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37화
14. 게임 전환(2)
다음 게임.
이 말은 그간 아몬드의 방송을 시청하던 대부분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간 오로지 킹덤 에이지만 했었던, 또 그걸로 유명해졌었던 아몬드이기에.
-활 쏘는 게임이 뭐 있지?
-라이프 이즈 레전드에서 활 쏘는 캐 하면 될 듯.
-근데 ㄹㅇ 활만 잘 쏠까? 그냥 투사체 종류는 다 잘할 듯.
-총겜도 개 잘할지도.
-활이 제일 엄청나긴 하겠지.
-다른 패키지 게임 하나 더 할 수도?
다른 전문 스트리머가 종합으로 전향하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게 마련인데.
아몬드는 달랐다.
그는 다른 스트리머들이 갖고 있지 않은 무기를 하나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활 실력’이다.
이 요소는 어떤 게임에 가도 그대로 통용될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킹덤 에이지에서보다 다른 게임에서 더 빛날 수도 있다.
만약 온라인 PVP 게임을 하게 된다면, 사람 대 사람의 대결에서 그의 활 실력을 뽐낼 테니까.
AI로 움직이는 몬스터를 상대로 실력을 뽐내는 것과는 또 아예 다른 느낌이다.
-아몬드가 간다! 모두 긴장하라고!
-ㄹㅇㅋㅋ
-크. 전자파 비켜! 아몬드가 나가신다!
-ㅋㅋㅋㅋㅋㅋ
-맨날 비켜야 하는 전자파 센세……
일반인뿐만 아니라, 그간 유명했던 다른 플레이어들과도 자웅을 겨룰 수 있으니.
아몬드의 팬들 입장에선 자신들이 응원하는 스트리머가 다른 실력자들을 깨부수는 상상을 하며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군.’
물론 아몬드에게는 그것 그대로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패키지 게임을 한 번 더 해볼까도 고민했었다.
패키지 게임은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당황하게 만들지 않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다르다.
아무리 튜토리얼을 잘 만들어놨어도 기본적으로 맨땅에 헤딩이다.
그렇게 불친절하다고 하는 킹덤도 여타 온라인 게임에 비하면 친절한 편일 거다.
이미 게임에 익숙한 ‘사람’과 대결을 펼치는 것만큼 불친절하고, 불합리한 일이 어딨겠는가?
이미 실력과 노하우가 쌓일 대로 쌓인 유저들은 초보자인 아몬드를 절대 봐주지 않고,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다.
‘교통사고가 무섭다고 차를 안 탈 수는 없지.’
망설임은 분명 있었으나.
상현은 또다시 패키지 게임을 하기보단, PVP 게임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전과 경쟁.
스포츠맨으로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이 두 요소를 잘 담고 있는 건 역시나 이런 PVP 게임이지, 패키지 게임은 아니었다.
이제 가상현실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으니, 충분히 도전해 볼 만했다.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그를 흥분시킨다.
“이어서 오늘 2부에 할 게임은-”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게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이게 두려움일까? 아니면 설렘일까?
아무렴 상관없다.
이 떨림 자체를 즐기니까.
“배틀 라지입니다!”
-캬!
-사스가네!
-오오오오!
-아몬드의 배틀 라지라…… 이건 귀하군요. 스으읍.
-존나 기대된다 ㄹㅇ
-할 수 있을까? 킹덤하고는 너무 다른 게임인데.
-아몬드라면 가능!
* * *
배틀 라지(Battle Large).
거대한 섬에 떨어져서 서바이벌을 벌이는 배틀로얄 부류의 게임이다.
이 역시 펑크 사에서 유통하는 게임이며, 파트너 스트리머들의 필수 목록 중 하나에 들어간 메이저 게임이다.
마이너 게임인 킹덤을 다루는 것과는 전혀 다른 셈이다.
아몬드가 새로운 게임에 도전한다는 소식은 실시간으로 커뮤니티에 퍼지기 시작했다.
[속보) 아몬드 배틀 라지로 전향…….] [아몬드 킹덤 빠이…….] [아몬드 킹덤을 버리다.]특히 킹덤 에이지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킹치만에선 더더욱 반응이 뜨거웠는데. 그간 거의 없었던 킹덤 스트리머를 또다시 잃게 된 슬픔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현재 시청자 : 1,921]킹덤 마지막 파트를 플레이할 땐, 시청자가 2천을 거의 돌파하기 직전이었는데.
