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8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03화
36. 아몬드 사용 설명서(2)
커뮤니티, 엠불.
커뮤니티 평균 실력이 굉장한 만큼, 폐쇄적인 곳이다.
이들 대부분은 아몬드에 대해서는 한두 번 이름 정도 들어봤거나, 대부분 관심이 없었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사실 같은 땅에 살아도, 심지어 같은 지붕 밑에 살아도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게 요즘이니.
특히나 이들은 폐쇄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
로그인을 못 하면 글도 못 쓰는 곳이 엠불이다.
이런 그들만의 리그에, 아몬드가 첫 번째로 이름을 알린 건 핵쟁이 논란 사건.
핵쟁인 논란이 국내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닌지라, 아몬드 이름이 한두 번 이슈글에 올라갔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유통기한은 하루 이틀이었다.
금세 이들의 메인 관심사인 국대전에 묻혀 버렸다.
[이번 캐나다 국대 라인업 ㄷㄷ] [중국 새끼들 또 시드 3개냐?] [제발 본선 가서 중국 대가리 한 번만 깨자 ㅠ]그런 엠불이 이번에야말로 아몬드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속보)) B랭크가 국대팀 선발됨]이 자극적인 워딩 덕분이다.
안 그래도 국대팀 선발에 예민한데, B랭크가 선발됐다고 하니.
어떻게 관심이 안갈까.
온갖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특히나 김치워리어의 엠불 계정 프로필에 악플이 도배된다.
-명장병 걸리셨나요?ㅎㅎ
-이건 아니지 ㅋㅋ
-짜고 친 거냐?
“……제발.”
김치워리어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제발 아몬드가 증명하기를.
“얘네 깽판 치면 난리 난다고…….”
엠불은 타 게임 커뮤니티와는 다르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루트를 갖고 있다.
즉, 이번 아몬드 선발에 대한 여론이 너무 안 좋아지면, 국가대항전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몬드가 잘해줘야만 하는 상황.
그런데 그때 들려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하아. 하필 이걸 대비해 놨다고!?”
적 지휘관이 패스트 궁병 러쉬를 대비해 놨단다.
“이게 말이 되냐?! 누가 요즘 이걸 대비한다고…… 하아.”
하기야. 이런 불평은 의미 없다.
상대는 B랭크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뭔가?
그리고, 어차피 적이 대비가 되어 있어도 아몬드는 뚫을 것이다.
김치워리어의 계산으로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렇게 불안해하는 이유는…….
“아냐. 된다. 이거 된다고! 제발 본투비야 아무것도 하지 마!”
본투비가 당황해서 다른 명령을 내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신이 도운 것일까?
김치워리어의 걱정과는 다르게, 다행히 본투비는 ‘넌 생각을 하지 말라’는 그의 격언에 따라줬다.
판단은 아몬드가 했다.
화면 속의 아몬드는 곧장 활을 당겼고.
3연사로 나간 화살이 순식간에 날아, 3명의 이마에 나란히 명중해 버린다.
퍼버벅!
“쒯!”
김치워리어는 이미 한번 그의 실력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얼른 정신을 차리고는 엠불 커뮤니티로 향한다.
“여론. 여론.”
여론이 좋아졌을까?
“……!”
들어가자마자 그가 보게 된 글.
[얘 뭐임. 한 번에 3명씩 죽이는데???]아몬드에 대한 엠불의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나이스.”
김치워리어는 히죽 웃는다.
-저게 뭐냐;
-??
-피지컬 원툴 뽑았나 보네?
-얘 걔라고…… 얼마 전에 핵쟁이 논란됐던 사람…….
처음 아몬드가 국대 선발됐을 때는 반대 9에 모르겠다 1이었던 여론이…….
[어차피 지휘관이 명령하는데 피지컬 원툴 플레이어가 최고 아님??] [국대는 솔랭이 아니다~~] [국대는 그래도 다르지] [나 궁병 메인인데 방금 화살 한 발 보고 쌌다……] [와 아몬드 잘생겼다 ㅎㅎ S+랭 제발 찍었으면] [솔직히 몇 판만 봐선 모름]그의 주 무기인 활 실력과 그의 보조 무기인 외모 덕분에 이제 반대 7에 찬성 3 정도로 바뀌어간다.
