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0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27화
44. 쿠키(1)
[무지무지성: 하아…… 참……] [외성고: ㅜㅜ] [날빌심판자: ……ㄷㄷ]단톡방의 분위기는 극도로 다운됐다.
AK가 패배한 것도 패배한 것이지만.
그 패배의 모양새가 너무 처참했기 때문이다.
지금 엠불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글이 그에 대한 욕이었다.
[상대 지휘관 저격 아니냐? ㅋㅋㅋㅋ 이걸 지네 ㅋㅋㅋㅋㅋ] [날빌 중의 날빌을 쓰고도 지나 ㅋㅋㅋ 그냥 뒤지셈ㅋㅋㅋ]날빌을 저격하겠다면서 날빌을 쓴 것도 모자라서…….
[‘날빌+저격+랜뽑’ 환상의 3콤보 ㅋㅋㅋ] [개매너네 ㄹㅇ 랜뽑이라니] [AK47 엠불 유저면 퇴출해야할듯?]마무리는 랜뽑으로 끝냈다.
원해서 한 건 아니지만,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랜뽑 처리됐다.
아몬드와 본투비는 그 때문에 10분이나 기다려야 했고, 킹귤은 극대노해서 전설의 10분 욕설 클립을 남겼다.
명분도 실리도 하나도 얻지 못한 전쟁이었다. 단톡방 멤버들도 분열되었다.
그들 중 라이트한 성향을 가진 몇몇이 AK의 연락처 프로필을 캡처해서 올리기까지 했으니 말 다 한 셈이다.
[속보) AK47 인생도 랜뽑 ㅋㅋㅋㅋ]물론 휴대폰 번호는 나와 있지 않고, 전부 기본 상태로 돌아간 AK의 프로필만이 보일 뿐이다.
모든 프로필을 잠그고 잠수 모드에 들어간 걸 알려주기 위해 캡처해 올린 것이었다.
현생까지 잠수를 타버리는 AK의 모습에 엠불 유저들은 기염을 토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ㅅㅂ 할 말이 없누
-진짜 병신이다 ㅋㅋㅋ
-이렇게까지 될 일인가?
-ㄹㅇ 한심이라는 단어가 인간의 형상으로 태어난 것 같음.
한심하다는 반응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어서 대체 AK가 어디서 멘탈이 나간 건지 분석해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몬드 돈 세는 영상보고 멘탈 나갔다에 내 손모가지 검
└ㅋㅋㅋㅋㅋㅋㅋㄹㅇ
└그거 보면 정신 나가지~~
└개빡겜하고 졌는데 상대는 싱글벙글 미션 즐겜 ㅋㅋㅋㅋㅋㅋㅋ
아몬드가 즐겜하는 것처럼 찍힌 클립을 보고 화가 났다는 의견이 있었고.
-킹귤 10분짜리 디스곡에 멘탈 나간거지 ㅋㅋㅋㅋㅋ
└ㅇㅈㅋㅋㅋㅋㅋ
└머리가 새하얘지더라 ㄹㅇ
└“랜선 바꾼 뱀새끼”
└└시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랏낰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귤이 화가 나서 대기 시간 10분 동안 욕을 퍼부은 클립을 보고 멘탈이 나갔다는 의견도 있었다.
어찌 됐든 AK로서는 정말이지 안팎으로 치욕적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일벌백계.
킹귤이나 엠불 유저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되어버렸다.
선봉을 섰던 AK가 이런 꼴을 당하고 나자 저격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어진 것이다.
[모래숟가락: 님들. 저격 안 함?]누군가 그들에게 저격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으나.
[샤르르: 별 찐따 새끼 하나 때문에 욕먹네] [외성고: 톡방도 나간거임? ㄹㅇ 인생 랜뽑인가봄] [날빌심판자: AK…… 제가 굳이 심판하지 않아도 세상이 심판중이네요. 괜히 저희까지 욕먹을까 걱정됩니다……]4천왕이라고 불린 자들은 딴 이야기만 주고받을 뿐이었다.
이들을 선동하고 싶은 사람이 계속 물었으나…….
[모래숟가락: ㅋㅋㅋ 님들! 근데 저격 안 함? 아몬드 또 담겜 시작함 ㅋㅋㅋ]아몬드와 본투비가 다음 게임을 시작하고, 또 시작해도.
[샤르르: 오늘은 피곤하니까 여기까지 하죠.] [무지무지성: 그래 다음에 ㄱ] [날빌심판자: 예. 수고하세요.]오늘은 이만한다는 식으로 끝맺는 4천왕들.
