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0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22화
42. 방해 세력(4)
방어탑 위에 있는 병사를 죽인다니.
처음부터 아몬드가 이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
일단 아군 1시 지역 금광이 위협받고 있었고. 그걸 지키는 게 가장 우선인 상황이었다. 아몬드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 역시 처음엔 1시 쪽을 지키러 갈 생각이었다.
그쪽은 숲길이 가로막고 있어서 잘만 싸우면 1대 다수로도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아몬드 님. 1시 쪽 금광으로 막아주세요! 숲에서 막으면 될 거예요!〕
참 희한하게도, 본투비가 막상 이렇게 말하니까 그 전술에 신뢰가 가질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 전혀 확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아무래도 그간의 행동이 만든 신뢰도 때문일 터다.
‘다른 방법 없나.’
아몬드는 자연스레 두리번거리며 혹시 더 좋은 방법이 없나 찾아보게 된다.
그러던 중, 방어탑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어?’
이전에 보던 것과 뭔가 다르다는 걸 깨달은 거다.
‘사람이 움직이네.’
방어탑 안에서 사람이 움직이고 있다.
당연한 것이다.
저 안에서 사람이 활을 쏘는 게 방어탑의 공격 방식이지 않나?
그런데 위화감이 든다.
뭘까 이 이상한 기분.
‘그전엔 안 그랬는데?’
안에서 사람 움직이는 걸 보는 게 처음이다.
항상 AI인 일꾼이 들어간 케이스만 봤지, 실제 병사를 방어탑에 넣은 케이스는 처음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들어가서 다른 거구나.’
AI는 완벽하게 자리를 잡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은 달랐다.
본인들도 조준하고 쏴야 하기 때문에 상체를 많이 노출시키고 있다.
여러모로 빈틈이 많았다.
‘잘하면 되겠는데.’
잘 쏘면 충분히 맞힐 수 있어 보였다.
그는 본투비에게 그 의견을 그대로 전했다.
〔방어탑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예?〕
여기 방어탑을 무력화시키고, 다시 원래의 7시 금광을 차지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1시를 막으러 가는 것보다 훨씬 좋은 전략 같았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 하지 않던가.
〔그 일꾼들 지금 다 여기로 끌고 오세요.〕
1시 쪽으로 간 일꾼들을 다시 7시로 보내면, 그사이 아몬드가 방어탑 두 개를 무력화시킨다.
그다음 일꾼들이 도착하면 여기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금을 다시 캐면 되고.
1시로 간 상대의 병력들은 일꾼 그림자도 찾지 못한 채로 벙찔 것이다.
아몬드의 설명에 본투비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한다.
〔아, 알겠습니다!〕
-누가 지휘관이냐 ㅋㅋㅋ
-하극상ㅋㅋㅋ
-본투비야! 너만의 시빌엠을 해!
-다 닥쳐! 지금 아몬드 미션 받아서 호두 초고속 스핀이다
-아성 호두 개같이 부활!?
1시 쪽 금광의 일꾼들이 우르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몬드도 방어탑으로 접근했다.
* * *
일단 시작은 성공했다.
“레이나무 헬리콥터어어어!!!”
킹귤의 외침처럼, 방어탑 안에 들어가 있던 적 하나가 죽었다.
적은 심지어 단 한 방에 쓰러졌다.
“원샷! 원킬! 이걸! 이걸 한 방에 처리합니다아!”
-와 ㅅㅂ
-미쳤다;
-도라애몽도 한 수 접어야지 이건
-퉁퉁이들 개같이 멸망;
-헐ㅋㅋㅋㅋㅋ
“우연인가요!?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소름 돋는 정확도예요!”
그게 운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른다.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이게 된다는 걸 이제 아몬드가 알았다는 것이다.
아몬드는 자신감이 붙었다.
반면, 적은 사기를 잃었다.
“어! 지, 지금 적이 숨었죠!?”
“예. 지금 방어탑에 혼자 남은 병사가 바닥에 엎드렸습니다.”
