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9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12화
39. 3시대 전투(3)
약 5분 전. 베테랑 기사가 말에서 떨어진 다음 시점이다.
그때 아몬드는 생각했다.
‘쉽지 않네.’
기사를 말에서 떨어뜨리는 건 성공했으나, 죽이는 건 역시나 쉽지 않았다.
“너무 잘 막는데. 막기가 쉽다고 해야 하나.”
-상성이 ㅠㅠ
-그래도 다가오진 못하네여
-와 ㅅㅂ 연사 미쳤다
-베테랑 기사는 어려움…….
어려울 만도 했다.
아몬드가 제아무리 각궁으로 무장했다지만, 2시대 스펙의 궁수다. 3시대의 여러 업그레이드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3시대 기사 학교에서 나온 최고급 유닛인 베테랑 기사를 이긴다는 건,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RTS다.
용병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유닛으로 소환되느냐도 그만큼이나 중요하다.
상성에 따라, 스펙에 따라 전투의 구도가 바뀐다.
아몬드가 엄청난 집중력과 실력으로 아무리 갑옷 이음새를 맞혀도, 기사 쪽에서 눈치채고 살짝만 막으면 그만이다.
화살을 온전히 피하는 것보다 이음새에만 안 맞게 하는 건 훨씬 쉬운 일이니까.
그게 S랭크 이상의 실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기사에게 어려울 리가 없었다.
카앙!
텅!
계속해서 허무하게 떨어져 나가는 화살.
시청자들은 울분을 토한다.
-이 ㅅㅂ 레이나였으면 저 새끼 벌써 발할라로 보냈는데.
-ㅠㅠㅠ2시대 궁병 너무 약하다
-이럴수가
그들의 말대로 릴이었다면, 투사체 속도가 너무 빨라 저런 식의 대응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긴 판타지 세계가 아닌, 현실적 느낌을 강조하는 게임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가 빨라질 순 없었다.
게다가 릴은 화신 간의 밸런스를 최대한 맞추려 하는 게임이고. 여긴 유닛 간 위계와 상성을 강조하는 게임.
이게 극명한 차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시빌 엠파이어는 기병 궁병 창병이 상성 싸움을 하는 가위바위보 게임이다.
거기에서 투창병, 기마 궁수, 전차 기병 등이 얹어질 수는 있으나.
일단 기본 골조가 이렇다.
‘그렇다면…….’
아몬드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베테랑 기사를 죽일 수가 없다는 걸 깨닫는다.
‘앞으로 붙어보자.’
파앙! 파앙!
그는 계속 활을 쏘며, 오히려 기사와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한다.
기사도 옳다구나 다가온다.
-거리 좁히면 죽는 거 아님??
-ㄷㄷㄷ
-오 근데 좀 맞는데.
푹!
퍼억!
멀리서 쏠 땐 잘만 막던 기사가, 점점 아몬드의 연사를 버거워한다.
아몬드가 화살의 속도를 빠르게 할 순 없어도, 거리를 좁힐 순 있고.
그러면 도달 시간이 빨라져 막기 위해 요구되는 반응 속도가 올라간다.
퍽!
푹!
적은 점점 공격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반응 속도로는 아몬드의 연사를 따라가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나 거리.
거리가 너무 좁혀지면 오히려 적이 유리하다. 그가 롱소드를 제대로 휘두르기 시작하면 궁병으로선 할 수 있는게 없으니.
적은 체력을 50% 위로 유지한 채로, 롱소드 사거리 안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거의 다 왔어.’
아몬드는 뒤로 물러나면서 활을 쏠 수도 있었지만.
‘그래선 끝이 없어.’
여긴 적진이다.
적진에서 이 기사를 붙잡고 하루 종일 싸울 수도 없는 노릇.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어떻게든 속여서라도 맞히는 거야.’
문제는 기사가 화살에 반응해서 그의 것을 막아내는 것.
그리고 급소 부위는 철저하게 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즉, 반응을 못 하게 하면 이길 수 있다. 급소를 가리지 못하게 하면 이길 수 있다.
기리릭.
아몬드는 그를 완벽하게 처치할 두 발의 화살을 준비한다.
“죽어라아! 이 모기 같은 궁병 새끼야!”