[모래숟가락:??? 니들이 뭘 했다고 피곤하냐 ㅋㅋㅋㅋ]마치 이미 저격해서 게임이라도 몇 판 돌린 것처럼 얘기하는 모습에, 모래숟가락은 어이가 없었다.
[모래숟가락: ????]그러나 어차피 그도 막상 직접 저격할 만한 용기가 있는 자는 아니었다.
[모래숟가락: ㅇㅋ ㅅㄱ]결국 그도 오늘은 이만하자는 듯한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 톡방을 계속 지켜보던 치승은 조소를 머금는다.
‘겨우 한 판 저격하고 흩어지네.’
이들이 작정하고 저격팟을 모았을 때 치승은 어지간히 긴 싸움이 되겠다 싶었는데.
여기서 끝인 걸까?
‘아니지. 아직 톡방을 나간 건 아니니까.’
물론 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내일 다시 돌아올 수도 있긴 했다.
“김치 님? 갑자기 아무 말이 없으시네요? 게임이 너무 루즈해졌나요!?”
옆에 있던 킹귤이 그를 부른다.
잠시 생각에 잠겨 아무런 말이 없었던 탓이다.
“아…… 잠깐 딴 생각하느라…….”
-ㅋㅋㅋㅋ
-여—유
-이번판은 또 꽁승이네~
-자다 와도 될 듯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판은 이름 모를 한 외국인 지휘관이 상대였는데.
이는 당연히 저격이 아니었고, 본투비가 무지성 패궁러 전략을 구사할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순진하게도 정석적인 빌드를 올렸다. 3시대로 빠르게 가면서 탄탄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맵을 장악하는 걸 꿈꿨겠지만.
2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아몬드에게 일꾼 15명이 갈렸다.
“아아아! 일꾼! 일꾼 대학살!!”
킹귤이 신이 나서 이렇게 떠드는 것도 당연했다. 이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승급전이 코앞이에요! 아아몬드! 본투비!”
이 판만 이기면 아몬드는 곧 승급전이고, 여기서 승급하면 A+다.
이후부터는 굳이 본투비와 같이 연습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때부턴 실제 국대 팀에 있는 막내와 함께 랭크를 올리게 될 거고.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훨씬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능력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는 사이 상대 일꾼 3명이 더 죽는다.
“18명째 일꾼이 잡혔습니다아! 이건 당장 쥐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데요!?”
하필 2시대로 올라간 타이밍에 아몬드의 진입을 허용하는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대 지휘관.
치승은 그가 불쌍하다고까지 느꼈다.
그는 겨우겨우 뽑은 궁병들을 순진하게 아몬드에게 보내봤지만, 당연히 상대가 안 됐다.
일꾼 대학살로 인해 상대 자원 수입은 고갈됐고, 본투비는 계속해서 궁병을 지원했다.
상대 본진에 점점 아몬드의 궁병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아! 이제 게임이 거의 끝나가거든요!?”
아몬드와 그가 이끄는 궁병들이 적진에 아예 진을 치고 자원줄을 점거해 버렸다.
궁병이라 마을 회관을 직접 타격하지만 못할 뿐, 사실상 이미 끝난 경기.
그런데 상대 지휘관은 나가지 않았다.
“아! 상대 지휘관! 진짜 끈기가 엄청납니다!? 북유럽 선수라서 이겨도 세금으로 70% 뜯겨서 별로 신경을 안 쓰나요!?”
킹귤은 그가 북유럽 국적의 지휘관이라 그렇다는 식으로 농담을 던진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킹 복지국가 ㅋㅋㅋ
-아니 게임머니까지 뜯겠냐곸ㅋ
이럴 때면 본투비가 나서면 금세 해결되곤 한다.
[본투B: NOOB]효과는 엄청났다.
[적 지휘관이 항복했습니다!]결국 항복을 선언하는 적 지휘관.
-본투비 마나번ㅋㅋㅋ
-정신데미짘ㅋㅋㅋ
-와 ㅋㅋㅋ 나도 빡칠 정돈데 쟤는ㅋㅋㅋ
“이야. 또 이깁니다! 현재 본투비와 아몬드! 무패질주로 A+ 승급전에 도달합니다아아!”
-레전드네 ㄹㅇ
-미쳤……
-근데 솔직히 김치워리어 빨도 있닼ㅋㅋ
두둥!
북소리와 함께 이런 메시지가 떴다.
[이제 승급전을 치를 수 있습니다!]아몬드는 A+ 승급전에 도달했고, 이때가 밤 11시 무렵이었다.
승급전은 다음에 이어가기로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 그렇죠. 충분한 휴식도 훈련의 일부니까요!”
