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8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06화
37. 커지는 판(2)
스크롤을 내리며 시빌 엠파이어 영상을 죽 살피던 킹귤.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근데 이거 원래 인기 별로 없던 게임 아니야?”
그가 아는 시빌 엠파이어는 국내 인기가 팍 식었던 게임인데, 최근 게임 이슈 동영상에 몇 개씩 들어가 있으니 이상한 것이다.
-지금도 없음
-걍 아몬드가 몇 번 한 게 뜬 거고 인기 없어여
-ㅇㅇ맞음
“아…… 그러고 보니 이거 다 아몬드 님 거구나.”
이제야 모든 영상의 주인이 아몬드 채널이라는 걸 알게 된 킹귤.
‘이 친구 역시 잘나가네.’
킹귤 입장에선 난트전 우승 때 본 게 전부이기 때문에 최근 근황을 잘 몰랐다.
릴드컵이다 뭐다 해서 워낙에 바빴으니, 이후로는 소식을 알지 못했다.
“영상 하나만 살짝 볼까요?”
-ㅔ
-ㅇㅇ
-ㄱㄱ
킹귤은 이 게임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지 보고 싶었다.
아니, 이 게임을 하는 아몬드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지.
“일본인 경악하고 전 세계인이…… 와. 제목 빡센데?”
-ㅋㅋㅋㅋㅋㅋㄹㅇ
-찐임
-엌ㅋㅋㅋ
-아몬드 어디까지 가버린 거야…….
킹귤이 처음 튼 영상에서 나온 건, 아몬드가 성벽 위에서 20 대 1로 싸우는 장면이다.
“우오. 와…… 거의 장비의 장판파 아냐? 아무도 못 지나가!”
혼자서 활 하나 들고 20명의 돌격을 저지하는 장면은 한때 프로였던 킹귤의 눈으로 봐도 놀랍다.
-장비랑은 외모가 너무 다른데요?
-외모는 초선인데?
-이게 경국지색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아니, 너네. 장판파가 뭔지 몰라? 장비 얼굴을 닮았다는 게 아니라…….”
-ㅔ
-틀
-틀국지
“와. 어질어질하네.”
시청자들과 잠시 입씨름을 하던 킹귤.
“푸훕!”
그가 갑자기 박장대소했다.
“아니, 이래서 제목이 그거였던 거야?!”
그의 채팅창에도 웃음소리로 도배된다.
-ㅋㅋㅋㅋㅋㅋㅋ
-나니 ㅅㅂㅋㅋ
-나니좌……
-이“왜”진이 이거였냐곸ㅋㅋㅋ
-일본이 경악 (물리)ㅋㅋㅋㅋ
바로 위스키가 놀라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로 재미가 들린 킹귤은 아몬드의 다른 올튜브를 더 클릭해 본다. 대체로 시빌 엠파이어 쪽이다.
그의 슈퍼플레이들을 쭈욱 감상해 본 뒤.
“……와. 역시. 아몬드 님. 다른 게임에서도 잘나가네요.”
킹귤은 입이 떡 벌어진다.
“아니, 근데…… 레이나를 버리고도 잘나가시겠다?”
-ㅋㅋㅋㅋㅋㅋㅋㄹㅇ
-진짜 그냥 레입도였을 뿐……
-입술 비즈니스 관계 ㅂㄷㅂㄷ
“그렇지. 입술 비즈니스. 일명 립서비스업이라고들 하잖아. 그거였던 거지. 역시 존잘러들은 우리랑 연애관이 다르다니까?”
-ㅁㅊㅋㅋㅋㅋ
-립서비스업ㅋㅋㅋㅋ
-이게 4차 산업인가 뭔가 하는 그거?!
-킹귤 슬슬 혓바닥에 시동 거는 중
-릴드컵에선 묵언수행하더닠ㅋㅋㅋ 여기선 텐션 높누
마구 말을 뱉으면서, 킹귤은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릴드컵에서의 충격적인 결과 때문에 킹귤은 해설자로서 제대로 된 입담을 뽐내지 못했다.
사실 킹귤뿐 아니라 노련한 캐스터님이나 다른 해설자들도 전부 뻔한 말만 해야 했다.
다음을 봐야 한다, 다음 연도엔 이런 점을 고치면 되겠죠…… 희망은 있어요! 아직! 따위의 말들.
