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9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15화
40. 순항(3)
아몬드의 A랭크 승급했던, 사건(?) 당일.
엠불에선 간만에 엄청난 수의 게시글이 업로드됐다.
평소 업로드 게시물이 100개라면 이날은 2,000개였다.
김치워리어는 한숨을 내쉰다.
“하…… 또 지랄났구나.”
게시물 숫자만 보고 이미 무슨 상황인지 안 것이다.
“오히려 너무 이겨서 문제가 커졌군.”
이겨서 문제가 커졌다. 이게 그의 판단이다.
이기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할 수 있지만.
엠불에선 그럴 수 있다.
[국대팀이 날빌 광고를 해주네 ㅎㅎ] [갈 데까지 갔구나 ㅅㅂ] [진짜 패궁러만 한다고???].
.
.
승패와 상관없이, 엠불은 소위 날빌이라고 하는 전략들에 대해 워낙에 부정적인 곳이다.
더군다나 현재의 승리가 국가대항전의 실전 승리도 아닌, 연습 경기 아니던가?
그런데 날빌을 사용해서 연승을 거듭해 무려 A랭크까지 직진했으니 욕을 먹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아니, 치승 오빠. 얘네 대체 왜 이래? 진짜 적당히 좀 해야지.”
옆에 있던 물만두가 볼멘소리로 불만을 터뜨린다.
“쟤네 입장에선 내가 사악한 흑마법사쯤으로 보일 테니까. 냅둬.”
“뭐? 오빠 마법사야? 어쩌다가…….
물만두가 김치워리어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딱하다는 표정을 해 보인다.
“……그냥 다물어라 좀.”
김치워리어가 장난을 받아주지 않고, 심각하게 대꾸하자 물만두는 허겁지겁 휴대폰을 꺼내 보여준다.
“그, 그래도!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녀의 휴대폰 화면에 비친 건 엠불 커뮤니티였다.
김치워리어와 아몬드를 옹호하는 댓글들이다.
-다른건 몰라도 승급전 첫 판은 레전드인데?? 이건 걍 아몬드 실력이잖아
└그러니까 ㅋㅋㅋ
└2222 패궁러 니들이 백날해보셈ㅋㅋ 아몬드 같은 애 없이 되나?
-궁수 급소 판정 너프로 패궁러 사장된건데. 아몬드 없이 되겠음?
└안되는거 맞고, 날빌도 맞다.
└뭔 ㅅㅂ 그럼 걍 실력 차이지 날빌 때문에 이긴게 아니잖아?
“어때? 있지?”
‘그래, 있기야 하겠지…….’
김치워리어는 대충 끄덕이고 만다.
그래, 물만두의 말처럼 옹호하는 세력도 있다. 거의 절반은 김치워리어의 편이다.
그러나 그건 위로가 되지 못한다.
“하아. 피곤하다. 피곤해.”
그에겐 싸우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현재 5 대 5로 나뉘어 박터지게 싸우느라 게시물이 2,000개나 올라오는 것.
그것 자체가 싫은 거다.
이렇게 편이 갈려서 분열되는 걸 원치 않았다. 예전처럼 한마음 한뜻이었으면 좋을 텐데.
‘그게 될 리가.’
그러기엔 이미 너무 멀리 건너오긴 했다.
“국가대항전 시작할 때까지 좀 참자. 결과가 좋으면…… 그만 싸우겠지.”
김치워리어는 이만 가방을 챙겼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 생각이다.
“어. 그렇겠지? 근데 오빠 가게?”
“어. 시간 다 됐다. 나 갈게!”
전략 연구소 아지트에 모인 일원들이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
“예. 형.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보자~!”
“잘 가라 김치!”
일원들은 아직도 떠날 기미가 없는 걸 보니 밤을 새고 여기서 자고 갈 생각인 모양이다.
그렇지만 김치워리어의 일과는 이제 시작이다. 물만두가 배웅을 나오며 묻는다.
“알바 끝나고 다시 오지?”
“아니. 나도 잠은 자야지.”
“여기 와서 자.”
“불편해.”
“알았어. 그럼…… 낼 저녁에 보자.”
쿵.
아지트를 나와, 삐그덕거리는 철문이 닫는다.
“휴.”
이제야 조금 고요하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까의 말을 되새겨본다.
“결과가 좋으면…….”
결과가 좋으면 인정해 주리라는 말.
말은 동의한다만, 여태 한 번도 이뤄본 적 없다.
“결과가 좋아야 말이지.”
항상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게 국가대항전이다.
이번이라고 다를까?
만약 저번보다도 더 결과가 좋지 않게 된다면, 심한 욕을 먹지 않을까?
“후우.”
온갖 걱정이 하얀 입김을 타고 날아간다.
* * *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아침 8시.
이제 퇴근이다.
