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4화
2. 게임을 해보자(1)
비참하고, 창피하게도 상현은 난생처음 온 캡슐방에서 질질 짜고 말았다.
‘진짜 된다니.’
10년이다.
10년 동안 그는 활을 잡지 못했었다.
김주혁에겐 마치 그 세월을 기억 못 한다는 듯 대꾸했으나.
‘잊을 리가 없잖아.’
그의 머릿속에서 그 날짜가 잊힐 리가 없다. 그의 뇌가 절대 그렇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날의 교통사고는 지금도 눈에 선하다.
오른손은 영영 제대로 못 쓰게 될 거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의 그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시선을 돌리는 의사의 그 매정한 얼굴은, 지금도 길 가다 마주치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끄으…… 하아…….”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아봤지만, 계속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대체 왜 눈물이 나오는지는 몰랐다.
10년 만에 쏴본 활이 기뻐서? 아니면 그간 텅 빈 인간처럼 10년을 버텼던 자신이 불쌍해서?
알 수 없었다.
어쨌건 간에 가슴 아래에선 끝도 없이 뜨거운 것들이 부글부글 끓어 넘쳤다.
그리고 그것들이 눈을 통해 흘러나왔다.
“……사 ,상현아.”
주혁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상현은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
“오지 마. 하, 씨……. 쪽팔려.”
다가오려는 주혁을 저지한 상현은, 옆에 놓인 티슈를 뽑아 눈물을 닦아낸다.
이제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한 모습이다.
“괜찮으시죠?”
그제야 사장이 다가와서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예. 감사합니다. 그냥 옛날 생각 때문에…….”
“이해…… 하지는 못하지만, 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예……?”
“어린 시절의 그 꿈을 지금도 그렇게 뜨겁게 갖고 있다는 거요.”
이 사장은 소년 만화를 너무 많이 봤다. 상현은 그렇게 생각했으나. 다음 말을 듣고는 이 사장이 소년 만화가 아니라 미소녀 망가를 봤다고 해도 그를 존경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가격은 700으로 드리겠습니다.”
“!?”
상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치…… 칠백? 설마 지금 캡슐 말하는 거 아니지?’
그가 알기로 중고 역시 가격이 2천 가까이 한다. 칠백이면 거저 수준이 아니라 그냥 손해를 보는 거다.
“……지금 캡슐 말하시는 거 아니고, 어디 다른 부품 말씀하시는 거죠?”
“아뇨. 캡슐 맞습니다. 방송하신다고 했던가요? 그거 장비도 다 안에 세팅된 거예요. 조금 구버전이긴 한데, 그래도 처음 시작 장비로는 나쁘지 않을 겁니다.”
“…….”
상현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가, 감사합니다!”
그는 사양 한 번 하지 않고 넙죽 고개를 숙였다. 어렸을 때부터 상현은 사양을 할 만한 여유 같은 건 없었다. 남의 도움은 무조건 두 손 내밀어 받아내야만 살 수 있었으니까.
“이, 이걸 어떻게 갚아야 할지…….”
“갚긴요. 원래 싼 놈이에요. 1천 정도에 팔릴 놈입니다. 3백은 그냥 지인 찬스, 그리고…….”
사장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남자다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주혁이 앞에서 그냥 가오 잡는 거로 해두죠.”
“!”
가오…….
그래. 그거 중요하지.
상현은 전무 가오 한번 살려주겠다고 온 부서가 염병을 떨던 사건을 기억해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십니다.”
상현이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하자, 사장은 빵 터졌다.
“푸하하하! 진짜 재밌는 사람이네.”
“그, 그 제가 조금 다르다고 했잖아요.”
주혁 역시 당황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덧붙였다. 한참을 웃고 나서, 사장은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가오가 아니라 투자입니다. 대부분 캡슐방 운영 제대로 하는 곳들이 그렇겠지만, 제가 이 캡슐 유통도 맡고 있거든요. 잘되면 나중에 광고나 한번 거하게 꽂아주세요. 300이면 싸게 먹히는 거죠.”