구체적인 상황은 언급하지 못한 채 계속 빙빙 도는 말만 해야 했었다.
‘생각만 해도 머리 아파.’
말하는 게 직업인 킹귤 입장에선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던 때다.
‘역시 우리 팀이 게임을 이겨야 해설자도 신이 나서 말을 하는데.’
아무리 객관적인 입장의 해설을 한다지만. 어찌 됐든 자신의 해설을 보는 100명 중 97명이 한국 리그 팀을 응원하는데. 사람으로서 어떻게 똑같이 해설을 할 수 있겠나?
오히려 우리나라 팀이 이기고 있을 때 훨씬 더 객관적인 해설이 가능했다.
그땐 다른 나라 편 좀 들어줘도 아무도 뭐라 안 하니까.
그런데 우리나라가 지고 있는데 다른 나라를 편들 듯이 말한다면?
말꼬투리 잡히는 건 순식간이다.
킹귤 입장에선 똑같이 해설했어도, 시청자들에겐 다르게 들린다.
‘이기는 게임이 제일 재밌는 게임이지.’
게임 업계 불변의 법칙을 다시 떠올리며, 그의 시선은 다시 화면 속 시빌 엠파이어로 향한다.
아몬드는 계속해서 이겼다.
9경기를 연속으로.
‘괜찮을 수도.’
* * *
한편, 지아의 집.
“하아.”
지아는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책상 위로 엎드린다.
그녀는 이번 아몬드의 랭크 올리기 컨텐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몬드의 승리와는 별개로.
“이거 다 똑같은데.”
모든 영상이 다 똑같기 때문이다.
무조건 패스트 궁병 러쉬로 들어가서 항복을 받아내는 게 전부였기에, 올튜브에 올릴 만한 게 없었다.
일단 쇼츠는 만들어서 올렸지만. 그 이상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니좌라도 섭외해야 돼, 어떻게 해야 돼…….”
그녀는 이만 편집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오늘은 이쯤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차라리 저번 영상에서 건덕지를 더 찾는 것도 좋아 보이고.
‘근데 계속 이런 식이면…….’
오늘까진 괜찮다.
그런데 내일도 내일모레도 이런 식이면 당분간 올튜브에는 올라갈 게 없었다.
‘모르겠다. 배고파.’
간단하게 점심이나 먹을까 생각하며 냉장고를 뒤지는데.
지이잉.
[주혁]주혁에게 연락이 왔다.
“응. 무슨 일.”
-아. 이번 영상 안 올라오나 해서.
그냥 전화한 것인 줄 알았더니. 일 얘기였다. 지아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진다.
“……어. 딱히 건질 게 없어.”
텅.
그녀는 한쪽 발로 냉장고 문을 닫으며 휴대폰을 고쳐 들었다.
-밥은 먹었어?
“…….”
그녀의 입꼬리가 다시 미묘하게 올라갔다.
‘원래 맨날 아몬드랑 먹는데.’
웬일로 평일 점심을 먹자 하는 걸까.
“음. 아니.”
슥.
그녀는 꺼냈던 냉동식품을 다시 냉동실에 넣어버렸다.
-그럼 점심이나 먹자. 킹귤 님이 한번 보자 해서.
“나 파스타 먹고 싶어. 어디로…….”
툭.
다시 멈칫한 지아.
“뭐라고 그랬어. 방금.”
-키, 킹귤 님이 한번 보자 해서…… 좀 괜찮은 제안 같거든.
주혁은 뭔가를 감지한 건지 괜히 대답을 우물거린다.
“그럼 그걸 먼저 말해야 될 거 아냐!”
-왜 그래. 벌써 나왔어?
“…….”
지아는 애써 다시 목소리를 낮춘다.
“아냐. 여튼. 알았어. 갑자기 웬 킹귤이람. 준비하고 톡 할게.”
툭.
전화를 끊어버린 그녀는 옷장을 훑는다.
“그냥 확 츄리닝 입고 나갈까 보다.”
말은 그렇게 해도, 옷장 앞에서 한참 고민하는 그녀였다.
* * *
킹귤과 주혁, 지아는 시내의 한 버거집 ‘버거쉑’에서 만남을 가졌다.
