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0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24화
43. 네임드(1)
미니맵 위의 파란 점은 본투비.
빨간 점은 AK의 병력이다.
그 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두 개가 아닌, 거의 모든 점이.
“드디어! 양 진영 움직입니다!”
빨간색은 동쪽으로, 파란색은 서쪽으로.
그렇다. 두 진영은 서로 맵의 중앙으로 향하고 있었다.
왜?
“자. 지금 맵 가운데로 갑니다! 가운데에 있는 금광맥 때문이죠!”
금이다.
이 맵에 남은 금은 이제 이 중앙에 있는 거대한 금광맥뿐.
“서로 일꾼들까지 가져왔어요! 저기에 성채라도 지으려는 거죠!?”
이들은 일꾼까지 동원해서 싸울 예정이다.
성채를 짓고, 방어탑을 올리고, 성벽을 올려서 이 구역을 차지할 것이다.
그리고, 이 구역을 차지하는 자가 이 게임을 이길 것이다.
쿠구구……!
수많은 말이 이동하며 흙먼지가 흩날린다.
아직 칼 한 번 맞대지 않았으나, 긴장으로 공기가 뻣뻣하다.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있게 됐다.
꿀꺽.
킹귤이 마른침을 삼키며 묻는다.
“일단 정석적으로 기마병들이 달려나갈까요?”
가장 정석은 기마병들이 선두로 달려서 먼저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게 보통 유럽식 평야 전투의 서막이었다.
AK는 그런 전술을 택했다.
“일단 AK! 선수를 칩니다!!”
팅!
[AK47] [지정된 위치까지 돌격]와아아아아……!
함성이 파도처럼 한 번 출렁이더니, 빨간 기마병들이 내달리기 시작한다.
두두두두두두!
그 뒤로 보병들과 일꾼 몇이 허겁지겁 따라간다.
“먼저 중앙을 차지하고! 방어탑이든 성채든 올리면서 거점 방어하겠다는 거죠!”
“언덕 위로 성채 올라가면 절대 못 뚫습니다. 본투비.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이 맵의 중앙은 금광맥이 많을 뿐 아니라, 다른 대지에 비해 높게 솟아 있다.
즉, 언덕이다.
AK47이 이곳에 성채를 건설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 성채(Castle)는 최강의 거점 방어 건물이다.
그런 게 이곳에 자리 잡으면, 본투비로서는 뚫어낼 방도가 없다.
“본투비 움직입니다!”
그렇기에 본투비의 푸른 군대도 움직인다.
“본투비는 AK와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하는군요!?”
그런데 방식이 다르다.
AK는 정석적이나, 본투비는 계략적이다.
계략은 잘 통한다면 효과적이나, 어설프게 들어가면 전멸이다.
본투비의 군대는 어떤 쪽일지, 아직 알 수 없다.
“병력들이 중앙을 기점으로 우회하기 시작합니다!”
본투비의 병력은 중앙으로 곧바로 직진하지 않았다.
[궁병 1부대 북쪽 우회] [궁병 2부대 남쪽 우회]두 궁병부대가 남과 북으로 갈라져 중앙을 감싸며 우회한다.
맵으로 보면 마치 거대한 날개를 펼치는 듯한 진형이다.
“날개를 펼치는데요!?”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진형이다.
“아! 학익진!? 이거 학익진입니다!”
킹귤이 잔뜩 흥분해서는 마구 소리친다.
학의 날개에는 궁병, 머리는 기마병, 몸통은 창병이었다.
“그렇죠! 학익진 못 참죠! 아마 편집자님 지금 군침을 줄줄 흘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본투비 설마 이걸 노렸냐!?
-방송천재 본투비 ㅋㅋ
-벌써 영상이 보인다 보여……
모두가 흥분해서 떠드는 와중, 김치워리어가 찬물을 끼얹는다.
“아. 근데 학익진은 상대가 달려들어 줘야 의미가 있는데요.”
본투비의 선택은 의아하기 짝이 없었다.
