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38화
14. 게임 전환(3)
두근─
그 활을 만지는 순간, 상현의 심장이 뛰었다.
‘진짜 간만이다.’
컴파운드 보우(Compound Bow).
일반 대중들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여러 매체에 등장하기도 했었고 양궁의 종목 중 하나로도 편제되어 있다.
다만 올림픽에는 그 종목이 나와 있지 않을 뿐이다.
활 자체에 관심이 많았던 아몬드는 컴파운드 보우도 당연히 다뤄본 경험이 있다.
‘이걸 여기서 쓰게 될 줄이야.’
멈춰 있는 과녁만을 향해 쏘던 그 활을 지금 이 서바이벌 게임에서 쓴다니.
설렘과 흥분이 끓어오른다.
-뭐해! 빨리 집어요!
-그냥 샷건 찾아보는 게 나을 듯?
-ㄴㄴㄴ 당장 쫓아오니까 별수 없음
잠시 옛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외부 계단을 올라가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쿵, 쿵, 쿵!
적들은 2층에서부터 처들어와 아몬드를 죽일 생각이다.
-비겁한 놈들ㅋㅋㅋ 초보자라고 다굴 때리누
-ㄹㅇ 혼내주자
-신고 넣어도 되는 거 아님?
-ㅂㄷㅂㄷ
꽤나 억울한 상황이지만. 낙하산에서 이상하게 떨어지면서 얕보인 게 잘못이니 별수 없다.
탁─
아몬드는 군말 없이 컴파운드 보우를 챙겼다. 그러고는 계단이 보이는 방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고, 숨소리도 잦아든다.
툭…… 툭…….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적들이 무기를 갖고 있을까?
하다못해 권총이라도 있다면 아몬드가 더 불리한 상황일 수 있다. 적은 셋이니까.
툭…… 툭…….
발소리가 점점 크게 다가온다. 마침내 계단을 내려오는 발 하나가 보인다.
스릉──
예리하게 갈린 쇳소리.
‘칼이구나.’
아몬드는 안도했다.
처음 내려오는 적은 사냥용 칼을 들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총기류는 판단을 서둘러야 했겠지만, 칼이라면 괜찮다.
두 번째 사람까지 내려오면 그때 처치해도 늦지 않다. 어쩌면 저 셋이 싸움이 날 수도 있는 거고…….
툭. 툭.
그러던 중, 두 번째 사람이 계단에서 등장했다.
“!”
그는 권총을 들고 있었다.
기리릭──
아몬드는 더 볼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세 번째 사람의 발이 보이기 시작하고, 두 번째 사람의 머리가 드러났을 때.
피융!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푹!
정확히 머리 한가운데에 꽂힌 화살.
화살이 어찌나 세게 날아갔는지, 놈은 화살을 맞고 반대편 벽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까지 내었다.
쿵──
[아몬드 → 키아누리버스] [처치하였습니다!] [99/100]-캬아아아!!!
-주모오오오!
-이게 조선의 활이다 새끼들아!
-에임 조땐다
-와우…….
-한 방에 헤드샷 ㅋㅋㅋㅋ
-뚝배기 없으면 아몬드 앞에 나오지 말라고!
-주모! 여기 얼큰~하게 뚝배기 하나 말아줘!!
배틀 라지에 들어와서 처음 쏘는 샷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깔끔한 헤드샷이었다.
“어!? 뭐야!!”
“미친…… 화살!”
그제서야 알아챈 나머지 둘.
뒤늦게 제대로 된 전투 자세를 잡는다.
놈들 중 한 명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아몬드가 있는 방향이다. 화살이 꽂힌 방향을 보고 추적한 것이다.
“저쪽─”
─푸욱.
그는 말을 다 끝맺지 못한 채 앞선 동료와 똑같은 포즈로 쓰러졌다.
털썩─
[아몬드 → 케이푸드] [더블 킬!] [98/100]이제 남은 건 칼을 들고 있던 남자 하나뿐…… 이었는데, 그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었다.
타다닥.
급하게 울려 퍼지는 발소리.
상대가 도망친 것이다.
아무래도 무장이 칼뿐이었으니,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
“도망……? 쫓아가야 하나.”
