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39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16화
41. 정치워리어(1)
수많은 애국심 자극 영상들과 극단적인 정치 이야기, 혹은 소위 렉카라고 불리는 사건 사고들을 퍼 나르는 영상들이 있는, 온갖 어그로와 자극적 썸네일이 판을 치는 카테고리.
베스트 댓글 아래엔 늘 100개 이상의 대댓글에서 싸움판이 벌어지고, 고소당한 뒤 삭제되거나, 수익 창출 불가 딱지가 허구한 날 붙는 카테고리.
[정치 · 사회]바로, 정치 사회다.
주혁은 지금 그 카테고리 텍스트를 멍하니 쳐다보는 중이다.
“허…….”
이곳은 그야말로 올튜브의 정글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이다.
동시에, 올튜브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다.
그런데 지금 거기서, 바로 그 정글에서, 이런 영상이 1위를 차지해 버렸다.
1위) 조선의 활 앞에 세계인이 납작 엎드린 이유
실제 정치 영상도 아니고. 심지어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풍자 개그도 아니었다.
“그냥 순수한 게임 영상에 국뽕 향 추가지.”
주혁의 말대로, 사실상 퓨어한 게임 영상에 불과한 영상이다.
그런데 1위다.
정치 사회 카테고리에서!
-정치 카테고리 1위 무엇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
-여, 여기가 넛츠펑크 세계인가? 왜 이게 정치 사회 1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거기선 이게 정치고 이게 사회 맞짘ㅋㅋㅋㅋㅋ
└겜돌이인 내가, 이세계에선 정치인?!
-국뽕 코인 달달하넼ㅋㅋ
주혁은 느꼈다.
‘와. 이거 모르겠네.’
주혁이 처음 이 영상들을 보기 시작한 이유.
그건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방향을 잡기 위해서다.
즉, 어떤 게 흥했으면 왜 흥했는지, 어떤 게 망했으면 왜 망했는지 알기 위해서다.
그런데 주혁은 알 수가 없었다.
‘……뭐지.’
도저히 파악할 수 없었다.
외국인 용병들에게 엎드리라고 한 뒤 그들을 밟고 올라 성벽 위에 선 후.
푸른 하늘과 태극기의 3류식 합성으로 애국가와 함께 마무리되는 이 영상이 왜 이렇게 많은 조회수가 나온 건지.
-애국가 ㅅㅂ 개 병맛이넼ㅋㅋㅋ
-와 새마을 운동 감성 지리네;
-6.25 전쟁 당시 복원 영상인가요?
└뭔 소리임. 행주대첩 때 찍어놓은 영상인데요?
└하이테크 조선 ㄷㄷ
└견소리들의 향연ㅋㅋㅋㅋ
└삐빅! 넛츠펑크에선 가능한 일입니다.
‘이건가?’
댓글들의 말처럼 병맛 감성 때문일까?
가끔 그런 영상 있다.
별다른 장치 없이도 우연찮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는 영상들.
그런 것들은 밈이 돼서 인터넷 세상을 꽤 오래 떠돌기도 한다.
‘아니면 정치 사회 카테고리 차트 유입?’
주혁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할 뿐, 답을 내진 못했다.
“어?”
이때, 주혁은 뭔가 발견해 낸다.
딱히 아까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더 좋은 거다.
“이거…….”
마우스 포인터가 차트 2위 부근에 머문다.
2위) 큐티파이 불화? 과거 파티셰 소속이었던 머핀! 이유는 삼각관계!?
이런 제목의 영상이었는데.
사실 제목보단 이게 더 중요했다.
[타임트러블]채널의 이름이다.
“이 새끼였구나?”
예전에 아몬드의 과거를 제멋대로 먼저 까발리려 했던 그 녀석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비슷한 컨텐츠로 높은 순위를 달리는 중이시다.
그런데…….
“우리한테 졌네?”
아몬드가 이겼다.
나름대로 사이버 렉카 계열에선 권위자인 그의 영상을 그의 본토인 정치 사회 카테고리에서 이겨 버린 상황.
아이돌 간의 삼각관계 및 불화라는 어마어마한 어그로를, 아몬드는 인간 피라미드로 성벽 오르면서 깨버렸다.
“꼴 좋다. 이 자식.”
주혁은 꽤나 통쾌해했다. 이미 예전 일이지만, 그때 정말 기분이 별로였으니까.
그런데─
1위) 큐티파이 불화? 과거 파티셰 소속이었던 머핀! 이유는 삼각관계!?
순위가 바뀌었다.
“……?”
자세히 보니 애초에 조회수 차이가 얼마 나지도 않고 있었다.
[조회수 71.3만] [조회수 71.2만]매우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다투고 있었던 거다.
그러다가 방금 역전된 거다.
“……이런.”
주혁의 인상이 구겨진다.
사실 1위나 2위나 별반 차이도 없을 테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상당히 열이 받는다.
그가 주먹을 쥐고 부들거리던 중.
“뭐하냐.”
