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7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95화
34. 내 직업(1)
김치워리어, 곱스피어, 물만두.
이렇게 셋은 드디어 아몬드의 팬미팅 현장에 도착했고.
“이…… 이게 뭐냐?”
당황스러운 장면을 목격한다.
“이 사람 정상인 거 맞지?”
옆에 있던 곱스피어가 떨떠름하게 묻는다.
내가 이런 사람을 영입하려고 여기까지 왔나.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 저, 정상…… 이었는데?”
김치워리어도 아몬드의 방송을 자주 본 건 아니라, 확실하게 말하진 못한다.
“분명 정상이었어! 이 사람!”
그가 삿대질을 하며 괜히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엔 공갈 젖꼭지를 물고 있는 채로 사진을 찍고 있는 아몬드가 있다.
“와하하! 개귀여워!”
심각해 보이는 곱스피어와 김치워리어의 표정과 달리 물만두는 신나서 웃어댔다.
“아아가잖아. 아아가.”
“……?”
그녀의 말에 김치워리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너…… 아몬드 알아?”
“……아, 아니. 그냥 커뮤에서 본 거야. 커뮤에서.”
물만두는 아몬드를 모른다고 했었는데. 방송도 한 번 본 적이 없다고. 그런데 어떻게 그의 방송 밈을 알고 있는 걸까.
‘어쩐지 귀차니즘 쩌는 애가 막무가내로 찾아가자고 하더라니.’
아무리 쿠키의 명령이었다고 해도, 물만두가 지나치게 적극적이었다는 걸 기억해 낸 김치워리어.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는다.
“그나저나 이 사람 인기 디~~게 많다! 그치?!”
물만두는 화제를 얼른 돌리려는 듯 말한다.
“아, 어…… 그러게.”
그녀의 시도는 제대로 먹혔다.
김치워리어와 곱스피어는 넋 놓고 여기에 모인 인파를 바라봤다.
치맥집 2층까지 꽉 들어찬 건 물론, 밖에서 전광판을 구경하고 가는 사람들도 수십, 아니, 어쩌면 백 가까이.
‘게임 스트리머가 이런 인기라니.’
이들도 한 게임 안에서 꽤 고수인 편이다 보니 방송을 해본 적이 있다만 당연히 망했다.
방송이라는 게 게임 잘한다고 그냥 잘되는 게 아니고, 게임 스트리머는 잘나가도 막상 현실에선 그리 많은 관심을 못 받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렇기에 한 스트리머가 팬미팅에서 이 정도 인파가 몰리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김치워리어와 곱스피어는 누구보다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유명한 사람은 아닌 것 같던데…… 대단하네.”
“충성 팬이 많은가 보다. 물만두처럼.”
갑자기 물만두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누, 누가 팬이야!? 나도 어제 누군가 궁금해서 본 건데!”
물만두는 열심히 변명했으나, 김치워리어와 곱스피어에겐 들리지 않았다.
“!”
그들의 시선은 이미 다른 여성이 강탈해간 지 오래다.
“와…….”
모델과 같은 비율에 세련된 옷차림. 기다란 핑크색 머리. 그냥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절로 고개가 휙 돌아가는 아우라다.
분명 범상치 않은 일을 하는 사람 같았다.
그 일이 뭔지, 김치워리어는 알 것 같았다.
“미호 아냐?”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꼈지만, 애초에 뒷모습만으로도 특정이 가능한 사람인지라. 단박에 알아보는 모습.
“미호? 그게 누군데.”
곱스피어는 세상만사 관심이 없는지라 모른다.
“모델이야. 모델. 광고에서도 나와서 형도 보면 알걸.”
김치워리어가 어떤 게임 광고를 보여주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와. 씨…… 오길 잘했다. 저 사람은 왜 왔지?”
“설마 팬미팅에 오나?”
“에이. 미호가 더 유명할 텐데?”
