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7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92화
32. 새로운, 익숙한 만남(5)
아몬드의 팬미팅이 진행될 즈음이었다.
지아의 강한 염원이 전달된 것일까?
#실시간 화제 영상 1위
그녀의 영상 중 하나가 게임 카테고리 최상위층을 차지해 버린다.
당당히 1위에 오른 영상은 바로, 위스키의 그림자 무사 영상. 이 영상은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다.
이어서 3위엔 위스키의 ‘믿고 있었다구!’가 등극되고. 아몬드의 피지컬 활약상은 오히려 4위에 머물렀다.
국내 게임 카테고리 랭킹이 느닷없이 일본인으로 도배되어버린 상황.
-국내 올튜브에 웬 왜놈 천지냐
└어허 위스키 사마다. 말을 조심하라.
-리버스 한류 무쳤넼ㅋㅋㅋ
일본에 반감이 있는 시청자는 한마디 하기도 했으나, 대체로 위스키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호감을 보이는 것 같았다.
하기야, 그러니까 이렇게 순위가 높은 것이겠다.
어떤 이들은 이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왜’진
└시밬ㅋㅋㅋㅋ “왜” ㅇㅈㄹ
└“이 왜놈은 진짜다” 맞죠?
└미친놈ㅋㅋㅋㅋㅋ.
└이 왜놈은 진짜닼ㅋㅋㅋㅋ 개막장 로코 영화 같누.
└올여름을 강타할 동경 로맨스 제목이네 딱.
그들은 ‘왜’라는 일본을 뜻하는 한자어를 두고 말장난을 치며.
-이날을 우린 ‘이진왜란’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이진왜란ㅋㅋㅋㅋㅋ엌ㅋㅋ
└어감 개또라이 ㅆㅂㅋㅋㅋㅋㅋㅋ
이 날을 ‘이진왜란’이라고까지 일컬었다.
이 밈은 후에 두고두고 쓰이게 된다.
* * *
“이진왜란이래.”
주혁이 식사 중에 낄낄대며 웃는다.
오늘 상현과 주혁은 간만에 마주 앉아 점심 식사를 하는 중이다.
“이 왜놈은 진짜다가 더 웃긴데.”
사실 둘의 생활 패턴상 아침은 먹을지라도 점심은 거르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오늘은 몸을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날이니 든든하게 먹으려는 생각이다.
“순위가 잘 나오니까 별의별 말이 다 생기는구나.”
“그러게.”
밥을 한술 떠먹으며 띄워놓은 휴대폰 화면을 감상하는 상현.
이젠 꽤나 익숙한 풍경이다.
아침마다 영상 조회 수와 어제 방송에 대한 커뮤니티 반응을 살피는 게 그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니까.
“장난 아니더라. 이번에 아주 느낌이 좋아. 만약에 국가대항전까지 하면 아주 난리 날 거 같아.”
둘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듯, 현재 아몬드 채널에 올라간 모든 영상들은 순위가 상당했다. 짧게 올린 3개의 영상이 전부 실시간 화제 순위 최상위권을 석권했다.
이번에 새로 잡은 영상 컨셉이 잘 먹히고 있다는 증거다.
“한동안 일본이 고생 좀 하겠다.”
주혁은 영상 제목들을 보고 피식하며 중얼거렸다.
이런 컨셉이 현재 먹히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지아가 계속해서 영상을 쏟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때마다 제목에선 애꿎은 일본이 두들겨 맞아야 할 터다.
“어쨌든 위스키가 큰일 해줬네. 게임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트리플 히트에 하나는 1등이라니.”
“그렇지.”
아몬드는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우연히 마주쳤던 일본인 궁사, 위스키.
처음에 그가 달라붙는 게 부담스러워 최대한 피하려 했던 게 기억난다.
‘큰일 날 뻔.’
자칫 계속 피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위스키는 단순히 아몬드의 게임 플레이를 수월하게 해줬을 뿐 아니라, 영상까지 전부 흥하게 만들어준 1등 공신이었으니.