상현이 나왔다.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눈도 반쯤 감겨 있는 모습.
“……그냥 차트 좀 보고 있었지. 우리 1위 했…… 아니, 했었다.”
“?”
“지금은 2위야.”
“아쉽네.”
상현은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승부욕이 강한 편이지만, 이건 지아가 활동하는 영역이니까. 주혁도 이만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상현에게 묻는다.
“야. 오늘 병원 가는 거 알지?”
“어~ 지금 씻으려고. 너는?”
“난 이미 씻었지.”
“오키.”
상현이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고. 주혁의 시선은 다시 모니터로 고정된다.
‘저 자식 어떻게 하지.’
조회수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걸 주혁이라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다만.
방법이 없다고 물러서는 건 김주혁이 아니다.
뭔가 좋지 않은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기고 싶은 게 지금 그의 심정이다.
그렇게 가만히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는데.
지잉. 지잉.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뭐야. 이 시간부터. 시상식 매니저인가.’
요즘 시상식 관련으로 그쪽 담당자들한테 전화가 자주 오고 있었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24시간 아무 때나 전화해서 확인을 하려고 할 수도 있다 생각했지만…….
[김치승 – 김치워리어]전화를 건 인물은 다름 아닌 김치워리어다.
“음?”
예상치 못한 전화였다.
상현에게 용건이 있다면 직접 전화할 텐데…….
‘뭐지? 유상현이 안 받아서 그런가.’
주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단 받아본다.
“여보세요?”
-아, 네. 저 김치승입니다. 김치워리어요.
“예. 번호 있습니다.”
-아…… 그러시겠구나. 매니저님이시죠?
“예.”
-다름이 아니라……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전화 드렸어요.
“아. 상현이 바꿔드릴까요?”
-아뇨. 상현 씨한텐 제가 따로 말씀드리면 되는 거니까요.
그러면 왜 전화한 거지? 주혁은 의아했다.
-저는 매니저님이랑 편집자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전화 드렸어요.
“저, 저희한테요?”
-예. 올려주신 영상들 덕분에 제 구독자가 많이…… 늘었구요. 그보다도…… 그냥, 그냥 기분이 좋아서요. 감사합니다. 이런 거 처음이에요.
김치승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그 먹먹함에서.
어딘가 알 수 없는 따뜻한 온기가 몰려왔다.
“……아, 예. 잘되셨다니. 정말 기쁘네요. 저희도 덕분에 좋은 기회를 잡아서 정말 좋습니다. 영상 1위도 하고요.”
-예. 감사…… 엥? 1위요?
“예. 그…… 정치 사회 카테고리이긴 한데 어쨌든 1위입니다.”
-저, 정치 사회…… 아…… 그래서 그런 분들이 많이 오셨구나…….
“어떤 분들이요?”
-아, 아닙니다. 나중에 만나서 말씀드릴게요.
“아, 예. 다음에 식사라도 대접하겠습니다.”
-아, 아뇨. 사실 제가 대접해야 하는데…… 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간단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런 일도 있구나.
연결이 끊어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주혁은 새삼 느꼈다.
그들이 만드는 영상과 아몬드의 방송이 얼만큼의 영향력이 있는지.
이 영상으로 누군가는 인생의 어느 한 부분에서만큼은 실컷 웃거나, 울거나, 외로움을 달랠 것이다.
주혁은 아까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다시 올튜브 차트를 바라본다.
1위) 큐티파이 불화? 과거 파티셰 소속이었던 머핀! 이유는 삼각관계!?
아직 1위를 지키고 있는 모습.
[조회수 92만]심지어 차이는 더 벌어졌다. 70만 초반에서 90만으로 날아올라 버린 모습. 아예 역전을 당한 것이다. 아마 저 영상은 곧 100만을 찍을 것 같다.
반면, 아몬드 영상은 아직 80만이다.
역시 사이즈가 다른 걸까?
1위는 결국 타임트러블이다.
주혁은 배알이 꼴린다. 그런데 와중에 주혁은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타임트러블은 살면서 이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을까?
글쎄, 적어도 영상 관련으로는 없을 것이다.
전화가 왔어도 대부분 경찰서에서 왔겠지.
‘그래. 네가 아무리 조회수, 돈 다 빨아먹어 봐야. 렉카는 렉카다.’
이에 주혁은 뭔가 일을 꾸미려는 생각을 그만두고, 그냥 창을 종료했다.
“에이. 관두자.”
끼익.
그때 상현이 욕실에서 나온다. 벌써 다 씻은 모양이다.
“뭘 관둬?”
“아니야. 아무것도.”
상현은 고개만 갸우뚱하고는 화장대 앞에 섰다. 헤어드라이어를 집고는 열심히 머리를 말리기 시작한다.
그는 거울을 보며 생각한다.
‘조금 빠졌나.’
상체가 조금 말랑해졌다.
스트리머를 시작하고부터 눈에 띄게 근육량이 줄어든 느낌이다.
