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39화
15. 나 홀로 1등(1)
스쿼드(Squad).
군대에서 쓰는 분대, 특공대 정도의 의미다.
배틀 라지에서는 4인 팀을 뜻하고, 스쿼드 매치는 4인 팀전을 말한다.
특이한 점은 이 스쿼드 매치를 혼자서 혹은 둘이서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꼭 4인으로 플레이할 필요는 없다.
그 덕분에(?) 아몬드는 지금 4명이 팀을 해서 헤쳐나가야 할 서바이벌에 혼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적 세 명을 처치하고도, 아직 남은 한 명에게 총을 맞게 된 것이다.
피잉──
“─커억!”
흉부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밀려오며.
붕─
떠오르는 몸.
‘이게…… 무슨……’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어느새 눈에 보이는 건 하늘뿐이었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
튀어 오르는 끈적한 붉은 핏방울.
‘미친.’
엄청난 현실감이었다.
‘총에 맞은 거구나.’
자신이 총을 맞고 쓰러졌단 걸 눈치채고, 얼른 몸을 일으켰을 때.
티─잉!
누워 있던 자리에 스파크가 튀었다. 움직이지 않았으면 그대로 죽었을 거다.
“허억.”
심장 박동수가 미친 듯이 치고 올랐다.
이러다간 자동으로 로그아웃될 수도 있다고 생각될 정도다.
아몬드는 눈을 번쩍 뜨고, 몸을 굴렸다.
티디딩! 티─잉!
몸이 구르는 궤적을 따라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위험했지만.
“허억…… 허억…….”
일단 도망치는 데는 성공했다.
안전한 철판 뒤로 몸을 숨긴 것이다.
아몬드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일단 자신을 진정시켰다.
-ㅋㅋㅋㅋㅋㅋ
-왘ㅋㅋㅋㅋ
-솔쿼드였다닠ㅋㅋ
-도랏네
-데굴보법 개웃기네
-여튼 살았나? ㅋㅋㅋ
-첫판부터 솔쿼드 ㄷㄷ
그 와중에도 직업 정신을 발휘해 잠시 채팅창을 확인했다.
‘……뭐지.’
시청자들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정말 위험했다는 걸 말이다.
‘박동수가 왜 이렇게 올라갔지.’
모든 가상현실 캡슐에는 심장박동 등 각종 이상 징후를 미리 볼 수 있는 수치를 탐지하고 기록하는데.
그 수치가 방금 노란색에서 오렌지색까지 올라갔었다.
그다음 붉은색이 되고 1초 이상 지속되는 순간 바로 로그아웃이다.
‘나만 이런 건가?’
배틀 라지라는 게임이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모두가 겪는 현상인지, 아몬드만 문제인지 헷갈린다.
터벅─ 터벅─
그때 들려오는 발소리.
“!”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아몬드는 얼른 다시 벽에 등을 기대며 집중했다.
-왜 그럼?
-쫄보 ㅋㅋ
-ㅋㅋㅋ
-사플?
-아무 소리도 안 났는데?
아무 소리도 안 났다고?
아몬드는 의아하다 못해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무슨 개소리야.’
터벅─! 터벅─!
바로 옆에서 캐스터네츠를 치고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소음인데?
분명 적이 오고 있다.
그는 눈을 감고, 대충 적의 거리를 머릿속에 그려봤다.
그리 멀지는 않았다. 발소리는 느렸지만, 한 번도 끊이지 않는다. 정확히 아몬드의 위치를 아는 듯했다.
정말로 아몬드를 죽이고 갈 셈이다.
‘굳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생각은 해봐야 별 소용 없다.
적은 죽이려 하고, 난 살아야 하니까.
‘어쩌지. 적은 총인데…….’
만약 여기서 정면으로 붙으면, 총알이 당연히 더 빠를 것이다.
선수를 쳐야 이긴다.
‘아……!’
고민하던 아몬드는 뭔가를 깨달았다.
적이 왜 망설이지 않고 이곳으로 오는지.
‘날 죽이려는 게 아니야.’
탁.
화살 하나를 입에 물고, 다른 하나는 시위를 메겼다.
터벅─ 터벅─
계속되는 발소리. 아몬드는 침착하게 기다린다.
탁.
어느 순간 멈춘 발소리.
휘이익!
아몬드는 재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활시위를 당겼다.
“어…….”
동료를 치료하고 있던 그가 남긴 마지막 유언이었다.
“씹─”
─푸욱!
머리 한가운데에 멋들어지게 박힌 화살.
쿠웅!
그 여파로 시체는 뒤로 쭉 밀려나며 모랫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상대는 자신의 동료를 치료하려 했던 거다. 그래서 발걸음에 망설임이 없었다.
동료가 어딘지는 바로 보이니까.
[아몬드 → 물쥐팬] [처치하였습니다!] [아몬드 → 도파팬] [더블 킬!] [66 / 100]킬 로그에 더블 킬이 떴다.
그 말은 기절 상태였던 적도 함께 죽은 것이다. 더 이상 그를 살려줄 팀원이 남지 않았기에, 시스템상 자동으로 죽음 처리해 준 셈이다.