김치워리어는 고개를 젓는다.
그는 최근 미호 방송을 본 적이 없어서, 그녀가 아몬드와 친분이 생겼다는 걸 알지 못했다.
가장 최근 본 방송이 거의 6개월 전이니까.
그때는 아몬드가 아직 아성에 다닐 때이다.
“저기로…… 가는데?”
역시나 미호는 아몬드의 팬미팅 장소로 거침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녀는 아몬드 팬미팅으로 가고 있다.
“이럴 수가.”
적잖이 충격을 먹은 듯한 얼굴의 김치워리어와 곱스피어.
그는 그제야 아몬드와 미호를 연달아 검색하고 중얼거린다.
“아몬드…… 이 지상 최악의 쓰레기 자식 영입해야 되냐?!”
“오, 오빠가 영입하자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 진정해! 안에까진 안 들어갔어!”
물만두가 옆에서 그를 진정시킨다만, 목소리를 듣자 하니 그녀도 딱히 진정된 상태가 아니었다.
어찌 됐든 그녀의 말대로 미호는 선글라스를 쓴 채로 주변만 슬쩍 살폈을 뿐. 치맥집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물론 서성이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하기엔 충분했다.
아무리 가리고 다녀도 미호는 미호다.
“미호 님이다.”
“와.”
“뭐지? 게스트?”
그러던 중, 치맥집의 유리문 안쪽에서 누군가 급하게 튀어나온다.
“미호 씨?”
주혁이다.
마침 잠시 화장실을 가던 중 창밖이 소란스러운걸 눈치챈 것이다.
“여기까진 어쩐 일로…….”
“아. 저 그냥 가던 길에 제 매니저가 여기서 아몬드 님 팬미팅을 한다지 뭐예요?”
미호 옆에 있던 남자가 허허 웃으며 끄덕였다.
“아, 예. 예. 제, 제가 말씀드렸죠. 두 분이 친분이 있으신데…… 시, 신기해서…….”
“……예? 아, 여기 근처에 스케줄이 있으셨구나.”
주혁은 대충 웃어넘기며 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지금 상현이가 나오기가 좀…… 버거운데. 이거 어떡하죠?”
팬들을 위한 자리다 보니 팬들과의 만남이 최우선이다. 갑자기 아는 사람이 왔다고 뛰쳐나갈 수는 없는 노릇.
‘심지어 상대가 이성이면 더 안 되지.’
미호 같은 경우엔 자칫하면 이상한 소문이 돌 여지가 농후하다.
“아. 나오실 필요 없어요. 진짜 그냥 지나가다가 구경. 구경. 하하.”
미호는 배시시 웃으며 그냥 넘기는 듯했다.
“그러나~~”
그런데, 그녀는 매니저와 함께 뭔가를 내밀었다.
꽤 묵직한 상자다.
“……어?”
“빈손으로 올 순 없으니 가져왔죠! 저기 뒤에 백화점에서 사 왔거든요.”
쿠키 세트였다. 아무래도 100명이 먹을 수 있을 법한 양이다.
“이, 이런 걸 다…….”
“디져트로 드세요. 하하. 아. 그리고 저 매니저 구했어요. 보면 아시겠지만…….”
“아, 네.”
주혁과 미호의 새 매니저는 어색한 눈웃음을 주고받았다.
새 매니저는 덩치는 꽤 큰데 순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얼굴은 전혀 아니지만, 뭔가 풍기는 분위기가 주혁이랑 비슷했다.
‘그러고 보니 나한테 매니저 해달라고 했었지.’
주혁은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회사를 차릴 수 있는 입장이었다면, 별 고민 없이 수락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경력도 안 되거니와, 상현 하나라도 벅찬 상태다.
‘미호는 꽤 수익성이 좋은 스트리머인 데다가, 다방면으로 활로를 뚫어줄 수 있는데.’
미호가 회사에 들어오면 일단 좋은 점은 그녀가 모델 씬에서도 활동 중이라는 점이다.