뭔가 고맙다는 말이라도 전달해야 할 것 같은데.
‘친추라도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던 상현은 불현듯 뭔가 생각난다.
“아 맞다. 나 방송 켠다.”
그렇다. 그는 오늘 야외 방송을 하기로 했다. 이 또한 팬미팅을 위한 이벤트이다. 어떻게 보면 팬미팅 전 일종의 준비 운동이라 할 수 있겠다.
상현이 간단한 셀카봉처럼 생긴 촬영 장비를 들었다.
그러자 주혁은 당황한다.
“아니. 지금 바로?!”
“지금부터 켜야지. 팬미팅 가는 과정이랑 준비하는 과정도 다 찍기로 했잖아.”
“나, 나 옷이라도 제대로 입고…….”
후다닥.
주혁은 얼른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 * *
나와보니 이미 상현은 방송 중이다.
“아. 네. 여기가 집입니다. 지금 그냥 잘 때 입는 옷이요. 이게 잘 어울린다구요? 10만 원 감사합니다. 얼빠 님.”
키자마자 10만 원이 들어와 버렸나 보다.
“어. 저기 매니저님이 나오네요.”
휙.
상현이 카메라를 돌려 주혁을 비췄다.
카메라에 대고 직접 소개하는 건 처음인지라, 시청자들이 신기해한다.
-오오옼ㅋㅋ 무테간지 ㄷㄷ
-네놈이 그저께 내 목을 쳤던 그놈이구나!
-와 호두다!
-어? 저분 광고에 나왔던 분 아님?ㅋㅋㅋ ㄹㅇ 매니저였엌ㅋㅋ
-매니저도 훤칠하누.
상현은 입 모양으로 ‘인사’라고 한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시키듯 하는 태도에 주혁은 잠시 어이가 없었으나. 이내 안경을 고쳐 쓰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제가 호두입니다.”
-호실직고 ㅋㅋㅋ
-엄마! 넛츠펑크는 진짜라니까!? 엄마! 넛츠펑크는 진짜라니까!? 엄마! 넛츠펑크는 진짜라니까!?
-호두요? 전 얼라인데.
-호두는 실존한다! 호두는 실존한다!
스스로를 호두라 칭한 주혁의 발언에 시청자들이 과열됐다. 자신들이 만든 밈을 당사자가 쓰면서 어울려주는 걸 좋아하는 것이다.
다만 주혁은 단호하게 말하며 사태를 끝맺었다.
“도배하지 마세요.”
매니저다운 발언에 시청자들이 또 즐거워한다.
-ㅁㅊㅋㅋㅋㅋ
-매니저 (물리)
-지금 누구 앞에서 도배를 하는 것이야?
-맞다 매니저였엌ㅋㅋ 엌ㅋㅋ
‘어우 부담되네.’
일단은 반응이 좋지만, 주혁은 끝도 없이 올라가는 채팅을 보며 울렁거림을 느꼈다. 카메라 울렁증이 이런 걸까?
아니, 어쩌면 카메라 울렁증보다 심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날 평가하고 떠들고 있으니 말이다.
‘이걸 맨날 하고 있구나.’
주혁의 시선이 슬며시 상현에게로 향한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표정.
옆에서 지켜보는 것과 직접 하는 건 엄청난 차이였다. 새삼 상현이 대단해 보인다.
툭. 툭.
그때 상현이 주혁을 건든 후. 입 모양으로 묻는다.
‘왜 말 안 해.’
주혁에게 계속 질문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둘이 언제부터 친구?
-근데 호두도 아성 출신?
-둘이 룸메임?ㅋㅋㅋ
“아, 네. 회사에서 만났구요. 룸메입니다. 제가 얹혀사는 거죠. 여긴 상현이가 할머니랑 같이 살던 집이고요. 네. 저도 아성 다니던 거 맞아요.”
-원래 집은요?
-아성맨이 둘이나?! ㄷㄷ
-넛츠펑크 스펙 컷트라인 무쳤다…….