아몬드는 조금 당황했다.
이 게임의 본질이 싸움이 아니라 생존임을 잠시 망각한 것이다.
-엌ㅋㅋㅋㅋㅋ
-서바이벌 게임이자너~
-꼭 다 죽여야 하는 건 아님
-쫓아가! 무조건!
-죽어도 쫓아가아아!
-애들 미쳤눜ㅋㅋㅋㅋ
사람들은 당연히 쫓아가길 바랐다.
악질 티밍으로 초보자를 죽이려 했던 놈들이니, 응징을 해줘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면 가 보죠. 멀리 가진 못했을 겁니다.”
아몬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슬그머니 방을 나왔다.
쾅!
그때였다. 건너편 방의 문이 활짝 열린다. 상대가 아몬드와 똑같은 컴파운드 보우를 든 채 튀어나온 거다.
‘기다리고 있었어?’
도망은 훼이크였던 모양이다.
기리릭─
서로 같은 무기의 시위가 당겨졌다.
피융!
먼저 놓아진 건 아몬드의 활시위다.
푹!
[아몬드 → 테이스트카우] [트리플 킬!] [92/100]플레이어 머리에 시원하게 구멍이 뻥 뚫렸다.
털썩─
그 시체 위를 지나가며 아몬드가 피식 웃는다.
“똑같이 따라 하면 될 줄 알았나 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게 좋아 보였나 봄ㅋㅋㅋ
-저놈도 초보인가 본데 ㅋㅋㅋ
-티밍 박살 내는 거 개쩐다
-쟤넨 왜 티밍을 한 거임 대체 ㅋㅋㅋㅋ
-리듬파워 같은 놈들일세…… 그냥 흩어지면 살 것을…….
아몬드도 왠지 상대도 초보 같다고 느꼈다. 물론 아몬드처럼 게임을 몇 판 해보지 않은 초보는 아니고, 오히려 그보다 더 딱한 경우다.
‘그냥 못하는 사람인가…….’
많이 했어도 못하는 사람들.
그게 지금 아몬드의 매칭 MMR에서 나오는 플레이어들의 수준이었다.
그러니 생초보인 아몬드를 상대로 티밍까지 해도 이렇게 트리플 킬을 헌납하는 거다.
대충 수준을 파악한 아몬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거 왠지 자신감이 조금 솟네요.”
몸이 풀렸다.
이제부터 제대로 본 실력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파밍이란 걸 좀 해볼까요?”
* * *
셋을 죽이고 독차지한 집이다.
그는 마음껏 구석구석을 뒤져가면서 아이템을 수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작은 집이라 그런지, 별로 주울 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그가 주운 건 붕대 몇 개와 에너지 드링크가 전부였다.
“일단은 그냥 나가야겠죠?”
-ㅇㅇ 나가서 파밍해야 함.
-방어구라도 찾아야 해
아무래도 이 집에서 더 얻을 건 없는 듯하다.
이동해야 한다.
‘곧 블루존이 오려나.’
한자리에서 계속 숨어서 사람들이 죽기를 기다린다면 유리하겠지만.
그런 플레이를 방지하는 시스템이 있다.
바로 블루존.
[30초 후 블루존의 크기가 줄어듭니다!]블루존이라는 것이 맵 전체를 감싸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 때마다 점점 줄어든다.
키이이잉─
기묘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몬드는 곁눈질로 시야 한쪽에 뜬 맵을 확인했다.
이 블루존 바깥으로 나가면 연속적으로 대미지를 입고 결국 죽게 되기에, 줄어드는 방향에 맞게 이동해야 한다.
‘위치가 별로 안 좋네.’
미니맵을 보니 블루존이 줄어드는 방향이 아몬드에겐 불리했다.
아몬드는 얼른 자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창밖에서는 이미 오토바이를 구해서 이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서둘러야겠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니 아몬드도 마음이 급해져 얼른 밖으로 나갔다.
* * *
바깥으로 나가니, 황량한 사막이 아몬드를 맞이했다.
어디 하나 몸을 숨길 곳은 별로 없는 듯한 맵이었다.
아몬드는 맨몸에 컴파운드 보우가 전부이기에, 적에게 발각될 경우 너무 위험했다.
