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6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87화
31. 가위바위보(3)
매복에 매복을 당한 상황에서, 아몬드는 자신의 정확한 사격 실력으로 군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명령] [후방 궁수 쪽으로! 한점 돌파!]그의 명령을 받은 대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고함과 함께 달려나갔다.
사기 충만하여 달리기 시작한 것까지는 좋았다.
노련한 궁병들이 모인 특임대는 쏘는 족족 적을 쓰러뜨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몬드는 이다음 스텝을 계산할 수 없었다.
‘이제 어쩌지?’
적은 처음엔 당황하여 십수 명의 병력을 잃었으나. 그다음 대처는 빨랐다.
적은 아군이 돌파하려는 구역에서 흩어져 양 측면에 자리 잡았다.
정면엔 아무도 없고, 양 측면에만 궁수들이 보인다.
이대로 달려나간다면, 화살비 피하기 게임이 되어버린다.
적은 달리는 아군을 향해서 그냥 활시위만 열심히 당기면 물 반 고기 반인 상황이다.
그나마 조금 죽더라도 다 같이 한 방향으로 달리면 몇몇은 살아남을 수도 있겠으나.
‘심지어 한 방향으로 달리고 있지도 않아.’
특임대는 다 같이 달리곤 있어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
각자가 생각하는 ‘한점’이 다르다.
“뭐야! 거기로 가!?”
“여기 아냐!? 대장을 따라가야지!”
“대장이 왔다 갔다 하는데!?”
아몬드도 일직선으로만 달릴 수는 없었다. 양 측면에서 화살이 날아오고, 여긴 고속도로가 아니라 숲인지라 일직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그때였다.
피잉!
[돌진 지점]지휘관이 돌진 지점을 잡아줬다.
특임대의 모든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갔다.
‘저기다.’
‘오케이.’
‘드디어.’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티잉!
[엄폐]아군이 엄폐할 수 있는 루트를 잡아주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빨리 움직인 건 아몬드다.
“저기로!”
그는 순식간에 몸을 굴리며 지휘관이 찍은 엄폐지역으로 뛰어들었다. 바위와 나무가 우거져 화살로 이 안을 뚫기 위해선 거의 쑤셔 넣어야 하는 수준.
휙.
아몬드는 그 틈에서 활을 당겼다.
피융!
피융!
적과 아몬드의 화살이 동시에 쏴졌다.
퍽!
아몬드의 것은 그의 인중에 박혔고. 적의 화살은 바위에 부딪혀 튕겼다.
“여기다!”
“일로 와!”
특임대원들이 아몬드의 뒤를 이어 엄폐지역에 들어왔다.
그들은 이곳을 요새 삼아 상체만 내민 채로 활시위를 당겨댔다.
피융! 피융! 피융!
적과 아군의 화살이 이리저리 섞이고.
애꿎은 나무에 박히는 화살이 수십일 때 즈음.
“무, 물러난다!”
“적이 후퇴한다!”
승전보가 들려왔다.
적이 슬그머니 뒤로 전선을 물리기 시작한 것이다.
* * *
랭킹 46위에 빛나는 상대편 지휘관, Betty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흐음?”
매복 궁병들이 왜 후퇴하는 걸까?
적들을 몰살시켜도 모자랄 판에.
여러 상황을 다 관찰하는 지휘관의 특성상, 그녀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보지는 못했다.
“측면으로 펼친 거로는 모자랐나?”
그러나 그녀는 동요치 않았다.
새로운 상황이 나왔다면, 그걸 분석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명령을 하면 될 뿐이다.
우선 왜 졌는가를 봐야 한다.
잠시 생산 파트를 그만두고 여기에 신경을 쏟았다.
“여기에 이상한 변수가 하나 있구나.”
씨익.
그녀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이게 이 게임의 묘미다. 아무리 완벽한 작전을 구사해도, 사람이 수행하고 사람이 당하는 일.
어떻게든 변수가 발생한다.
