의 귀에 그의 외침이 들어갔다.
후방을 노린 적들을 향해 역으로 돌진하는 것. 한점으로 달려서 어떻게든 돌파하는 것.
이게 그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
아군이 반응이 없다.
적이 쏘는 화살 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아몬드 밑에서 기어다니고 있던 위스키가 설명해 준다.
“다…… 다들 겁내고 있어.”
“겁을?”
“우리 플레이어들 중에서 이미 한두 번 죽은 사람들이 많아. 또 잃으면 리스크가 클 거야.”
그렇구나.
무기를 연이어서 잃으면 손해가 크다.
더군다나 아직 제대로 된 활약도 못 했으니, 들어오는 돈도 적을 테고.
‘창병을 죽여야 보너스 골드인데. 적은 궁병이니…….’
심지어 후방의 적들은 죄다 궁병이다. 지휘관이 제시한 보너스는 창병에 걸려 있는데 말이다.
“그럼 돈 때문에?”
“그것도 있을 거지만. 우린 어쨌든 사람이거든. 게임이라도 허무하게 죽고 싶진 않아. 이길 수 있을 거 같아야 뛰어든다고. 근데 네가 제시한 작전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은 거야.”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아몬드는 그의 말을 되뇌며 잠시 고민한다.
‘이길 것 같지가 않은 거구나.’
저들과 나의 관점 차이를 이해했다.
아몬드는 뭔가 결정을 내린 듯 다시 외친다.
“후방 궁수들을 쏴서! 한점 돌파!”
같은 말.
하나 다른 행동.
이번엔 외치는 걸로 끝나지 않았다.
타악!
외침과 동시에 바위에서 구르듯 튀어 나간 아몬드.
그가 이 팀의 리더다. 앞으로 나가야 했다. 그게 이끄는 자의 포지션이다.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되지.’
기리릭!
구르기가 끝남과 동시에 활시위가 당겨지고, 곧바로 3발의 화살이 연사됐다.
피피피융!
“!”
아군도, 적군도 갑작스러운 아몬드의 움직임에 대응하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봤다.
그사이, 세 갈래로 날아간 화살이 순식간에 적 셋의 목 중앙을 뚫어버렸다.
퍼버벅!
-미쳤다
-ㄷㄷ
-???
거의 동시에 가까운 순간에 셋이 쓰러졌다.
목이 뚫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로.
“뭐, 뭐?”
“무슨……!”
“화살 왜 저리 빨라.”
무지막지한 장력으로 쏘아지는 각궁의 특성상 반응할 틈도 없이 빠르게 날아갔기에 적들은 무슨 상황인지도 파악지 못했다.
‘더 잘 보이게……!’
아몬드는 아예 몸을 일으켰다.
수풀도 바위도 그의 몸을 가려주지 않았다.
마치 모두가 보란 듯이.
기리릭……!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한다.
이는 적들의 화살에 벌집이 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적 궁병 하나가 옳다구나 하며 먼저 활시위를 당겼다.
하나 그는 미처 생각 못 했다.
아몬드도 그들에게 노출됐지만, 그들도 동시에 아몬드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걸.
‘저기군.’
휙!
아몬드의 조준점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피융!
동시에 활시위가 놓아졌다.
팅──
적의 활시위는 끊어졌다.
“!?”
쏘려던 화살은 튕겨 위로 날아간다.
“화…… 화살로 활시위를?!”
멍한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보던 적 궁병의 두 눈 사이로, 아몬드가 추가로 쏜 화살이 박혔다.
──푸욱!
이마에 구멍이 뻥 뚫린다.
“!”
잠시의 정적이 흐른다.
몇 명이 조준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벌떡 일어서서 당당하게 활을 쏘고 있는 모습이라니.
이는 아군의 가슴에 전율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꺼져가는 전장의 불씨를 살리기에 충분했다.
이때, 아몬드가 한 번 더 활시위를 당기며 외쳤다.
“후방 궁수 쪽으로! 한점 돌파!”
세 번째 반복되는 같은 말.
아까와는 반응이 달랐다.
스스스슥……!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희미했던 불씨가, 아군의 사기가, 피어오를락 말락 흔들린다.
여기에 필요한 건 아주 약간의 바람.
“지…….”
위스키가 벌떡 일어나 뛰었다.
“지금이다아아!”
그는 무기 대신 깃발을 들었다.
펄럭!
바람에 깃발이 나부낀다.
“대장 말 못 들었냐!”
그는 고슴도치가 될 각오로 바위 위로 올라가며 외쳤다.
“한점 돌파 하라고오오오!!!”
화르륵!
전장에 울려 퍼진 그의 외침이 마침내 아군의 사기에 불을 붙였다. 활활 타오르는 기운이 퍼져 나갔다.
스스스스스!!!