“하. 이겼네요.”
혼자서 스쿼드 하나를 전멸시켰다.
-와아아아아아!
-아몬드 우승!!!
-ㅋㅋㅋㅋㅋㅋ고독하구만…….
-ㅋㅋㅋㅋㅋㅋㅋ
-솔로 부대! 가자!
-ㅋㅋㅋㅋ
채팅이 빠른 속도로 마구 올라가기 시작했다.
후원도 들어온다.
[아아아아아~ 스퀉!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쩔었네요 형] [도랄팍쥐포에버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무친 실력…… 이건 진짜 재능이다] [여러분~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이 사람이 신체 코드를 만든 지 2주도 안 되었다는 걸 기억하셔야 합니다. 심지어 배틀 라지는 오늘이 처음…….] [선 넘는 트수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이 정도면 전자파의 아성을 뛰어넘는 수준 아님?]-전자파 위는 선 넘지
-닉값 오지넼ㅋㅋㅋ
-전자파도 이 정도 재능은 아니었지 솔직히
-ㄹㅇㅋㅋ
-솔직히 재능만 놓고 보면 장난 없는데
-어떻게 생판 처음 하는 게임을 이렇게 하지?
-응 아냐~ 전자파는 못 넘어~
낯선 이름들에서 오는 후원.
액수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오히려 그게 더 좋은 신호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후원하는 시청자층이 늘었다는 뜻이고, 새로운 시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단 뜻이다.
‘메이저로 가고 있구나.’
즉, 메이저 시청자층을 조금이나마 얻어낸 것이다.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게임 전환은 성공적인 것 같았다.
모든 게 잘되고 있었다.
“이제 파밍 할게요.”
그런데 그때, 예기치 않은 시련이 찾아온다.
선택의 시련이다.
아몬드의 눈에 총이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된 시련.
‘……총!’
아까 죽은 적이 꽤 좋은 소총을 들고 있었다. 소위 M4라고 불리는 대중적으로 상당히 선호되는 총이다.
컴파운드 보우보다야 당연히 더 좋은 무기인 셈이다.
‘활을 버려야 할까?’
아몬드는 심각하게 고민이 됐다.
보통 플레이어라면 당연히 총을 집어야 한다. 그게 유리하니까.
유리한 플레이를 굳이 포기한다면, 시청자들은 납득하지 못할 거다. 답답해할 거다.
‘하지만 해낸다면?’
그러나 활로 1등을 해낸다면?
그것도 솔로 스쿼드로?
그것도 첫판에서?
아몬드는 고민이 됐다. 스트리머는 잘하는 것 이상으로 캐릭터성이 중요하다.
단순히 잘하는 것만으로는 크게 성공할 수 없다.
그의 캐릭터성 중 가장 많은 파트를 차지하고 있는 건 역시나 ‘활’이란 무기다.
이걸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엔 싫어할 수 있어도, 이기면 이만한 게 없어. 근데 지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띠링.
[서지아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미션 : 활로 우승하면 10만 원]미션이 걸렸다.
‘오.’
마침 딱 좋은 미션이었다.
‘어?’
근데 이름이 서지아다.
동명이인?
그럴 리가 없다.
‘우연……일 리가 있냐.’
좀 부담스러웠다. 후계동에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아몬드도 잘 안다.
형편이 좋진 않을 거다.
그래도 거절은 예의가 아닐 터.
[수락합니다.]“오. 미션 감사합니다. 어차피 활 잡으려 했는데.”
-ㅋㅋㅋㅋㅋㅋ 개손해 미션…….
-ㄹㅇ 활로 가는 거임?
-가능한 건가
-활 가자 활!
-어차피 1등 미션도 있는데. 나 같으면 안전하게 총 잡고 10만 원을 노리겠소.
-꿀잼은 활로 1등이지
시청자들도 미션을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아몬드는 총은 버려둔 채, 다른 장비들만 챙겨서 블루존을 피해 움직였다.
* * *
부으으으응─
아까의 스쿼드가 타고 있던 지프를 이젠 아몬드가 타고 있었다.
“근데 어디로 가죠?”
운전하던 아몬드는 시청자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는 이 게임이 처음인지라, 어디가 유리하고 아이템이 잘 나오는지 모른다.
일단 블루존을 피해서 계속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일단 뚝배기 얻으러 가야 함
-목장에서 자주 나옴.
-목장 ㄱㄱ
-나오는 데가 정해진 건 아닌데, 보통 큰 건물에서 좋은 게 나옴.
“목장…… 알겠습니다.”
지도에서 대충 목장을 확인한 아몬드는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그렇게 10초가량을 운전해서 가고 있을 때.
-어. 근데 차 타고 쭉 가면 안 되는뎈ㅋ
-어그로 ㅁㅊㅋㅋㅋ
-나 좀 죽여줘요~~!
차 소음이 꽤 큰 편이라, 밀집 지역에서는 상당한 관심을 끈다.
아몬드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았다.
콰아앙─
아니나 다를까, 굉음과 함께 차가 기울어져 버렸다.
