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0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18화
41. 정치워리어(3)
[비운의 양궁 유망주 ‘아몬드’ 정치 사회 1위. 왜?]이는 놀랍게도 커뮤니티 유저들이 쓴 게 아니다. 진짜 포털 사이트의 기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커뮤니티 유저들이 장난으로 만든 문구를 그대로 퍼온, 진짜 포털 사이트의 기사다.
-기레기 클래스 ㅋㅋㅋㅋ 이걸 퍼가냐?
-릴프로 유저랑 기사랑 차이점 누가 제발 설명좀 ㅋㅋㅋㅋ
-ㅅㅂㅋㅋㅋ 기사도 정치 사회면이얔ㅋㅋㅋㅋ 도랏넼ㅋㅋㅋㅋ
-“미친 ‘견’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이 기사 자체도 커뮤니티에 소개가 되는 바람에, 기사에는 당연히 욕이 수십 개 달렸다.
단순히 커뮤 글을 퍼가서 기자 월급을 받는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기사에 사실상 아무런 내용이 없기 때문.
왜 정치 사회 카테고리 1위를 할 수 있었는지를 기자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기사 양반. 씨발 그래서 니도 이유를 모른다는 거네?
└기자도 몰라서 ‘왜?’라고 써있는거 안보임?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
└아 졸라 웃곀ㅋㅋㅋㅋㅋㅋㅋ
└제목이 진짜 몰라서 물어본거였냐곸ㅋㅋ
신문의 구독자나 진짜 언론을 원했던 시민들에겐 이 기사는 분명 기대 이하였을 테지만.
아몬드에겐 엄청난 호재였다.
노출도가 상당한 포털 사이트, 거기에 나이대 성별 가리지 않고 타겟 분포가 고르게 되는 언론의 기사.
이건 그대로 영상의 조회수 증가로 이어졌다.
[조선의 활 앞에 세계인이 납작 엎드린 이유] [조회수 108.3만]눈덩이 불어나듯 커지는 조회수.
눈덩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 기사를 또다시 밈화시키는 세력들의 등장으로, 조회수는 계속 증가하게 되더니…….
[112.1만] [120만].
.
.
결국 순위는 다시 역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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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조선의 활 앞에 세계인이 납작 엎드린 이유
[조회수 128.3만]2위) 큐티파이 불화? 과거 파티셰 소속이었던 머핀! 이유는 삼각관계!?
[조회수 114만]==== ====
“……이게 이렇게 되네.”
병원에서 돌아온 주혁은 이 기현상을 보며 혀를 내두른다.
결국 아몬드가 타임트러블을 이겼다. 물론 이번만일 거다.
분하지만, 그쪽은 체급이 다른 채널이다.
“후아.”
그렇다 해도 속이 시원한 주혁이다.
그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다.
커뮤니티 유저들 중에서도 이 구도를 눈치챈 자들이 있었다.
[타임트러블 렉카 새끼 개같이 멸망 ㅋㅋ] [진짜 개역겨워 저런애들이 1위하는거보다 아무 영상으로나 아몬드가 하는게 나음] [아몬드 다시 1위 탈환 ㅋㅋㅋ 개쩌네]그리고, 이게 또 기사화가 됐다.
[이슈 올튜버 ‘타임트러블’ 자신이 사연 팔았던 인물에게 “홈그라운드 패배”]“크으!”
주먹까지 불끈 쥐던 주혁.
“잠깐…… 또?”
그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이건 이상한데.”
뭔 이런 거까지 다 기사를 일일이 올리는지. 그것도 나름 메인 포털에 기사 올리는 사람인데 말이다.
[한해일보, 기자 이정수]“이건…….”
머릿속에 어렴풋이 남은 이름이다.
주혁은 이정수 기자의 기사 목록을 찾아봤다. 검색 기능이 있어서 금세 찾아볼 수 있었다.
[부상으로 좌절된 꿈을 딛고 일어선 양궁 소년] [한해일보, 기자 이정수]이 기사의 한 구절을 주혁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유상현 씨는 가장 아날로그적이고 전통적인 스포츠인 양궁에서의 좌절을, 가장 혁신적이고 디지털화된 스트리머라는 직업으로 극복한 것이다……]“맞네.”
읽어 보더니 주혁은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기자는 아무래도 이때부터 아몬드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기사를 자주 낸 것 같았다.
그 외에도 E 스포츠 관련 기사라든가 게임 업계에 관한 기사가 주력이었다.
그런데…….
[K 캡슐 “다이버즈” 올해 하반기 최고 실적 발표. 한국의 “새로운 대기업” 탄생?]캡슐 쪽에도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
주혁은 잠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스크롤을 멈췄다.
‘이건…….’
주혁의 입장에선 너무 명확하게 보인다.