수풀이 여기저기서 요동치더니 이내 무수한 발소리로 바뀌었다.
“가즈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뛰어어어!”
거대한 함성과 함께, 드디어 아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와 ㄷㄷ
-소름
-전율;
아몬드도 위스키도, 그리고 특임대의 모두도 피부로 전달되는 전율을 느꼈다.
쿵! 쿵!
심장이 북소리처럼 울렸다.
모두가 일어나 달렸다.
“으아아아아아!”
달리며 활을 쏘았다.
수많은 활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피융! 피융!
특임대는 우수한 궁병들을 위주로 편성한 특수부대다.
달리면서 쏘는데도 불구하고─
퍼벅!
퍼억!
“으억!”
“컥!”
적군들이 줄어간다.
아군은 점차 전선을 밀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역전이 시작된다.
* * *
매복에 매복.
시빌 엠파이어 유저들끼리 하는 말로는 전략이 ‘감싸졌다’고 표현한다.
적이 내 생각을 읽고, 감싸듯이 싸 먹어버린다는 데에서 착안한 말이다.
“아. 감싸졌다. 하아.”
김치워리어의 한숨이 퍼졌다.
“랭킹 50위의 벽은 높구나…….”
적 지휘관은 랭커다.
그냥저냥 1,000위대 말만 랭커인 그런 랭커가 아니라, 전 세계 46위.
사실 김치워리어의 역량으로는 이기기 무리인 사람이다.
“겨우 기회를 잡았는데 이걸 감싸버리네.”
전략이 감싸져 버릴 시. 릴에서 밴픽을 완전히 지고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아니, 사실 2~3배는 더 치명적이다. 릴은 다양한 스킬로 인한 변수가 있지만 이 게임은 그런 판타지적인 기술은 없으니.
한 번 전략이 카운터를 맡게 되면 손을 쓰기가 힘들다.
지휘관, 김치워리어는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근데…… 왜 사기가 올라가지?”
이 게임에서 전략이 카운터당하면 가장 먼저 병사들의 사기가 내려간다.
그로 인해 사실상 원래 져야 하는 정도보다 훨씬 더 크게 져버리곤 하는데.
지금 그가 파견한 이 특임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기가 높다.
이 기세라는 게 수치로 보이는 건 아니지만. 그들의 함성과 표정 행동만 봐도 노련한 지휘관들은 다 안다.
“정말로 이기기라도 할 것처럼 구네.”
분명 상황은 최악이다.
뒤에선 적 창병대가 쫓아오고 앞에는 매복을 기다리고 있다가 습격한 적의 궁수부대가 있다.
규모는 아군이 좀 더 많았지만.
이미 잃어버린 숫자가 커서 이젠 의미가 없다.
피융! 피융!
그럼에도 아군의 특임대는 맹렬하게 활시위를 당겼다.
이들은 전투 의지로 불타고 있었다. 계백의 군대 같았다.
그들을 이끌고 있는 건 계백이 아니라, 검은 머리의 궁수.
‘저 사람 때문?’
한 명의 걸출한 영웅이 군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이 게임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다.
‘빗나가는 게 없어…….’
가장 선두를 맡은 검은 머리의 궁수는 달리면서 활을 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빗나가는 화살이 없다. 10발을 쏘면 1발 정도나 빗나갈까?
문제는 나머지 9발이 전부 급소행이라는 것이다.
달리면서도 이 정도면 멈춰서 화살만 쐈을 때의 파괴력은 가공할 수준일 것이다.
‘장난 아니네.’
저 능력을 보고 리더를 준 것이긴했다만.
다시 봐도 장난이 아니다.
‘저렇게 열심히 해주는데. 손놓고 있을 순 없지.’
병사들이 피 터지게 싸우는데. 지휘관인 김치워리어가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상황을 3인칭으로 보는 그가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을 것이다.
‘도와줘야 되는데. 뭘 하려는 거지.’
그는 특임대의 의도를 이해해 보려했다. 잠시 화면을 살피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한점 돌파구나.’
특임대는 자신들을 둘러싼 궁병 부대를 한점으로 돌파해서 생존할 생각이다.
[돌진 지점]핑!
그는 적진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파악해서, 어디가 돌파하기 쉬운지를 짚어줬다.
그리고, 중간중간 엄폐물이 있는 곳도 체크해 줬다.
핑! 핑! 핑!
[엄폐] [엄폐] [엄폐]이곳을 거쳐가면서 돌파하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이렇게 한다고 해도 될까.’
적 궁수뿐 아니라 창병대도 오고 있었고. 아군 기마대는 거리가 먼 데다가 숲 지형을 돌파하기 힘들다.
‘시간이라도 끌 수 있다면…….’
사기는 높을지라도, 패색은 짙다.
그리 생각하고 있던 차,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