그런 변수는 대개 처음엔 별거 아닌 듯 보이지만. 어느새 게임 막바지가 되면 눈덩이처럼 커져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이 되어 있다.
미리 싹을 잘라내야 한다.
마치 숙련된 정원사가 식물의 싹부터 작업을 해나가듯이, 처음부터 이런 변수들을 잘 다뤄내야 했다.
Betty는 이런 정원사 같은 작업을 아주 좋아한다. 꼼꼼하고 치밀하게, 적의 싹을 도려내고, 아군의 싹은 커다란 떡잎으로 키운다.
“오호라.”
잠시 전투를 관찰하던 그녀는 금세 뭔가를 발견했다.
“재밌는 애가 있네.”
[지휘관] [적 궁병 중 리더가 있다. 검은 머리. 더 거리를 벌려 멀리 떨어졌다가 그 녀석에게 집중포화.]피잉!
그녀는 마우스로 현재 그녀의 궁병들이 만든 전선보다 더 먼 곳을 찍어냈다.
[후퇴 지점]“기왕 뺀 거 더 뒤로 빼보자고. 녀석들의 진영이 흩어질 때까지.”
실제 군사들도 마찬가지지만, 사람이란 게 걷다 보면 혹은 뛰다 보면 저들끼리의 속도가 다르고. 상황도 지형도 각자 다르기 때문에 진영이 유지되기 어렵다.
아주 강력하게 훈련받은 군사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먼 거리를 이동하면 진영은 거의 흐트러진다.
예를 들어 전력 질주를 한다고 가정하면, 처음엔 ‘─’ 모양으로 전진해도, 나중엔 ‘|’ 모양으로 바뀐다. 줄을 서서 적에게 머리를 들이미는 꼴이 되는 것이다.
Betty가 노리는 건 바로 그 지점이다.
“보나 마나 이쪽으로 오겠지.”
[매복]그녀는 다시 매복 지점을 정해줬다.
적이 올 만한 곳을 짚은 것이다.
* * *
“……다 물러간 거 같죠?”
바위틈에 등을 기대며 아몬드가 묻는다. 시청자들에게 말한 것이다.
-ㅔ
-ㅇㅇ
-도망간 거 아님?
-이긴거?
-아몬드 우승!
일단 매복군을 물러나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띠링.
[간디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그냥 여기서 죽치고 요새 만들면 안 됨?ㅋㅋ 죽을까 봐 걱정됨 ㅠ]누군가 후원으로 여기서 버티자고 제안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이 엄폐 지형은 천연 요새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휘관 김치워리어가 제대로 된 장소를 짚은 셈이다.
그러나 아몬드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그냥 있음 적 창병대한테 샌드위치 당하는 건 여전히 똑같아요. 그리고 일꾼도 없이 요새는 못 만들죠.”
여기서 버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창병대가 닿으면 이런 엄폐물은 의미가 없다. 다가와서 창으로 찌를 텐데 장애물이 있다고 달라질 게 있겠는가?
-오…….
-호두 고속 스핀
-웬일로 엄청난 판단
게다가, 어차피 지휘관의 명령도 여기서 버티라는 게 아니었다.
이곳을 경유해서 전진하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다음 지역으로 가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휘관이 찍은 엄폐 장소는 총 3개다.
퀘스트로 치면 연계 퀘스트에서 이제 겨우 ‘엄폐-1’을 클리어한 셈이다.
이젠 엄폐-2로 갈 차례다.
[엄폐]저 멀리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 하나 보인다.
다음은 저곳이다.
‘남은 사람이…….’
[12/28]남은 사람은 열둘.
반격을 시작했을 때보다 셋이 줄었다.
안타깝긴 하지만, 진짜 죽는 것도 아니니 현재 공격 대상만을 생각하기로 하는 아몬드.
그때 위스키가 옆에서 그럴듯한 걱정을 내뱉는다.
“……저, 대장. 만약에 적이 또 우리 루트를 예상하고 대기하고 있으면 어쩌지?”
