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7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89화
32. 새로운, 익숙한 만남(2)
김치워리어.
그는 나름 경험 많고 노련한 지휘관이다. 여태 지휘관으로서 경험한 전투만 수백 판. 비록 세계적인 레벨은 아니어도, 국내 한정으로는 괜찮은 축에 속한다. 자유대전 세계 랭킹 200위권 안이니까.
그는 실력이 상당히 단기간에 상승했던 사람으로도 유명한데. 그의 아이디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건 국가대항전과 관련이 있다.
김치워리어가 직접 국가 대항전을 참전해 본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딱 3명의 지휘관이 참전하는데 거기에 꼽힐 만한 실력은 아니니까.
단, 그는 국가 대항전 싱크탱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싱크탱크란 국가 대항전을 위한 전략 연구소 개념인데, 스포츠로 따지면 코칭팀인 셈이다.
지휘관이 모든 전투 경우의 수에 다 대비할 순 없으니, 세세한 것들은 이 싱크탱크 팀에서 전략을 짜서 직접 참여하는 지휘관들에게 전달해 준다.
즉, 김치워리어는 실제 국대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과 매우 가깝게 지내면서 별의별 괴물 같은 플레이어들도 만나왔었다.
그런데 오늘, 그간 봤던 사람들과 격이 다른 포텐을 뽐내는 플레이어를 목격했다.
“저 사람 뭔데?”
바로 그가 특임대 대장으로 임명한 검은 머리의 궁수.
“이 정도면…… 형들이 말한 영웅급 플레이어인가?”
흔히 ‘영웅급 플레이어’라고 한다.
전쟁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전투력을 가진 사람들.
바로 저 사람이다.
저 검은 머리의 궁수가 형들에게 도시 전설처럼 들어보던 영웅급의 플레이어가 분명했다.
꿀꺽.
김치워리어는 입맛을 다셨다.
“괜찮은데?”
이제 곧 국가 대항전이다.
한국 서버 특성상 한 명 한 명 인력이 아쉽다.
설령 저 사람이 단순히 운이 좋게 한 판 활약한 것이라도, 일단 붙잡아두고 지켜보면 좋을 것이다.
“찾아보자.”
이 게임 특성상 지휘관은 병사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없으나 찾으려 하면 못 찾을 것도 없다.
특히나 김치워리어같이 노련한 지휘관들은 이런 일에 익숙하다.
타다다다닥.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바쁘게 춤을 췄다.
“누구지. 누구지. 형님. 제발 나타나 주세요.”
우선 김치워리어는 그의 인상착의를 통해서 올튜브 검색을 시도했다.
이 정도 실력자라면 분명 영상이 한두 개쯤 올라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랭크도 S+이거나 아니면 이미 랭커일 텐데.
왜 그동안 몰랐는지 의문이다.
‘사람이랑 섞이길 싫어하나?’
아마 은둔 고수 타입일 거라고 생각된다. 과거에도 선수 영입 시에 이런 타입들을 데려오는 데 애먹은 적이 있었다.
‘예전에 중세 실전 검술이 취미인 재벌집 자제분이 하나 있었지.’
현실과 게임의 영역이 무너져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아무리 게임 실력이 월등해도 길드 간 교류나 대회 출전 같은 걸 매우 꺼린다. 이런 사람들을 영입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형님 생긴 것도 곱상한 게 왠지 불길한데. 재벌 3세 뭐 그런 거 아니야?”
그는 제발 저 궁수가 그런 케이스만은 아니길 빌었다. 그러면 정말 답이 없다.
“아…… 제발…….”
검색 결과를 기다리던 중.
신기한 결과물이 하나 나왔다.
#인기 급상승 7위
바로 올튜브 영상인데.
“……?”
시빌 엠파이어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었다.
[일본이 경악하고 세계인이 충격에 쓰러지는…… (물리)]“이게 왜 나왔지? 검색 오류인가. 광고인가.”
김치워리어는 이 검색 결과물이 단순히 간간이 섞여 나오는 추천 영상이라고 생각했다. 게임 영상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제목이 저런 식이니 말이다.
“참내. 국뽕 영상 다 차단해 놨는데. 왜 이런 게…….”
필요 이상의 애국심 자극 영상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냥 넘기려 하던 찰나……
‘음?’
낯익은 얼굴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형이 왜 여기서 나와.”
혼란스러웠다.
이 인기 영상에 자신이 찾던 그 사람이 떡하니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이 영상의 주인공이자, 채널의 운영자다.