그는 방어탑 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납작 엎드려 숨어버렸다. 싸움을 피하려 하는 것이다.
방어탑 안엔 병사가 둘씩 있었는데.
이제는 한 명이었고. 그 한 명은 지금 전의를 상실했다.
방어탑에 사람이 있는데도, 화살이 나오질 않는다.
사실상의 무력화.
“아아! 방어탑 안인데! 숨어 있느라 제대로 활을 못 쏩니다! 이건 더 이상 방어탑도 아닙니다! 방어 바텀입니다!!!”
“푸훕!”
잠시 숨을 돌리고 있던 김치워리어가 뿜어버렸다.
-엌ㅋㅋㅋㅋㅋㅋ
-공수 교대 ㄷㄷ
-김치 왤케 좋아함?ㅋㅋㅋ
-방어 주제에 탑? 어림도 없지 “바텀”
-오히려 좋을지도?
한참 숨을 참은 뒤에야 김치워리어는 해설을 시작한다.
“아, 일단 상대방이 공격할 의지 없이 숨은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흔한 일입니다.”
“이게 흔한 일이에요?”
“네. 이게 적은 임금을 받는 용병들 특징인데요.”
-최저임금 용병 ㅠㅠ
-CU식 용병ㅋㅋㅋ
-아 돈 때문이구나.
적은 아몬드가 무서워서 숨은 건 아니었다. 실제로 죽는 것도 아닌데 무서울 건 없었다.
그가 무서워한 건 돈이었다.
“이 게임은 페이를 적게 받을수록 남을 확률이 적어요. 무기값이 최소 0.5골드이고 제대로 싸워보려면 1골드는 투자해야 돼서요. 사실 본전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적자도 많이 생기죠.”
“아…….”
“저분 같은 경우 기본 창병 1골드인데. 한 번도 죽지 않거나, 게임을 승리해야 이득을 봅니다.”
“그럼 지금 게임을 질 것 같으니 그냥 무기를 안 잃는 쪽을 선택한 거군요!?”
최저임금을 받는 기본 창병들은 죽을 것 같으면 차라리 게임이 지더라도 아예 숨는 방식을 택한다.
“예. 숨만 붙어 있으면 그래도 손해는 안 보거든요.”
“이야! 냉혹한 시장경제로 움직이는 전쟁터! 꼭 제 와이프 보는 것 같군요!”
“……?”
“앗…….”
-??
-ㅁㅊㅋㅋㅋㅋ
-편집점 잡아야겠누
-여기야! 여기!
탕!
킹귤이 탁자를 후려치면서 화제를 전환한다.
“아몬드! 방어탑 하나를 방어바텀으로 만든 걸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이제 다른 탑도 점령하러 갑니다!”
적의 방어탑은 2개다.
이미 무력화된 첫 번째를 지나, 아몬드는 두 번째 방어탑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까보다 훨씬 더 적은 시간을 조준한 뒤 활을 쐈다.
피융!
화살이 높이 날았다. 머리를 내밀고 아몬드를 조준하고 있던 병사에게 정확하게.
──푸욱!
눈 깊숙이 스크류네일 화살이 박힌다.
“맞았어요! 또 맞았습니다아! 저 병사는 설마하니 아몬드가 자기를 노렸다는 걸 몰랐던 것 같아요!?”
“예. 앞선 방어탑 병사와 무전을 주고받을 수도 없으니까요. 이게 중세의 전쟁입니다.”
-크 중세 뽕
-야만전투 ㅋㅋ
-와 ㄹㅇ 몰랐겠네.
“어!?”
축 처진 상체가 난간에 걸리고. 쏘려던 활은 허무하게 탑 바깥으로 떨어져내렸다.
죽은 것이다.
[목재 방어탑] [1/5]방어탑에 표기되는 숫자가 바뀌었다.
“심지어 죽었습니다!? 또 한 방에 죽었어요!”
-ㄷㄷ
-이게 된다니
-또 급소 뜸? 미쳤네
-이것도 운인가?