몸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없었지만, 막상 슬슬 줄어가는 근육을 보니 씁쓸했다.
‘슬슬 30대로 접어들어서인가.’
앞자리 바뀌면 확 달라진다더니, 상현도 거기서 예외는 아닌 것 같았다.
‘이틀 뒤면 시상식인데…….’
이제 곧 시상식인데, 거기서 조금 수척해 보이지 않으려나. 걱정되는 상현.
‘시간 참 빠르다.’
그의 시선이 거울에 비친 벽시계로 향했다.
병원에 갈 시간이 다가왔다.
“나 이제 옷 입는다. 너도 준비해.”
“아, 그래.”
주혁과 상현이 각자 방으로 들어가, 나갈 채비를 마친다.
주혁이 켜놓고 간 컴퓨터의 한구석. 릴프로 커뮤니티가 떠 있었다.
거기서 한 게시물이 계속해서 조회수가 오르고, 추천을 받기 시작하더니.
빅프로에 등극한다.
* * *
주혁과 지아, 상현이 모두 탑승한 차 안.
여느 때처럼 상현은 뒷좌석에 지아는 조수석이다.
일행의 목적은 유상현 병원 데려다주기이다.
굳이 지아까지 나올 필요는 없지만, 이 둘은 아무래도 병원 근처 공원 데이트에 맛이 든 게 분명했다.
적어도 상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나저나 시상식에 입고 갈 옷은.”
지아가 상현을 돌아보며 묻는다.
“그냥 슈트 입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시상식이잖아.”
“……음.”
옆에서 주혁이 끼어든다.
“내가 알아본 데가 있어. 오늘 거기서 지아랑 맞추자. 금세 나온다.”
지아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본다.
“……나는 왜.”
“너도 사야 된다. 지아야.”
주혁이 피식 웃으며 지아에게 말한다.
“요즘은 스트리머가 개인으로 활동하는 게 아니니까, 팀 단위 시상도 있다더라고. 편집자들도 상 준대.”
“……난 처음 듣는데. 당장 이틀 뒤가 시상식이잖아.”
“어. 나도 어제 들었어.”
“?!”
“아니, 이 자식들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건지 갑자기 전화 와서 알려주더라. 심지어 후보도 따로 안 알려줬다. 어차피 스트리머 옆에 딸려와서 기다리라는 거지 뭐.”
“…….”
대답이 없어서 돌아보니, 지아의 얼굴이 벌게졌다.
그랬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 서는 걸 부끄러워했었다.
꽤 많이.
“나, 난 상 못 받을 거 같은데…… 솔직히 편집자 상 받기엔…… 나 그냥 아몬드 빨이야. 잘하는 사람 너무 많아. 오, 오늘 영상도 결국 1위는 못 했고…….”
평소 꽤나 자신 넘치던 태도는 어디 가고, 횡설수설하는 지아.
“2위도 대단한 거지. 시상식 근처에 활약한 거일수록 효과가 좋거든? 편집자 신인상 정도는 되지 않을까? 아님 장려상.”
장려상 같은 게 있는지도 모르지만, 주혁은 그냥 되는대로 뱉었다.
“아…… 장려상…….”
그러던 중, 뒷좌석에 있던 아몬드가 약간 심각한 투로 말한다.
“저기.”
“?”
앞좌석 둘의 눈이 백미러로 향했다.
아몬드가 백미러 가까이로 휴대폰을 들이댔다.
“내가 정계 진출했다는데?”
놀랍게도 정말로 그런 게시물이 화면에 떠 있었다.
[속보) 아몬드 정계 진출]상당한 추천수와 조회수를 가져가면서, 릴프로 최상단에 노출되어 있었다.
일종의 밈이 되어버린 건지, 관련된 수많은 게시글도 생성되고 있었다.
[아몬드 의원 출마!] [아몬드 국무총리, 청와대 개같이 입장!] [속보) 영조, 사도세자 대신 아몬드를 후계로 임명] [속보) 아몬드, 상하이 임시 정부 수립. 조선의 희망] [김치워리어 & 정치워리어 환상의 듀오 ㅋㅋㅋㅋ]“이게 대체 뭔 말이야?”
상현의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물었다.
그는 오늘 늦게 일어난 바람에 그의 영상이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되어버렸는지 아직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풉!
주혁과 지아는 문제의 원인을 알기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특히나 상현의 황당해하는 표정이 압권이었다.
푸하하하!
한참을 웃은 뒤, 그들은 상현에게 상황을 설명해 줬고, 상현도 어이가 없어 웃어버렸다.
“아니. 뭐야…… 그런 거였구나.”
그냥 해프닝이다. 재밌는 밈이 생겼구나 정도의 일. 이때만 해도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전혀 몰랐다.
이게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리라고는.
1위) 조선의 활 앞에 세계인이 납작 엎드린 이유
[조회수 128.3만]2위) 큐티파이 불화? 과거 파티셰 소속이었던 머핀! 이유는 삼각관계!?
[조회수 114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