“근데 AK는 달려들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중앙을 차지한 상태로 금을 먹고 성채를 올리면 되거든요?”
“앗…….”
그때였다.
[와아아아아!]맵 전체가 울릴 정도의 함성과 함께 본투비의 기마병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니! 오히려 학익진이 달려나갑니다!? 학이 아니라 매였나요!?”
-응~ 내가 달려가면 그만이야~
-ㅁㅊㅋㅋㅋ
-학익진 리버슼ㅋㅋㅋ
학익진이 앞으로 나아간다.
양 날개를 조이면서.
“어 근데 이, 이건…….”
김치워리어는 당황했다.
“궁병들은 뛰면서 공격할 수가 없습니다! 이건 실수 같은데요!?”
사실 아몬드가 아닌 대부분의 궁병들은 달리면서 화살을 제대로 쏘지 못한다.
“날개가 무력해요!”
학익진의 가장 중요한 양 날개는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됐다.
적도 그 점을 간파하고, 완벽하게 대처한다.
“AK 선수! 대처가 좋습니다! 기마병이 양 날개로 흩어지면서 궁병들을 향해 달려요!”
궁병에 상성이 좋은 기마병들이 순식간에 좌, 우로 퍼지면서 양 날개를 향해 달렸다. 한참 뛰어오던 궁병들은 대응이 늦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뒤에 숨어 있던 창병들은! 전방의 기마병들한테!!”
학의 머리를 담당하는 본투비의 기마병들에겐 창병을 돌격시켰다.
이 또한 유리한 상성의 싸움이다.
“부딪힙니다아아!”
콰앙!
드디어 두 진형이 부딪혔다.
궁병들은 기마병들의 거대한 창과 말발굽에 치여 굴렀다.
[어억……!] [악!]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학의 양 날개는 순식간에 절단당했다.
그런데 학의 몸통은 결과가 조금 달랐다.
“어!?”
학의 머리, 그리고 몸통은 오히려 앞으로 밀고 나간다.
“뭐죠!? 창병들이 왜 기마병한테 밀리죠!?”
숫자도 훨씬 많은 창병들이 기마병한테 주루룩 밀리고 있었다.
상성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어어?!”
킹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세히 보니 기마병 뒤에 포진한 건 창병들이 아니었다.
“학의 몸통이 궁병…….”
화살이 마구 쏘아지고 있었다.
학의 몸통이 전부 궁병이었다.
날개 쪽보다도 더 많은 수의 궁병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몸통이 궁병이었네요!? 저희가 착각했던 건가요!?”
그들 중 하나를 옵저버가 클로즈업한다.
“아몬드! 아몬드도 여기 있습니다아!”
아몬드도 이쪽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 그렇다는 건…… 확실히 여기가 메인이라는 건데요?!”
파바바바방!
화살이 미친 듯이 전방으로 쏘아졌다.
AK47의 창병들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아아아! AK의 창병들은 극악의 상성으로 부딪혀서 다 쓸려 나갑니다아! 더 이상 기마병을 견제할 창병이 남지 않았어요!!”
김치워리어가 탄성을 뱉었다.
“이건……! AK가 제대로 당했는데요?”
AK가 완전히 속았다.
날개는 미끼였다.
몸통이 진짜였다.
상성을 확실하게 유리하게 가져오기 위한 계략이었던 것이다.
“아니, 그런데 왜 저희도 속았죠? 저도 창병인 줄 알았는데!”
의문인 점은 도대체 어떻게 속였냐는 것이다.
심지어 위에서 보고 있는 해설자들도 속았다.
“그러게요. 잠시 리플레이가 작게 나오거든요?”
3분 전 영상이 재생된다.
실제로 학익진의 몸통 부분은 다 창을 든 병사들이었다.
“창 들고 있는데요?”
잠시 후 전투가 시작되자, 그 병사들은 전부 창을 내다 버렸다.
-ㄴㅇㄱ
-상상도 못 한 정체!
-내가 창~병이라구?! 지금은 어~때!!
“예? 아! 적들이 떨구고 간 창들!”