다이버즈의 대표가 자본을 넣은 것이.
하기야 기자가 갑자기 관심이 생겨서 열심히 기사를 써준다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거기까진 상관없어.’
이런 일이야 비일비재다. 그냥 사회가 굴러가는 방식일 뿐이다. 회사는 돈을 내고 광고를 하고 싶고, 기자는 자기 광고주를 나름의 방식으로 서비스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주혁의 심기를 건드는 건 다른 부분이었다.
‘설마 아버지 때문인가?’
다이버즈의 대표가 아버지와 절친한 선후배 사이라는 것. 이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
단순히 다이버즈의 이득이 아니라, 주혁에 대한 호의로 이러는 것이라면?
주혁은 정중히 거절하고 싶었다.
그러나, 방법이 있나?
무턱대고 전화해서 동정하지 말라는 듯이 거절한다면, 너무나 무례한 짓일 터다.
잘 알고 지내는 삼촌 같은 존재라지만, 그는 한 대형 회사의 대표다.
그가 책임지고 있는 삶이 몇 개인지, 그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대기업을 다녀본 주혁은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주혁 자신과는 급이 다른 존재다.
어쩌면 그가 주혁을 동정하는 게 당연한 거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런 사람에게 무례를 범하는 건 너무 큰 리스크다.
‘그냥 추측일 뿐이잖아.’
주혁은 그냥 눈 감고 넘어가기로 한다.
이럴 때면 그가 늘 주문처럼 하는 말이 있다.
‘그냥 세상이 이렇게 생긴 거다. 지구가 생긴 게 싫다고 떠날 거냐?’
그는 다시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이제 상현이 방송이 시작할 시간이다.
‘일에만 집중하자.’
때마침 상현이 문을 열며 말한다.
“나 방송 시작한다.”
“어. 그래. 몸 상태는?”
“좋지.”
상현이 씩 웃어 보인다.
주혁은 오늘따라 상현이 지나치게 밝아 보인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일을 숨기려하는 거 같은데.’
주혁은 대강 그 일이 뭔지 짐작되지만, 말을 하지 않으니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조심해라.”
척.
상현이 대답 대신 엄지를 올린 뒤, 캡슐 안으로 사라졌다.
* * *
김치워리어, 김치승.
그의 시선이 시계로 향했다.
오후 5시다.
아몬드가 오기로 되어 있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병원에 들러야 해서 조금 늦는다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메시지가 온다.
[아몬드: 이제 준비됐습니다. 들어갈게요.]그는 회의 테이블에서 일어난다.
“얘들아. 나 아몬드랑 좀 하고 올게.”
“어.”
“오키~”
동료들도 어차피 다 알고 있는 스케줄인지라,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그들은 다시 수많은 지도와 체스 말에게 시선을 돌린다.
치승은 방 깊숙이 배치된 캡슐들 중 하나로 들어갔다.
[생체 정보 확인…….] [김치승] [승인되었습니다.]트리비를 켜보니 이미 아몬드 방송이 시작된 것 같다.
[김치워리어 × 정치워리어 환상의 듀오]희한한 제목이다.
“이게 뭔 말이지.”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제목보단 시청자 수다.
[현재 시청자 1만]방송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순식간에 1만을 채워 버렸다.
아무래도 오늘 조금 늦은 시간에 켜는 바람에 다들 우르르 몰려온 모양이다.
-방제 미쳤누 ㅋㅋㅋㅋ
-정치워리어 뭔뎈ㅋㅋㅋㅋ
-ㅁㅊㅋㅋㅋ
-아몬드를 국회로! 아몬드를 국회로!
-엌ㅋㅋㅋㅋ
치승은 시청자들 반응을 살펴보면서, 방제가 어떤 밈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을 해본다.
‘무슨 밈이었나 보네. 방제도 중요하구나.’
그는 머릿속에 메모해 둔다. 아몬드는 그에게 게임을 배우고, 그는 아몬드에게 방송을 배우고 있는 셈이다.
팅.
그때, 캠이 켜진다.
[트하~!]아몬드는 평소처럼, 아니, 평소보다 조금 더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ㅎㅇㅎㅇ
-아하! 아하!
-오늘 왤케 잘생김??
-머리 바꼈네? 존잘 미쳐;
-헐 대박 ㅠ
우르르 쏟아지는 채팅들.
치승은 방송의 핵심을 깨우쳐 버린다.
‘……얼굴이 더 중요한 것 같기도.’
-여자 만남?
-아몬드 어디갔다옴? 아몬드 어디갔다옴? 아몬드 어디갔다옴?
-누구야! 누구냐고!
-에이 설마 ㅠㅠ
시청자들은 아몬드가 누구를 만나고 왔다고 착각한다.
이에 아몬드가 설명을 한다.
-앗……
-웁!