기사는 아몬드를 마침내 찌르기 위해 검을 들어 올린다.
스릉!
거리를 다 좁혔으니 본인의 승리라고 생각한 것이겠지만.
‘하나는 일단 그냥.’
파앙!
아몬드의 활시위가 먼저 튕겼다.
한 발의 화살이 날아간다.
‘하나는…….’
기리리릭!
활 시위 중앙이 아닌, 거의 끄트머리에 걸린 화살.
그것이 그대로 시위를 떠난다.
파앙!
처음 쏜 화살은 튕겨나간다.
카앙!
기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막아냈다.
두번 째 화살은 빗나간다.
“흥.”
기사의 입가에 조소가 번진다.
훙!
막던 검을 그대로 내려치는 기사.
이 모든 게 너무 순식간이었다.
그사이에 두 발이나 화살을 쏴버린 아몬드는 이제 칼날을 피할 틈 따윈 없다.
시퍼런 칼날이 그의 어깨에 내리찍힌다.
──퍼억!
[체력 25%]순식간에 거덜나는 체력.
-ㄷㄷㄷ
-헐 ㅠㅠㅠ
-으악!
실감나는 타격 장면에 시청자들이 놀라는데. 그 와중에 아몬드는 되려 더 들이댄다.
“조, 좀만 더…….”
턱.
그는 오히려 기사의 투구 위 장식을 잡아 당겼다.
‘될까? 이거뿐이긴 한데.’
의심이 들지 않았던 건 아니다. 180도를 돌아오는 화살은 실제로도 가능한 기술이나, 그게 정말 살상력이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래도 맥주병 정도는 쉽게 박살 내는 파괴력이었으니…….
‘일단 맞으면 대미지가 들어가는 방식이니까. 될 거야.’
아마 게임에선 대미지 판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아몬드의 생각이었다.
와중에 기사는 검에 무게를 더 실었다.
“놔 이 새끼야!”
칼날이 점점 어깨를 파고들어 결국 아몬드의 팔이 잘려 나가버린다.
촤아악!
[절단]대미지와 상관없이 어떤 부위를 잘라내 버릴 수 있는 판정이다.
[치명적인 부상]아몬드는 오른팔을 잃었다.
그런데 쓰러진 건 기사 쪽이다.
푹!
“……어억!”
갑자기 피를 토하더니, 휘청거리며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쿵.
땅에 박힌 머리 뒤쪽.
그곳엔 엑스크래쉬가 꽂혀 있었다.
제대로 된 것이다.
그가 헬멧을 잡아 당겨 뒷목이 그대로 드러났고, 거기에 정확히 맞아주었다.
“이거…….”
아몬드는 겨우 안심하고 손에 힘을 풀었다.
“되네.”
* * *
“이런 미친!”
리플레이를 감상한 킹귤과 그의 시청자들은 감탄했다.
“이게 뭔가요! 화살이 주인처럼 뒤끝이 있어서 돌아온 건가요!? 제 눈을 믿을 수가 없네요!”
-뒷끝ㅋㅋㅋ 치키챠샷ㅋㅋㅋ
-ㅈ댄다 ㅅㅂ
-180도 커브샷 그냥 팡머질용인줄……
-레이나무라서 아몬드에게 돌아온 겁니다만?
킹귤은 계속 흥분하며 묻는다.
“아니! 김치 님! 이거 되는 거예요!?”
“국가대항전에서 비슷한 걸 본 적은 있는데…….”
김치워리어는 예전에 국가대항전에서 만났던 궁수를 떠올린다. 아랍 문명이었다.
우리나라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쪽 역시 과거에 활로 이름을 날리던 국가들이 많았다.
특히, 실전 궁술이나 묘기 궁술에 특화된 자들이 많아서 180도 커브샷도 보여주긴 했었다.
다만…….
“실질적으로 성공한 건 처음 봅니다.”
그게 실제로 유용하게 쓰인 건 처음 본다. 마치 농구에서 파워 덩크랑 그냥 덩크랑 실질적인 차이는 없듯.
180도 커브도 그냥 재미 혹은 기선 제압 용의 묘기였을 뿐. 진짜 적을 속이는 용도로 맞힌 건 그 역시 처음 목격하는 바다.