-???
아까와 똑같은 결과.
한 발에 한 명이 죽었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옆에 있던 동료의 반응이다.
기리릭.
그는 곧장 아몬드를 향해 활을 쐈다.
“아! 이번 동료는 쫄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받아도! 난 진짜 군인이다 이거죠!”
아몬드도 그를 향해 활을 쐈고.
파방──
“서로 쏩니다!”
서로 교차하는 화살.
분명 비슷한 타이밍에 쐈고, 높이도 훨씬 유리한데. 창병 출신이 이 거리에서 정확히 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화살은 허무하게 빗나갔다.
물론 아몬드 쪽은 이야기가 다르다.
──푹!
이번에는 이마 정중앙에 화살이 박혀 버리면서, 방어탑에 표기되는 숫자가 또 바뀐다.
[목재 방어탑] [0/5]이 방어탑은 텅 비어버렸다.
킹귤이 비명을 지른다.
“아니! 또! 또 한 방! 이거 우연이 아니었나요!? 김치워리어 님! 이거 뭐예요! 이런 거 본 적 있습니까!?”
킹귤이 거의 멱살을 잡을 기세로 김치워리어에게 물어본다.
“아랍! 페르시아! 터키! 몽골 사람들 이런 거 하냐구요!!”
-하면 죽일 기세 ㅋㅋㅋ
-머리에 프로펠러는 왜 돌리는 거임ㅋㅋㅋㅋㅋㅋ
-무서웤ㅋㅋㅋ
김치워리어는 슬쩍 몸을 뒤로 물리면서 대답했다.
“아…… 이게 저도 본 적 없습니다. 보통 일꾼을 넣으니까요. 일꾼은 AI라 완벽하게 자리를 잡기 때문에 맞을 일이 없습니다.”
“아, 그런 거군요?”
“지금 급한 대로 창병을 넣은 게 화근인 거죠. 그렇다고 저걸 맞힌다는 게 어이가 없긴 하네요.”
“그렇죠! 그것도 급소를요!”
“예. 아무래도 머리와 상체 심장 위쪽으로만 내밀고 있다 보니, 어디라도 맞으면 대충 급소가 되는 거 같긴 합니다만…… 그, 그래도 대단합니다!”
-그냥 아몬드가 개쩐다고해!
-빨리 K궁병 칭찬하라고 눈치없는 새끼야 ㅋㅋ
-황급히 포장지를 꺼내는 김치 ㅋㅋ
킹귤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었는지, 다시 게임 화면에 집중한다.
“근데 지금 방어탑에 숨어버린 창병 하나는 어떻게 된 거죠? 그냥 계속 숨나요?”
“아…… 그렇겠죠?”
“아몬드는 어떻게 대처할까요? 그 탑 안으로 들어가려나요?”
“음…… 창병하고 그렇게 가까이 붙으면 많이 불리해서…… 그리고 올라갈 때 이미 창병이 죽일 준비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아, 말씀드리는 순간! 일꾼 부대가 도착합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고향을 다시 탈환하러 왔다아!!!”
아직 방어탑 하나에 병사 하나가 남아 있는 때.
본투비가 피난시킨 일꾼들이 다시 금광에 도착했다.
반면, AK47이 파견한 창병 소대는 아무런 수확도 없이 멍하니 있어야했다.
“반면! AK의 창병부대! 지금 1시쪽 금광 습격했는데! 아무도 없어요! 이미 다 여깄거든요!?”
-ㅋㅋㅋㅋㅋ빈집ㅋㅋㅋ
-어이없겠누 ㅋㅋㅋ
-와 작전 지렸다;
창병들은 이리저리 금광 근처를 뒤져보지만, 당연히 일꾼 그림자도 볼 수가 없었다.
김치워리어가 현 상황에 대해 코멘트한다.
“아. 이건 단순히 허탕 친 게 문제가 아니라, 신뢰도에 꽤 큰 타격입니다.”
“신뢰도요?”