[현재 시청자 : 1,105]현재는 1천대도 겨우 유지하는 형국이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괜찮아.’
떠나간 900명의 시청자가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상현은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모든 사람을 잡을 수는 없었다. 게임을 변경할 때마다 필수적으로 겪어야 할 위험이었다.
‘도토리묵도 이렇잖아.’
그뿐만 아니라 모든 종합 게임 스트리머들이 겪는 현상이다. 게임별로 시청자 수가 다르며, 어떤 게임의 경우 반 토막도 불사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다른 게임으로 계속 바꾸는 이유는, 그게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킹덤에만 계속 의지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땐 결국 성장하지 못하고 천천히 시청자가 나가떨어질 것이다.
“다운로드가 거의 다 완료됐네요.”
그는 침착하게 막간을 이용해 시청자들과 말을 주고받았다.
게임에 집중할 땐 말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라, 이럴 때라도 입을 놀려야 한다.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은 처음인데. 살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남은 시청자들은 다른 게임에서 아몬드가 활약할 모습이 궁금한 사람들이다.
-배틀 라지 지금 다운받는 중??
-이것도 한 번도 안 해봤어여?
-캡슐 신체 아이디 생성일자를 좀 보셈ㅋㅋ
-아, 뉴비들 아몬드가 뉴비인지 모르네 ㅋㅋㅋ
-뉴아뉴몰ㅋㅋㅋ
그들 중에선 아몬드가 모든 캡슐 게임에 있어서 초보라는 걸 처음 안 사람들도 있었다.
-ㅋㅋㅋㅋ 배틀 라지는 처음하면 빡센데…….
-그러게. 잘하려나?
-당연히 평소에도 하셨던 건 줄 ㅋㅋ
-와, 배틀 라지 뉴비는 진짜 오랜만이다 ㅋㅋㅋ
킹덤은 워낙 게임이 마니악하다 보니, 뉴비가 있어도 이상할 게 아닌데.
게이머들 입장에서 배틀 라지를 난생 처음하는 스트리머는 신선했다. 꽤 메이저 게임이니까.
-기대된다.
-과연 그는 천재인가. 운빨인가.
걱정하는 부류도 있지만, 아몬드가 배틀 라지에서도 어떻게 활약할지 기대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중 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근데 아몬드는 배틀 라지에서도 활 쏘냐?ㅋㅋㅋ
-에이, 설마 ㅋㅋㅋ
-활 챌린지 하느라 활 잡은 거 아녔음? 딱히 컨셉도 아닌 것 같은데.
-뉴비들 모르네 ㅋㅋ 활 챌린지 같은 거 아몬드는 뭔지도 몰라 ㅋㅋㅋ
-ㄹㅇㅋㅋ 그냥 오자마자 바로 활 고름
상현에게 있어 활은 특별한 의미였지만 시청자들, 특히나 최근 유입된 시청자들 입장에선 아몬드는 그냥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다.
아몬드의 영상을 정주행한 사람이 아니라면, 딱히 활에 연관을 짓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그러니, 아마 이때부터일 것이다.
아몬드는 ‘활’이구나, 하고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것이.
* * *
띠링.
[100명의 인원이 모두 모였습니다.] [생존 경쟁이 시작됩니다.]눈앞에 뜬 메시지를 보고, 상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시작이다.’
100명의 인원이 헬기에서 낙하해서 생존을 겨루는 게임.
이제 시작이다.
“후우.”
그는 약간의 긴장감을 심호흡과 함께 뱉어냈다. 첫 게임이니까. 별 기대는 안 한다.
그저 잘 적응할 수 있으면 그만일 터다.
투두두두두……!
군용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어느새 귀를 가득 채웠고, 시꺼먼 시야가 점차 밝아지며, 헬기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발밑으로 펼쳐진 아득하게 높은 풍경도.
“쒯!?”
상현은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났다.
-ㅋㅋㅋㅋㅋ쒯!
-ㅋㅋㅋㅋㅋㅋ 뉴비 커여워
-아몬드 다시 뉴비가 돼버림 ㅠ
-이런 아몬드 간만이구만.