그는 익숙한 손짓으로 유니폼에서 명찰을 뗀다.
[김치승]언제 봐도 참…… 오묘한 이름이다.
치승은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고는 모자와 티셔츠도 벗어 사물함에 차곡차곡 잘 쌓아둔 뒤. 식대로 받은 햄버거 하나를 챙긴다.
“점장님. 저 갑니다.”
“어. 그래. 수고했다! 치승아!”
점포를 나서는데, 건너편에 버스가 이미 오고 있었다.
그가 타야 하는 버스였다.
“어?”
치승은 죽어라 내달렸고.
“허억. 허억.”
늘 그렇듯이 가장 앞좌석에 안착한다.
겨우 탈 수 있었다.
“휴. 다행.”
거친 숨을 한 번 몰아쉰 후.
이어폰을 꽂은 뒤, 치승은 멍하니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뭔지도 모르는 추천 음악을 튼 채, 의미도 없이 여러 사이트를 나돌아다닌다.
엠불도 갔다가, 올튜브도 한번 갔다가, 트리비도 한번 갔다가…….
김치워리어 채널도 가 본다.
그렇다. 그도 방송을 한다.
맨날 보는 사람들만 보는 방송인지라. 방송이라기보단 친구 모임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그에겐 소중한 방송이다. 비록 구독자가 3천 명 남짓이라도, 치승은 그것마저 많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3천 명이라고 생각해 보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것이다.
그에게 방송은 직업이 아닌 활력소다.
야간 패스트푸드점 주방의 그 고된 일을 견디게 해주는 활력소.
그만큼 그에겐 이 게임이 소중했고, 이걸 통해 맺은 인연들도 참 많았다.
[다음 정류장은 후계 상일 초등학교입니다.]목적지로부터 한 세 정거장 남았을 때였을까?
치승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
그의 채널 구독자 수 때문이다.
분명 3천이었는데.
[구독자 3.2만]갑자기 구독자가 10배가 됐다.
‘만? 천이 아니라?’
치승은 몇 번이나 다시 올튜브 채널을 새로고침 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구독자 3.3만]아니, 오히려 더 늘었다.
‘뭐야. 왜지?’
단순히 아몬드와 합방을 진행해서?
그럴 리가 있나.
아몬드와 합방은 김치워리어 채널에선 송출하지도 않았다. 모기짓 한다고 괜히 말만 많이 나온다며 치승 본인이 거절했다.
더군다나 댓글이 달리고 있는 영상을 보라.
게임과는 거리가 먼 영상들이다.
[알바 vlog) 오늘도 야식은 버거쉑] [댓글 +12] [3년 차 버거쉑 야간 타임 알바의 하루] [댓글 +36] [알바 vlog) 오븐 청소날]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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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로그 위주로 달리고 있는 댓글.
브이로그는 사실 그의 영상들 중에 제일 인기 없는 부류였다. 말 그대로 친구들과의 소통을 위한 매체였다.
그는 아몬드처럼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도 아니었고, 자랑할 만한 명품이 많은 부자도 아니었으며, 영상을 예쁘게 찍는 법도 몰랐으니까.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새로 유입된 사람들은 이런 영상들에 댓글을 가장 많이 달아줬다.
-비록 게임이지만…… 국대가 어울리는 훌륭한 사람이네요. 새벽에 알바하면서 별다른 대가도 없는 국가대항전을 계속 도전하고, 우리나라의 명예를 드높여주려 하시니 감사합니다.
-피드백하는거 멋있었음. 역시 국대 ㄷㄷ
-새벽에 버거쉑 알바 ㅠㅠㅠㅠ 진짜 응원합니다 ㅠㅠㅠ
-계속 자리를 지키며 국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이게 스포츠 정신이지.
댓글을 하나하나 스크롤을 내려가며 다 읽어본 김치워리어.
그는 손을 덜덜 떨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다음 정류장은……]내려야 하는 정류장이 지나갔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들리지 않았다.
귀가 먹먹해졌다.
그는 왜 울음이 나오는지도 모르는 채 울기 시작했다.
혹여나 누가 들을까 입을 틀어막은 채로.
* * *
그 시각, 상현의 집.
주혁은 습관처럼 커피를 내린 후,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아침엔 실시간 영상 차트를 확인한다.
“이게 순위가 제일 높은 건가.”
현재 아몬드 채널에 올라온 영상 중 게임 차트 성적이 제일 좋은 건 11위였다.
11위) 한국 지휘관의 호통에 눈물 흘리며 항복한 일본 지휘관
이 외에도 몇 개 더 있다.
23위) 프로토스 출신 해설자
27위) 화살이…… 치키챠?!
28위) “그 해설”의 혓바닥 매드무비
31위) 견같이 승급
전체적인 성적은 준수하다.