“예! 그걸 주워서 마치 창병인 양 속인 겁니다! 활은 창에 비해 눈에 덜 띄니까요!”
이게 본투비의 작전이었다.
창을 주워서 일부 궁병들을 창병인 양 위장시켰던 것이다.
모든 궁병이 창을 들 필요도 없었다. 창은 길고 눈에 잘 띄어서 궁병들은 자기 활을 숨기고 3명당 하나 혹은 2명당 하나만 들어도 멀리서 보면 전부 창병인 듯 보인다.
“아주 좋은 전략이었습니다! 본투비!”
본투비의 잔머리가 제대로 먹혔다.
전쟁은 그에게 기울기 시작한다.
“아아아! 본투비의 기마부대!! 무혈입성해서 적을 유린합니다! 이들을 감당할 창병이 없어요!”
본투비의 기마부대가 머리를 북으로 틀어 돌진했다.
“남북으로 나뉜 AK의 기마병들은 각개 격파 당할 겁니다아!”
양 날개의 궁병들을 잡느라 남북으로 반반 나뉜 적 기마병들을 한 부대씩 제거할 요량이다.
“나누어지는 바람에 숫자 차이 어마어마합니다!”
본투비는 본대가 온전히 다 있고, AK는 반씩 나뉘어 있으니, 당연히 본투비가 유리한 구도였다.
“도망쳐야죠! AK!”
“그렇습니다. 이번 전투는 피하는 게 좋아 보이네요.”
AK는 후퇴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차마 내리지 못한 것이다.
[성채] [건설 중 76%]“아아아! 성채! 성채가 3분의 1만 올라가면 되는데!”
성채를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 그의 결정을 늦추고 있었다.
콰앙!
결국 두 기마부대가 부딪쳤다.
빨간색이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한다.
“AK 나누어졌던 남쪽 기마병 불러옵니다아!”
[회군]AK는 다른 날개로 갔던 기마병들을 다시 불러온다. 이 두 세력을 합쳐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
그러나 그걸 본투비가 그냥 놔둘 리가 없다.
“이때 나오는 창병들!!!”
이제서야 진짜 창병대가 등장한다.
척! 척! 척!
그들은 창을 내밀며 우르르 남쪽을 향해 포진했다.
“궁병들도 이쪽으로 틉니다!”
바리케이드를 친 창병들 뒤로 아몬드가 이끄는 궁병들이 도열한다.
그들은 일제히 활시위를 당겼다.
“퐈이어어어어!”
킹귤이 타이밍에 맞춰 괴성을 질렀다.
파바바바방!
화살이 파란 하늘을 수놓으며 비를 내린다.
퍼버버벅!
달려오던 빨간 기마병들이 쓰러진다.
이히이잉!
그럼에도 나머지는 달렸다.
“AK의 기마병! 계속 달립니다! 우린 끝을 보겠다 이거죠!?”
이미 전투 구도는 최악이었다. 도망쳐 봐야 희망은 없다. 그렇기에 계속 달렸다. 어떻게든 창병 바리케이드를 뚫고 궁병들에게 도달하기만 하면 승산은 있다.
“아몬드! 죽어라 활 당깁니다! 미친 듯이 빨라요! 기마병들조차 툭툭 쓰러져요!!!”
“아몬드에게 가만히 서서 활만 당길 시간을 주면 안 되죠!”
이히잉……!
계속해서 들려오는 말들의 비명. 3할에 가까운 기병들이 쓰러진다.
그럼에도 그들은 달렸다.
두두두두……!
거의 다 왔다.
“결국 왔습니다아!”
“창병들 이 악물어야 합니다!”
콰아아앙──
기다란 창에 찔린 말들, 그리고 말발굽에 깔린 창병들이 뒤엉킨다.
파바바밧!
또다시 화살이 쏘아진다.
그러나, 아까처럼 기병들이 우르르 쓰러지진 않았다.
아군과 뒤섞이면서 화살을 쏘기 어려워졌다.