조심스레 이동해야 했다.
드문드문 폐허처럼 남은 벽에 몸을 바싹 기대어 움직이는데.
부우우우웅─
멀리서 엔진 소리가 들려온다.
엔진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부으으으으응──
‘그냥 지나가라…….’
차를 타고 다니는 상대를 이길 수는 없었다. 아몬드는 기를 쓰고 납작 엎드려 차가 지나가길 빌었다.
그러나─
“!”
──티딩! 팅!
아몬드의 근처 벽으로 불꽃이 튀기 시작한다.
“히익.”
차에 타고 있던 자들이 쏜 것이다.
아몬드가 필사적으로 몸을 굴렸다.
티디디딩!
구르는 궤적을 따라 총알이 빗발친다.
-ㅋㅋㅋㅋㅋㅋ
-아몬드 표정 ㄹㅇ 개웃깈ㅋㅋ
-아, 이게 뉴비짘ㅋㅋㅋ
-이런, 매콤한 맛도 첨가된 건가?
아몬드가 제법 꼴사납게 옆으로 구른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총격전은 처음이었으니 여유롭게 대처할 순 없었다.
“처음이라 놀란 거예요.”
아몬드는 변명을 중얼거리며 사방을 살폈다.
‘어디야?’
──부으으으응!!
다시 차 엔진 소리가 들려온다. 뒤였다.
“!”
지프 한 대가 대놓고 아몬드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투두두둥! 투둥!
이젠 총의 격발음까지 들려올 정도로 가까운 거리.
아몬드는 얼른 벽 뒤로 몸을 숨겼다.
공기가 찢어지는 굉음이 울리며 벽이 무너져내린다.
쿠구궁──
‘총알에 벽이 무너져?!’
꽤 큰 총알을 쓰는 소총인 듯했다.
총에 문외한인 아몬드는 이를 예상치 못했다.
“제길.”
하나 불평할 틈도 없이, 아몬드는 다음 벽으로 얼른 뛰어 넘어가야 했다.
타다닥.
벽을 사뿐히 밟으면서 넘어가는 상당히 날랜 몸짓이었다.
-오오…….
-야마카시여?
-역시 아몬드.
-킹덤에선 이런 게 없었지.
기본적으로 게임 내에서 벽을 잘 탈 수 있게 해주는 보정치가 있지만, 아몬드의 움직임은 그중에서도 유별나게 빨랐다.
그 덕분일까.
티디디딩!
다음 총격은 벽에 요란하게 튕길 뿐 아몬드에겐 피해가 없었다.
이번 벽은 좀 더 단단한 놈이다.
“아씨, 왜 이렇게 안 맞아!?”
투두두둥!
적은 그게 더 답답했는지 총을 마구 쏘기 시작했다.
“아~ 지랄하지 말고 나와!”
“크하하하!”
끼익.
지프가 멈추더니, 여러 명이 튀어나와 비웃었다.
“또 여러 명……?”
흘끔 적을 살핀 아몬드는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내쉬었다.
-ㅋㅋㅋㅋㅋ
-뭐여, 이 레이팅에 티밍이 왜 이렇게 많아?!
-ㅈㄴ 다 신고 먹이쟈
-ㄹㅇ 운빨 ㅈ망겜
3명 정도 되는 자들이 슬슬 아몬드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발소리는 점점 커졌다.
아몬드는 활시위를 미리 당겨놓은 채로 등을 벽에 기대었다.
“─후.”
짧게 숨을 한번 내쉰 후.
잠깐 몸을 옆으로 기울여 적의 위치를 보고 시위를 놓았다.
피융!
“어……?”
푹!
상대가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머리에 화살이 꽂혀 버렸다.
아직 초반이라 흔히 뚝배기라 부르는 헬멧류 방어구가 없었던 그는 곧바로 쓰러졌다.
털썩.
[아몬드 → 랄로팬] [처치하였습니다!] [88/100]-와우!
-회를 뜰 정도의 정교함.
-ㄷㄷㄷ
-이거지. 이게 킹덤이다 이 새끼들아!
-킹덤ㅋㅋㅋㅋㅋ
-이건 배틀 라지인데요.