짝짝!
김치워리어는 신이 나서 박수까지 친다.
“좋다아! 좋아! 좀만 더!”
흥을 더 내본다.
기운 내야 하는 건 이제부터니까.
“이기자. 이 기세로!”
한 번에 3명을 죽인 묘기는 굉장한 건 맞다.
그러나 진짜 전투는 이제 시작이다.
여기서 판가름 날 것이다.
* * *
한편, 3명 동시 사살에 성공한 아몬드는 잠시 그의 활을 내려본다.
‘각궁 가져오기 잘한 건가.’
적들은 아예 반응도 못 하고 죽어버렸다. 보통 화살이라도 엉뚱한데에 날리며 발악을 하는데. 정말 얌전히 죽어버렸다.
활의 차이 때문이다.
적들은 사거리가 닿지 않았고, 아몬드는 먼저 닿았다.
적들은 아몬드가 이 타이밍에 쏠 거라고 예상하지도 못한 채로 걸어오다 봉변을 당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무력하게 3명이 쓰러지는 그림이 나왔다.
“이…… 이럴 수가.”
“이렇게 간단히?”
“마법사야?!”
어떤 병사의 말대로, 거의 마법과 차이가 없는 수준의 묘기가 돼버린다.
-마법사 ㅇㅈㄹㅋㅋㅋ
-이제 아군 사기 치솟죠?ㅋㅋ
-저거 보고 어떻게 참냐고!
-이건 못 참지 ㄹㅇ
이런 마법 같은 묘기가 나오면 당연히 아군의 사기는 치솟는다.
실제로, 아몬드와 함께 왔던 궁병 넷은 신이 나서 돌격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겼다아아! 우리한텐 마법사가 있다아!”
“우아아아아아!”
창병도 기병도 아닌 궁병이 돌격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자잘한 효용성보단, 순간의 기세가 더 중요한 게 전쟁이다.
“쏴라아아아!”
그들은 달리면서 활을 쏘기 시작했고.
적들은 당황하여 물러나며 응수했다.
덕분에 아군은 먼저 좋은 자리들을 차지했다.
“엄폐하고 쏴라아!”
“죽여 버려!”
화살과 화살이 교차하며 하늘을 수놓았다.
화살촉이 수풀을 헤치고, 살갗을 꿰뚫는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퍼벅!
퍼억!
퍽!
“쏴라! 계속 쏴아!”
“여기서 게임 끝난다아!”
아주 높은 확률로 여기서 밀리는 쪽이 게임을 질 것이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전투다.
그래서인지 전투는 꽤나 치열했다.
잠시 후.
“…….”
어느 한쪽 진영에 고요함이 깃든다.
반면 한쪽에선 함성이 터져 나온다.
“와아아아!”
아몬드 진영이다.
이긴 것이다.
적은 몰살됐고, 우린 단 두 명만 죽었다.
* * *
“이게 무슨…….”
적 지휘관 Letgo(렛고).
이제 A랭크 승급을 앞둔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어이가 없었다.
“패스트 궁병 러쉬 오는 거 알고 있었는데.”
요즘 잘하지도 않는 패스트 궁병 러쉬. 솔직히 신경 쓰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뻔했지만.
정찰을 꼼꼼히 하는 스타일인 그는 적이 패스트 궁병 러쉬를 온다는 걸 확신했고, 그에 맞춰 병력을 뽑아냈다.
심지어 적보다도 훨씬 더 많은 병력을 뽑아냈다.
그런데 단 다섯 명의 궁병이 아군 궁병 10명을 죽였다.
적들 중 죽은 병력은 단둘.
“이런 개병신 운빨겜!”
쾅!
그는 키보드를 후려치며 광분했다.