‘또 버거쉑…….’
지아는 정말 자주 먹는 음식이었지만. 킹귤은 아니었는지.
“와. 이게 말로만 듣던 버거쉑! 저희 집 근처엔 체인이 없거든요!”
상당히 맛있게 먹어댄다.
실물로 본 킹귤의 느낌은 화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기서 조금 더 체격이 좋아 보이고, 얼굴에 각이 더 날카롭다는 정도?
그 외에는 그냥 원래 알던 킹귤의 모습이다.
“그나저나 제 얘기 어떠세요? 서로 되게 좋을 거 같은데.”
킹귤이 케첩 묻은 입가를 냅킨으로 닦아내며 묻는다.
묻는 대상은 지아였다.
어차피 편집은 그녀가 하는 것이고, 수익 분배에서도 그녀가 가장 영향을 크게 받을 테니까.
지아는 대답하기 전에 그가 했던 말을 다시 짚어본다.
“그러니까. 해설 연습을 하시기 위해서 저희 영상으로 해설을 하시고. 그걸 곁들여서 편집하면 어떠냐는 제안 같은데. 수익도 분배하고.”
“네. 맞습니다. 윈윈 구조? 랄까요. 하하하!”
킹귤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한다.
자신 있게 싱긋 웃고 있지만 속으론 매우 긴장 중이다. 릴드컵이 안 좋게 흘러간 이후, 그로서는 나름 그럴듯한 활로를 겨우 찾은 건데. 승인이 나지 않으면 할 수조차 없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지아의 턱짓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건 그 때문이다.
‘그래서 분배도 적게 잡았는데…… 그냥 돈 얘기는 하지 말 걸 그랬나.’
그때, 지아의 고개가 우로 휙 돌아간다.
거절은 아니다. 주혁에게 고개를 돌린 것이다.
“분배는 어떻게 했어.”
뜨끔.
킹귤은 괜히 자신이 찔려 시선을 피했다.
“이렇게.”
주혁이 간략하게 준비한 서류를 내민다.
서류를 보는 지아는 막상 만족해하는 듯한 눈치.
‘나쁘지 않네. 애초에 주혁쓰가 이상하게 했을 리 없긴 하지만…… 생각보다 더 좋아.’
분배는 킹귤에게 미안할 정도로 이쪽이 유리했다. 실제로 본인 말로도 해설 연습을 위한 일이지, 당장 수익을 내려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 수익적 이득이 이쪽이 훨씬 크다.
뿐만 아니라 타이밍도 절묘하다.
‘지금 영상각이 나오는 게 거의 없는 상황이잖아.’
아몬드는 현재 똑같은 전략만 주구장창 쓰는 상황이라, 영상이 나올 건덕지가 없는데.
여기에 킹귤이 해설을 곁들이면, 확실히 훨씬 보는 재미가 올라갈 것이다.
‘말 그대로 윈윈이네.’
지아는 마지막 사항을 체크한다.
“이거 아몬드는 뭐래?”
아몬드는 이 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아몬드는 좋대. 같이 나올까 했는데. 지금 김치워리어랑 준비 중이라…….”
“아.”
지아가 끄덕이며 서류를 내려놓고.
“어쨌든 아몬드도 오케이 했다는 거고.”
킹귤 쪽으로 손을 내민다.
“알겠습니다. 곁들여서 해볼게요.”
지아는 킹귤의 해설도 같이 편집해서 영상에 올려보기로 한다.
“와. 감사합니다. 잘 해보겠습니다아! 오늘 거부터 당장!”
“저희야 좋죠.”
* * *
그날 오후 2시.
[월클 해설자였던 그가, 이세계에선 나만의 작은 해설자??]이런 제목을 단 채로 아몬드의 방송이 시작됐다.
-뭔 소리임 이건 또
-이세계? 넛츠펑크?!
-누가 솔랭을 해설해줌??ㅋㅋㅋㅋ
-엄마! 넛츠펑크는 진짜라니까!? 엄마! 넛츠펑크는 진짜라니까!?
-이세계라는게 넛츠펑크 세계 맞죠!? 예!? 맞다고 해주세요!!!
모두가 설마 킹귤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때.
팅!
캠이 켜졌다.
아몬드가 아닌 다른 얼굴.
-??