“미친 뭐야!? 왜 한 방이야?”
“헤드잖아.”
“제기랄!”
활은 일단 맞기만 하면 대미지가 상당하다. 그래서 헤드샷을 성공하면 한 방이다.
다만 그만큼 맞히기가 어렵다. 판정이 안 좋다. 총알은 스치기만 해도 적중타지만, 화살은 정확히 꽂혀야만 판정이 된다.
물론, 아몬드에겐 전혀 상관없는 핸디캡이다. 애초에 헤드 중에서도 정중앙만 맞히는 게 아몬드다.
그에겐 이 배틀 라지의 판정이 너무 너그럽다고 느껴질 정도다.
‘한 놈 더.’
푸욱──
놀라 자빠지고 있던 옆에 동료의 머리에도 추가로 화살이 꽂혔다.
“컥!”
단말마와 함께 쓰러지는 플레이어.
[아몬드 → 파카팬] [처치하였습니다!] [85/100]“이, 이런 미친…….”
남은 하나는 몸을 던져 납작 엎드렸다. 이제야 실력 차이를 파악한 것이다.
“너, 너 뭐야! 양학하려고 패작했냐?!”
아몬드 입장에선 적이 갑자기 안 보이게 되었다. 목소리만 들릴 뿐이다.
‘대충 이쯤…….’
굳이 볼 필요가 없었다.
대충 어딨는지만 알아도 된다.
어림짐작일 뿐이지만.
아몬드의 어림짐작은 상대에겐 죽음이었다.
기리릭─
허공에 각을 높여서 활시위를 당기는 아몬드.
‘흠.’
그는 고개를 한번 까닥이고는, 시위를 놓았다.
파앙──
화살이 하늘 높이 솟는다.
잠시 후, 하늘에서 내려오는 화살은 보이지도 않는 적의 어깨에 명중해 버린다.
푸욱!
“끄아아아악!”
투두두둥!
고통에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는지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미친???
-안 보이는 데 맞힌 거?
-노룩샷 실화야?
-헐
-아니~~ 장애물이 무슨 소용이냐고 위로 쏘면 되는데~~
아몬드는 다시 한번 비슷한 각도로 활을 쏴 올렸다. 이번에도 적은 보지도 않은 채였다.
‘하지만 비명 소리는 들렸지.’
푸욱!
화살은 또 명중했다.
푸욱!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명중.
“컥……!”
적은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아몬드 → 도파팬] [기절하였습니다!]상대는 쓰러졌다.
“어……?”
그런데 문구가 이상하다.
“기절?”
처치라고 떠야 정상인데. 왜 기절일까.
기절이라는 판정은 팀전 말고는 쓰이지 않는다.
-미친. 설마…….
-어쩐지 티밍이 너무 많다 했다.
-헤드샷으로 즉사 안 시키니까 기절 뜨네…… ㄷㄷ 이거 스쿼드 매칭이었네.
-솔로로 스쿼드들이랑 싸우고 있던 거임? 첫판부터? ㅋㅋㅋ 레전드…….
-레게놐ㅋㅋㅋㅋ
원인은 아몬드의 실수.
4인이 팀을 먹고 싸우는 매치를 실수로 혼자 들어간 것이다.
‘이럴 수가.’
아몬드도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놀랐다.
다들 팀전인데 혼자 개인전이라니.
그것도 첫판에!
[솔로연합당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우리 솔로 로동 연합당은 당에 대한 동무의 파-멸적인 충성도를 높게 평가하여 1위 달성 시 10만 원의 임무 포상을 내리기로 하였다!]북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읽어지는 후원 메시지.
솔로로 시작한 덕분에 미션이 들어온다.
“아하하…… 감사합니다.”
미션이 들어온 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도 아몬드는 뭔가 찜찜했다.
‘뭐지?’
스쿼드 매칭이라 해도, 더 이상 살려줄 사람이 없다면 기절하지 않는다.
바로 죽을 뿐이다.
게다가 스쿼드는 본래 4인이다. 아까 죽은 건 셋뿐──
‘잠깐. 그럼 한 명이……?’
──핑.
소음기를 단 총성이 울려 퍼지고, 아몬드의 몸이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