“비, 비슷한 걸 본적이 있다구요? 대체 국가대항전은…….”
-어떤 싸움을 해왔던 것입니까…… 빛치좌……
-ㄹㅇ??
-저런 새끼들이 또 있다니;
한참 리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
킹귤이 라이브 화면을 보며 깜짝 놀란다.
그간 계속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루프의 성벽.
“성벽이!”
그 성벽이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콰광……!
거대한 돌이 날아와 성벽을 후려친다.
“아아! 본투비! 드디어 밥값을 하는군요!”
아몬드가 시간을 끄는 동안, 본투비는 기어코 3시대로 올라가 공성 병기를 끌고 온 것이다.
“트레뷰셋! 이거 공성 병기들 중에서도 정말 잘 안 나오는 건데. 어지간히 급했나 봅니다!”
심지어 본투비가 끌고 온 공성병기는 트레뷰셋. 사거리가 매우 긴 투석기이다.
150킬로그램에 달하는 바위를 5~600미터 너머까지 던질 수가 있는, 상상해 보면 실로 무서운 파괴력.
그래서일까?
단 두 번의 투척만으로, 나무로 만든 성벽 따위는 그대로 가루가 되어버렸다.
콰아앙!
“아아! 성벽이! 무너집니다아아!!!”
킹귤이 벌떡 일어났다.
게임 내내 무너지지 않고 있던 성벽이 무너졌으니.
“지금 병력 엄청 쌓였거든요! 본투비! 전부 돌격하죠! 돌겨어어억! 그냥 쓸어버려!”
계속 성벽만 서성이던 군대가 드디어 우르르 몰려가며 함성을 내지른다.
와아아아아!
-본투비. 너…… 쌓여 있잖아?
-킹귤ㅋㅋㅋ 목청은 대장군감ㅋㅋㅋ
-와 시원ㅋㅋㅋㅋ
“지금! 본투비가 마치 원한 풀듯이 대거 입성시킵니다!”
머릿수로 거의 100 가까이 되는 병사들. 그들이 전부 적진으로 입성해서 난장판을 만든다.
횃불을 들고 집과 농작지를 태우며, 인구수와 식량에 제한을 걸었고.
화르륵!
시커먼 연기가 사방으로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으아아! 다 불탑니다! 다 불타요! 뽜이어어어어~~~!”
현장은 대혼돈.
병사들은 연기에 가로막혀 피아 식별조차 안 되고, 오로지 지휘관의 핑에 의존해 싸워야 했다.
“일단. 루프도 지금 기병 10기가 나왔거든요?”
“예! 거기에 아까 추가로 생산됐던 베테랑 기사 합류합니다! 근데 창병 숫자가 너무 많아서……! 함부로 못들어가요! 눈치 봅니다!”
“지금 아무것도 안보여서! 지휘관들이 핑으로 찍으면서! 알려줘야 합니다! 현장은 난장판이에요!”
김치워리어가 목소리를 높이며 외쳤으나. 애석하게도 먼저 핑을 찍기 시작한 건 루프였다.
피잉! 피잉!
[공격]루프의 핑이 여러 군데 찍히면서, 그의 기병대가 궁병들을 향해 내달렸다.
“루프. 궁병들을 향해서 기마병 들어갑니다. 상성을 최대한 좋게 싸우려는 거죠.”
기마병은 총 10기에, 베테랑 기사 하나까지 합류한 모습.
“진형도 바꿉니다!”
[돌격 진형]10기의 기마병들이 송곳같은 진형을 만들어 내달려온다.
쿠구구구!
“본투비 반응해야죠!?”
본투비도 그에 반응한다.
[후퇴]궁병들은 뒤로 물리고.
[합류]창병들을 다시 궁병들 앞으로 부른다.
그 후, 돌격 진형을 싸먹을 수 있는 학익진을 펼친다.
[학익진형]척!
창병들이 각자의 위치에 서, 기마병들을 감싸는 진형으로 빙 둘러싼다.
들어오는 송곳을 그대로 감싸서 사방에서 찔러 죽이겠다는 심산이다.
그러자, 루프가 진형을 바꾼다.
[일렬진형]다그닥! 다그닥!
기마병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다시 송곳을 횡으로 넓게 펼쳐 버린다.
본투비도 반응한다.