즉, 미호를 이용해 광고 쪽 활로를 뚫기에 굉장히 용이해진다.
상현이 아무리 이미지가 좋고 스트리머로 잘나가게 돼도. 광고를 받으려면 일단 광고주들이 그를 알아야 하는데.
그런 루트를 미호를 통해 자연스럽게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가수가 생기면 그 소속사 다른 가수들을 한번 살펴보듯이, 광고주들도 똑같다.
모델이 괜찮았다면 그 회사 모델을 살펴본다.
그러다가 아몬드가 눈에 띄면?
바로 발탁되는 거다.
“와. 헐. 지금 저거 뭐예요!?”
미호가 갑자기 치맥집 광고 전광판에 나오는 아몬드를 가리킨다.
그는 현재 공갈 젖꼭지와 턱받이에서 벗어나, 잰슨과 파워슈트를 입고 ‘잰──슨’을 외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잰슨?”
“아…… 그, 말하자면 좀 길죠. 예.”
주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흐렸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잰슨의 역사를 단박에 설명하기엔 주혁의 언변으로도 역부족이다.
“그래 보이네요.”
그녀는 다시 한번 파워슈트 입은 아몬드의 어색한 사진을 힐끔거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저 이제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미호는 빠르게 인사 후 도망치듯이 후다닥 사라졌다.
주혁은 그녀가 도로변에 있는 밴에 올라타 사라지는 모습까지 지켜본다.
“……진짜 가셨네.”
그녀가 정말로 사라지고 나서야 안심하는 주혁.
아마 이상한 얘기가 나올까 봐 걱정한 모양인데, 그녀의 등장은 너무 짧았기에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심지어 그녀가 왔었다는 사실도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었는데.
의외의 인물들이 그걸 기억하게 된다.
“와, 씨…… 주, 주혁이냐?”
“!?”
과거 주혁의 직장 동료들이다.
“너, 너 방금 저 아가씨랑 이야기한 거냐? 어?”
“헐. 김 대리님. 아니, 주혁 씨. 미호랑 아는 사이야? 헐…….”
갑작스러운 만남에 주혁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도 그는 상현의 전광판을 체크해 보는데.
‘다행히 공갈 젖꼭지랑 파워슈트는 벗었군…….’
아몬드는 지금 우연찮게 매우 정상적인 상태로 팬이 가져다준 취두부맛 아몬드를 먹고 있었다.
-엌ㅋㅋㅋ
-저딴게 왜 존재하는데
-이건 아몬드도 못참짘ㅋㅋ
-ㅈ두부 쉣……
신나하는 채팅들이 마구 올라오고 아몬드는 오만상을 찌푸린다.
그걸 아성의 전동료들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상현이 맞다니까?”
“와, 진짜네. 얘기만 들었지. 이렇게 본 건 처음인데. 인기 대박…….”
“역시 다른 데 재능이 있었네.”
그들이 한마디씩 하는데, 모여 있던 군중들 속에서 이런 수근거림이 섞여 들려온다.
“근데 저 사람들 아성 직원 아니야? 아몬드 지인들인가 봐.”
“헐 진짜?”
“근데…….”
그때 주혁의 귀에 팍 꽂히는 한 팬의 중얼거림.
“쟤네 별로 사이 안 좋지 않아?”
별로 큰 소리도 아니었는데.
정말이지 누가 쑤셔넣은 것처럼 머리 안에 울렸다.
‘이런…….’
그는 식겁하여 전 동료들을 떠밀며 말했다.
“그…… 일단 따로 가시죠.”
주혁은 일단 더 소란스러워지기 전에 다른 장소로 옮겼다.
여긴 너무 사람들이 많다.
* * *
“후우. 여긴 좀 조용하네요.”
잠시 인파가 많던 곳에서 빠져나와 따로 이야기를 하게 된 주혁.