그러나 최고 성적이 아쉽다. 10위권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무래도 갑자기 킹귤이 낀 컨텐츠를 하려니 마음처럼 만들어지진 않겠지.’
주혁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지며, 마우스를 움직인다.
이번에 새로 만든 영상들을 조금 보려는 것이다.
‘나도 한번 보고 생각해 보자.’
주혁도 나름 한 분석하니, 같이 방향을 잡으면 좋을 것이다.
주혁은 지아가 만든 것들 중에 가장 평소와 다른 걸 클릭해 본다.
28위) “그 해설”의 혓바닥 매드무비
* * *
잠시 후.
“……허.”
주혁이 얕은 숨을 뱉는다.
보는 사람도 기가 다 빨리는 것 같은 영상이었다.
지아는 이런 걸 어떻게 만든 거지.
-킹귤 텐션 무쳤네 ㄹㅇ
└어질어질함 ㅋㅋㅋㅋㅋㅋ
└정신 나갈것 같다……
-와… 진짜 에너지가 넘친닼ㅋㅋ
-킹귤 목에서 피 안나냐?
-이게 가장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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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반응도 대체로 주혁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듯했다.
주혁은 잠시 고민하더니, 메모장을 켜고 타이핑을 시작한다.
‘킹귤은 재밌는 말을 쇼츠로 잘라서 짧게 올리는 게 좋아 보임.’
분명 재밌었던 장면이었지만, 한 번에 다 모아놓으니 정신이 없다.
무엇보다, 해설 당시 상황이 명확하지가 않았다.
짧은 영상에 너무 많은 상황을 넣어서다.
‘해설 빌드업도 최대한 포함해서 한마디당 1분으로.’
이런 메모를 추가로 적는다.
“그럼 이제 제일 잘된 영상 한번 볼까.”
그는 이번에 가장 잘된 영상을 틀어본다.
11위) 한국 지휘관의 호통에 눈물 흘리며 항복한 일본 지휘관
영상은 약 10분 정도의 길이.
승급전 마지막 판이었던, 일본 지휘관과의 대결 영상이다.
그는 아몬드에게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고통받다가 결국 본투비의 ‘Noob’ 발언 하나에 항복 선언을 해버렸다.
-ㅁㅊㅋㅋㅋㅋ
-정신 데미지에 개같이 할복!
└개같이 할복ㅋㅋㅋㅋ
└엌ㅋㅋㅋㅋ
└할복 돌았냐곸ㅋㅋㅋㅋ
-본투비 마나번 데미지 무쳤고~
‘성공 요인은…… 익숙한 맛이라는 거.’
아무래도 아몬드의 메인 컨텐츠이기도 하고, 상대가 일본이라는 게 국가전의 느낌을 심어준 것 같다. 최근 밀고 있는 국뽕 밈 패러디가 곁들여져서 준수한 성적이 나온 것 같았다.
‘근데 이걸 성적이 잘 나온 거라고 봐야 하나.’
욕심이 많아진 건지 뭔지 주혁은 애매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던 중, 불현듯 뭔가 생각났다.
“잠깐. 이거 아니잖아?”
제일 인기 많던 영상은 이게 아니었다.
“그 조선의 활 엎드려 어쩌구…… 어딨지?”
가장 먼저 나왔던 쇼츠 영상인 ‘조선의 활 앞에 세계인이 납작 엎드린 이유’가 가장 조회수가 높았는데.
차트에 없었다.
타다닥.
주혁은 그 영상을 검색해 본다.
“어. 있네.”
영상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심지어 해시태그엔 1위라고 써 있었다.
그런데, 게임 카테고리 1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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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사회] [실시간 화제 영상]1위) 조선의 활 앞에 세계인이 납작 엎드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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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트에서 당당히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
황당한 상황에 주혁은 지아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주혁: 아니 지아야. 이거 카테고리 잘못돼 있는데??]답장은 금세 왔다.
[지아: 아…… 그거 컨셉질로 카테고리 그렇게 해둔 건데…… 그렇게 인기 많을 줄 몰랐어.]“하?”
주혁은 어이가 없었다.
아몬드의 영상 밑으로는 수많은 애국심 자극 컨텐츠 혹은 정치 사건 관련 컨텐츠가 순위를 다투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상 정치 사회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아몬드의 영상이 1위를 차지해 버렸다.
-가짜 국뽕이 진짜 국뽕 영상을 이겨버리누 ㅋㅋㅋㅋㅋ
└진짜 가짜 국뽕ㅋㅋㅋㅋㅋㅋ
└이걸 1위해버리넼ㅋㅋㅋㅋ
-자, 이제 누가 진짜 국뽕이지?
-이게 정치고 이게 사회지!
-엄마! 이거 사회 탐구야! 엄마! 이거 사회 탐구야! 엄마! 이거 사회 탐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