킹귤과 김치워리어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아몬드도 본투비와 인사를 나눴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본투비님.〕
〔예. 아몬드 님. 근데 저희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본투비는 아몬드와 이제 곧 헤어진다는 게 아쉬운 것 같았다.
-황금알 낳는 거위 입양 보내는 기분ㅋㅋ
-본투비는 이제 다시 B로 가겠네 ㅋㅋ
-고투비 되겠군
아몬드의 시청자들은 본투비에게 짓궂게 말하긴 했으나, 아몬드는 나름대로 정이 들었던 터.
뭔가 아쉬웠다.
‘조금 싱숭생숭하긴 하네.’
시빌 엠파이어의 모든 랭크를 사실상 본투비와 함께 한 셈이니까.
본투비와 헤어진다는 게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네. 다음에도 또 종종 게임해요.〕
아몬드는 형식적인 말이 아닌, 진심을 담아 전했다.
〔헉 진짜요?〕
〔네. 국대전 끝나면 연락드릴게요.〕
〔와하하하. 감사합니다!〕
본투비는 풍선껌 같은 유쾌한 웃음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여러분. 오늘도 재밌었습니다.”
아몬드는 방송 종료 멘트까지 말한 뒤.
“트바!”
이만 캡슐에서 나왔다.
* * *
스르르르.
전용 캡슐이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열린 후.
상현이 상체를 일으켰다.
“후아.”
그는 괜히 한 번 숨을 깊게 뱉어냈다.
“…….”
그리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오늘 하루 종일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그 베테랑 기사…… 네임드였다 했나.’
오늘 만났던 랭킹 18위의 플레이어 얀코스.
그간 만났던 다른 베테랑 기사들보다 한 단계 더 격이 높았던 것 같다.
만약 제시를 적으로 만난다면 그럴까?
제시는 랭킹이 몇일까?
상현은 ‘기사’라는 존재들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장비를 갖추면…… 이기나?’
기사들의 첫 번째 강점은 바로 장비다.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한 그 장비들은 일개 궁병인 상현으로서는 뚫어내기 곤란하다.
그렇다고 똑같은 기사가 돼서 싸운다?
상현은 고개를 저었다.
‘활을 못 들면 무슨 의미야.’
활을 들지 못한 상현의 전투력으로 과연 그들만큼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이잉.
그때 그의 휴대폰으로 진동이 온다.
상현은 캡슐 한구석에 끼워둔 휴대폰을 들어본다.
[김치워리어: 혹시 내일 조금 일찍 시간 되시나요?]김치워리어였다.
[김치워리어: 한 1시쯤이면 좋을 것 같아요.] [아몬드: 아 네. 시간 됩니다.]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1시면 비는 시간이니 된다고 했다.
[김치워리어: 네. 그럼 쿠키형한테 전달할게요. 국가대항전은 기본전이랑 다른 점이 많아서, 따로 설명해 주신다고 하거든요.]‘따로 설명을?’
쿠키라고 하면 국대전 총지휘관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 게임을 잘 알고, 잘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국가대항전 룰을 설명해 준다니.
그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상현은 의아했다.
[아몬드: 근데 S+랭크 다는 게 먼저 아닌가요?]S+랭크를 못 달면 국가대항전 팀에 로스터 등록조차 못 한다.
이러다가 결국 S+랭크를 달지 못하면 어떻게 된단 말인가?
국대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룰을 설명해 주는 꼴이다.
[김치워리어: 제 생각인 쿠키형이 그냥 아몬드님을 직접 보고 싶으신 거 같아요. 아. 직접은 아니고 겜 안에서지만ㅋㅋ] [김치워리어: 쿠키형 말로는 이번 년도에 못하더라도 내년에라도 할 사람이니까 알려준다고도 하네요.] [김치워리어: 시간은 많이 안 걸릴 겁니다. 그냥 룰만 듣는 거니까요.]그렇구나.
순전한 호의로 설명을 해준다는 것 같다.
그나저나 내년 참가까지 노리고 있다니.
[김치워리어: 아 그리고 쿠키형한테 궁금한 거 이것저것 물어보세요. 아마 거의 다 대답해주실 거예요 ㅋㅋㅋ] [아몬드: 아, 네. 물어볼게요.] [김치워리어: 그럼 낼 뵙겠습니당!]김치워리어의 메시지는 이게 마지막이었다.
상현은 잠시 폰을 내리고 생각해 본다.
이전에 그가 상대했던 베테랑 기사들의 움직임을.
‘검술이나 가르쳐 달라 해볼까?’
아니다.
아직 국가대항전 팀도 아닌데.
그는 이내 생각을 털어냈다.