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8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99화
34. 내 직업(5)
지이잉.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발신자가 의사다.
[의사 송하나]“……?”
이런 우연이?
상현은 순간 송하나가 캡슐에 카메라라도 달아놓은 게 아닌지 두리번거렸다.
그가 현재 가장 이야기하기 껄끄러운 사람을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송하나였다.
그녀는 국가 대항전 참여를 당연히 반대할 테니까.
상현은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러나 그가 생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전화였다.
-저번에 미국으로 보낸 실험 결과가 나왔어요.
* * *
처음엔 혼나는 학생처럼 주눅 든 자세로 듣던 상현.
그런데 점점 그의 표정이 좋아졌다.
-어때요? 희망적이죠?
희망적.
그의 오른팔에 쓰기엔 조심스러운 단어.
그러나 이번만큼은 확실히 쓸 수 있을 법했다.
‘의아한 점이 없는 건 아니야.’
송하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사실 미국에서 실험 결과가 넘어온 지는 한참 전이란다.
그런데 그 결과를 송하나가 개인적으로 그대로 믿기 어려워서 연구를 더 지속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지금 전달해 주는 거란다.
그건 상현도 마찬가지였다. 믿기 어려운 결과였다.
“그러니까…… 좀비스쿨을 플레이할 때만 그…… SKED(신경적합도) 수치 악화 현상이 멈췄다…… 이 말인가요?”
상현은 현재 좀비스쿨을 플레이할 때만 팔의 악화 현상이 멈춘다.
그러니까, 나이를 먹어서 오는 자연스러운 노화도 멈춘다는 뜻이다.
-네. 현재까지는 좀비스쿨을 할 때만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만 알 수 있었어요.
캡슐이 성행하는 시대에도 뇌파라는 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었으니까.
그렇게 대충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만…….
의사인 송하나는 당연히 그래선 안 된다.
-근데 그건 좀 이상하잖아요? 무조건 좀비스쿨을 해야 악화가 멈춘다니…… 다른 게임은 다 안 되고? 분명 좀비스쿨 안에 어떤 기능이 뇌파를 어떻게 자극을 해서 이런 게 나오는 걸 텐데…….
확실히 현재로서는 조금 비과학적인 상황이다.
시작과 끝만 있을 뿐 중간의 과정을 알 수가 없다.
-제가 이 게임의 제작사한테도 정식으로 문의를 했는데. 짚이는 게 없다고 하네요…… 마음 같아선 게임 메이킹 코드를 싹 받고 싶은데. 게임사 측에서 그렇게 해줄 리도 없고…….
이에 대해 가장 잘 알아야 하는 누군가도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제작사도 모르는 원인.
‘좀비스쿨을 하면 악화는 멈춘다. 아직은 이게 끝이구나.’
현재로선 여기까지만 밝혀진 셈이다.
“그래도 희소식이네요.”
상현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한 사람에 대해 묻는다.
“사랑 씨는 이 사실 아세요?”
만약 최사랑도 이런 현상을 겪는다면, 이 현상은 정말 치료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그게…….
송하나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를 들어보니 이미 답을 알 것 같았다.
-사랑 씨도 플레이 해봤는데. 이상하게 별다른 반응은 없었어요.
뭐지.
왜 나만…….
상현은 왠지 미안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좀비스쿨을 플레이하고 나서 결과를 받았을 그녀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현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
-아, 그래서 말인데요. 저희는 차이점을 캡슐에서 우선 찾고 있거든요?
캡슐?
‘그러고 보니.’
상현의 시선이 자신의 캡슐로 향했다. 오로지 그만을 위해 만들어진 맞춤형 캡슐.
‘저것도 연관이?’
캡슐은 확실한 최사랑과의 차이점이라 할 만했다.
-저희가 날을 잡고 캡슐을 이동해서 연구소에서 플레이를 해볼 수 있을까요? 거기서만 정밀 검사가 가능해서요.
캡슐을 연구소로 옮긴다라. 상현은 조금 머뭇거렸다. 당장 스트리머 활동이 멈출 수도 있다는 소리니까.
-당장 조율할 필요는 없어요. 여유롭게 잡아주세요. 몇 달 뒤도 상관없습니다.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달 진료 꼭 오시고요. 그때 저희끼리 더 상의해서…… 어, 어!?
음?
갑자기 수화기 너머에서 여자의 고함 소리가 들려온다.
