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9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10화
39. 3시대 전투(1)
이 게임을 이기려면, 지금 많은 피해를 입혀놔야 했다.
[지휘관: 루프] [주민: 56] [지휘관: 본투B] [주민: 19]일꾼 수의 차이가 너무나도 많이 벌어져서, 더 이상 시간이 흘렀다가는 좁힐 수 없는 자원 차이로 이어진다.
다만, 문제는 지금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사거리 안으로 들어간 게 딱 한 명뿐이라는 거다.
바로 아몬드.
지금 적들의 방어탑 라인을 향해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아몬드다.
무작정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아몬드도 이런 생각이 있었다.
‘나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
현재 루프의 진영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플레이어는 아몬드 혼자뿐이라는 생각.
이는 캐리하겠다는 강박 따위가 아니라, 정답이었다.
〔공성 무기 나오려면 한참 걸리겠는데요…….〕
우는 소리를 내며 참담한 소식을 전해온 본투비.
그는 벽을 뚫을 수 있는 공성 무기를 얼른 만들어내고 싶었지만, 이미 경제나 문명 발전 쪽으로는 때려치웠던 터라, 쉽지가 않다.
슬슬 자원 차이도 150점 이상 벌어지고 있을 정도니까.
지금 유일하게 앞서는 건 병력 수.
루프는 병력이 아직 단 한 명도 없다.
이는 빠르게 시대 업을 달리는 상황에서 흔히 보이는 시빌엠의 광경이다.
이 게임은 병력이 없더라도, 일꾼만으로 꽤 준수한 수비가 가능하다.
마을 회관의 전투력은 말할 것도 없고, 방어탑도 일꾼이 안에 들어가서 화력을 늘릴 수 있다.
효율이 아예 다르달까.
건물 안에서 일꾼이 활을 쏘는 게 어지간한 병사 20명보다도 낫다.
병사들이 건물을 부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건 아몬드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그는 애초에 건물을 상대할 생각은 아니었다.
‘온다.’
피유웅!
아몬드를 향해 쏘아지는 방어탑의 화살들.
처음엔 하나만 쏘아졌으나, 그가 달리는 족족 화살 개수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파바바방!
아몬드를 공격할 수 있는 방어탑이 현재 4개.
각각 다른 방향에서 4개의 화살이 동시에 쏘아지는 것이다.
‘다행히 뒤에선 안 오고.’
아몬드는 좌우로 한번 살핀 후.
일꾼의 위치와 대조해, 최적의 돌파로를 그린다.
‘저기!’
후우욱!
발을 박차며, 자신이 그린 돌파로를 한 치 오차 없이 밟아나가는 아몬드.
치익!
화살 하나가 그의 옆구리를 스쳐 간다.
‘됐다.’
대미지는 들어오지 않았다.
정확한 판정 계산이다. 이렇게 스쳐 가듯 피하는 것이 애초에 목표였다. 너무 큰 폭으로 피하면 다음 공격을 피할 여유가 사라지니까.
‘다음.’
치직!
동시에 두 개 화살이 양어깨를 스쳐 간다.
이 역시 대미지는 없었다.
‘이제 마지막.’
슥!
마지막 화살은 그의 다리 사이를 통과해 지나가 버렸다.
몸을 타고 흐르는 약간의 소름을 애써 무시한 채, 아몬드는 한 걸음을 더 나아간다.
이제 4개의 방어탑이 쏜 화살은 다 피했다. 그런데, 그들은 공격을 한 번만 하진 않는다.
파바방!
또 쏘아진다.
이번엔 3개다.
아까와는 다르게 첫 번째 방어탑의 사거리에선 벗어났기 때문이다.
조금 더 속력을 높이기 시작하는 아몬드.
‘살아남아라랑 비슷하네.’
그가 비공식적으로 세계기록을 세웠던 살아남아라 챌린지.
그 지옥에 비하면 방어탑 서너 개를 동시에 피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심지어 일꾼도 겨우 하나씩 배치된 방어탑인지라, 공격 속도도 느렸다.
아몬드는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뛰면서 진격했다.
그런 와중에도 계속해서 방어탑들은 그를 향해 화살을 쏘아댔으나.
전부 빗나간다.
미세한 간발의 차이로 피해가며 걸어가니, 마치 방어탑이 없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ㄷㄷㄷㄷ
-무슨 무림 고수같누
-ㅈ버그네 왜 안맞음
-화살을 레이나무로 만들었다는게 학계 정설
-또 신고당하는거 아니냐?ㅋㅋㅋ
아몬드가 오로지 피하는 일에만 집중하기 시작하면, 방어탑 화살 따위로 그를 저지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많은 방어탑을 지나고.
‘이제…… 보인다.’
아몬드와 일꾼들 사이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각궁 최대 사거리가 330미터쯤이던데.’
각궁의 사거리를 고려했을 때, 아몬드는 이제 일꾼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로 거의 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꾼들은 대피하지 않고 있다. 지휘관이 신경을 안 쓰고 있거나,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다.