[삼각진형]학익진을 펼치고 있던 창병들은 기다란 1열을 끊어내며 각개 격파할 수 있는 진형으로 바뀐다.
“와! 본투비! 판단 좋아요!”
서로 진형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이제 더 이상 물릴 곳이 없었다.
“아아! 두 지휘관의 진형 변경 싸움이 치열했는데!!”
콰아앙……!
두 진형이 부딪혀 버렸다.
와아아아아아!
함성과 굉음.
검은 잿가루가 휘날리는 사이로. 철과 철이 부딪히며 피어오르는 불꽃.
맹렬한 전투가 시작됐다.
“제대로! 제대로! 들어갑니다아아! 삼각형이 적의 1자형 진형을 완전! 부숴 버립니다!”
“게다가 창병이 기마병을 제대로 마크하고, 궁병들이 후방에서 지원! 완벽하거든요!?”
“아름다운 한타 구도! 그나마 믿을 건 베테랑 기사인데요!?”
이 말을 들었다는 듯.
[일제 사격]수많은 궁병들이 적의 베테랑 기사를 향해 일제사격을 가했다.
“궁병! 일제사격 들어갑니다아아!”
피유우웅!!!
선임 궁병의 활에 맞혀 동시에 쏘아지는 수많은 화살들.
후두두둑!
아무리 베테랑 기사라 해도, 이런 셀 수도 없는 숫자의 화살을 맞으면 치명적이다.
이히이잉……!
순식간에 고슴도치가 돼 우왕좌왕하는 베테랑 기사.
“일단 낙마합니다! 진짜 세긴 세네요! 이렇게 맞아도 안 죽어요!?”
베테랑 기사는 말에서 떨어진 채로 전투를 이어나갔다.
그의 손에 썰리는 창병 숫자만 수십인 듯했다.
그러나, 그래도 물량 앞에 장사 없었다.
“밀립니다! 루프! 밀려요! 물량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난다구요!? 아까만 해도 일꾼 차이 막 30명씩 나서 희망이 없었는데요!”
“본투비는 계속 병사를 뽑았고, 루프는 발전을 올렸거든요. 근데 그 발전을 아몬드가 틀어막고 시간을 끈 바람에! 지금은 발전도! 병사도! 모자라요!”
아몬드가 시간을 끄는 사이, 어느새 전쟁의 국면이 바뀌어 있었다.
“거기에 트레뷰셋! 날립니다아!”
──콰앙!
트레뷰셋이 날린 거대한 돌덩이가 베테랑 기사와 기마병들 위로 떨어져 버린다.
“화룡! 점정!”
킹귤의 말대로 화룡점정이다.
전투의 기류가 바뀐다.
기마병과 베테랑 기사는 피곤죽이 되어 쓰러졌고.
“돌덩이가 말하죠!?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아!”
이제부턴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선두의 기마병들은 사방에서 창에 꽂혀 쓰러지기 시작했고, 도망치려던 기마병들은 화살 고슴도치가 되어 죽었다.
두둥!
[항복]결국 루프는 항복한다.
“아아아아!! 쥐~ 쥐이이이이!!!”
“이걸 이기네…….”
“그렇죠! 이걸! 이걸! 역전하네요! 아몬드! 본투비! 그리고 저격충 루프! 진짜 명경기였습니다아!”
이게 아몬드의 승급전 첫 1승이었다.
-저격충ㅋㅋㅋㅋ
-이제야 말하눜ㅋㅋㅋ
-진짜 말하고 싶었나봨ㅋㅋㅋ
-와 진짜 잼따
“앞으로 두 경기 이기면 승급이죠?”
“예. 그렇습니다.”
“아. 그리고 여러분. 큐 잡히는 거 기다리는 동안, 아몬드 채널에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는데요?”
킹귤도 올튜브 수익과 관련이 있기에, 홍보에 열심이었다.
-??
-이제 올튜브도 해설해줌??ㅋㅋ
-벌써?ㅋㅋ
“예. 제목이…….”
킹귤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읽는다.
“……조선의 활 앞에 세계인이 납작 엎드린 이유?”
-ㅁㅊㅋㅋㅋㅋㅋ
-이거 벽 넘는 장면 아냐?ㅋㅋㅋ
-돌앗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