그럴 만도 했다. 전략적으로는 분명히 자신이 한 수 앞서갔는데도 졌다.
적이 바위를 낼 걸 예상하고 보를 냈는데, 갑자기 상대가 그 주먹을 휘둘러 날 기절시키더니 자기가 이겼다고 하는 걸 보는 것 같았다. 부조리하다.
그는 자신의 병사들을 탓했다. 지휘관은 모든 전투를 다 보고 있진 않기에, 아몬드가 한 번에 3명을 쓰러뜨리는 장면을 그는 보지 못했다.
“이 천하의 쓸모없는 새끼들. 이런 새끼들을 만난 내가 운이 나빴다.”
앞서 싸웠던 궁병들에 대한 평가를 전부 최하로 매긴 후.
“이번엔 좀 쓸 만한 애들 와라…….”
[궁병 모집]그는 다시 궁병들을 모집했다. 이미 피해가 크지만, 아직 일꾼은 안 죽었다.
방어탑과 마을 회관을 끼고 싸우면 어떻게든 최후 방어는 될 것이다.
* * *
적 지휘관이 분개하고 있는 한편.
아군 지휘관 본투비는 환호성을 질렀다.
〔와! 씨…… 지렸다!〕
수적으로 열세였던 아군이 별다른 전략도 없이 오로지 전투력으로 압도했으니. 신이 안 날 수가 없다.
제아무리 평생 B랭크였다고 하는 본투비여도, 지금 이 기회를 놓칠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아아몬드 님! 이제 거의 이긴 거나 다름없는 거 같거든여?!〕
그는 이 승기를 굳히고자 한다.
〔이제 저희 궁병이 훨씬 많아여! 계속 보낼 테니 최대한 보존해서 일꾼 쪽으로 돌아주세여!〕
본투비는 이미 궁병 러쉬로 올인한 상태라, 줄지어서 추가 지원 가고 있는 궁병들이 거의 열댓 명이었다.
숫자 차이는 이제 압도적이다.
하나둘 지원병들이 아몬드 부대에 합류하기 시작한다.
“뭐야. 이미 다 끝났나?”
“패스트 궁병 러쉬 예상을 못 했나 보구만!”
뒤늦게 온 궁병들은 병사라고는 방금 나온 궁병 2~3명뿐인 적진을 보며 말했는데.
그에 아몬드와 함께 싸웠던 전우들이 분개한다.
“뭐?!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들이! 처음부터 없던 게 아니라 10명이나 있었는데, 여기 계신 아아몬드 님이 다 썰어버렸다!”
“그래! 썰어버렸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건방진 신참들을 향해 윽박지른다.
“어, 어이…… 알았다구…… 진정해.”
이제 도착한 병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괜히 주눅 들었다.
-엌ㅋㅋㅋ
-아니 저 외국인 듀오 개웃기넼ㅋㅋ
-왜 본인들이 열받았냐고 ㅋㅋㅋ
-아몬드 웃참 중
아몬드는 딱히 왈가왈부하지 않고, 그들에게 일꾼들이 일하는 장소로 향할 것을 요구한다.
“일꾼 잡으러 가자.”
“일꾼? 저기 궁병들은 어쩌고? 쟤네 방어탑 끼고 싸우면 좀 골치 아픈데.”
새로 온 병사가 묻는다.
“쟤넨…… 유인하면 될 거 같은데.”
“……?”
* * *
돈만 있으면 병사는 계속 나온다.
그러므로 이 게임에서 가장 핵심은 자원줄을 마르게 하는 것이다.
그 돈 자체를 못 벌게 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일꾼을 죽이는 것.
“오, 온다.”
적 지휘관 렛고는 적이 드디어 일꾼들을 죽이러 온 걸 확인한다.
숨통을 끊으러 오는 것이다.
그는 일단 나무를 캐는 일꾼들을 뒤로 물렸다.
그런데─
“뭐야. 근데 혼자 온 거야?”
기껏 움직였더니, 등장한 궁병은 딱 한 명이었다.
“……뭐지.”