‘무슨 생각인지 생각할 시간은 없어.’
그러나 아몬드는 이 게임을 잘 모르고.
어차피 전략은 지휘관이 짜는 것이다.
‘앞으로 30미터 정도만 좁히면…….’
아몬드는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만 몰두했다.
파바방!
방어탑에서 또 화살이 날아든다.
아까보다 숫자는 오히려 적어졌다.
* * *
“아니, 방어탑도 저거 얼굴 가려가면서 때리나요!? 왜 이렇게 못 맞혀요!”
킹귤이 마치 게임이 잘못됐다는 듯 윽박질렀다.
“제가 할 땐 그냥 맞고 벌집 됐었는데! 이렇게 다르다니! 패치됐나? 일꾼 좀 더 팍팍 넣으세요! 루프 님!”
-얼굴ㅋㅋㅋㅋ
-님 피지컬은 혀에 다 집중돼서 ㅋㅋ
-아니 왜 화를 냌ㅋ
-ㅋㅋㅋㅋㅋ그건 님이……
-레이나무로 만든 화살이랍니다~ 어쩔티비~
킹귤이 불평하는 사이, 아몬드가 이제 거의 일꾼들 근처로 진입했다.
“또 피하면서! 아몬드 또 진격합니다! 점점 가까워져요, 일꾼이랑! 근데 좀 느립니다!?”
“예. 피하는 데 집중하느라 달리진 못하죠. 방어탑의 화살이 저래 봬도 예측샷이 상당히 뛰어나서, 무지성으로 달리면 다 맞습니다.”
“근데 루프는 뭐 하고 있죠!? 지금 설마 딴 거 하고 있나요!?”
“글쎄요. 아몬드가 안으로 들어온 것까지는 봤을 텐데…….”
말하는 순간.
빠바밤.
[기사 학교]기사 학교가 다 지어졌다.
기사 학교 주변의 횃불에 불이 들어온다.
“이거 신경 쓰고 있었나요! 기사 생성 시작됐구요! 생성 시간이…….”
“40초입니다.”
“40초! 기사가 달려오는 시간까지 합하면 아마 50초! 아몬드 그사이에 저기까지 가서 일꾼 한둘이라도 잡을 수 있을까요!?”
그때였다.
기리릭!
아몬드가 활시위를 당겨버렸다.
“엥!? 아몬드 좀 먼데요!? 여기서 쏜다구요!?”
킹귤의 의구심과 별개로 활은 쏘아졌다.
파앙──
그것은 미세한 포물선을 그리며, 정해진 운명처럼 일꾼의 머리로 정확히 꽂혔다.
──푹!
비명을 지른다.
일꾼이 아닌 킹귤이.
“으아아아아아아아아!”
-ㅁㅊㅋㅋㅋㅋ
-언제 해설진에 통각까지 구현했누.
-아니 저격총이냐?
-이걸 맞히네 ㅅㅂ
-와 쾌감 지린다
“지금 거의 300미터는 떨어진 곳에서! 정확히! 정확히 급소를 맞힙니다! 아무리 각궁이라도 사거리가 이렇게 길었나요!?”
“예…… 근데, 이 긴 사거리를 다 활용해서 쏘는 분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파앙!
또다시 울려 퍼진 활시위 소리.
푹!
잠시 후 다른 일꾼 하나가 연이어 쓰러진다.
“하나 더! 일꾼 벌써 둘이나 죽였어요! 그런데 방어탑! 아직 사정권 내에 방어탑이 하나 있거든요!?”
파앙!
아몬드에게도 화살이 날아든다. 방어탑에서 쏘아진 것이다.
아몬드는 가볍게 고개를 틀었다.
치익!
귓불을 스치고 지나갔다.
대미지는 없었다.
“아몬드가 말하죠? ‘느려’라고!!!”
아몬드는 또 활시위를 당겼다.
“아니! 아몬드 선수!? 이 자리에서 또 쏘나요!? 위험─”
파앙!
킹귤의 물음에 답이라도 하듯 날아가는 그의 화살은 다시 한번 일꾼의 목덜미를 뚫어버렸고.
“─즉사!”
일꾼은 단번에 쓰러졌다.
“미친 정확도입니다!”
-캬~
-속이 뻥!
-간만에 봐도 시원
쏠 때마다 급소를 뻥 뚫어버리는 화살.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근데 방어타아압!”
방어탑이 다시 화살을 쐈다.
슥!
데자뷔마냥 아몬드는 또 가볍게 피해냈다.
한 발을 움직이는 정도로.
“피했고!”
그런데 킹귤은 불안했다.
‘이게 된다고?’
아몬드의 체력은 여전히 100%이지만, 워낙에 허약한 2시대 궁병이다.
방어탑 공격을 피하면서 계속 일꾼을 공격할 수 있을까?
“아니, 지금! 아무리 방어탑이 하나라도! 피하는 거에만 집중할 수도 없잖아요! 계속 공격해야 하잖아요! 계속 여기서 쏘나요!? 차라리 숲에 잠깐 숨었다가 어그로 빼는 게 어떤가요!”