-뭐야 이 오징어는?
-틀려! 이 얼굴이 아냐!
-WRONG
-ㅁㅊㅋㅋ 킹귤이었어??
“아. 반갑습니다. 견과류단 여러분. 릴드컵도 조졌겠다. 저도 그냥 여기로 왔어요!”
킹귤이 등장하자 채팅창에 반응이 엄청났다.
-미친ㅋㅋㅋ
-도라이급 태세전환
-이게 가장의 무게냐; 동선 미쳤다
-아니 릴드컵은 어쩌고 ㅋㅋㅋ
-진짜 킹귤이라고??ㅋㅋㅋㅋ
“릴드컵 결승전 해설 안 합니다. 그리고 뭐 그거 어차피 망했잖아요!”
-해피셜) 릴드컵 망함ㅋㅋㅋ
-ㅇㅈ ㅋㅋㅋ
-엌ㅋㅋㅋㅋㅋ
-국뽕 없으면 못사는 킹귤답게 바로 여기로 이사함?ㅋㅋㅋ
-릴드컵 ㅅㅂ ㅠ
“저도 애가 있습니다. 기저귓값 벌어야죠.”
핑.
그때 화면에 아몬드의 캠도 떠올랐다.
그가 척 손을 올리며 자연스레 인사한다.
“트하.”
-ㅎㅇㅎㅇ
-아몬드님! 이거 어케 된거에요 ㅋㅋㅋ
-견견^^7
“아…… 이게 갑자기 이렇게 됐네요. 킹귤 님은 해설 연습하시고, 저는 국대 연습하는 그런 컨텐츠입니다.”
“예! 맞습니다. 단, 저는 관전 모드로 보면서 해설할 거구요! 김치워리어 님도 같이 해설하면서 도와주신다고 하네요!”
-갑자기 스케일 무엇 ㅋㅋ
-이게 아몬드의 승급전??
-와 승급전 스케일이 무슨 대회 뺨치네요 ㅎㅎㅋㅋㅋㅋ
-월클 견……
아몬드는 굳이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게임을 켰다.
“바로 게임 들어갈게요.”
국대 준비를 위해선 1분 1초도 아까운 상황이니까.
“저도 해설 준비하겠습니다. 제가 시빌 엠파이어를 꽤 알고 공부도 해왔는데. 그래도 잘 모르는 부분은 김치워리어 님이 도와주실 겁니다.”
“안녕하세요. 김치워리어입니다.”
그렇게, 김치워리어와 킹귤은 해설을 준비하고 아몬드는 본투비와 함께 게임 찾기를 시작했다.
킹귤은 슬슬 능숙하게 운을 떼기 시작했다.
“아, 마침 오늘이 승급전이라면서요? 시빌엠 승급전 난이도가 릴급이라는데…… 맞나요? 김치워리어 님?”
-에이
-릴 승급전에 비벼?!
-더 심함 트롤이 196명이나 더 많잖아 ㅋㅋ
악명 높은 릴 승급전에 비견할 수 있겠냐는 의견과 그보다 심하다는 의견들.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상대를 찾았습니다!]승급전 첫판이 시작됐다.
“매칭됐구요. 상대 전적 찾아보겠습니다! 아, 참고로 관전은 딜레이도 있어서 여러분이 아몬드 님 본투비 님한테 채팅으로 알려줘도 소용없어요~ 아시죠? 자, 김치워리어 님. 어떻게 보십니까?”
“상대 전적이…… 그냥 그런 B랭인데…….”
“그럼 좋은 거 아닌가요? 표정이 왜 절인 배추 같죠?!”
-엌ㅋㅋㅋ
-둘이 초면 아님?
-미친ㅋㅋㅋㅋ
“상대가 한국인이네요.”
“아, 한국인이요?”
“네.”
“이 시빌엠에서 한국인 지휘관을 상대로 만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 말이죠?”
“음…….”
김치워리어는 뭔가 걱정되는 듯 화면을 바라본다.
그러는 사이.
“일단 게임 시작됐습니다!”
이내, 화면엔 마을회관과 10명의 주민이 보였다.
“지도상으로 3시. 아몬드와 본투비의 진영이구요. 그리고 9시. 일직선상이죠? 상대 지휘관 루프! 루프의 진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