얘 하나 때문에 대피를 해야 하나,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그때였다.
퍼벅!
일꾼 둘이 갑자기 쓰러졌다.
“!?”
잘못 본 게 아니라면, 화살 두 개를 동시에 쏜 것 같았다.
“……하?”
이거 예감이 좋지 않다.
[대피]그는 잠시 망설이던 대피를 얼른 재개했다.
일꾼들은 우르르 방어탑 근처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적 궁병은 달리면서 활을 쏘는 데에도 능한 것 같았다.
앞으로 내달리면서 또 화살을 연사해 일꾼 둘을 더 죽였다.
총 넷이 죽었다.
“달리면서…… 쏴? 근데 다 맞아? 저거 무슨 300골드짜리야? 아니지…….”
그 궁수는 달리는 걸 멈추지 않고 또 덤벼들어 일꾼 셋을 추가로 죽였다.
총 일곱이 죽었다.
도망가는 사이에 나무 캐던 일꾼 절반 가까이가 죽어버린 셈이다.
이건 실력의 영역이 아니다. 렛고는 그렇게 판단했다.
“이거 핵쟁이네. 검은 머리니까 중국인이고.”
핵을 쓰는 유저 같았다. 그래도 틈은 있었다.
저 궁수는 일꾼을 죽일 욕심에 너무 앞으로 나왔고.
그게 방어탑 사거리 안이었다.
“아우 징글징글한 놈. 이제 죽…….”
그런데 그는 방어탑의 화살을 다 피해버리는 게 아닌가?
“이게 피해지는 거였어?”
렛고는 자신이 용병으로 플레이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사이 그는 이미 방어탑 사거리 밖으로 사라졌다.
렛고는 다시 일꾼들을 일터로 보낸다.
[작업 재개]이러면 아몬드는 귀신같이 다시 와서 일꾼들을 꼬챙이로 만들어버렸다.
히트 앤 런.
그런데 그 히트가 좀 센.
“하아…….”
여름철 모기마냥 사람 돌아버리게 만드는 무빙이었다.
렛고는 분노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아군 궁병들을 내보냈다.
‘원래 더 쌓아서 한 번에 가야 하는데.’
충분한 숫자가 모이지 않아서, 지금 나가봐야 줄 서서 사형당하기 수준인데.
일단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이런 멍청한 판단이 나온다.
‘저놈 하나만 잡자. 얘만 따로 떨어져 있잖아.’
그의 궁병들이 다가가는 순간.
사사삭!
그걸 기다렸다는 듯 뒤쪽 숲에서 복병들이 튀어나온다.
열댓 명은 되어 보인다.
“아…….”
유인책에 걸린 것이다.
“유인책이었어!?”
알고 보니 일꾼을 잡는 게 아니라, 렛고가 숨겨두는 병력을 꺼내기 위한 도발이었다.
파앙!
파아앙!
화살이 교환되며 렛고의 궁병들이 하나둘 죽는다.
어찌나 빨리 쏘고 정확하게 급소만 노리는지.
믹서기로 갈아버리는 듯한 속도로 병사들이 사라졌다.
거기에 더해지는 상대 지휘관의 도발.
[본투B: E──Z](*EZ: Easy, 쉬웠다의 줄임말. 보통 상대를 이기고 능멸하는 용도로 쓰인다.)
렛고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기 시작했다.
“이…… 이…….”
이번 게임이 A랭크로 진입하는 마지막 승급전이었다.
그는 승급에 실패한 것이다.
“미리 다 알았는데! 왜 내가 지냐고!”
그는 아무도 듣지 못할 고함을 내지르며.
쾅!
[항복]거칠게 키보드를 내려쳐 항복을 선언했다.
상대 지휘관에겐 온갖 욕을 쏟아붓고 얼른 리폿 창으로 향하는 렛고.
[비인가 프로그램 사용]그는 영상을 첨부해서 핵 유저라고 신고를 넣었는데.
운영진으로부터 대답이 돌아온 건 단 몇 분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