“어엇……!?”
쿠웅.
반대로 아예 뒤집혀 버린 차.
안에 들어 있던 아몬드는 혼돈이었다.
“미,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개웃기넼ㅋㅋㅋ
-이게 뉴비지.
-수류탄인 거 같음ㅋㅋ
-하나 더 날라올 듯!!
하나 더 온다고?
아몬드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차 밖으로 몸을 굴렸다.
넘어진 차를 방패 삼아, 넙죽 엎드렸다.
시청자들이 말한 대로 바로 하나가 더 날라왔다.
콰아아앙!
순간 차가 45도 가까이 기울었다.
-좀 치는 놈인 거 같은데?
-토스가 정확하네.
-거의 프로토스
-이 레이팅 같진 않음
-큰일이네 ㅋㅋㅋ 스쿼드들 다 같이 움직일 텐데.
화르륵!
이제 지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아몬드는 얼른 기어서 근처에 있는 아무 작은 집이나 들어갔다.
그가 문을 닫고 숨을 고르는 사이.
콰과과광!
몇 초 버티지 못하고, 지프가 크게 폭발해 버렸다. 뜨거운 기운이 여기까지 확 덮쳐온다.
저기에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 보니, 소름이 끼쳤다.
잠시 멍하니 그 장면을 보던 아몬드는 고개를 흔든다.
‘일단 옥상으로 가자.’
집 안에는 아무도 없다.
아몬드는 빠르게 계단을 달려 옥상으로 올라갔다.
적을 찾기 위해서다.
‘대체 어디야?’
시커먼 재가 날려 시야를 많이 가리고 있었다.
‘저깄다.’
그래도 그 사이로 적 하나가 보인다. 먼저 접근하고 있었다. 나머지 셋은 선발대를 엄호할 준비 중이다.
‘4명이구나.’
역시나 적은 넷이었다.
그 순간─
타앙!
총성이 울렸다.
팅!
아몬드의 바로 옆에 불꽃이 튀었다.
적의 사격이 빗나간 것이다. 하지만 위치는 들켰다.
‘들켰구나.’
투두둥! 퉁!
네 명의 적 중 둘은 아몬드가 도망가지 못하게 계속 견제 사격을 날렸고.
나머지 둘은 돌격조로 아몬드가 있는 집을 향해 뛰었다.
-와씨, 매 순간이 다굴이네
-솔로의 슬픔…….
-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인생 같아…….
-이겨라 아몬드!!!
-비겁한 놈들!
-원래 스쿼드 매치인데 뭐가 비겁햌ㅋㅋㅋ
-근데 이거 진짜 어쩌냐. 쟤넨 어설픈 애들 아닌 것 같은데.
아몬드는 대응 사격을 포기하고, 옥상 울타리 벽에 등을 기대었다.
“후우.”
와중에도 견제 사격은 계속되었기에, 얼굴을 내밀 수조차 없었다.
몸을 돌릴 공간도 없었다.
‘별수 없나.’
기리릭─
그는 하늘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등 뒤쪽으로.
-어, 이거 포트리스에서 보던 건뎈ㅋㅋ
-백샷?!
-ㄷㄷ 아까 같은 포물선 샷인가? 근데 이제 뒤돌아 쏘는…….
벽에 등을 댄 채로, 각도를 최대한 위로 틀어서 쏘는 기술.
포트리스 따위의 게임에서 흔히들 백샷이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포물선을 그리는 탄도의 특성을 최대로 활용한 감각적인 샷.
아몬드는 눈을 감고, 발소리에 집중했다. 바람을 피부로 느꼈다.
흡─
얕은 숨을 머금은 후.
팽팽하게 당겨졌던 시위를 놓았다.
─파아앙!
화살이 하늘로 치솟는다.
그다음, 입에 물었던 화살을 곧바로 한 번 더 노킹한다.
아까와는 다르게 빠른 릴리즈.
파앙─
이번에도 화살은 하늘로 솟는다.
거의 직각으로 치솟던 2발의 화살이, 어느 순간 매섭게 낙하했다.
푸욱!
“컥!”
화살은 다가오던 돌격조 중 하나의 정수리에 정확히 명중했고.
퉁!
그의 방탄모가 찌그러지며, 체력이 된통 깎여 나갔다.
옆의 동료가 어리둥절하여 말을 꺼냈으나.
“뭐야? 이게 무…….”
─푹!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아몬드 → 집게사장] [처치하였습니다!] [47 / 100]동료와는 다르게, 그는 방탄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2발이 전부 정수리에 맞은 거야?!
-뒤로 쏴도 맞혀 버리누
-혹시 컴파운드 보우라는 게 유도 화살임?
-아니, 뭔데 이 또라이 같은 샷빨은ㅋㅋㅋ
-이걸 샷빨이라고 해야 되냐…….
-에임을 하지 않았는데요. 에임이 좋습니다!
-ㄴㅇㄱ 상상도 하지 못한 화살!
-말하다 말고 죽은 거 개웃기넼ㅋㅋ
-설마 한 발 더 날아오는 줄 몰랐나 봄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