주혁의 안경 위로 스르륵 올라가는 채팅이 비춘다.
‘아무래도 더 이상 하기는 힘들겠어.’
계속 질문에 답을 하는 식이 될 수는 없고. 어차피 얼굴만 비추는 소개다.
그는 이미 후원된 질문들에만 간단하게 대답한 뒤. 카메라를 넘긴다.
“집은 나왔어요. 그냥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서요. 네. 오늘 팬미팅도 제가 준비했습니다. 예능이요? 들어온 건 몇 개 있는데…… 어지간하면 인방에 집중하는 게 좋아 보여서요. 자, 이제 상현이한테…….”
애초에 이건 상현의 방송이고, 그의 역할은 서포트다.
‘휴.’
카메라가 상현에게 넘어가자 그는 한시름 놓으며 숨을 고른다.
“네. 지금까지 호두였습니다.”
상현은 덤덤한 표정으로 주혁을 호두라고 소개해 버린다.
-엌ㅋㅋㅋ 오피셜이냐고
-견피셜) 매니저가 호두다. 본인의 것은 없음.
-대리 호두 ㅋㅋ
상현은 그들의 반응에 피식하고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제 정말 팬미팅 준비하러 출발할게요. 아. 그전에 저 옷 좀.”
[WackJassey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카메라도 같이 들고 가는 건가요?]“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
음?
낯익은 시청자 이름. 주혁과 상현의 눈이 마주친다. 둘 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제시?’
시빌 엠파이어에서 아몬드를 도와줬던 유저, 제시와 닉네임이 같다.
하지만 이런 방송에서 일부러 누군가를 흉내 내는 건 흔한 일이다.
“웩제시 님. 일단 만원 감사합니다.”
-헐 설마 찐임?
-제시 누님???
-짭이지 ㅅㅂㅋㅋㅋ
그 이후로 웩제시로부터 다른 후원은 없었다.
“그럼 갈아입고 출발할게요.”
* * *
팬미팅 장소인 치맥집.
테이블을 옮긴다거나 하는 큰 일은 이미 다 끝나고, 소소한 소품들 어디에 달고말고 정도의 잡일만 남은 시점.
“여기로 가야 될 것 같은데요.”
“여기요?”
“네. 아…… 아니. 좀 더 왼쪽이요.”
아몬드도 그 사이로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며 일을 도왔다.
-와 ㅋㅋㅋ 넘 기엽다.
-아몬드 풍선 대박.
-헐 풍선 나도 줘 ㅠㅠ.
덕분에 사람들은 팬미팅이 어떤 식이 될지 미리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는데.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일단 아몬드 모양의 풍선이다.
“아. 네. 저 풍선 귀엽죠? 플래너님 아이디어였어요.”
상현은 일에 참여하기보단 현장 곳곳을 다니며 방송과 홍보에 집중했다.
“참고로 플래너님은 저 이브닝 와이드에 써주셨던 장 피디님이 소개시켜 줬어요.”
-방송 인맥 ㄷㄷ.
-메이저 채널 피디가?? 와.
-이게 월클?! 이게 월클!?
중간중간 지아와 주혁, 장소를 대여해 주신 주인장에게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 네. 상현 씨 사원 시절부터 여기에 자주 오셨어요. 여기 분위기상 아무래도 회식보단 둘이서 상사 뒷담 까러…….”
-엌ㅋㅋㅋ.
-설마 올라인드 나왔던 “그 부장?”ㅋㅋ.
-ㅁㅊ ㅋㅋ.
-갑자기 폭로.
상현은 카메라를 다시 휙 돌려버렸다.
“아, 예. 뭐…… 그랬던 곳이구요. 여기 사장님께서 대여를 싸게 해주셔서. 여러분에게 더 많은 치킨을 사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얘들아~ 사장님 잘먹겠습니다. 해야지!
-감사합니다~~~
-난 못 가는데ㅜ
이제 준비가 끝나고. 오픈 시간을 30분 앞두고 있다. 이제 곧 팬들을 맞이할 시간이다.