-싹 다 구속해!
-그렇구나 ㅎㅎ
그가 왜 병원을 가는지 대부분 시청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채팅창에 잠시 말이 없어졌다.
그러던 중 이런 후원이 들어온다.
[와락왁왁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나 담당했던 성형외과 의사 쌤보다 아몬드 헤어드라이기가 성능이 더 좋아보이네??? 엥? 에엥? 에에엥!?]-ㅋㅋㅋㅋㅋㅋ성밍아웃
-22222
-앗……ㅋㅋㅋ
-목소리 씹ㅋㅋㅋ
-엌ㅋㅋㅋ
그 이후로도 루비소드라든가 가지볶음 등 그의 주기적인 후원자들이 후원을 던지고.
[아. 지금 김치워리어 님이랑 킹귤 님 들어오셨거든요. 빨리 가 보겠습니다.]아몬드가 드디어 디스월드 채널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치승은 그사이 오늘의 목표를 되새겨봤다.
‘오늘 승급전까지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몬드의 현재 포인트 상승률은 A랭크치고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문제는…….’
문제는 따로 있다.
치승은 고개를 돌려 한구석에 뜬 창을 바라본다.
‘저거지.’
커뮤니티 사이트 ‘엠불’의 한 단톡방이다.
이들은 엠불 멤버들 중에서도 꽤 극단적인 자들만 모여 있는 곳인데.
그 극단의 방향은 날빌을 다 쳐 죽이겠다는 쪽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를 생각하면 편하다.
날빌 세속주의자인 김치워리어는 당연히 이곳에 초대받지 못했다.
치승의 동료들 중 하나가 위장으로 잠입해서 화면을 공유 중인 것이다.
[AK47: 이 새끼들 시작하네 ㅅㅂ 다 뒤졌다] [외향적_성격을_고쳐라: 바로 드간다 ㅋㅋㅋㅋㅋㅋ 감히 A랭에서 날빌 꽁승을 해??] [샤르르: 근데 이거 저격으로 판정되면 정지인데…… 괜찮나?] [날빌심판자: 한 판은 절대 저격 판정 안 됨 그냥 번갈아가면서 들어가면 됨] [외향적_성격을_고쳐라: 저격 거르는 프로그램도 첫 판은 판단 안함ㅋㅋㅋㅋ]들어가 있는 인원은 한 10명 정도인데.
실질적으로 이 ‘저격 매치’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사람은 한 4명 정도였다.
[모래숟가락: ㅋㅋㅋㅋㅋA랭크 수문장 4천왕 든든하네 ㅋㅋㅋㅋㅋㅋ] [무지무지성: 제가 제일 고랭크인데 참여 못 해서 죄송합니다…… 근데 본투비 실력 정도는 4천왕님들이 해결하실 수 있을 듯요]단톡방에선 이들을 4천왕이라 부르며 치켜세워주고 있었다.
[AK47: 어. 야. 나 엄마. 왔다 ㅅㅂ] [AK47: 아 ㅡㅡ ㅈ됐네]아니, 이제 3천왕이라고 해도 되겠다.
‘참내.’
치승은 헛웃음을 쳤다.
마음 같아선 이걸 방송에 까버리고 싶었지만 그런다고 저격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엠불과의 관계만 불편해진다.
그는 오히려 기회로 보고 있다.
‘어차피 아몬드도 느껴봐야지.’
패궁러의 한계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이제 아몬드도 느낄 때가 됐다.
‘아마 지겠지. 루프랑은 달라.’
저번에 저격해 왔던 루프와는 전투력이 다를 것이다. 이들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 경기를 준비해 왔다.
그리고 실력도 A+ 랭크.
패배할 확률이 높다. 아마 질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연습에선 승리만큼 패배도 중요했다.
‘여기서 볼 기회가 생기겠네.’
아몬드가 패색이 짙은 게임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지.
이런 것 역시 국가대항전을 참가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치승은 이미 그의 위기 극복 능력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지만.
수많은(?) 시빌 엠파이어의 팬들은 알지 못한다.
아마 이제야 보게 되겠지.
[아몬드 님이 입장했습니다!] [킹귤 님이 입장했습니다!] [본투비 님이 입장했습니다!]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셋이 디스월드로 입장했다.
“안녕하세요!”
그는 밝은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
오늘의 목표와 앞으로의 훈련 일정을 설명한 후.
게임이 시작됐다.
[매칭 상대를 찾았습니다!] [AK47]상대는 AK47.
단톡방의 멤버들 중 하나였다.
‘뭐야. 엄마 와서 못 하는 거 아니었나.’
찾아보니 그는 단톡방에 이런 말을 남겼다.
[AK47: 내 등짝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엄마한테 등짝 한 대 맞고도 다시 게임을 하려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