시청자들은 간만에 보는 그의 뉴비스러운 모습에 깔깔댔다.
그러나 여긴 전혀 웃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뭐해! 낙하 준비 안 해?!”
“장난하나! 지금?! 군인이 생존 경쟁에서 뒤로 물러나? 벌써 뒈질 거야!?”
“지금 뒈질 거면 말해! 내가 반으로 갈라 죽여 버리게!”
잠시 망설였을 뿐인데. 온갖 쌍욕이 난무했다.
올림픽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현실감, 그리고 긴장감이었다.
“후아…….”
고작 게임의 시작에 불과한 과정…… 근데 이걸 뛰어내리는 것부터가 상현에겐 고비였다.
‘실제로 보니까 너무 다르잖아……?’
가이드 영상으로 봤던 거랑은 너무나 다른 현실감.
“뛰어! 뛰어! 씨발, 뛰어!”
“뛰어어어어!”
그의 경쟁자들이 다른 헬기에서 마구 뛰어내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사람을 고함으로 밀어버리려는 듯이 소리치는 군인들.
안전바를 잡은 아몬드의 손에 힘줄이 솟았다.
‘질 수 없지.’
경쟁자들을 보니 정신이 든다. 최대한 빨리 떨어져서 무기를 집어 들어야 유리한 게임이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다.
타악!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일단 발을 박찼다.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거센 바람이 그의 안면을 강타했다.
“어러러러러러……!”
뭐라 뭐라 말하려 했으나, 바람이 입을 틀어막아 버린다.
-ㅋㅋㅋㅋㅋㅋㅋ
-레전듴ㅋㅋㅋㅋ
-어러러럴러ㅓ!!!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
공기 저항이 온몸을 때리며 밀어낸다.
시린 공기의 촉감이 손끝까지 짜릿하게 느껴진다.
턱이 얼얼할 정도의 추위도.
‘와, 이거 게임 맞아?!’
킹덤 에이지와는 차원이 다른 다이나믹한 현실감이었다.
-키야.
-공기 좋다아!
-드가자아아!
이거 너무 빠른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촤악!
자동으로 낙하산이 펼쳐졌다.
“으헉.”
낙하산이 반강제로 그의 몸을 들어 올리며 숨통을 조였다.
후우우웅……!
낙하산이 펼쳐졌다해도 속도는 상당했다.
“!”
그는 순식간에 땅에 떨어졌다.
쿵.
“으아악……!”
아주 볼품없게 데구르르 구르는 아몬드. 그간 스트리머 풍선껌의 플레이를 욕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쉽지 않구나.’
착지가 기본인데, 착지부터 어렵다.
-ㅋㅋㅋㅋㅋㅋㄹㅇ 뉴비네
-아몬드의 이런 커여운 모습…… 이건 귀하군요.
-켜워워 ㅠㅠ 데굴데굴 구르는 아몬드
-헐ㅋㅋㅋ
그를 놀리는 채팅들이 올라왔지만. 어찌 됐든 아몬드는 곧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살폈다.
그 말고도 다른 플레이어들 몇몇이 근처에 함께 떨어진 상황이었다.
-으헉!
-놔아!
어떤 한쪽에선 이미 맨주먹으로 싸움이 시작됐다.
상현은 아주 잠깐 벙쪄서 그 촌극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타다다다닥?
어떻게 봐도 자신을 향해서 오는 것이었다.
“저놈 초보야!”
“죽여!”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다. 세 명 같았다.
상현이 데구르르 굴러서 떨어지는 꼴을 보고 초보란 걸 눈치챈 듯했다.
“아니, 빌어먹을 놈들. 초보면 봐줘야지.”
상현은 투덜거리면서도 일단 죽어라 뛰었다.
그리고 폐허 같은 집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쿵.
등으로 문을 틀어막은 뒤.
그는 두리번거리며 무기가 될 만한 걸 찾았다.
왼쪽 오른쪽을 빠르게 훑던 시야가 어느 한곳에 고정됐다.
“!”
선반 위에 컴파운드 보우(Compound Bow)가 놓여 있었다.
‘찾았다.’
양궁 종목 중 하나로도 편제되어 있는, 컴파운드 보우.
그건 현대의 기계식 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