상현은 사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방송을 더 진행했다.
“여러분들 오면 여기서 사인받고 지정석에 앉으시면 돼요.”
팬미팅 직전이라 그런지. 팬미팅에 관한 후원이 늘었다.
[나니좌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뒤에 다트장이 양궁장으로 바뀐 거 맞나요? ㅎㅎ 대박]눈썰미 좋은 누군가가 치맥집의 다트장이 간이 양궁장으로 바뀌어있다는 걸 눈치챘다.
“아. 네. 1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다트장에 양궁 과녁 놓은 거 맞아요. 활도 있습니다. 이거는 제 양궁부 동기인 동수가 해줬어요. 일산이랑 가평에서 양궁 카페 ‘발리스타’ 크게 운영하고 있거든요. 많이 가주세요.”
-또 광고;ㅋㅋ
-속았어! 이건 광고잖아!
-바리스타가 아니라 발리스타 ㅋㅋㅋ
“루비소드 님. 10만 원이나 후원 감사합니다. 물론 알려드리죠.”
-그러고 보니 루비좌 오나?
-루비 님 금수저 핵미모라는 데 내 손모가지 검.
-와 개부럽다 ㅠㅠ
-루비 님 방송 나오는 거??ㄷㄷ
-루비 님 사실 마동석임. 그리고 저건 아몬드 심장 터뜨린다는 말임 ㅅㄱ.
그간 수많은 후원을 했던 루비소드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오갔다. 그럴 만도 했다.
‘어떤 사람이려나.’
매번 가장 먼저 후원하고,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송을 보는 팬이다.
루비소드의 실체는 상현도 궁금할 지경이다.
그러던 중 다음 후원이 왔다.
이 역시 실체가 궁금한 사람 중 하나긴 했는데, 오랜만에 보는 인물이다.
[잰슨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와 형! 저 지금 첫 번째 대기로 줄 서 있어요! 너무 떨려요! 잰──슨!]-배틀라지에 나왔던 빌런 아님? 도랏낰ㅋㅋ
-ㅁㅊ 저 새끼 설마 진짜 걔임??
-빌런이 첫 번째 줄 ㅋㅋㅋㅅㅂ
-저격 실력 하나는 원탑이넼ㅋㅋㅋㅋ
-잰──슨 ㅇㅈㄹ ㅋㅋㅋ
사칭일 수도 있지만…….
굳이 잰슨을 사칭할 이유는 없을뿐더러, 문 밖으로만 나가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걸 굳이 거짓말했을 리가 없으니 아마 진짜겠다.
“아…… 진짜 잰슨 님인가요? 엄청 빨리 오셨네요. 파워슈트 입고 오셨나…….”
-루비소드랑 온도 차 무엇 ㅋㅋㅋ
-파워슈틐ㅋㅋㅋ
-아몬드한테 한 대 맞을 각인뎈ㅋㅋ
사람들은 상현이 잰슨이 온 걸 싫어해서 표정이 굳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어찌 됐든 그도 팬으로서 참여한 것이니 오히려 반가울 따름이다.
‘벌써 줄을 섰다니.’
얼굴이 굳은 건 긴장 탓이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긴장하는 내색 없이 완벽한 화살을 날리는 그가 지금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식은땀이 흐를 정도다.
‘왜 이러지.’
상현 본인조차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는 상황.
밖에 팬들이 이미 와있다는 생각에 심장 박동이 멈추지 않는다.
그는 잠시 사인 테이블에서 일어난다.
‘잠깐만 볼까.’
본래 미리 봐선 안 되지만, 줄을 섰다는 말에 궁금함 반 걱정 반에 입구 쪽으로 가본다.
‘안 보이는데.’
아래쪽은 전부 불투명 유리라, 밖의 상황이 잘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그는 살짝 문을 열어 고개를 내밀어보는데.
끼익.
“……!”
이내 눈이 휘둥그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