보아하니 적 지휘관의 실력이 상당히 날이 서 있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그거까지 고려해야 할까.’
그런 전략 카운터를 고려해서 움직여야 할까? 고려한다면 어떻게 움직이지?
‘어쩌지.’
갑자기 지휘관 이밥만의 악몽이 떠오른다. 솔직히 병사 입장에서 제대로 된 지휘관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 김치워리어는 다를까?
상대 지휘관보다 나은 걸까?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오가던 중.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위스키가 뭔가를 제안한다.
* * *
파앗!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일제히 튀어나온 아몬드의 특임대.
근처에 심어놓은 정찰병으로 그 장면을 관찰한 Betty는 미소를 지었다.
“또 걸렸구나.”
상대 지휘관 김치워리어.
본인 랭크치고는 승률이 좋지만, 어디까지나 본인 랭크에 한해서다.
둘은 노는 물이 다르다.
김치워리어는 역시나 또 정석적인 루트를 밟고 있다.
왕도를 따르는 지휘관은 Betty 같은 사파에게 아주 맛있는 먹잇감에 불과하다.
“한국인들은 교과서처럼 플레이한다니까.”
Betty는 한국인 특유의 지휘 패턴을 읽고 있다. 이들은 마치 어디서 배운 거마냥 똑같이 대응하고, 똑같은 스타일로 공격한다.
분명 굉장히 효율적이긴 했다. 초보들은 한국인들만 따라 하면 랭크를 순식간에 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갇혀 있다.
새장이 크고 아늑하다고 해서, 새장이 세상이 되는 건 아니다.
Betty는 세상을 누비는 지휘관이다.
[지휘관] [온다. 집중포화 준비.]기리릭!
그녀의 궁수 부대가 일제히 활을 당겼다.
적들은 그것도 모른 채 자신들의 엄폐 지형을 확보하기 위해 빠르게 뛰어오고 있었다.
활을 당길 자세 따위가 전혀 아니었다.
‘여깄구나. 검은 머리.’
Betty는 그 와중에 그들의 리더를 찾아냈다.
[지휘관] [여기다.]피잉!
수풀로 인해 제대로 시야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에 Betty는 아예 타격 지점을 찍어줘 버렸다.
[사격]파앙──
활시위가 파르르 떨리며, 사격이 시작됐다.
화살이 수풀을 가르며 적들을 향해 날았다. 모두가 다 같은 방향이다.
이 정도 집중포화면 아무리 좋은 갑옷을 입어도, 아무리 피해 보려 해도 한 놈은 죽을 것이고.
그건 그들의 리더일 것이다.
퍼버버벅!
“좋아.”
순식간에 고슴도치가 되어버린 검은 머리 남자.
그는 몸을 부르르 떨며 뒤로 털썩 쓰러졌다.
“변수의 싹은 잘랐으니. 이제 끝…… 음?”
퍼버벅!
순식간에 아군 궁병 셋이 쓰러졌다.
화살이 날아온 곳을 보니…….
“……아, 안 죽었어?”
검은 머리의 궁수다.
그가 나무에 매달린 채로 엄폐물을 무시하고 위에서부터 아군을 하나씩 쏴대고 있었다.
“뭐야. 나무에 매달려 있잖아? 그럼 아까 그건…….”
집중포화를 퍼부었던 위치와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이 녀석은 자신의 부대원과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럼 아까 죽은 그놈은 뭐란 말인가?
* * *
-위스키좌 ㅠㅠ
-뜨거운 희생……
-이게 할복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크 상남자다.
-“그림자 무사 위스키”
시청자들이 이렇게 위스키를 추모하고 있는 이유.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그의 작전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즉, 위스키가 성공적으로 아몬드 대신 죽었다는 것.
「이런 특수 작전에선 지휘관은 잘하는 플레이어를 노려. 보통 리더지. 적이 매복하고 기회를 다시 잡았다면 당신을 노릴 거야.」
그는 자신이 아몬드의 옷을 입고, 일부러 검은 머리를 드러내고 뛰쳐나가기로 했다.