툭.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최사랑이 소리를 지르는 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지만, 왠지 그녀의 목소리 같았다.
‘설마.’
항상 품격을 유지하던 여자다. 저렇게까지 감정이 흐트러질 것 같진 않은데.
-아. 아. 아몬드 님? 전화는 다 끝나신 건가요?
김치워리어의 목소리다.
잊고 있었는데. 그는 상현의 통화를 다 기다리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상현은 일단 다른 생각은 다 지우기로 했다.
“잠시 담당의한테 전화가 왔어서요…… 그런데 오히려 더 잘 해결된 것 같습니다.”
좀비스쿨과 시빌엠파이어를 병행하면, 이전보다 상황이 훨씬 좋아진다.
이것만이 현재 명확한 팩트이다.
그리고, 그의 희망이다.
“국가대항전 준비 바로 하면 될 것 같아요.”
* * *
“크, 크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용기를 내주셨네요.”
툭.
전화를 끊은 김치워리어가 뒤를 휙 돌아본다.
“얘들아. 거기서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어떡하냐. 없어 보이게.”
그의 뒤엔 이번 국가 대항전 싱크탱크 팀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오늘 아침부터 모여 전략 회의 중이었다가.
아몬드가 제안을 수락한 걸 듣고 소리를 질러댔었다.
팀원 중 하나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아니. 안 될 것 같다 했는데. 돼가지고…… 놀라서 그렇지.”
김치워리어와 쿠키는 아몬드 합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 와서 된다고 확답을 주니 소리가 절로 질러진 것이다.
다른 팀원도 거든다.
“그래! 일등 궁수 후보를 구한 거잖아? 소리 안 지르고 배기냐!”
국가 대항전에서 궁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싱크 탱크 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특히나 한국 문명 같은 경우 활과 화약 특화 문명이라 더더욱이 중요하기에, 일등 궁수를 누가 맡느냐가 게임의 판도를 가를 수 있다.
일등 궁수란 궁수들을 이끄는 궁수인데. 아몬드가 김치워리어가 이끌었던 게임에서 맡은 특임대장과 비슷한 역할이기도 했다.
‘문제는 다른 궁수들이 그 사람을 인정해 줄까 하는 게…….’
지금 아몬드를 섭외한 게 다른 궁수 플레이어들과 합의된 건 아니다.
다른 궁수들 역시 상당한 실력자에 경력이 높다. 쉽게 인정해 줄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치워리어는 아몬드가 일등 궁수로서 역할을 누구보다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싱크탱크 팀까지는 어떻게 설득이 됐는데. 플레이어들은 아몬드가 직접 설득해야 한다.
‘잘할 수 있겠지. 안된다면 거기까지인 거고.’
일등 궁수의 자리는 누군가가 쥐여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본인이 납득시켜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랭크부터 올리는 게 급선무다.
“석현아. B랭크 지휘관은 구했냐?”
김치워리어는 의자를 빙글 돌리며 팀원들에게 물었다.
“아, 어. 준비됐다.”
“오늘 바로 시작하자.”
* * *
잠시 후.
아몬드의 룬스타그램엔 팬들과 찍은 단체 사진이 업로드된다.
[너무 재밌었습니다. #팬미팅]간만의 업로드였다.
-와 이게 몇만 년 만의 업로드냐 ㅠㅠ
-찐빵 셀카라도 올려달라고요! 예!? 호두 일 안 하냐!?
-남자들 다 아몬드 바로 옆 안 하려고 비켜선 거 봐 ㅋㅋㅋㅋ
└옆에 섰다간 곧바로 오징어행ㅋㅋㅋ
간단한 해시태그와 업로드된 이 글은 방송 직전까지 계속 댓글이 달렸다.
-아사장님. 어제 토끼귀 잘봤어요 ㅎㅎㅎㅎ 혹시 오늘도……?
└넌…… 정말……
└아아가 코스프레 해줘요!
└ㅁㅊㅋㅋㅋ
└어이. 아아가는 이제 금지어다.
-지금 커뮤에 아몬드님 짤 겁나 돌아다니는데요? 아이돌 커뮤에돜ㅋㅋㅋ
└엌ㅋㅋ
└ㄹㅇ임. (링크)
└어쩜 좋누……
-남자가 팬미팅 한 번 할 거면 이 정도 화끈하게 하는 거군요. 존경합니다.
게시물이 게시물이니만큼 대체로 어제 팬미팅에 관한 내용이다.