“……아.”
광고라니. 아직 게임 한 판 제대로 해보지 못한 스트리머 지망생에게 광고를 바라고 뭔가를 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건 순수한 사장의 선의였다.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보다 더 거세게.
“예! 물론입니다!”
* * *
다음 날. 사장의 직원들이 와서 캡슐 설치를 끝냈다.
“감사합니다! 이거 가는 길에 드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뭐 이런 걸.”
그는 직원들에게 캔 커피를 하나씩 주고 돌려보냈다.
그 후, 약 7시간에 걸친 대장정 끝에 방송 세팅과 게임 구매 준비를 다 마쳤다.
“후아. 진짜 이것도 일이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상현은 스트리밍 플랫폼 ‘트리비’에서 핫한 게임 목록을 살펴봤다.
[배틀 라지] 22만 시청 중.
.
.
대부분 온라인 게임이며, 경쟁이 치열한 것들이었다.
‘이런 것도 좋겠지만…….’
위의 게임들은 분명 이 시대 최고로 핫한 것들이지만, 상현은 위의 게임들은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인기가 많은 만큼 플레이하는 유명 스트리머들도 많았다.
저기서 신입 스트리머인 상현이 주목받기란 너무나 어렵다. 이미 랭킹 최상위의 괴물들이 잔뜩 포진해 있고, 입담이 좋은 스트리머들이 한 자리씩 꿰찬 곳이다.
‘너무 메이저는 무리야.’
그는 처음부터 이런 레드 오션을 노릴 생각은 없었다.
적당히 인기가 있을 법한 게임. 그러면서도 상현이 잘할 수 있는 게임을 찾아야 했다.
‘미리 봐둔 게 있는데…….’
상현도 나름 머리에 생각해 둔 게임이 있었다.
현실의 능력을 적용하기 좋을 만큼 굉장히 사실적이고, 인기도 적당히 있는 게임.
스크롤을 쭈욱 내려보니 보인다.
[킹덤 에이지] 1.7만 시청 중킹덤 에이지라는 게임이었다.
중세의 용병 중 하나로 살아가는 게임이다.
중세 배경, 사실적 플레이, 리얼한 전투.
매니악한 요소가 가득한 게임이다.
이런 게임은 충성 팬이 많고, 플레이하는 스트리머는 별로 없다. 사실적인 만큼 게임이 더럽게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어나서 어려운 게임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상현은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다.
그는 트리비와 연동된 스토어에서 게임 구입을 진행했다.
[구입하시겠습니까?] [59,000원]퀄리티가 있는 게임이니 만큼, 가격이 꽤 비싼 편이었다. 그러나 상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예]어차피 이 일을 위해서 4천만 원을 꼬라박으려 했었는데, 6만 원쯤이야 별거 아니었다.
[구매 완료]그의 신체 정보에 등록된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게임이 실행됐다.
[5초 뒤에 풀 다이브가 시작됩니다.] [5]꿀꺽.
상현은 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눈을 부릅떴다.
[4] [3] [2].
.
.
파앗!
새하얀 플래시가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 * *
짜악!
두꺼운 손바닥이 뺨을 강타했다.
“컥!’
‘뭐야?’
상현은 어리둥절해하며 벌떡 일어났다. 분명 게임인데도 뺨이 얼얼했다. 기분 탓인가?
“일어나! 새꺄!”
거기에 갑자기 들려오는 거친 욕설.
“용병 새끼가 이럴 때 자고 있어?”
아. 게임이 시작된 거구나.
상현은 다시 한번 이게 게임임을 스스로에게 상기해야 했다.
‘너무 진짜 같잖아?’
이 게임의 놀라운 사실적 구현 때문이다. 오죽하면 방금 뺨을 맞은 게 굉장히 화가 날 정도였다. 고작 게임 캐릭터한테 화를 낼 뻔한 것이다.
올림픽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현장감이 느껴졌다. 사운드 퀄리티도 굉장했다.