“음. 그럴 시간도 아깝다는 거겠죠? 그래도 킹귤 님 말씀처럼 저걸 계속 피하면서 쏜다는 건 좀…….”
해설들은 아몬드가 계속 방어탑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피하는 거에만 집중하면서 나아가던 아까와는 다르게, 이젠 일꾼도 쏘면서 화살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몬드의 활 쏘는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지기만 했고. 그는 그 자리에서 미동도 안 했다.
파아앙!
파앙!
“아몬드! 점점 빨리 쏴요!? 아예 자리를 잡고 안 움직여요!? 한번 해보자는 거죠!!”
“그, 그런 것 같네요.”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마치 양궁 하듯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쏘는 아몬드.
그는 화살이 날아올 때만 슬쩍슬쩍 몸을 움직였는데, 신묘하리만치 다 빗나가 버린다.
“아니, 또 피합니다! 박자를 외운 거 같은데요!?”
킹귤의 말처럼, 방어탑에도 박자가 있다. 당연한 것이다. AI는 공격 속도라는 게 정해져 있고. 가만히 있는 타깃에겐 최대의 공격 속도로 쏘니까.
딱 정해진 박자대로만 쏜다.
틱, 탁. 틱, 탁.
마치 메트로놈처럼 쏘아지는 화살.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규칙적인 것은 금세 적응된다.
그게 설령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는 일이라고 해도.
틱, 탁. 틱, 탁.
아몬드는 마치 정해진 박자에 춤을 추듯 점점 능숙하게 그 화살들을 피해낼 수 있었다.
사이사이 본인의 화살은 명중시킨다.
틱, 탁. 틱, 탁.
아몬드와 방어탑 사이의 메트로놈이 몇 번 움직이고 나니 어느새 일꾼들이 꽤 많이 쓰러졌다.
“아니이이이! 정신 차려 보니 지금 일꾼 10기나 죽었어요!”
절대 적은 피해는 아니다.
분명 신경 써야 하는 수준의 피해다.
“이거 루프 지휘관은 끝까지 안 빼나요!? 기싸움 중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시대 업 하면 할 게 많아서 모르는 거 같습니다. 원샷 원킬 내면 경고음이 안 가거든요. 상대도 B랭크 지박령이라는 걸 고려하셔야 합니다. 릴로 따지자면…… 실버 4티어쯤 되거든요. 막상 해보시면 일일이 신경 쓰기 정말 어려워요.”
“아…….”
-갑자기 숙연 ㅋㅋ
-모든 게 이해되는 순간ㅋㅋ
-엌ㅋㅋ
-할 말을 잃은 킹귤
푹! 푹!
계속해서 일꾼이 죽고 있는데도. 대피 명령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
그게 기싸움인지, 단순한 주의 부족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찌 됐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축적되고 있었다.
“자, B랭크고 나발이고 난 일꾼 죽이겠다! 아몬드! 매정합니다! 이제 열다섯!! 거의 총기 난사예요, 이 정도면!!!”
일꾼이 열다섯이나 도륙 났다.
방어탑을 올리고, 성벽을 다 둘러놓은 노력을 한 것에 비하면 너무 큰 손해였다.
“일꾼들이 말하죠!? 응~ 화살 쏴봐! 맞고 죽으면 그만이야~~~!”
-??
-그러면 그만이긴하지;
-ㅁㅊㅋㅋㅋㅅㅂㅋㅋㅋ
-ㅈㄴ웃기넼ㅋㅋㅋ
-맞말이누 ㅋㅋㅋ
킹귤이 이렇게 비꼬면서 말할 정도로 일꾼들은 허무하게 죽어 나갔다.
“루프 님! 왜 반응이 없어요! 이러다 다아아아 죽어어어!”
그가 거의 애걸복걸하며 부를 때에서야, 루프가 반응하기 시작한다.
[대피]그는 허겁지겁 일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고.
빠밤!
트럼펫 소리와 함께 말을 탄 기사가 튀어나왔다.
베테랑 기사다.
일반 기마병과는 다른, 기사 학교에서 나온 고랭크, 하이 스펙의 유닛.
베테랑 기사 하나가 성 하나와 맞먹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아몬드가 날고 기어도 아몬드는 2시대 궁병이다.
베테랑 기사와 마주치면 국면이 달라질 수 있었다.
“베테랑 기사 나왔어요! 이러면 또 모르는데!”
그런데, 국면이 달라지는 건 루프만이 아니었다.
빠바밤!
또다시 울리는 트럼펫 소리.
이번엔 반대편 진영이다.
[3시대 – 성주 시대]본투비도 3시대로 진입했다.
킹귤은 번복해야 했다.
“이러면 또또 모르죠! 진짜 알 수가 없네요 RTS는!”
-그냥 님이 게임을 모르는데요?
-속보) 킹귤, 해설 중 “걍 모르겠다” 발언
-ㅋㅋㅋㅋㅋㅋ말이 0.2초 단위로 바뀜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