「난 차라리 죽어서 지원군에 합류해서 올게. 여기엔 당신이 필요해.」
그는 죽은 뒤 부활해서 다시 합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아몬드는 수락했다.
그리고 지금.
스르륵!
아몬드는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린 채, 활시위를 당겼다.
다른 동료들은 없다. 그들은 모두 정상적인 루트로 이동했다. 이는 아몬드만의 단독 작전이다.
「대장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알려주는 거야. 이 게임에선 화살통이 쏟아지는 일이 없어.」
이런 말과 함께 위스키가 알려준 전술이다.
이렇게 쏘면 발을 딛고 설 만큼 두꺼운 나뭇가지가 아니어도 충분히 활을 쏠 수 있었다.
파앙!
아몬드가 한 발을 쏠 때마다 적이 하나씩 줄어간다.
적은 꽤 좋은 엄폐 장소를 차지했으나.
「위에서부터 쏘면 엄폐물이 의미가 없거든.」
지상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기 위한 엄폐물은 나무에 매달린 아몬드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파앙!
파아앙!
피융!
연이어 쏴대는 화살에 적이 미친 듯이 쓰러져갔다.
털썩. 털썩.
순식간에 시체가 쌓여갔다.
시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정수리에 화살을 하나씩 꽂은 채다.
[20/30] [18/30] [15/30]“저, 저기다! 나무 위!”
아몬드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병력이 절반이었고.
무엇보다, 아몬드의 특임대가 놀고 있는 게 아니다.
“돌겨어어어억!”
피융! 피융!
그들은 적들이 당황한 틈에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달려와 활을 마구 쏴댔고.
──퍼억!
“억!”
엄폐물 사이로 어떻게든 화살을 욱여넣거나, 아예 위로 쏴서 화살비를 만들어버렸다.
그 틈에 아몬드는 또 나무 사이를 뛰어 다른 나무로 옮겨 탄다.
“……없어!”
그를 조준하려던 적들은 얼이 빠져버렸다.
“대체 어디야!?”
“저기에 핑이 찍혀 있긴 한데……!”
지휘관의 핑은 3차원적으로 찍히지 않는다. 2차원의 좌표만 알려줄 뿐.
그걸로는 부족하다. 커브샷으로 인해 아몬드의 위치를 특정하기가 어렵고, 그가 계속 나무를 타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몇 명이야!?”
“이거 한 명이 아닌 거 같은데!?”
심지어 아몬드가 한 명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스륵!
그때, 아몬드는 전혀 다른 나무에서 다시 거꾸로 모습을 드러냈다.
적에게 있어 그 모습은 귀신이나 다름없었다.
“저, 저기다─”
──푹!
손으로 그 귀신을 가리키던 자부터 쓰러졌다.
[10/30]적의 숫자는 이제 열이다.
아군 숫자도 열이다.
동수가 됐다.
상황을 위에서 보는 아몬드만이 이걸 알 수 있었기에 그가 외쳤다.
[명령] [적과 아군 수가 동일하다! 주눅 들지 말고 쓸어버려!]그의 외침은 모든 특임대의 귀에 울려 퍼졌고.
“죽어어어어!”
“끄아악!”
“붙어! 아예 붙어서 쏴버려라!”
“그냥 화살로 찔러!”
아예 엄폐물 사이로 뛰어들어 버리는 패기로운 특임대의 돌격에 적들의 수는 계속 줄어갔다.
그러다 결국…….
“……!?”
털썩.
도망치다가 아몬드의 화살에 쓰러진 병사를 마지막으로.
적 매복 부대는 전멸했다.
“아직 엄폐-3 남았는데.”
적을 지나쳐서 돌파해 생존하는 게 원래 작전이었는데.
적을 궤멸시켜 버린 것이다.
-다 죽였어???
-미친ㅋㅋㅋ
-핵 맞네 ㅅㅂ 걍 전멸을 시켜버리누 ㅋㅋㅋ
-어질어질하네
-지나갑니다~(전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