다그닥. 다그닥.
마차가 분주하게 오고 가는 소리,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비명과 고함. 거기에 철과 철이 부딪히는 파열음까지.
‘전투인가?’
상현은 짐 마차 안에서 대기 중인 신참인 상황이었기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척 보기에도 전투를 치르고 있는 듯했다.
고참은 다급한 얼굴로 윽박질렀다.
“지금 산적들이 쳐들어왔다! 일어나! 무기 집어!”
거칠게 손짓하는 고참 용병.
그런데…….
“얼른 집으라고! 새…….”
그의 얼굴이 기이한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모든 화면이 멈춘 거다.
[무기를 고르세요.]튜토리얼의 시작이었다.
휙.
상현의 시야가 갑자기 강제로 돌아간다.
지푸라기가 잔뜩 쌓인 짐칸이다.
[검]구석의 박스 위에 올라간 검이 보인다.
그 후에 곧장 시선이 또 휙 돌아갔다. 이번엔 좌측이다.
[창]마차 외곽에 꽂힌 창이었다.
마지막으로 시선이 돌아간 곳. 그곳은 고참 용병의 등이었다.
[활]그가 활을 메고 있었다.
“……뭐야 왜 활만 쟤가 메고 있냐.”
상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당황했지만, 어쨌든 망설임 따윈 없었다.
그가 활을 향해 손을 내미는 순간.
-활 고르심? 활 챌린지 하는 거?
갑자기 채팅이 튀어나왔다.
“!”
상현은 시선을 돌려 좌측 하단을 봤다.
[시청자 5명]‘5명이나?’
역시 게임 선택이 좋았던 건가?
첫날부터 5명이나 봐준다.
‘잠시 말할 틈은 있겠지?’
하꼬 시절에는 하나의 채팅, 한 명의 시청자도 소중하다. 상현은 잠시 게임이 일시정지 된 채로 말을 받아줬다.
“활 챌린지요?”
그가 물어보자, 채팅이 곧장 올라왔다.
-활 챌린지 모름? 3, 4회 차 플레이하는 고인물들이 가끔 하는 건데.
상현도 게임 방송은 많이 본다. 대충 어감으론 뭔지 알겠다. 그런데 그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다.
“활…… 안 좋아요?”
고인물들이 활 챌린지 따위를 한다는 건, 활이 별로 좋지 않다는 소리다.
-몰라서 물으시나? 이거 아군도 맞고, 방어구에도 활이 튕겨 나가고, 화살 숫자도 냉정하게 다 계산돼서 진짜 까다로움.
-그게 아니라 이분 방제 안 보심?
-??
-방송 첫날이래. 게임도 첫날이고.
다른 시청자들이 끼어든다.
그나저나 방제라니. 상현은 갸웃거리며 위를 확인해 봤다.
[자동 설정 방제]이런 메시지가 뜬 채로, 방제가 ‘게임 초보 신입 스트리머’라고 적혀 있었다.
‘아 방제를 깜박했나 봐.’
상현이 급하게 게임을 키는 바람에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정해준 거다. 그런데 나쁘지 않았다.
-이 사람 게임 플레이 타임 보셈.
-걍 아이디 자체가 거의 어제 거임.
발전된 신체 식별 시스템으로 사람들은 그가 완전 초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고.
-와 진짜 뉴빈가 봐. 하악 하악.
-개신기ㅋㅋㅋ
그가 초보라고 싫어하기보단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고인물만 남은 매니악한 게임이다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선택이 좋았네.’
상현 본인이 생각해도 게임 선택이 훌륭했다.
“님들 활이 어려워요?”
그의 질문에 채팅창엔 ‘ㅇㅇㅇ’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5명의 시청자 전부가 어렵다고 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상현은 그대로 활을 골랐다.
-?!
-이거 앙칼지고 귀여운 뉴비구만.
-말 안 듣는 어린애는 별론데~
-ㅋㅋ매운맛 방송으로 가려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