‘일단 데려 나오긴 했는데. 뭐라 하지?’
그는 자리를 피한 것일 뿐.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냥 대충 질문을 던졌다.
“그…… 1팀한테 얘기 못 들었어요?”
1팀이 본래 상현이 속해 있던 곳이다.
지금 이 동료들은 3팀으로. 사실 주혁이 더 오래 속해 있던 곳.
아마 정보의 격차가 있을 터다.
“……듣기야 했지. 스트리머라는 거 한다고.”
과장이 턱을 긁적이며 말한다.
“근데 넌 여기서 뭐 하는데? 어디 이직은 했고? 어떻게 연락을 아예 안 하냐.”
‘!’
이런.
주혁은 당황했다.
‘그러고 보니…….’
일단 빠져나오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해서 순간 생각 못 했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거.
필연적으로 이런 질문이 나올 거라는 거.
“오. 그러고 보니 주혁 씨. 어디로 이직했어? 사실 나도 이직할까 고민 중…….”
“야. 너 상사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다.”
“꺄하하! 회사원들이 다 그렇죠 뭐!”
“근데 김 대리님. 상현 씨랑 친해서 놀러온 거죠? 오늘 오프신가 보다.”
“워…… 지인 찬스? 부럽다~”
이들은 당연히 주혁이 여기서 뭐 하는지도 모른다.
주혁은 얼어붙어 버렸다.
그는 혹여나 아버지 귀에 들어갈까 굳이 동료들에겐 현재 삶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게 아니잖아.’
아니다.
아버지 핑계는 그만 대기로 하자.
사실 아버지의 시선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이 어떻게 볼지 아니까…….’
매니저 일을 한다는 거. 심지어 유상현의 매니저 일을 한다는 걸 다른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눈에 선하니까.
금수저, 엘리트, A급 사원으로 분류되며 늘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가 갑자기 골칫덩어리 사원이었던 유상현의 매니저를 한다니.
뭐라 할지 눈에 선하다.
그래서 구태여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다.
그가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회사를 차리기 전까진. 번듯한 뭔가를 마련하기 전까진……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제길.’
요즈음 흔히들 말한다.
자존감이 높으면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폐지 줍는 일을 해도 당당하다고.
그러나 주혁은 알고 있다.
자신은 그런 인간이 아님을. 그런 세계에서 살아오지 않았음을.
‘아무리 신경 안 쓰려고 해도, 저들이 신경 쓸 테고. 난 결국 그게 신경 쓰여.’
인간은 타자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오랜 깨달음. 주혁은 인정하고 사는 편이다.
그렇기에 지금 창피하다.
정말 억울한 건, 주혁은 사실 일 자체에는 아무런 불만도 없다는 거다. 어디 가서 자신을 매니저라고 소개하는 것에도 별달리 거부감이 없다.
아성 동료들이 알게 되는 게 싫을 뿐이다.
얘네들만 아니면 되는데!
‘미호 보고 나온 게 잘못인가.’
그냥 안에 잘 박혀 있을걸. 이 정도 만남은 예상했잖아? 그래서 안 나오고 있었던 거잖아?
이젠 별 상관도 없는 일까지 탓하게 되는 주혁.
‘하아. 머리 아프네.’
그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생각이 많아진다.
“와, 나도 상현 씨랑 조금 친해질걸.”
“이거 아무나 들어가는 건 아니지? 주혁이가 상현이랑 그렇게 친했던가?”
아무것도 모른 채 떠들고 있는 저들의 목소리가 페이드 아웃 되듯 멀어졌다.
머릿속에 온갖 쓸데없는 것들이 가득 차버리고, 그것들이 한데 뭉쳐 이런 질문으로 태어났다.
‘굳이 매니저라고 말할 거야?’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비웃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과장이 다시 한번 묻는다.
“야. 주혁아. 요즘 무슨 일 해? 아까 그 아가씨는 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