‘아몬드?’
스트리머 이름은 아몬드.
게임 내 닉네임은 아아몬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방송까지 하는 실력자를 그간 모르고 있었다니. 이게 말이 되나?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가끔 이런 일도 벌어지는 법.
그는 일단 메시지를 보내본다.
[김치워리어: 저기요. 아아몬드 님. 이렇게 유명한 분인 줄 몰랐네요. 덕분에 쉽게 찾았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아는 형들이 국가 대항전 준비하시는데. 한번 모시고 싶습니다.]김치워리어는 이 메시지를 보낼 때만 해도 영입이 꽤 수월할 것이라 여겼다.
‘스트리머면 완전 관종이잖아. 당연히 국가 대항전도 참여해 주겠지.’
일단 그가 최악으로 상정해 놨던 재벌 3세 시나리오보다야 스트리머가 훨씬 나으니까.
곧 저 궁수와 함께 국가 대항전을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메시지를 작성했다.
[김치워리어: 이어서 자격 요건입니다. 대체로 다 패스하지만, 그냥 형식상 알려드리는 겁니다.]그는 알지 못했다.
이 형식상 알려주는 자격 요건이 문제가 되리라는 걸.
* * *
한편 아몬드의 방송에선 국가 대항전에 관한 이야기로 뜨겁다.
-참여하실?
-국가대항전 하실 거에요!?!?
-대박이다 국대라니
“당연히 할 수 있으면 참여해 볼게요.”
국가 대항전을 참여할 수 있냐는 질문에 아몬드는 흔쾌히 긍정적인 답변을 내주었다.
-와 국가대표!
-국대 아몬드! 국대 아몬드! 국대 아몬드!
-올림픽 대신 이거라도 ㅠㅠ
시청자들은 그의 결정에 환호했으나.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엠처돌이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국대전 스케줄 개빡센데…… 괜찬?]바로 이 국대전의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
“일단 되는대로 해봐야죠. 기회가 왔으니까.”
아몬드는 그럼에도 해보고 싶었다.
그는 이 게임이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 국가 대항전 참여하면, 국가대표와 비슷한 것 아닌가?
아몬드가 국가대표에 환상이 있다는 건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
그런데─
[김치워리어: 당연히 갖추셨겠지만 형식상 알려드리는 자격 요건입니다. 국가 대항전은 시스템적으로 S+랭크만 참여할 수 있으며…….]“……?”
국가 대표가 되는 자신을 그리던 아몬드의 머릿속에서 ‘와장창’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자격요건 무엇……?
-에스플??
-ㄷㄷ
-하긴 일단 국대 비슷한거니까…….
-와 ㅁㅊ
이미 첫번째 자격 요건에서 아몬드는 미달이었다.
‘어쩌지.’
아몬드는 잠시 침묵한다.
그 뒤로 이어지는 자격 요건은 오히려 아주 단순한 것들이다. 국적 문제라든가, 자신 소유의 캡슐이 있어야 한다든가…….
전문 게이머라면 당연히 갖추는 수준의 것들.
‘그런 것들만큼 당연한 게 S+랭크라는 거야?’
아몬드는 잠시 랭크 창을 살펴본다.
랭크 중에서도 최상위권.
그곳에 S+랭크가 있다.
릴로 따지면 그랜드 마스터~챌린저 정도는 되는 수준. 이런 괴물 같은 랭크가 당연한 곳.
국가 대항전이란 그런 곳이었다.
현재 B랭크인 그가 한 달 뒤에 국가 대항전에 낀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아니, 만약에 낀다 해도 민폐였다.
“아…… 이건 어쩔 수 없네요.”
결국 아몬드는 포기한다.
-ㅠㅠㅠ
-벽이 높군……
-갠차나요 이제 시작인디
-헐 내년 기약? ㅠ
* * *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답변을 기다리고 있던 김치워리어.
띠링.
드디어 그에게 답장이 온다.
[아아몬드: ……저 C랭이라, 아니…… 이제 B랭이네요. 어쨌든 참여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김치워리어는 처음에 아예 이해하질 못했다.
아니, 뇌가 이해하길 거부했다.
‘대체 뭐라는 거야. B랑 C랑…… 내 학점 얘긴가.’
이런 멍청한 생각이 머리를 둥둥 떠다니고. 어느덧 사고가 멈춘 뒤.
“……뭐!?”
탕!
뒤늦게 그 의미를 이해하고는 책상을 치며 벌떡 일어나 버렸다.