와중에 상현이 피식한 건, 그날의 팬미팅을 이렇게 요약해 놓은 댓글이다.
-밖의 기나긴 줄 가장 앞에선 잰슨몬이 으르렁대고, 1층에선 아무도 못 이기는 킹덤좌가 두 팔을 들어 위세를 떨치며, 2층엔 갓난아기 조카의 공갈젖꼭지를 훔쳐온 대도 가볶이 있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정말 대단한 날이었던 것만 같은데. 사실 그냥 팬미팅이었다.
물론 그건 상현의 기준이다.
└이게 어떻게 하루에 다 일어난 일 ㅋㅋㅋㅋ
└어제가 정신병동 개원식이었나요?
└ㅋㅋㅋㅋㅋ언빌리버블……
간만에 개인 SNS로 소통하니 기분이 꽤 좋아진 상현.
그는 올튜브를 들어가 본다. 지아가 팬미팅 영상을 올린다고 했었는데.
들어가 보니 상현의 채널이 올린 공식 채널 영상뿐 아니라, 팬들이 직접 찍은 쇼츠 영상도 꽤 많았고. 인기도 상당했다.
[어제자 아몬드 팬미팅 킹덤좌ㅋㅋ] [아몬드 팬미팅 레전드ㅋㅋㅋ +직접 다녀온 후기] [1층엔 킹덤좌, 2층엔 아몬드?]그중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던 영상은 역시 이거다.
[이, 이게 스트리머의 활쏘기?]아몬드가 원하는 팬들을 대상으로 활쏘기를 알려줬던 이벤트다.
영상엔 루비소드가 올라와 있었다.
아몬드가 바로 옆에서 자세를 잡아주다 보니, 루비소드는 역시나 부끄러워했다.
그래도 1등 시청자답게, 과녁의 중앙 근처를 맞히는 데 성공한다.
-아니 저런 이벤트도 있었어? ㅠㅠㅠ 돈 다 털어서라도 티켓 만들걸 ㅠㅠ
-손 만져주는거 실화?!
-저분이 루비소드야? ㄷㄷ
-저런 청순 존예가 1등 팬?? 밸런스 패치 뭔데!
└“지상 최악의 스트리머: 아몬드”
상현은 팔 문제로 활을 직접 쏘진 못하지만. 그래도 아주 집중하면 한 발 정도는 쏠 수 있기에 팬들이 보는 앞에서 한 발 쏘는 장면도 있다.
떨리는 팔 때문에 조금 불안해 보이긴 했으나 과녁의 거리도 워낙에 가까웠던 터라 바로 명중했다.
-아~~ ‘오락’이나 하는 겜돌이가 진짜 활을 어케 쏘냐고~~~엌(머리에 명중당하며)
└ㅋㅋㅋㅋㅋㅋ주접ㅋㅋㅋ
└아몬드 활 실력 개쩔티비~~
-헐 ㅠㅠ 아몬드 활 못 쏜다고 알고 있는데. 팬들 앞이라 쏴주는구나 감동 ㅠㅠ
└나도 보고 깜놀 ㅠㅠㅠ
└헐 진짜요??
이렇게 화제가 되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팬미팅을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어 보였다.
상현은 팬들이 올린 영상을 쭈욱 돌려보며 시간을 다 보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김치워리어: 지금 잠시 디스월드 접속 가능하신가요? 오늘 바로 시작할게요. 들어가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몬드: 아 네. 가시죠 그럼. 근데 이거 전부 방송 가능한 거죠?] [김치워리어: 아 넵! 물론이죠! 모든 과정 다 방송 가능합니다.]전략상 노출이 있을 걸 고려해서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굉장히 쿨했다.
[김치워리어: 아무도 한국팀 전략 같은 건 신경 안 쓰거든요! 하하하!]그 쿨함의 배경엔 슬픈 사연이 있었다만.
어쨌든 상현의 입장에서야 좋은 일이다.
[아몬드: 지금 바로 갈게요]상현은 메시지를 보내놓고 곧장 땀 흡수가 잘되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오늘부턴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 테니까.
‘재밌겠다.’
상현의 가슴은 쿵쾅 뛰어댔다.
그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있었다.
캡슐 안으로 뛰어드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 * *
여느 때보다 조금 이른 시간인 오후 1시.
띠링!
[아몬드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했습니다!]아몬드의 방송 알림이 울렸다.
오늘의 방제는 딱히 과장 없이 담백했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지게 할 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