“어!? 이거 그래도 또 모르나요!?”
전쟁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했던가?
이상하게 빨간색이 밀고 오기 시작한다.
파란색 창병이 밀린다.
이유가 있었다.
“베테랑 기사! AK의 베테랑 기사가! 엄청난 무력으로 억지로 밀어버립니다! 진짜 대단한데요!?”
베테랑 기사의 존재 때문이다.
“어? 저 사람!”
김치워리어가 흠칫 놀란다.
“왜, 왜요?”
“네임드…… 네임드 기사입니다.”
상대는 하필 베테랑 기사로 나온 자가 유명한 실력자였다.
그는 본투비 부대의 진형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기다란 월도로 사방을 휘저었다.
촤아아악──
본투비의 병사들은 갈리고, 밀려났다.
제 포지션을 벗어나 버렸다.
“아, 아몬드의 궁병소대! 그리고 창병대가 고립됐어요!?”
정신 차려보니 각 부대들이 고립되어 버렸다.
특히 아몬드가 속한 창병과 궁병대는 동그랗게 적들에게 포위되어 버렸다.
진형이 완전 망가진 것이다.
* * *
아몬드도 의아했다.
‘뭐지.’
정신 차려보니 사방이 적이었다.
언제 이렇게 됐는지 몰라도, 이거저거 따질 상황이 아니다.
일단 쏘자, 생각하며 얼른 활시위를 튕긴다.
피융! 피융!
쏘는 족족 진형을 비집고 들어오는 적들이 쓰러진다.
기마병들임에도, 완벽하게 급소에 타격당하면서 고꾸라지고 만다.
“41만 원.”
돈을 세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젠 사실 돈보다는 집중력을 유지해 주기 위한 주문 같은 것이었으나.
시청자들에겐 달리 비쳤다.
-크ㅋㅋㅋㅋ
-돈미샠ㅋㅋ
-이게 스트리머다!
-이게 얼마냐
-돈이 뛰어 들어오누 ㅋㅋㅋ
“42만 원. 43만 원.”
아몬드는 계속해서 사방으로 화살을 날렸다.
사방이 적이다 보니 물 반 고기 반이었다.
이리저리 엉킨 적들을 하나하나 솎아내듯 쏘고 있자니, 모든 잡념이 사라졌다.
‘이거…… 대단한데.’
아몬드는 간만에 희열을 느낀다.
이렇게까지 죽어라 활을 쏜 적이 있었던가?
두 발을 붙이고 오로지 쏘는 거에만 이렇게 오래 집중한 적이 있었던가?
“46만 원. 47만 원…….”
두근. 두근.
심장이 뛰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쏘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졌다.
정확도는 내려가는 법이 없었다.
푹!
푸욱!
적들은 계속 말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수도 없이 죽였다.
“……57만 원.”
어느새 돈이 이렇게나 많이 카운팅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군의 진형은 서서히 밀렸다.
베테랑 기사의 존재 때문이다.
“야! 야! 밀리지 말고! 막으라고!”
“막아! 빌어먹을! 창병들아! 막아야 쏠 거 아니냐! 에라이!”
“미, 미친! 막는 게 안 된다──”
아몬드와 적들 사이 마지막 벽이었던 창병이 결국 말을 다 끝맺지 못한다.
──촤아악!
기다란 곡도가 그의 목을 날려 버렸다.
실처럼 늘어진 혈선 너머로 보이는 한 인영.
아몬드는 그제야 이 전쟁을 뒤집고 있는 주인공을 마주한다.
[베테랑 기사] [Jancos]서양인의 얼굴인데, 무장은 동양의 것을 차려입은 기이한 모습.
기사라기보단 무사가 더 어울릴 것 같은 그는 ‘얀코스’였다.
“야, 얀코스…….”
“미친 얀코스. 진짜야?”
주변에서 그를 아는 듯 중얼거리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 아주 잘 들으라는 듯이 아몬드 바로 뒤에서 덜덜 떨며 중얼거린다.
“래, 랭킹 18위의 그 얀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