“예. 이 게임은 저 유닛들도 다 하나하나 플레이어잖아요. 이런식으로 작전이 허망하게 빗나가면, 저 사람들도 지휘관에 신뢰를 잃습니다. 그렇게 되면 서로 좋지 않아요.”
“아! 그렇군요?! 맞습니다! 저도 그럴 때 많았거든요? 지휘관이 뭘 시키는데 계속 허탕이라 나중엔 그냥 하기 싫고 벌써 짜증 나더라구요!”
단순한 RTS 게임과는 다르게, 여기선 병사들의 협조도 자원 중의 하나다.
계속 시키는 대로 했는데, 허탕만 친다면.
어떤 병사들은 핸디캡을 감수하고서라도 작전에 순응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게 되면 게임 진행에 차질이 생긴다.
“어!? 말씀드리는 와중에! 지금 AK47 입장에선 설상가상!”
킹귤이 화면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란을 떤다.
“방어탑에 깃발이 바뀌었어요!? 이럴 수가 있나요!? 방어탑이 이제 AK의 것이 아닙니다!”
옵저버가 잘 보라는 듯 방어탑 하나를 클로즈업한다.
그곳에 꽂혀 있던 깃발이 본투비 진영의 색인 파란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방어탑 하나가 뺏긴 것이다.
“아아아! 방어탑! 아몬드에게 마음까지 함락당한 것입니까!?”
-레이나무목으로 만든 방어탑이라고합니다~~ 글 내려주세요~~
-방어 바텀 수준ㅉ
-페이스 아이디가 또……
킹귤의 말처럼 방어탑이 정말 마음까지 아몬드에게 내준 것은 아니었다.
“아. 이게 방어탑이 텅 비었는데 거기에 적군이 들어가면 임시 점령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시야도 다 뺏겨서 정말 적군 건물처럼 쓰이죠.”
“예!? 영원히요!?”
“아니요. 임시요. 나가면 다시 바뀝니다.”
그렇다.
이는 시빌 엠파이어에서 흔히 발생하는 장면이다. 안에 사람이 없이 텅 빈 방어 건물은 적에게 임시 점령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어!? 잠깐만요! 지금 다른 방어탑에 있는 병사는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은데요!?”
아몬드를 피해서 숨어 있던 병사 하나.
그가 방어탑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다시 등장한 본투비의 일꾼들을 향해 활을 쏘기 위함이다.
“지금 다시 금 캐기 시작하는 본투비 일꾼들 노리려는 것 같죠!? 근데 아몬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저러는 거예요! 아몬드는 자기 뒤통수 쪽에 있는 방어탑에 올라가있다구요!”
다시 게임을 플레이하려는 욕심이 난 건 좋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건너편 방어탑에서 아몬드가 뻔히 그 장면을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쉬이이익──
뱀 같은 소리를 내며 날아온 화살이 그의 목 뒤에서부터 뚫고 나왔다.
──푸슛!
시원하게 피를 뿌리며 쓰러지고 만다.
“아아아! 죽었어요! 이제 방어탑 두 개 다 완전히 비었습니다아!”
이로써 AK47이 건설했던 목재 방어탑 두개가 전부 비었다.
“본투비! 이때다 싶어서 생산된 궁병들 탑에 넣기 시작합니다!”
두 방어탑이 다 본투비의 소유가 되어버린다.
“이제 이거 사실상 금광을 보호하는 탑이 되어버렸군요.”
이때 김치워리어가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본투비가 7 대 3 정도로 불리했던 게임에서 이제 6 대 4 정도가 됐습니다.”
“엥? 그거 밖에 안 올랐어요!?”
“본투비가 6입니다.”
그는 게임 시작 후 처음으로 본투비가 유리하다는 말을 뱉었다.
-와 역전 ㄷㄷ
-ㄹㅇ?
-이게 이렇게 되네
그 시각, 김치워리어의 시야 한구석에 뜬 단톡방에선 수도 없이 많은 채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곁눈질로 내용을 본 김치워리어의 입꼬리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