“B랭크라고? 아니, 그것도 방금 B랭크??!”
B랭크라니. 이게 무슨 망언인가?
하기 싫으면 그냥 정중히 거절하면 될 것을.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심지어 무기도 조선 각궁을 들고 오지 않았던가? 대체 B랭크 같은 초보자가 왜 그런 무기를 들고 온단 말이야? 분명 거짓말이지.
……라고 생각했으나.
“……진짜잖아?”
유저 데이터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니 정말 B랭크라고 뜬다.
이 사이트가 정확한 건 아니지만. 본인 주장하고도 일치하니 아마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아몬드 방송에 들어가 보게 되는데.
“헐.”
역시 진짜였다.
그는 방금의 게임이 겨우 4판째였다.
“아니, 이게 구라가 아니라 진짜라고?”
어이가 없었다.
저 실력에 S+랭크가 아닐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
“이래서 내가 모르던 거였어…….”
그제야 무심코 넘어갔던 의문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왜 이런 실력자가 스트리머까지 하고 있는데 시빌엠 플레이어들은 알지 못했는지.
“그야…… S랭도 아니니까. 관심이 없지…….”
국가대항전 팀은 S랭 밑으로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아…….”
아쉽다.
탄복하며 이마를 짚던 김치워리어.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잠깐. 이거 오히려 더 천재잖아?”
경력이 얼마 없는데 그런 플레이를 보여줬다니. 이건 분명 천재다.
만약 그가 S랭, 아니, A+랭만큼이라도 경험치를 쌓는다면?
그때의 실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문제는 자격 요건…….”
다만 자격 요건이 문제다.
마음 같아선 S+ 랭크 자격 요건을 낮추고 싶지만, 사실 이 자격 요건은 그가 만든 게 아니라 이 게임 시스템적으로 만든 제한이다. 건드릴 방법이 없다.
방법은 오로지 하나.
한 달 안에 아몬드가 이 게임 랭크 S+를 찍는 것뿐.
“미친 짓 같은데.”
B랭에서부터 S+의 벽을 뚫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겪었듯이 이 게임은 개인의 실력대로 승패가 결정되지 않는다.
지휘관이 누가 걸리냐도 너무 중요하고, 함께 싸우는 수십 명의 동료들도 전부 게임에 영향을 미친다.
그중 단 한 명의 개인이 전쟁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경우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니까 대수의 법칙으로 아주 많은 횟수로 게임을 진행해야 랭크가 실력대로 맞게 간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최소로 잡아도 3개월은 꾸준히 랭크 게임을 돌려줘야 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랭크는 높이 올라갈수록 올리기 어렵다.
“이론상 30연승 하면 한 1주일 안에도 가능하긴 한데.”
스스로 뱉고도 어이없는 조건.
그래도 그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하. 이 방법뿐인 거냐?”
그는 휴대폰을 꺼내, 톡방에 아는 형들에게 아몬드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본다.
[김치워리어: 형들. 내가 점찍은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 B랭크거든. 근데 S+ 랭크로 올려야 국대 포함 가능하잖아. 가능할까?]막상 이걸 텍스트로 쭉 나열하고 나니 참 말도 안 되는 부탁이다.
[곱스피어: 뭔 개소리야. 김치로 싸대기 맞고 싶어?]역시나 이런 반응이 돌아온다.
이어지는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물만두: ㅋㅋㅋㅋㅋㅋ ㅈㄹㄴ] [파스타크래프트: 오타 난 거 아니냐? A+랭크 말하는 거지?]김치워리어는 굳이 답변하지 않고 일단 영상을 보냈다.
그러자 한 10분 뒤.
리더에게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곱스피어: ???]칭찬에 매우 인색한 곱스피어에게 이 정도면 거의 극찬이다.
[김치워리어: ㅇㅇ 그치? 어때? 가능?] [곱스피어: 놉. 불가능.] [김치워리어: ㅠㅠ 실력 좋은거 봤잖아?] [곱스피어: ……]곱스피어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답변한다.
[곱스피어: 한 달간 지옥을 경험할 준비가 됐으면 가능.]김치워리어의 표정이 밝아졌다.
‘일단 해준다는 거잖아?’
그러다가 갑자기 다시 어두워진다.
‘잠깐. 근데 그 사람이 이걸 할까?’
과연 아몬드가 무려 한 달간의 빡센 여정을 참여해 줄까? 저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방송도 잘되는 것 같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